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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이여운
Lee Yuwoon

세월과 이야기를 담은 흑백의 건축물

PUBLIC ART NEW HERO
2018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Ⅸ

캔버스의 화면은 흑백으로만 구성됐다. 허나 그 안에 자리 잡은 건축물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을 압도한다. 캔버스에 수묵의 농담을 조절해가며 작업하는 작가 이여운은 예술가로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도시와 건축물을 그려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집중해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때론 건물의 조감도, 혹은 디자인 드로잉과 같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수묵으로 도시를 그리고, 건축의 외관을 그리는데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 그가 구축해온 작가의 작업관은 각 작품에 빠짐없이 박혀있다.
● 정송 기자 ● 사진 서지연

'Moment-한국은행1' 2017 캔버스에 수묵 112×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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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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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운은 도시건축물에 집중해왔다. 대학 재학 시절 동양화=산수화라는 공식 아래 전국 모든 대학에서 산수화에 특히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이러한 기류에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언어에서의 풍경이었던 도시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파트촌을 부감적 시점으로 화면에 옮기기 시작하던 그에게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일의 시초였다. 따라서 초기작에는 풍경으로서의 도시 모습이 드러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는 점점 풍경적 요소를 제거하고 건축물 자체에 집중하기 이른다. 원근법 혹은 구도 등 평면 작품의 필수요소라 불리는 것들이 꼭 자신의 작품에 필요한지 질문을 던지고, 이러한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해 나가기 시작했다


도시의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작가는 오랜 세월 동안 구축되어 온 인간의 삶과 구조, 그리고 역사를 인식해나가는 것이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인간 삶의 고민 등이 건축 양식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특히 유구한 시간의 흐름이 담긴 오래된 건축물에 관심을 둔다. 그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건축물을 관찰하다 보니 그 가운데서 종교 건축물이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총체적 아름다움을 가장 잘 집약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간파했다. 당시 미적, 과학적, 자본적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구현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만들어낸 완성본이기 때문에 이러한 건축물에서 인간의 장엄함과 숭고함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작가는 덧붙였다.




<Duplicate_1> 2016 캔버스에 수묵 162×130cm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는 이여운의 작품과 그의 행보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장이다. 건물의 외관에 포커스를 맞추는 그는 실제 인간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나 지엽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등 서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 형태를 눈으로 파악하고, 그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이해하는 일이 자신과 더 잘 맞는다고 판단한 그는 어떠한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그 형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법을 택했다. 그럼에도 초기 작업에는 개인의 쓸쓸한, 어떻게 보면 조금은 어두운 감성들을 도시에 투영하기도 했다.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매체인 인물은 부재하지만, 화면의 음영과 빈 도시 및 건물의 배치를 통해 이러한 감정을 극대화해낸 것이다. 하지만 근작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감정이 최대한 절제된 듯 보인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이여운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일이 작품의 사족처럼 느껴졌다 얘기한다. 굳이 시각적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작업하는 동안 작가의 감성은 고스란히 화면에 투영된다고 생각했고, 이는 먹의 번짐이나 농담 등 표현을 절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작품에는 동일한 농담의 선으로 구현된 건물의 외형만 남았다.




<기념비-경복궁> 2017 캔버스에 수묵 81×162cm 




이러한 그의 작업 방식에 관한 설명은 왜 수묵을 고집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먹은 물과 섞어가며 농담을 조절해 흑색 하나만으로 풍부한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특성이 있고, 진한 농도의 먹을 여러 층위로 쌓으면 두께감까지 생기는 특유의 물성을 갖고 있다. 이여운은 이 먹을 한지가 아닌 캔버스에 얹어 이 특성을 최대한 살려낸다. 한지에 수묵으로 작업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캔버스에는 많게는 5번에서 6번의 붓질을 추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작가는 먹이 한지에 번지는 것처럼 캔버스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과 여러 번 그어 쌓은 선이 화면에 깊이감을 더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그의 작품이 너무 기술적인 면에만 치중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작가는 지금까지 쭉 캔버스에 작업을 고수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캔버스는 그가 줄곧 해온 작업적 고민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는 매체인 셈이다.




<Majestic form 10_위엄의 형태> 2014 캔버스에 수묵 10,162×130cm




최근 작가는 개인전 <모던 타임즈>를 개최했다. 그동안 세계 곳곳의 유명하고 오래된 건축물에 집중해 왔던 그는 먼 길을 돌아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에 눈길을 두기 시작했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근대 건축물들은 그 자리에서 우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져 한편으로는 외면당하고 있는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이여운은 우리나라의 역사 전반을 담아내고자 했다. 조선을 부정하고자 지어졌던 이들은 현재 처음의 용도와는 다른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 작가는 이 건축물들에서 불안정함을 봤고,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흔들린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냈다. 이를 통해 결국 그는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인간의 속성을 비판하고 있다. 결국 그의 작업은 인간으로 귀결된다. 그가 그려내는 것은 실재하는 건축물 속에 담긴 인간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에 포함되는 예술적, 과학적 면모 모두를 담고 있다. 최대한 건조하게, 작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제외한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흑백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직접 드러나지 않아도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에 따뜻함과 애정이 넘친다는 것을.  

 



프로필



작가 이여운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8년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동아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 등을 섭렵했다. 20여 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단체전에 이름을 올렸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오산문화재단, 문화일보갤러리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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