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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8, Sep 2020

한성우_균형

2020.6.26 - 2020.8.5 송은 아트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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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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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과 환영, 그리고 행위의 균형을 위한 흔적


표면에 안료를 올리고, 이를 뭉개거나 밀어내기를 반복함으로써 이미지의 바탕을 두텁게 층위를 더해가는 작업 방식을 보면 그리기보다는 쌓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한성우는 표면과 안료, 형상과 환영, 그리고 행위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흔적을 쌓는다. 눈을 이용해 작업 표면을 어루만지면 형상을 재현하지 않고, 퇴적된 안료가 부조적 질감으로 물화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계-환절기’와 ‘균형’ 두 연작으로 구성된 전시는 그 연출에 있어서 특별한 구조물을 고안하거나, 벽을 극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조명도 공간을 평평하게 밝혀 작업 표면의 얼룩, 흔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한성우는 그동안 사진을 참고하거나 드로잉 하는 과정을 통해 비어 있는 장소, 부재의 흔적을 붙잡고자 했는데 본 전시 <균형>에서는 형상성에서 벗어나 안료의 물성을 통해 실재하는 흔적, 그 자체를 남기고자 했다. 예전 작업에서 종과 횡으로 거칠게 내지른 스트로크와 재현한 대상의 형태가 두드러졌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밀고 당기며 만들어낸 표면의 질감이 눈에 들어온다. 색과 형태, 물감의 각 층위 사이 경계를 긁어내 뭉툭하게 마무리해 건물의 벽이나, 나무껍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듯 촉각성과 행위가 드러난다. 평면 조형의 구성 요소인 점, 선, 면을 활용해 대상을 그리고, 화면 안에서 이를 구성하는 방식과 달리 안료를 얹고, 긁어내고, 그리고 다시 뭉개는 과정을 통해 물감 덩어리 그 자체로 존재한다.

두꺼운 물감 층을 추적하는 것과 반대로 안료의 물성을 지우고, 평면 이미지 그 자체를 들여다보면 현실의 물성을 재현, 혹은 재구성한 또 다른 의미의 표피로 보인다. 한성우는 최근, 많은 평면 작가들이 추구하는 납작한 평면을 지향하지 않지만, 작업의 이미지는 전시장에서 마주한 촉각적 심상과는 아득히 떨어진, 유사 표면의 증거물로 느껴진다. 추상 회화가 가지고 있는 환영성을 안료의 물성과 그 표면에 남겨진 수행의 흔적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시도가 다시 환영적 이미지, 흔적을 재현한 유사 표면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회화는 그려진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하며 시각적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작업을 둘러싼 환경에는 균형에 관한 다양한 상대성이 있다. 표면과 안료, 안료와 도구, 도구와 신체, 신체와 공간, 공간과 관객, 작업과 사회, 정치성과 동시대성 등 균형은 다양한 상대적 관점에서 작동한다. 한성우는 재현과 재현하지 않음, 재현의 대상이 시선 외부에 있는지 혹은 그 자체로 대상이 되는지에 따르는 상대적 균형을 다루는 듯하다.

작가는 시선을 던지고, 그것을 잡아 올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에 질문을 던지고 그 행위를 전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이 시선을 던지는, 본다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 빛의 반사에 따른 안구의 반응, 작용과 반작용에 관한 자연스러운 행위로 읽힌다. 그러나 그려진 형상을 뭉툭하게 흐트러뜨리는 과정에서 몸에 기억된 구체적 형상, 질감, 수행적 반복을 통해 물성이 발생하고, 반복 행위에 수반되는 조형적 체계, 양식, 혹은 작가에게 체화된 버릇이 드러나는 지점을 명확하게 가져가지 않고, 흔적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추상성에 기대어 있지는 않은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상을 재현하지 않음으로써 현존하지 않는 대상의 초월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중세기독교 이미지가 단단하고, 빛나는 물성으로 치환되며 영원성을 담보한 욕망의 대상이 되었음을 상기하면 형상을 흐트러뜨리고, 재현의 대상이 외부가 아닌 작가의 내부, 혹은 행위만 남았을 때 그 자체가 재현의 대상이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또한, 추상적 대상을 설명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태도가 평면성에 관한 동시대 회화의 경향에 대한 거부 혹은 부정으로 읽히지 않기에 작업을 해석하는 행위와 무관하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태도가 궁금하다. 이러한 태도를 작가적 낭만이나 장인적 기질로 치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계-환절기 28> 2019 캔버스에 유채 25×225cm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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