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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세상 모든 것들의 집합

U.S.A.

Chun Kwang Young: Aggregations
2018.11.16-2019.7.28 뉴욕 브루클린, 브루클린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한국관에 전광영의 작품들이 걸렸다. 미술관 측에서는 최초의 한국 작가 개인전인 셈이다. 이토록 반가운 전시를 축하하는 전시 오프닝 리셉션에 주요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브루클린 미술관 관장 앤 패스터낙(Anne Pasternak), 국립 현대 미술관 전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í),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뉴욕 한국 문화원 관계자들, 갤러리스트, 컬렉터들 등이 전시장을 찾아 관심이 집중됨을 증명했다. 지난 5월 첼시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Sundaram Tagore Gallery)에서의 화려했던 개인전에 이어 10월 코리아 소사이어티 개인전, 현재 브루클린 미술관까지 2018년은 전광영의 ‘집합(Aggregations)’ 시리즈가 뉴욕에 꾸준히 소개된 해가 됐다.
● 전영 미국통신원 ● 사진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제공

Installation view 'Kwang Young Chun: Aggregations' 2018.11.16-7.28 Brooklyn Museum, New York Photo: Jonathan Do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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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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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의 뿌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전광영의 작품은 평면이면서도 입체적이고 정적이면서도 역동성이 느껴진다.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전시되는집합연작은 몇 천 몇 만개의 작은 삼각 모형들이 캔버스 위에 한데 모여 하나의 평면 조각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안 커민스(Joan Cummins) 아시안 아트 부서 시니어 큐레이터에 따르면 집합 연작을 처음 보는 순간 자신이 느꼈던 그 경이로움을 미술관 관람객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며 전시소개의 문을 열었다. 9개월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가져온 조각 회화 5점과 설치 1점을 만날 수 있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뉴욕에서 두번째로 큰 미술관이면서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보다 한국 문화재의 숫자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내 주요 미술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관을 설치한 이력이 있으며 국보급 문화재들 이외에도 서도호, 바이런 킴, 황란 등 동시대 한국계 작가들의 소장품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엔 기존 28평 규모의 한국실을 네 배 이상 확장해 6세기 경 제작된 도자기부터 신라시대 금귀고리,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백자 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전광영의 최근작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 한켠에는 이응노의 콜라주 몇점이 걸려있는데 한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전광영과 이응노의 작품들을 비교해보는 묘미도 있다.




<Aggregation 18-FE020 (Star 2)> 2018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63in diameter(160cm) Courtesy of 

Kwang Young Chun Studio





집합은 멀리서보면 단일한 색조로 미니멀리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수백 수천 개의 작은 스티로폼 조각들을 한지에 일일이 감싸고 묶어내어 부조 안에 결합된 과정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수천 개의 조각들이 캔버스에 빽빽이 붙어 있어 서로 끌어당기듯 밀어내고, 튀어나오듯 파고든다. 계산되어 짜인듯한 평면 속에 사방으로 뻗은 선과 색의 농담에서는 리듬감을 느끼게도 한다. 색은 무채색부터 유채색까지 한약재를 비롯한 천연 재료로 물을 내 얻어냈다. 모든 작품은 80년에서 100년 된 고서의 한지로 제작되어 있어 우리 조상들의 혼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700번씩 싸고 꼬고 붙이는, 2만 번 이상의 수작업을 통해 이미 오랜 세월을 보낸 고서 속 한지들이 또다시 지난한 시간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부활된다. 


이번에 소개되는집합시리즈는 불모지 같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나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연약한 우리 모습, 마음 속 대지가 갈라진 사람들의 내면을 내비친다. 작가는 2000년대 이후부터 마치 외계 행성의 지표면을 연상시키는 분화구나 웅덩이 같은 공간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색채도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기도 하며 색과 형태에서 다채로운 양식을 드러냈다. 또한, 종이부조와 입체, 설치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압도적 크기와 조명, 전시장을 채우는 음향으로 주목받은 입체 설치 작은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타고 남은 잿더미 같은 형태로 많은 이들의 사진 세례를 받았다. 작품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섬세하게 짜여진 이 커다란 덩어리의 모든 면들을 관찰하다보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Aggregation 17-SE078>(detail) 2017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72×61 1/2in (182.9×156.2cm) 

Courtesy of Young Hwan Jeong 





작가에게 있어 한지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통로다. 그는 미국 유학으로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에 매달린 40대 초반까지 화단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소외되고 무시 받던 시간을 오래 견뎌 50대가 되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 고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서도 힘들던 와중에 다시나만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결심으로내가 누구이며 우리 조상들이 과연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전국을 여행하며 어릴 때 큰 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약봉지를 떠올려 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창조적이어야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미국에 있는 동안 서양을 따라가려고만 하니 중심부로 나아가기 힘들었던 것이다. 우리 것인 한지를 사용해 진정 나만의 세계를 만들자 해외에서도 서서히 러브콜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집합연작을 본 평론가 오광수는종이의 속성에 자신의 상상력을 부과해 시공을 넘어서는 정서의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평한바 있는데 결국 한국 전통 소재를 응용하여 현대감각에 맞게 조형화시킴으로써 세계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과거 누군가의 삶의 흔적과 영혼이 지문처럼 남겨져 있는 고서를 활용해 한약 봉지 같은 수많은 조각을 화면에 집적했다





<Aggregation 15-AU043> 2015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64×51 1/2in (162.6×130.8cm) Courtesy of Young Hwan Jeong  




우리의 보자기 문화, 정 문화를 아우르는 집합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한국적 감수성을 개인적이고 향수 어린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동안 한지라는 재료를 사용한 작가들은 여럿이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전광영이 유일하다. 수집해온 고서를 분해해 각 장을 떼어 내며 한국의 역사를 조명함과 동시에 해체하고 다시 한곳에 재조립해 모은다. 고서의 한지 안에는 수많은 영혼, 철학과 애환이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기억이 담겨 특별한 아름다움을 구현해 내고, 작품에 켜켜이 스며 있는 시간의 흔적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지 오브제라는 독창적인 기법을 이용해 개인과 집단 그리고 혁신과 전통의 사이에서 전광영만의 작업을 구축해냈다. 향후 이 전시는 오리건 주립대학의 조던 슈니쳐 미술관(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Aggregation 09-D071 Blue> 2009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44 1/2×76 3/4in

 (113×195cm) Courtesy of Young Hwan Jeong





올해 75살이 된 작가는 건강하다면 90이 넘어서도 작업을 하고 싶다고. 지난 작업실 이름도 ‘Aaggre-gation 2002-2032’으로 2032년까지 작업을 지속할 생각이다. 지난 10월엔 경기도 용인에 뮤지엄 그라운드를 오픈해 후배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외롭고 힘든 시절을 지낸 자신의 경험으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재능있는 후배 작가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큰 작가로 자랄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2018년은 작가에게 새로운 시작들이 유난히 많았던 한해였다. 잘 될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는 그의 어느 인터뷰에서처럼 언제나 생기 있는 눈빛으로 열정을 다하는 작가의 20년 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 근무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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