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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0, Mar 2019

바우하우스 정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Germany

bauhaus 100!
[111/999] 2018.11.13-2018.12.31 베를린, 뮤지엄 데어 딩게
[100 Jahre Bauhaus] 2019.1.16-2019.1.26 베를린, 아카데미 데어 쿤스테 베를린
[bau1haus] 2019.1.16-2019.3.14 베를린, 빌리 브란트-하우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이다!”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의 바우하우스 매니페스토는 꽤 급진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건축과 조각, 회화 모두가 하나의 형태로 통합된 새로운 건축물에 대한 소망과 계획을 담은 그의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100년 전 한 건축가의 낡은 선언이기보다 지금도 시의적절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독일은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다방면으로 준비 중이다. 바우하우스가 건축과 디자인, 공예, 사진, 연극에 이르기까지 조형예술의 모든 분야를 위한 교육기관이었던 만큼, 이번 행사 또한 장장 한 해에 걸쳐 전시와 공연, 심포지엄, 건축 투어 등 다양한 형식으로 여러 도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019년 달력을 바우하우스 캘린더로 만들어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이 글에선 베를린을 중심으로 기획된 기념 전시들을 통해 바우하우스의 역사를 짧게나마 정리해보고자 했다.
● 박은지 독일통신원 ● 사진 뮤지엄 데어 딩게(Museum der Dinge), 바우하우스 데사우(Bauhaus Dessau) 등 제공

'Ise and Walter Gropius' Stiftung Bauhaus Dessau (Besitz Scan) ⓒ (Consemuller, Erich) Consemuller, Stephan (Eigentum Original Vintage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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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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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그것은 하나다! 만일 그것이 있다면….” 1)


이전 시대의 이념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고자 했던 그로피우스의 예술관은 당시 독일의 사회·정치적 변화를 배경에서 기인했다. 세계 제1차 대전 이후, 독일 제국이 무너지고 바이마르공화국이 선포되면서 독일의 예술가들은 이전의 아카데미와 후원자 중심의 미술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했다. 당시 설립된 AfK(Arbeitsrat für Kunst)노동자 정치협의회그리고 ‘11월 그룹같은 단체들은 활동 양상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이상적인 예술을 실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바우하우스의 청사진들이다. 특히 1907년 결성된 독일공작연맹(DWB, Deutscher Werkbund)은 예술과 공업, 그리고 수공업의 결속을 중요시했던 바우하우스의 교육이념에 직접적인 초석을 제공했다.





<The Triadic Ballett> 

Bavarian Junior Company, Munich by Wilfried Hosl 




건축가와 디자이너, 그리고 기업을 주축으로 설립된 DWB는 예술과 삶, 예술과 기술을 결합하고자 했던 총체 예술을 모토로 시작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이 공업화와 기계화에 반발하여 중세 장인체제에 기반한 전통 공예기술의 부활을 장려했다면, DWB는 이들의 정신을 계승하되 적극적으로 산업재료와 기술을 수용하여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산업용품의 미를 향상시키고자 했다. 이 두 운동 간의 영향 관계를 설명하듯, <111/99>2)의 전시장에는 DWB에서 제작한 아르누보 양식의 디자인 인쇄물이 전시되었다. 꽃무늬와 넝쿨 패턴, 유연한 선으로 장식된 타이포그래피 사이에서 루치안 베른하르트(Lucian Bernhard)와 피터 베렌스(Peter Behrens)의 디자인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장식성을 최대한 배제한 채, 짧고 굵게 표현한 텍스트와 평면화된 색면으로 공간을 채운 베렌스의 디자인은 간결한 조형어법으로 상업성과 예술성의 동시에 담아냈다. ‘응용미술 대신 상업적 디자인?’이라는 (전시 타이틀이자)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들의 디자인으로 족해 보였다. 독일의 전기 회사 아에게(AEG)의 로고와 제품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베렌스(Peter Behrens) DWB의 창립 멤버였으며, 그의 건축사무소를 거쳐 간 학생으로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등이 있다. 당시 그로피우스는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를 중심으로 결성된 예술단체 AfK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예술노동협의회라는 이름에서 시사하듯, 이들은 대중을 위한 새로운 미술과 건축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사업위원회’, ‘예술적 실무’, 그리고 국내외 멤버들로 구성된 분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베렌스의 사무소와 AfK에서 그로피우스의 경험은 이후 그가 바이마르 미술공예학교와 미술 아카데미를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 바이마르 국립 바우하우스(Staatliche Bauhaus Weimar)를 설립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는다.

