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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0, Mar 2019

미술관이 작가를 회고하는 방법_뉴욕 회고전들

How the Art Museum Retrospects on the Artists

유명 작가의 미공개 작품이 담긴 대규모 회고전은 블록버스터 전시로 불리며 미술관에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곤 한다. ‘회고’라 번역되는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는 라틴어에서 뒤를 뜻하는 ‘retro’와 본다는 뜻의 ‘spectare’가 합쳐진 말로 직역하면 ‘뒤돌아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 작가의 회고전은 그 평생의 삶과 작업을 돌아보며 총체적인 검토를 하는 자리다. 갓 대학을 졸업하자마자만든 초기작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보통 40-50년간의 작업을 탐구하고 구작과 근작들을 재해석해 새로운 담론과 의미를 창출하기도 한다. 한 작가의 전성기가 언제 오느냐에 따라 중년기에 회고전을 갖기도, 때로는 죽어서야 회고전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사상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발전해갔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연대기순으로 구성되며, 기획 콘셉트에 따라 작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 기획 편집부 ● 글 전영 미국통신원

앤디 워홀 'Big Electric Chair' 1967-1968 Acrylic and silkscreen ink on linen 54 1/8×73 1/4in (137.5×186.1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gift of Edlis/ Neeson Collection, 2015.128 ⓒ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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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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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깊이를 조명해야하는 회고전은 미술관 측에서 그만큼 오랜 준비와 많은 도움이 필요한 프로젝트지만 뉴욕의 주요 미술관들에서는 거의 항상 누군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2019 2월에만 해도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에서 프리다 칼로(Frida Kahlo),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는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에서 들라크루아(Delacroix), 메트 브로이어(Met Breuer)의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와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의 앤디 워홀(Andy Warhol), 모마(MoMA)에서는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회고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 어느 전시장에 방문하더라도 한 작가의 삶과 작업을 전체를 들여다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러한 한 작가의 밀도 있는 회고전을 기획하기 위해서 3-4년의 시간을 들여 전시를 계획하고 관련 기관들과의 협업을 준비한다. 앤디 워홀 회고전을 기획한 도나 드 살보(Donna De Salvo)와 브루스 나우만 회고전의 캐시 할브레이크(Kathy Halbreich)를 통해 대규모 회고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아본다.

 




브루스 나우만 <One Hundred Live and Die> 1984 Neon tubing 

with clear glass tubing on metal monolith 118×132 1/4×21in 

(299.7×335.9×53.3cm) Collection of Benesse Holdings, Inc./ 

Benesse House Museum, Naoshima ⓒ 2018 Bruce Nauma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Dorothy Zeidman,

 courtesy the artist and Sperone Westwater, New York

 




휘트니 미술관의 앤디 워홀 회고전 <Andy Warhol - From A to B and Back Again>

 

올 상반기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이다. 앤디 워홀이 죽고 그의 회고전이 1989년 모마에서 열린 후 미국에서 30년 만에 선보이는 회고전이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350여 점의 작품이 모인 이 기념비적인 전시를 작가의 전문가인 도나 드 살보가 맡았다. 이번 전시의 책임 큐레이터인 드 살보는 1980년대 디아 재단(Dia Foundation)에서 일하면서 워홀과 긴밀히 협력했던 인물로 이미 네 번의 워홀 전시회를 개최한 이력이 있다. 이번 회고전이 드 살보가 기획한 다섯 번째 워홀 전시인 셈인데 그간 다루어졌던 앤디 워홀의 스타성보다는 어떻게 체코 이민자 출신,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동성애자 남성이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1950년대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들과 1960년대의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작품들, 마지막 추상 시리즈 작업, 영상 등을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미술관 곳곳에 포진시켰다. 1980년대부터 오랜 기간 동안 워홀의 작업 연구에 많은 시간을 보내온 드 살보는그저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을 넣어 관람객만 모으는 기회주의적 쇼보다 작가의 개인적인 속내를 볼 수 있게 하는데 전시의 중점을 두었다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아웃사이더, 가톨릭 신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작품들을 전시에 포함시켰다. 1989년 모마 회고전의 3분의 2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1960년대의 주요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회고전에서는 이미 사람들에게 인식된 앤디 워홀에서 더 나아가 작가 개인으로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노출시켰다


이러한 대규모의 전시는 통상 국제적인 미술관이나 중요한 컬렉터들의 도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고 전시될 작품들을 안전하게 빌려오는데 오랜 시간이 할애된다. 전시 중인 3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은 대부분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 워홀 미술관과 수많은 개인 컬렉터들의 도움을 받았다. 본래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 작품을 빌려오는 일인데 앤디 워홀처럼 가격이 높고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대여하는 이 과정을 능숙히 처리해내는 것이 큐레이터의 능력이기도 하다.





