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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0, Mar 2019

요스 드 그뤼터 & 헤럴드 타이스
Jos de Gruyter & Harald Thys

부조리한 것에 대한 감각

이상하고 수상하다. 평범해서 언뜻 평화롭기도 하다. 비극적인데 희극적이고, 거친 듯 예리하다. 전시장에 모아 놓은 인물, 동물, 건축, 기타 오브제 사이에는 위계도 질서도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와 닮은 몇몇 장면들은 벨기에 출신 아티스트 듀오 요스 드 그뤼터와 헤럴드 타이스(Jos de Gruyter & Harald Thys)가 창조한 일종의 평행우주(Parallel world)다. 이들 듀오는 냉정한 태도로 당대의 현실을 작품에 반영한다.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건조한 그들의 작품을 두고 관람객이 마주하는 불편함이나 익숙함은 어떤 예술이 줄곧 표현해 온 ‘블랙 유머’ 혹은 ‘디스토피아’에서 느끼던 기분의 연장 선상에 있을 것이다. 이 기묘한 기시감이 바로 그들의 우주와 우리의 우주를 잇는 징검다리 같은 것 아닐까.
● 이가진 프랑스통신원 ● 사진 갤러리 이사벨라 보톨로치(Galerie Isabella Bortolozzi) 제공

'Matt Gone' 2018 Plaster, paint, mixed media 43×20.5×20.5cm | 17×8×8in Photos by Kaare Vietmose Courtesy of the artists and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Andre Knops' 2018 Plaster, paint, mixed media 46×20.5×22cm | 18×8×8 2/3in Photos by Kaare Vietmose Courtesy of the artists and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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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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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이라는 주제는 예능 프로그램부터 소설, 철학 서적의 제목까지 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함의한다. 인간이 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갖춰야 할 상태나 요소에 대해 고찰하는 일은 너무나 거대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미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드 그뤼터와 타이스의 작업들을 거칠게 요약하며 인간의 조건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는 것도 꽤나 적절해 보인다. 이 두 명의 작가는 30년 넘게 팀으로 활동하면서 현대인들의 정신 및 심리 구조를 그리고, 조각하고, 연기하고, 찍고, 설치로 풀어냈다. 넓은 장르적 스펙트럼은 곧 그들의 표현 방식에 제약이 없음을 의미한다


만약 누군가 2015 5월 뉴욕 모마 PS1(MoMA PS1)에서 열렸던 <Jos de Gruyter & Harald Thys: Fine Arts>전으로 이들의 작업을 접한 후 덴마크 오르후스에 위치한 쿤스트할 오르후스(Kunsthal Aarhus)에서 <KONKURS EKSPERTEN>(2018-2019)을 봤다면 두 전시의 주체가 같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전시에서 정통파 수채화가인 양 정치인의 초상, 어떤 부족의 민속춤, 정물 등 진부한 소재를 목가적으로 그려내던 이들이 불과 3년 후엔 3D 프린터를 활용, 회반죽으로 본을 뜨고 인조털과 페인트를 더해 그리 크지 않은 42개의 두상을 만들어 벽에 둘러놓았으니 말이다. 실존하는 정치인, 배우, 싸이코패스, 독재자의 얼굴이 몸통 없이 작은 받침대에 놓여 있는 모습은 기괴하고 어딘가 처연하다.  





