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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츄 샤오페이
Qiu Xiaofei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삶, 그리고 죽음

지난 20년간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츄 샤오페이(Qiu Xiaofei). 그의 작품은 구상에서 완전한 추상으로 변모했다가 어느덧 그 두 스타일을 적절히 섞는 형식에 다다랐다. 츄 샤오페이의 초기 작품은 시간과 기억에 매우 집중돼 있었다. 중국의 현실을 살피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조국이 현실을 기억하는 방식에 확연한 차이가 존재함을 발견한 작가는 중국이 겪는 극적인 변화를 최대한 작품에 담고자 노력했다. 작가 주변의 현실 변화는 정확히 그의 그림을 변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어느덧 단순하고 순수했던 화면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갈등, 딜레마 및 모순 등 사회의 상충되는 성격을 포착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바뀌었고 작가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 형상 이상의 것을 표현할 필요를 느꼈다. 츄 샤오페이에겐 좀 더 형이상학적인 스타일이 절실했던 것이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PACE GALLERY 제공

'Zero Gravity No. 1' 2015 Acrylic on canvas 78-3/4"×9' 10-1/8"(200×300cm) © Qiu Xiaofei Courtesy Pac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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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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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라고 자신하지만, 더러 자신의 모습에서 낯설음을 발견한다. 거리를 걷다 비춰 본 쇼윈도의 모습이라든지 지하철 차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 혹은 어릴 적 메모한 문장들에서 어쩐지 익숙지 않고 어색한, 그리고 전혀 색다른 감정을 읽게 되는 것이다. 츄 샤오페이는 머릿속에 배양된 장소를 평면에 옮겨놓은 다음 그 이야기의 중심에 특정 인물들을 삽입한다. 추상과 구상을 결합한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 혹은 아이를, 알아볼 수 있거나 전혀 분간할 수 없게 그리는 것이다. 모든 작품은 우리 삶을 반사시키는 거울과 같은데, 기억과 전의식, 잠재의식 등 작가가 집중하는 주제들은 현대인이 감정의 가장 근간에 놓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츄 샤오페이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일상적인 소재를 선택하며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에고(ego)와 고통에 초점을 맞추되, 거기에 인간적인 관점을 적절히 배치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암벽인지 파도 위인지 모를 공간에 붉은 도포의 남자가 서 있다. 굵은 눈을 실은 바람은 거칠고, 깎아 지르는 듯 험한 산세 속 남자 곁엔 배처럼 보이는 형상이 놓여있다. 작품 <Farewell 1>은 츄 샤오페이의 다른 그림들에 비해 또렷한 스토리를 전달한다. 화면 속 주인공은 슬프고, 앞으로 어찌해야 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완전한 새드앤딩이 아니다. 그의 손에 작지만 강한 생명(아기)이 들려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인간의 좌절과 연민을 강조하며 그로테스크하게 완성된다. 어떤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외치는 듯 츄 샤오페이는 삶과 인내의 방식을 역설한다.





<Farewell 1> 2018 Oil on canvas 

200×150cm(78-3/4"×59-1/16") 

©  Qiu Xiaofei Courtesy Pace Gallery 


 



또 다른 작품 <Farewell 2>에도 마르고 긴 신비로운 인물이 아이의 형상을 끼고 있다. 아버지 세대에 대한 이해와 존경의 뜻을 담은 작품이라고 작가가 설명하는 그림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과 스토리를 지닌 것 같은 화자가 함께 등장한다. 그는 덧붙인다. 소나무 아래 인물은 중국 전통상 이별을 나타내는 것이며 나선형의 뱀 같은 형상은 시간의 중첩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상상하는 환상적인 장면에 변해가는 시간의 느낌을 덧입힌 것이며, 생과 사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얼마 전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에게 아버지는 시간이 응축된 대상이자 따르고 싶은 표본이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중국이 혼란스럽고 생경할 때마다 아버지는 그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는 정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한데 그 비슷한 시기 그는 간절히 바라던 아이를 얻었다





<Square with Missing Angle> 

2013-2014 Oil on canvas 310×300cm

(122-1/16"×118-1/8") 

© Qiu Xiaofei Courtesy Pace Gallery





그렇잖아도 즉각적으로 유효하지 않지만 자극이 주어지면 의식으로 소생될 수 있는 전의식(preconscious)과 일반적으로 각성되지 않은 심적 상태인 무의식(unconsciousness)에 집중하는 작가는 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잠재의식을 더 적극적으로 화면으로 끌어내었다. 중국은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상황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파악하는) 것은 예술가의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나는 이러한 책임을 피하지 않고 깊이 있게 수행하려 노력한다는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연구하는 동시에 사회적 현상을 주시한다. 츄 샤오페이가 무의식의 순간적 이미지를 구현한 화면들이 한데 모이면 마치 반복해 돌아가는 무성영화 같다. 정해진 룰에 따라 암흑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그림은 기억의 편린으로 깜박인다. 작가의 작품은 이미지와 회화의 언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드러내며, 인간 내면의 잠재성을 깨우는 목적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Drunken Pavilion> 2014 

