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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8, Jan 2019

조호영
Cho Hoyoung

보물 찾는 관찰자의 눈

PUBLIC ART NEW HERO
2018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Ⅷ

조호영의 작품에는 분주함이 가득하다. 일상에서 행하는 수많은 움직임, 즉 ‘동사’에 대해 자신이 느낀 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기 때문에 이로부터 발생하는 특유의 에너지들이 작품에서 뿜어져 나온다. 아직 조호영은 자신이 어떤 ‘작가’인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다루는 예술가가 될지는 오랫동안 고심을 거쳐 어느 정도 단단하게 정립해왔지만,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 이를 풀어나갈지는 여전히 숙제처럼 느껴진다는 그다. 작가에게 작품의 외형은 ‘도구’이자 ‘장치’일 뿐이다. 어떠한 대상을 두고 그 존재의 움직임과 변화 등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떠한 ‘운동’을 인지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진짜 작업의 핵심이다.
● 정송 기자 ● 사진 서지연

'Hang On!Ⅰ' 2017 행거, 탄성줄 150×300cm 사진: 안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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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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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아이디어는 바로 보물찾기라고 그는 강조한다. 일상 생활하는 공간에 숨겨진 보물을 잘 살피고 훑어보며 찾아내는 이 게임. 작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잊히기 쉽고, 사소하기 때문에 쉬이 발견하기 어려운 대상들을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보물은 단순히 사물이나 기타 명사는 아니다. 환경에 따라 작업의 주체가 느끼는 정도, 방향에 따라 가변하는 모든 것이 그의 작품에서 찾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작업은 동적이며, 흐름을 내포하고 계속해서 활발히 진화해간다. 관객들이 작업을 통해 미묘하게 달라진 동사의 흐름을 느끼고 공유할 때 작업이 비로소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그의 작업에서 감각은 필수다. 작가가 먼저 어떠한 움직임, 감정, 분위기, 생각, 의문 등에서 오는 변화를 감지해야 하고, 그 느낌을 구체화한다. 그러고 나서 작업이 이러한 대상을 일상 환경으로부터 잠시 분리하고, 이후 이들을 더욱 잘 발견할 수 있도록 고안된 형태인가, 혹은 그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구상을 시작한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행위, 참여라는 능동형 단어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그렇기 때문에 관객 참여가 작가에게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는 우리 일상 속에 분명 존재하지만, 그 대상의 흐름과 의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를 주변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들의 경향이라 얘기한다. 따라서 익숙한 환경이지만 관객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과 관객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야지만 비로소 변화를 위한 일말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작품을 통해서는 그가 말하고 싶은 핵심을 자연스럽게, 또 제대로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 작용과 이에 대한 반작용(반응)을 유도하는데 지금처럼 관객 참여형 작품이 제격이라고.





<Start to pull my own weight!> 2017 

나무, 밧줄, 양동이, 도르레,  100×300cm 사진: 안 부





그를 대표하는 작업 중 <60 120사이>를 예로 들면,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 편안함을 느끼는 사적 공간에 대해 얘기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행동, 또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휴대폰을 보는 행위 등 어떠한 분위기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찰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작업으로 풀어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마땅한 표현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감각의 변화를 관객이 고스란히 함께 느끼기 위해선 이들 역시 변화하는 상황에 투입이 되고, 그 환경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이 작업의 힌트는 독일의 로텐부르크의 장난감 박물관에서 얻었다. 지그재그로 연결된 장난감들을 보며 작가는 이 원리를 이용해 관객들이 그가 지정한 특정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관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관객들은 이를 통해 우리가 사적 공간이라고 부르는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직접 경험하며 이에 대한 감정과 감각들을 환기하기 이른다.





<60 120사이> 2017 

연결된 12개의 의자, 메탈 400×400cm 




한편 <Start to Pull Your Own Weight>는 작가가 자신을 온전히 느껴보기 위해 진행한 작업이다. 우리의 실재를 체중계의 숫자를 통해 가늠한 적은 있어도 직접적으로 체감해본 경험은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그래서 개인의 무게를 하나의 추상적인 숫자가 아닌, 물질적인 존재로 이해할 수 있도록 천장에 두 개의 도르래를 축으로 설치하고, 앞뒤의 무게가 똑같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저울의 중립 상태(0)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관객은 널판 위에 서서 막대기를 당기는 동시에, 자신을 위로 들어 올리게 되고, 이 일련의 행위는 두 손의 촉감으로 자신의 중량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작용한다. 그의 다른 작업 Hang On! 시리즈 역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행하는 옷 거는 행위에 대한 감각을 전환하는 작업이다. 첫 번째 작업은 각각 다른 형태의 행거들을 연결해 서로의 움직임에 대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타입의 행거에 관객들이 직접 옷을 거는 행위를 하면서 행동의 목적보다는 행동 자체와 그 움직임의 변화에 초점을 더 기울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일상품인 행거를 쉽게 구부러지는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로 재가공해 본래의 무엇을 받칠 수 있는 견고함이란 물성을 삭제했다. 따라서 관객이 옷을 걸어보려 시도할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성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작가는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한 일상적 사소한 행위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세라믹 프로젝트Keep _______ ing> 

2017 세라믹 쐐기 3×20cm 사진: 안 부 

 



결국 작가가 이러한 프로젝트와 작업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점은 일상적인 것을 특별하게 보는 시각에 대한 중요성이 아닐까. 사소한 습관과 행동, 그리고 흔히 쓰는 물건 등을 보는 우리의 시선을 환기하고 이를 통해 그 어떠한 것도 소소하고 사소한 것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조호영은 작업의 결과물에 있어 형태의 완성을 결정하지 않는다. 이는 참여하는 관객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의 아웃풋이 작가의 또 다른 인풋으로 발전하는 등 그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자 능동형이다. 작가는 이를 자신의 작업 동력이라고 한다. 관찰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관객을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상황과 순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잘 짜인 장치를 고안하는 것이 자신의 작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2018년 조호영은 기존에 속해 있던 익숙한 그룹을 떠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 그동안 무지했던 부분과 영역을 발견하고 탐색하며 배우는 매우 바빴던 한 해였다.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던 시기였던 만큼 작가는 이를 발판으로 정진할 예정이다. 이미지로는 담아낼 수 없는 작업을 완성하고 싶다는 조호영. 그가 선보일 프로젝트는 또 어떤 평범한 것을 끌어 들여 새로움을 만들까.   

 

 


조호영




작가 조호영은 1988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졸업하고 다양한 설치작업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중국 지린성의 연변대학아카데미 갤러리에서 <Interchange>전을 선보인 이후 베이징필름아카데미 갤러리,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과 더불어 오스트리아 린츠의 라움시프, 린츠 대학 등에서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제로원 크리에이터로 선정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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