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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PERIGEE TEAM PROJECT 2018 두 바퀴 회전

2018.12.7 - 2019.2.10 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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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아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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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적 암전 속, 이미지의 존재론




지금 이 순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을까. 다양한 매체에 기반 한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요즘, 그 원론적인 고민들은 숨어 버린 듯 보인다. 아마도 생산이 쉬워져 이미지를 소비하고 지나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탓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지는 의식·무의식적으로 우리를 강력하게 지배한 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미지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 김용관과 기획자 장혜정이 지난 일 년 간 협업하여 선보 인 전시 <두 바퀴 회전>은 이미지에 관한 심도 있는 고민을 잘 보 여준다. 연극적 형식을 차용는 전시는 시작부터 조금 다른데, 관 람객을 처음으로 맞는 것은 화이트 큐브 안의 이미지가 아니라 암막 커튼 뒤의 어둠이다. 


암흑과 핀 조명, 이야기의 구조를 지 닌 내레이션이 일차적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관람객들은 청각 에 의존하여 전시장의 가운데 마련된 의자에 앉도록 유도 되고, 곳곳에 놓인 핀 조명은 내레이션에 맞춰 공간을 빙 둘러 싸고 있 는 이미지 조각들의 부분을 순차적으로 비춘다. 의자에 앉아 한 숨 돌리고 나서야 이 연극의 주인공인 이미지가 두 눈에 들어오 게 되는데, 비로소 조명되는 각각의 이미지 조각들은 같고, 또 다르다. 스티로폼, 아이소핑크,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때로는 형태가 같지만 색이 다르기도 하고, 다른 듯 보 여도 따져보면 부분과 전체로 보이기도 한다. 부분을 반복한 듯 한 조각들도 존재하고, 평면과 입체를 오가기도 한다.


원인은 작가가 여러 회화·조각적 실험을 한 데에 있다. 육면 체의 스티로폼과 아이소핑크를 임의로 쪼개 이를 모듈로 삼고 가 상의 법칙을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합하고 재생산해 낸 이미 지 조각들은 사실 하나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같음과 다 름이 공존하고 서로가 어느 것을 원본이라 부를지 모르는 상태로 빠져든다. 말 그대로 이미지의 조각들은 공간이 구성하는 총체적 인 이미지의 조각들로서 존재하기도, 또 동시에 각각이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이미지로서 존재하기도 하는 셈이다. 특기할 점은 연극적 형식이 작업을 돋보이게도 하지만 아쉬 움도 남긴다는 사실이다. 핀 조명을 받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 지 조각들은 어둠 속에 남겨진다. 입장 당시 암흑으로 여겨졌던 공간은 시야가 확보된 후 ‘무언가가 있는 곳’으로 감지되는데, 핀 조명을 받기 전까지는 어둠에 가려 색도, 형태도 확실치 않다. 


관람객들은 어둠 속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부분을 통해 전체 를 추정할 뿐이다. 이 추정조차도 곧 눈앞에서 사라져 버려 잔상 을 통해 기억하려 애써야 가능하다. 그 전체는 이미지가 확보되 기 전, ‘미지’와 ‘존재'의 세계다. 이러한 감각의 혼돈은 의도된 것 으로 관람객들은 그 불확실성 속에서 조금이나마 ‘세계’를 경험 하게 된다. 다만 작가가 구현하고자한 형식이 어둠 속에 묻혀 잘 인지되 지 않는 점은 아쉽다. 평면과 입체, 물성과 표면의 질감 등을 차 별화하여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수려한 디테일들은 어둡게 비 추는 핀 조명 아래서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적인 조망이 없는 상태에서 어느 부분이 어느 전체로 이어지는지, 어느 부분 이 다르고 같으며 반복되는 지 등 작가가 숨겨놓았을 시각적 위 트들은 아주 유심히 관찰해 보아야만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다.


작가가 2014년 쓴 글을 토대로 완성된 내레이션 ‘시계방향으 로의 항해' 역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픽션으로 다루고 있다. 표 면적으로 내레이션은 나선형을 그리며 시계방향으로 맴돌고 있 는 크루즈선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시계파와 반시계파의 대립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뜻 작가의 이미지에 대한 고민과는 상관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총체적으 로 이 내레이션은 ‘이미지’와 ‘다르다’를 의인화하여 ‘해체’와 ‘재 조합’의 과정이 되풀이되며 유지되는 닫힌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는 전시장에 구현된 세계와 연동된다. 연극적 형식의 차용이 이미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시각 적 리듬을 구성해내며 작가의 의도를 살리는 데는 한 몫 했음은 분명하다. 한국 시각예술 분야에서 암전을 강조한 연극적 형식 차용이 처음은 아니나, 시각성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전시 에서 이토록 과감히 선보인 적은 없었다. 여기서 상기해 볼만한 것은 이 전시가 작가와 기획자가 한 팀으로 일 년간 준비하여 선 보이는 프로젝트인 ‘PERIGEE TEAM PROJECT’의 2018년 결 과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덕에 작가와 기획자 사이의 신뢰를 기 반으로 한 실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결국, 작가와 기획자가 마 련한 두 바퀴 회전 후 관람객들은 보다 큰 질문을 품게 된다. ‘우 리가 바라보았을 때, 그것은 비로소 이미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미지란 무엇인가.’

 


*김용관 <이미지 조각> 2018 스티 로폼에 아크릴 채색 205×62× 2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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