Acrylic on canvas 300×250cm

(118-1/8"×98-7/16") 

© Qiu Xiaofei Courtesy Pace Gallery

 




한편 캔버스에 여러 가지 스타일이 혼용돼, 병치되고 충돌하는 느낌은 정확히 작가 의도에 따른 것이다. 그가 구사하는 추상 선은 주기적인 충격파나 속도를 은유하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때때로 이렇게 구현된 감각은 화면에 추가된 사각형이나 원으로 인해 중단된다. <Farewell 1>의 중간에도 초록색 원이 의식의 흐름을 잡아끈다. 구체, 나선, 심지어 화면에 등장하는 독재자의 형상은 나의 추상 표현주의 기반과 대조된다. 나는 모두 상징적 의미의 어떤 형태로 그것들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2010년 작품 <Utopia>의 구는 오래된 작품을 연상시키며 동시에 독재자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의 두개골을 상징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츄 샤오페이의 추상과 구상의 블렌딩은 실재와 상상 사이의 묘한 균형을 형성한다. 그는 본인의 작품이 사실적인 기록에 그치는 것도 작가의 숙련된 손을 자랑하는 사실적 회화가 되기도 원하지도 않는다. 그는 관람객이 마치 소설 속 사회와 인물들을 파악하고 바라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길 원한다. 그는 물감이 덧대어진 표면의 물리적인 존재감이 환경을 그러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믿는다. 일종의 깊이, 공간감이 생기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따뜻하거나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화면에 물감을 덧댈 때 가장 기운이 넘친다는 작가는 현실에 초현실을 덧붙여 희망을 노래한다.






<츄 샤오페이_Fade Out> 전시 전경

 2018.12.12-2.23 페이스갤러리

 Courtesy Pace Gallery




기억을 탐구하고 사회 비판적이었던 과거 작품에 비해 작가의 각 작품은 자율적으로 존재한다. 여전히 회화를 통해 죽음에 관한 논쟁을 계속하지만 그의 그림엔 활력이 넘친다. 다양한 미디어와 기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각적 이미지를 만드는 츄 샤오페이. 내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아주 즉흥적이면서도 매우 자연스럽다. 각 캔버스를 대할 때마다 나는 다른 요소를 추가하는데 특정 공간, 톤과 뉘앙스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레이어를 도입한다. 내게는 접촉과 스파크를 만드는 공간 배열이 중요하며 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차원적 작품이 만들어진다. 추상적 요소와 표현적 요소로 작품을 완성하며, 나는 무한한 공간의 감각을 포착한다고 여기는 인물과 기하학을 그림 속에 자유롭게 병치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지닌 내적 에너지와 표현 잠재력에 초점을 둔 츄 샤오페이. 개별 및 집합기억에 대한 도상학적 실험을 다뤘던 작품들로 내공을 쌓은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기쁨과 불안정성을 수용하며 문화적 심리와 사회적 무의식에 대한 탐험을 발전시키고 있다.  

  



츄 샤오페이

Portrait of Qiu Xiaofei © Pace gallery



 


츄 샤오페이는 1977년 중국 하얼빈 출생으로 베이징 소재 중앙미술학원(CAFA)에서 수학했다. 그는 CAFA 출신들로 구성된 N12그룹의 창립멤버로 활동하며 2003년부터 공동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중국의 신세대 작가 중 선두주자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미술관(2006), 서울 두산아트센터(2009), 상하이 민생 미술관(2013)을 비롯하여 다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05년 스위스 베른 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해 2009년까지 유럽과 미국을 순회한 <Mahjong: Contemporary Chinese Art from the Sigg Collection>, 영국 테이트 리버풀이 기획한 <The Real Thing: Contemporary Art from China>(2007), 중국 베이징 금일 미술관의 <Negotiations: The Second Todays Documents>(2010),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의 <ON | OFF: Chinas Young Artists in Concept & Practice>(2013)와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버그 템파 미술관 및 미술박물관의 <My Generation: Young Chinese Artists>(2014) 등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10회 하바나 비엔날레(Havana Biennial)(2009) 2011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열린 <MengLong-Oscurità>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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