<Medieval Bakery> 2015 Pencil and 

watercolor on off-white cardboard in wooden frame 

framed: 61×81×2cm | 24×32×3/4in Photos by Pablo Enriquez 

Courtesy of the artists and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하지만 표현이 달라진다고 해서 본질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가령, 모마 PS1의 전시 서문에서 기획자는 이 듀오가 사회가 소화하거나 길들이지 못하는 모든 것에 끌린다(They are drawn to all that society cant digest or domesticate)고 적었다면 쿤스트할 오르후스에서는 그들의 캐릭터는 사회에서 종종 소외되었다고 간주하는 이들을 묘사한다(The characters are portrayed are often those that can be considered marginalized in society)고 설명했다. 다른 작품을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기에 선보였음에도 듀오의 작업을 설명하는 두 문장에는 사회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갔다. 이는 상상이나 허구의 옷을 입혔다지만 그들의 작업을 사회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 오히려 더 예리하게, 조금은 고약하게 자신이 사는 세상을 집요하게 탐색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 묘사된 이미지의 출처만 해도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의 회화와 조각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모델로 삼는다


특별할 것 없는 이미지, 지루하리만치 평범한 일상 속에 스민 독성을 감지하는 재주라도 있는 건지 그들은 아주 보통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현실의 그림자를 포착해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듀오의 관심사를 나열하자면 억압, 자폐, 권력 게임, 정신병, 성적 긴장이 목록에 포함될 것이다. 그들 작업의 언캐니(uncanny)한 특징은 영상과 퍼포먼스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예술학교에서 함께 필름/비디오를 배운 드 그뤼터와 타이스는 듀오로서의 첫 작업을 <Mime in the video studio>(1988)라고 제목 붙인 5분짜리 흑백 영상으로 시작했다. 젊은 타이스가 직접 등장한 이 비디오에서 그는 교내 비디오 스튜디오에서 신파적인 유로 팝에 맞춰 체조 선수의 동작을 흉내 낸다. 





Installation view

 <Jos de Gruyter & Harald Thys: Fine Arts>

 2015 MoMA PS1, New York Photos by Pablo Enriquez 

Courtesy of the artists and MoMA PS1, New York 




이후 정원에서 폭탄을 제조하다가 우연히 폭발시켜 버리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한 남자의 모든 동작을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한 <De Bom(The Bomb)>(1995), 벽의 얼룩을 지우는 방법을 모색하는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담긴 <De Pot(The Bucket)>(2001) 등에서 볼 수 있듯 영상 속 순간이나 상황은 밀실 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제한된 배경에서 이뤄진다. 등장인물은 많은 대사나 포즈를 소화하지 않는데, 배우 대부분은 아티스트의 친구, 가족 구성원 등 전문가가 아니기에 어설픔을 감추지 못한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Ten Weyngaert>(2007)는 브뤼셀에 위치한 실제 공간의 이름을 따왔다. 드 그뤼터가 몇 년간 일하기도 했던 곳으로, 애초 시민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훈련하고 예술 치료가 이뤄지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만들어진 커뮤니티 센터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공동체의 삶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장소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 음울한 기관을 재현한 듯한 방 안에서 8인의 등장인물은 제대로 말을 하진 않지만 무엇에 홀린 듯 중얼거리거나 미소 짓는다. 다양하게 주어진 고통을 표현하는 이들은 끝내 치유되지 못했으리라 추측된다. 대부분 영상에서 작가는 자세한 내러티브를 부여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나 결론을 유추하는 것 혹은 작품 속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거나 비평하는 것 역시 오롯이 관람객의 몫이다.    





Installation view

 <Jos de Gruyter & Harald Thys: Konkurs Eksperter>

 2018 Kunsthal Aarhus, Aarhus Photos 

by Kaare Vietmose Courtesy of the artists,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and dépendance, Brussels





