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문화재단의 다시 한번 뜻깊은 유물을 공개한다는 소식. 문화 독립운동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식민지에서 지켜낸 조국의 예술과 열망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그가 도쿄까지 건너가서 구한 고려청자, 친일파의 집 아궁이에서 불쏘시개로 사라질 뻔한 겸재 정선의 화첩 등 국보 6점, 보물 8점을 포함한 6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고려청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가장 눈에 띈다. 너무 고가라 조선총독부박물관조차 엄두도 못 낸 이 청자를 간송이 거금 2만 원에 구매한 일화도 전시에 소개된다. 간송이 당시 고려청자 컬렉터로 유명했던 일본 주재 영국인 변호사 존 개츠비(John Gatsby)의 컬렉션을 일본 도쿄까지 건너가 인수하게 된 사연은 유명하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높이 42.1cm 구경 6.1cm 저경 16.5cm
그가 인수한 20점 중에서 가장 빼어난 국보와 보물 9점(국보 4점, 보물 5점)을 비롯한 12점의 우아한 비췻빛 고려청자를 이번 전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간송은 이 서양인이 언젠가 고국에 돌아갈 때 수집품을 처분할 것이라 는 희망으로 예의 주시하다 1937년, 정세 불안을 예감한 개츠비가 곧 일본을 떠난다는 전갈을 받은 뒤 곧장 도쿄로 향했다. 간송은 청자를 손에 넣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온 충남 공주 일대 땅 1만 마지기를 팔아야 했다고. 새끼 품은 어미 원숭이를 형상화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 제270호) 등은 이렇게 조국으로 왔고, 이 중 4점이 국보, 5점이 보물로 등록됐다. 당시 일화를 담은 ‘쫀·갇스비氏 이야기’ 친필 원고도 전시돼 있다. 작품의 단순 나열을 피하고 문화 보국(文化保國) 신념, 이른바 ‘히스토리텔링’ 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