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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9, Feb 2019

예술을 쓰다, 책을 그리다

2018.11.21 - 2019.1.29 경북대학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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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전시기획자, PK Art & Medi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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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술, 병행의 이야기



조만간 종이로 만든 책의 수명이 다해 서점이 사라지는 날이 올 까? 이북(e-book)이 맹위를 떨치는 지금, 절대 도래하지 않을 가설만은 아닐 것이다. 이북을 전제로 하는 하이퍼텍스트 시대 에도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있다. 인간 의 인식과 체험을 확장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책과 미술은 같 은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로 볼 수 있다. 경북대학교미술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말까지 열린 <예술을 쓰다, 책을 그리다> 전시는 인문학역량강화사업단의 지 원으로 미술과 인문학 전공자들의 학제 간 연구의 결과물로 만 들어졌다. 이들은 전시 주제 관련 인문학적 고찰에서부터 작가 섭외와 공간연출, 홍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전시기획 패러다 임을 긴밀하게 상호교류하면서 실행했다. 수공예적 가치를 담 은 도록뿐만 아니라 기획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도 전시오픈 후 발간했다. 이 전시는 책과 미술을 주제로 한 기존의 전시와는 차별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기획팀을 세심하 게 지도한 이남미 학예사의 노고도 큰 몫을 했다.


흔히 책과 미술을 연계한 전시라면 책 형태로 제작된 작품을 연상한다.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과 같은 일련의 ‘로망-콜라주’에서는 이미지/텍스트의 교 집합이 이루어진다. 뒤샹(Marcel Duchamp)은 오브제를 끌어 들인 예술매체로서의 책으로 초현실주의 도록(1947) 커버에 벨 벳과 고무로 만든 젖가슴을 덧붙였다. 한편, <예술을 쓰다, 책을 그리다>는 책과 미술을 청각·시각·촉각과 같은 감각의 영역 에 병치해서 관람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유도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미술관 제1전시실에는 ‘듣기-읽기-쓰기-말하기’로 구분한 총 열네 작가의 작품을 배 치했는데, 기획팀은 현시점에서 책을 수용하는 방식과 책의 의 미를 미술작품을 통해 해석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제2전시실 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관람자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쓰기’에 해당하는 영상· 설치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부드러운 아크릴 재질로 만든 텍스 트-잔디밭 위에 노랑 풍선 하나를 둔 설치와 풍선을 차는 퍼포 먼스 영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념적인 텍스트를 신체감각 으로 유도한다. 제1전시실 도입 부분에서는 관람자의 참여로 완 성되는 인터랙티브 작품 두 점이 ‘듣기’를 보여준다. <소리 항아 리>는 관람자가 몸을 구부려 항아리에 청진기를 대면 여성들의 출산경험담 인터뷰가 윙윙대는 소음으로 들린다. 이것은 마치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감지하는 소리 같아서 관람자에게 잃 어버린 원초적 감각을 일깨워준다. 소리를 직관적인 선 긋기로 전환하는 작업을 거쳐 관람자의 동선은 ‘읽기’로 연결된다. 여기선 촉각의 가치가 두드러진다. 두 손이 뭔가를 보듬는 반복적인 동작을 보여주는 영상, 속담이나 설화를 무대 세트로 각색해서 촬영한 사진, 매일 한 개비씩 태운 담배가 남긴 탄 흔적을 엮은 책, 저울 위 구겨진 종이 한 장을 표 현한 조각으로 구성된 이 파트에서는 자아 성찰, 시간의 기록, 삶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쓰기’는 기존의 문법을 무시한 텍스트를 강조하거나 기록된 정보의 맹점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영상, 자전적 내러티브를 드 로잉으로 기록한 책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말하기’는 작가 가 체험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반복적인 동작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 영상, 수화로 전달되는 단어를 그린 수묵화 등으로 구 성된다. 제2전시실에서는 대구에 거점을 둔 사진집 전문 출판사 4월의 눈, 사진가, 디자이너와 북아티스트 공동체 닻 프레스, 미술가들 과 협업하는 출판사 마르시안스토리가 참여해서 예술작품의 가 치를 지닌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술가는 장인이자 연 금술사라는 앙리 포시옹의 믿음이 이 전시실에서 느껴진다. <예술을 쓰다, 책을 그리다>전에서는 관람자의 감성과 사색 을 잔잔히 유도하는 작품들과 공간연출에서 틈, 즉 여유가 묻어 난다. 종이책이 느리고 긴 호흡을 요구하듯 이 전시도 강한 시 각·감각적 자극 대신 느리고 긴 호흡을 보여준다.



*전주연 <투명 비닐 입체> 2017 가변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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