그런데 2010년 발표한 <Das Loch(The Hole)>는 전작들과는 다른 면모를 지녔다. 우선 영상의 주인공들이 사람에서 철제 프레임에 폴리스티렌 폼으로 머리를 만들고 코스튬을 입힌 엉성한 인형으로 바뀌었다. 노란 얼굴에 베레모를 쓴 요하네스(Johannes), 그의 부인으로 꼬불 거리는 가발에 작은 안경을 쓴 힐데가르드(Hildegard)와 빨간 얼굴에 수염을 기르고 선글라스를 낀 프리츠(Fritz)가 등장, 그 중에서도 회화의 보편적 표현성을 믿는 요하네스와 HD 카메라를 소유하고 비디오를 만드는 프리츠가 갈등의 중심에 있다. 그들은 음성 소프트웨어로 말하고, 슬프고 무서운 내용을 말할 때조차 일말의 표정 변화를 내비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작품에는 캐릭터와 서사가 있다. 요하네스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멜랑콜리와 어두운 생각 사이에서 변덕을 부린다. 그에게 예술은 일종의 신념과도 같지만, 실상 결심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반면 그의 친구 프리츠는 자신의 첨단 장비의 기술적 특징을 반복해서 말하는 화려한 테크노필리아(technophilia)로 위험한 환상과 욕망을 좇는 남자다. 힐데가르드는 남편 요하네스를 매우 사랑하지만, 그를 성공한 비디오 아티스트 프리츠처럼 바꾸고 싶어 한다. 결국엔 파국. 요하네스는 죽음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흘러나오는 음성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당신의 모든 구멍에 침입할 것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가장 큰 구멍만이 남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당신의 죽음 냄새가 풍기는 그 까만 구멍에까지도 우리는 침입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부서지면 그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럴 것이다. 이 파괴적인 욕망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작품 속에서 존재를 죽음으로 내모는 강박과 관계는 더듬을 수 있지만, 역시 선악에 관한 판단이나 애도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Installation view 

<Jos de Gruyter & Harald Thys: ELEGANTIA> 

2017 Triennale di Milano, Milan Photos by 

Gianluca Di Ioia Courtesy of the artists, Galerie Isabella 

Bortolozzi, Berlin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 / 

Rome and dépendance, Brussels




이처럼 드 그뤼터와 타이스는 올바른 사회를 구현하자고 외치지 않고, 왜 이런 사회를 만들었냐고 추궁하지 않고, 작품에 자신들이 꿈꾸는 사회를 투영하지도 않는다. 끝없이 모든 구멍을 파괴하는 기계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일 뿐이다. 예술은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다. 다만 예술이 충격 상태에 처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이 두 명의 예술가가 오는 5월 시작하는 58회 베니스 비엔날레(The 58th Venice Biennale)에서 벨기에 국가관을 책임진다. 그들이 선택한 주제는 몬도 카네(Mondo Cane). 이탈리아어로 개의 세계를 의미하는 몬도 카네는 1962년 선풍적 인기를 끈 다큐멘터리의 제목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는 놀라운 세상을 보여준다는 카피 그대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한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태, 재난의 현장을 여과 없이 보여준 쇼큐멘터리(shockumentary)의 원조로 여겨진다. 그 주제에 맞게 현실을 떠난 적 없는 아티스트 듀오는 지역주의가 득세하는 유럽의 현 상황을 신랄하게 파고들 예정이다. 무엇보다 정신병적인 현재라는 코드로 읽힐 각종 인간 군상을 보여주겠다고. 슬며시 눈을 감고 수공업자, 예언자, 시인, 좀비로 가득한 자르디니(Giardini)를 상상해본다. 그 옆으로 수상한 웃음을 머금고 서로를 바라보는 남자 둘이 스친다.  

 

 

 

요스 드 그뤼터

Photo credit: Jos de Gruyter & Harald Thys Studio

 



요스 드 그뤼터(1965년 출생)와 헤럴드 타이스(1966년 출생) 1987년 벨기에 브뤼셀의 세인트 루카스 유니버시티 컬리지 오브 아츠 재학 중에 만났다. 비디오 작업 <Mime in the video studio>(1988)를 필두로 30여 년 넘게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다. 비엔나의 쿤스트할레 빈, 엔트워프의 M HKA, 쿤스트할레 바젤, 뉴욕 모마 PS1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베니스 비엔날레, 베를린 비엔날레, 밀라노 트리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예술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 듀오는 현재도 브뤼셀에 거주하며 작업하며,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 국가관 작가로 선정돼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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