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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8, Sep 2020

박주애_breast milk

2020.8.5 - 2020.8.16 새탕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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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승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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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부재를 채우는 기원의 상징물


이 전시를 리뷰하고 있는 나는 현재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막달 임산부이다. 임신으로 인해 변화된 내 신체를 보고 있으면 서양미술사 첫 페이지에서 늘 볼 수 있었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종종 떠오른다. <breast milk>의 전시장 곳곳에 놓인 거대한 유방에서 물이 나오는 주전자, 혀를 내밀고 있는 포궁 모양의 화병, 남성의 생식기가 달린 주전자와 같은 해학적이고 과장된 조형물들은 작가가 새롭게 해석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들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약 2만 4,000년 전 조각한 것으로 추측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어떠한 목적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으로 보았을 때 <breast milk>에서 선보인 박주애의 작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보인다. 동갑내기인 박주애 작가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최근의 관심사는 임신과 출산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는 임신으로 작가는 병원을 오가며 작업을 병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작업에 적용했다. 배가 열린 채 누워있는 여성과 그 속에 태아가 웅크리고 모습을 하고 있는 <임신한 나>(2019) 그리고 태반과 연결되어 있는 태아의 형상인 <맘마>(2020) 등에서 볼 수 있듯 작품들은 임신을 기원하는 일종의 상징물인 셈이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작업 노트에서 “작가로 살아남길 고대하며 길러내고 있는 모습이 임신이라는 숭고한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 수개월 동안 세상 밖으로 작품이 나오기 위한 힘겨운 침묵의 시간을 견뎌낸다.”라고 언급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일전에 이야기해 준 일화가 함께 떠올랐다. 박주애 작가의 어머니 또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박주애 작가를 임신하고 있을 무렵 작품 활동을 중단한 것이냐는 주변의 지나친 염려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지금 뱃속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영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박주애 또한 작업을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 밖에 내놓는 행위와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들 역시 결혼, 출산, 육아 등 다양한 현실적 고민들과 마주하게 된다. 미술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임신과 출산이 경력을 단절시키는 걱정거리로 여겨지고 분위기에서도 박주애는 자신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며, 심지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해학과 유머러스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을 모성이나 여성이라는 주체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박주애 자신의 개인적인 고민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모든 작품이 작가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지만 박주애의 작품에는 작가가 최근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가 무엇인지가 뚜렷이 보인다. 1년마다 이사를 다니던 시기에는 허공에 부유하는 집의 모습을 통해 안정된 주거지를 향한 바람을, 그리고 뉴욕 레지던시를 지내던 시기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인형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르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부재와 결핍에 대한 노골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에 가끔은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삶에 있어서 결핍된 것들을 충족할 수 있는 방향 혹은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박주애는 작품을 통해 탐색한다. 하지만 결핍을 담담하게 마주하기까지의 과정과 작품에 얽혀있는 그 고단함이 함께 떠오르게 되면서 전시 서문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유머러스한 작업에 반비례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지게’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원리는 결핍된 것에 직면하며 작품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된다는 점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작가로서 생존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박주애에게 있어 작업은 결핍이나 부재를 채워 생존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끝없는 기원의 행위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Breast milk pot set> 2020 도자 27×26.5×28cm (cup1: 7.7×7cm, cup2: 8.3×6.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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