앤디 워홀 <Ethel Scull 36 Times> 1963 Silkscreen ink and 

acrylic on linen, thirty-six panels: 80×144in (203.2×365.8cm) 

overall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ointly owned by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nd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gift of Ethel Redner Scull 86.61a-jj ⓒ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이번 전시는 이후 5월부터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그리고 10월부터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세 곳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전체를 후원하고 있고 이외에도 수많은 재단들과 개인이 연결되어 전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 전시에서는 특별히 앤디 워홀 재단과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과 델타(Delta) 항공의 후원으로 전시의 스케일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러한 각계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미술관에서는 영화 예고편과 같은 형태로 전시의 프리뷰나 관련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들의 인터뷰 시리즈 영상을 꾸준히 제작해 유튜브(Youtube) 채널에 공개하며 전시의 전체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하고 인기가 식지 않을 수 있도록 전시 말미까지 시기를 나누어 영상을 풀어 놓고 있다. 지난 2010년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앤디 워홀 전시는 회고전이 아닌 서베이(Survey) 전시로 단 50점의 작품이 밀워키 미술관(Milwaukee Art Museum)에서 기획되어 순회를 왔는데 39일 동안 9만 명,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에 비해 훨씬 커진 현재의 규모와 활발한 마케팅으로 주목을 한몸에 받고있는 휘트니 미술관의 워홀 회고전이 막을 내릴쯤엔 그 몇 배의 관람객들이 워홀을 마주했을지 궁금해진다.

 



Installation view <Bruce Nauman: Disappearing Acts> 

(MoMA and MoMA PS1, New York October 21, 

2018-February 25, 2019) ⓒ 2018 Bruce Nauma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Digital image ⓒ 

2018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Photo: Martin Seck




모마의 브루스 나우만 회고전 <Bruce Nauman: Disappearing Acts>

 

1995년에 이어 모마에서 열리는 브루스 나우만의 두 번째 회고전이다. 모마와 함께 스위스 유명 컬렉터 에마누엘 호프만(Emanuel Hoffmann)의 컬렉션을 전시, 보관, 연구하는 샤울라거 바젤(Schaulager Basel) 이 공동 기획해 총 17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풍부한 나우만의 컬렉션을 필두로 하고 나머지 70여 점 정도의 작품을 개인 컬렉터나 타기관에서 빌려왔다. 존재와 고립, 소통을 주제로 미국 동시대 작가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77살 노장의 50년 간의 작업세계를 작가와 긴밀히 준비했다. 방대하고 기술적으로 다양한 작품들 중 약 3분의 1을 모마 본관 6층에 전시하고 나머지는 퀸즈의 모마 PS1에서 전시중이다. 전시를 총괄한 캐시 할브레이크 큐레이터도 드 살보 큐레이터와 마찬가지로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Reina Sofia)와 취리히의 쿤스트하우스(Kunsthaus) 등 기관을 순회하는 나우만의 회고전을 기획한 바 있다


“1995년 워커 아트센터(Walker Art Center)에서 브루스 나우만의 첫 미술관 회고전을 열었을 때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당시엔 작품의 큰 소리와 강한 불빛으로 인해 비난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수가 60개에서 170개로 늘어났고 이전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나우만의 작업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할브레이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첫 기획단계에서는 자신이 이전에 기획했던 전시에만 사고가 머물러 있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첫 단추를 뗄 것이고, 어떻게 작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기다림으로써 현재의 머물러있는 상황을 탈출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업이 잘 되든 안 되든 자신의 작업에 오로지 집중해서 행동하는 나우만을 봐온 터라 그를 보고 배우며 움직일 수 있었다




Installation view <Andy Warhol - From A to B and Back Agai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November 12,

 2018-March 31, 2019) From left to right:

 <Mylar and Plexiglas Construction> 

c. 1970; <Mao> 1972; Willard Mass 

<Andy Warhol’s Silver Flotations 1966; <Vote McGovern> 

1972; <Mao> 1973; <White Painting> 1964 Photograph by 

Ron Amstutz ⓒ 2018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내 사무실 책상 옆에 나우만의 작품 이미지들을 붙여 놓고 눈에 익게 하면서 그의 작업들을 머릿속에 담을수 있게 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글들을 읽으면서 작업을 통과하는 하나의 큰 줄기를 잡아내기도 했고, 모마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두 명과 함께 수많은 문헌들을 정리하고 편집하고, 또 샤울라거의 수석 큐레이터인 하이디(Heidi Naef)와 몇 개월에 한 번씩 2-3일 내내 만나면서 작품의 배치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시 아이디어가 더 구체화 되었다. “방대한 작품의 양과 50년 동안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지점을 찾는데 어려울 때, 다른 큐레이터들과 작업하며 나눈 대화들이 작품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샤울라거 측에서는 나우만과의 회고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으나 나우만은 오랫동안 그럴 의향이 없었다고. “나우만이 25년 전 첫 회고전 후에 다시 자기작업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회고전을 한번 치르면 계속 뒤를 돌아봐야 하니 오히려 작업이 막히는 시기가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회고전에 대한 소감에아직 살아 있는데 회고전을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례식을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니 미술관 회고전은 살아있는 작가에게 큰 업적이면서도 한편으론 큰 부담이기도 하다. 회고전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까? 대중들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봄직한 작가들만이 미술관에서 회고전의 기회를 갖게 된다. 오랜 기간 준비되어 여러 기관들이 함께 협업 한다. 금전적으로 든든한 스폰서들이 함께해주면 공을 들여 꼼꼼히 전시를 준비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수많은 자료 조사와 만남들을 통해 작가가 이루고자 한 것을 어떠한 맥락에서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고 일관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 할 일이다. 회고전이 열리는 전시장에 다녀오면 한 사람의 생애에 동참해 같이 과거를 돌아보며 걸어온 길을 다듬고, 다시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선명히 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 근무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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