 


Lucian Bernhard <Kaffee Hag> and <Franck> 1910s

ⓒ VG Bild-Kunst, Bonn, 2018 Foto: Armin Herrmann





“Tell me how you party and I’ll tell you who you are.” 3)


바우하우스의 첫 학장으로 재임한 그로피우스는 AfK 시절부터 함께 했던 라이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를 비롯하여 요한네스 이튼(Johannes Itten),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파울 클레(Paul Klee), 라즐로 모홀로-나기(Laszlo Moholy-Nagy) 그리고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등의 교수진과 함께 자유분방함과 포용력을 기초로 한 무형의 교육체로 바우하우스를 완성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학제 못지않게 강조되었던 것은 바우하우스의 축제와 파티문화였다. 그로피우스는 바우하우스 지원자들의 전문가적 자질뿐 아니라 파티에서 즐길 줄 아는 태도 또한 평가했다고 한다.


유머러스한 의상과 분장을 한 채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진 속 모습과 축젯날의 흥분으로 가득한 일기는 바우하우스 학생들의 즐거웠던 한때를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바이마르에서 데사우로 이전한 뒤, 바우하우스는 축제를 전보다 자주,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축제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교수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였을 뿐 아니라 그들의 프로토타입을 무대에서 실험해 볼 기회이기도 했다. 루드윅 허쉬펠드 맥(Ludwig Hirschfeld-Mack)의 조명은 기하학적 무늬로 벽면을 가득 채웠고,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요한 니게만(Johan Niegemann)의 타이포그래피가 새겨진 초대장을 받았다. 축제의 무대디자인과 장식을 도맡았던 슐레머는 이때 자신의 대표작인 <삼부작 발레(Triadische Ballet)> <공간무용(Raumtanz)>을 선보이기도 했다.





<Dessau Bauhauskopfe (aus dem Bauhaus-Fotoalbum 

von Fritz Schreiber)> Copyrigt: Stiftung Bauhaus Dessau 





바우하우스 100주년행사의 오프닝4)에서 재현된 슐레머의 <삼부작 발레> 1922년 초연된 것으로, 2명의 남자 무용수와 1명의 여자무용수가 함께 참여하거나 독무로 구성된 여러 편의 짧은 극으로 구성되었다.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극은 각각 18가지 의상과 12편의 안무로 짜였으며, 세레나데 음악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가 드뷔시(Claude-Achille Debussy)의 바이올린 작품으로 다시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로 바뀌기도 하면서 쉴 새 없이 관람객을 자극했다. 무용수들은 솜을 넣어 과장되게 부풀려지거나 비대칭적으로 디자인된 의상과 금속으로 가공된 장신구로 꾸며졌다. 의상과 소품에 예속된 무용수의 신체는 수평과 수직, 회전과 같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동작들을 만들어냈다


초록색과 붉은색 상·하의, 검은색 슈트와 황금빛 소품 등 주로 대비되는 색채로 구성된 의상들은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무용수의 신체를 따라 검은 캔버스 같은 무대에 입체감을 불어 넣었다. 1929년까지 바우하우스에 재직했던 슐레머는 이후 베를린 자유대학교와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계속했다. 현재 함부르크 반호프의 전시 <오토 뮐러(Otto Muller)와 그의 브로츠와프 네트워크>에서 슐레머의 작품이 소개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기하학적으로 유형화된 신체와 강렬한 색채대비로 인해 그의 회화는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바우하우스를 떠난 이후, 다시 바우하우스 학생들을 묘사했을 때 그의 감정이 어떠했을까. <바우하우스 계단(Bauhaus Stairway)> 1932, 그러니까 바우하우스가 폐쇄되기 직전에 그려진 것이었다.

 




<Marcel Breuer, Martha Erps, Katt Both, Ruth Hollos> 

Stiftung Bauhaus Dessau (Besitz Scan)

 ⓒ (Consemuller, Erich) Consemuller, Stephan





바우하우스, 여전히 특별한 얼굴을 지녔기 때문에.” 5)


베를린에서 바우하우스의 역사는 고작 2년밖에 되지 않는다. 1932년 나치당의 탄압으로 데사우에서의 전성기는 막을 내렸고, 마지막 학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베를린으로 이전해 사립학교로라도 그 맥을 잇고자 했으나 이듬해 바우하우스는 폐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비해 바우하우스를 거쳐 간 예술가들의 작품은 베를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로피우스를 포함하여 모홀로-나기, 루시아 모홀리(Lucia Moholy) 등 일찍이 바우하우스를 떠났던 예술가들이 베를린에서 예술가의 삶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바우하우스의 건축물을 찾아다녔던 장 몰리토(Jean Molitor)의 사진에는 이미 잘 알려진 미스 반데어 로에의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과 그로피우스의 설계가 재현된 바우하우스-아카이브(Bauhaus-Archiv) 외에도, 알렉산더 플라츠의 쇼핑몰과 한적한 서베를린의 빌라들, 백색도시(Weiße Stadt)의 공공주택, 학교, 영화관, 주유소 등 여전히 시민들의 생활반경에서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건축물들이 소개되었다. 빌리 브란트 하우스(Willy-Brandt-Haus)6)에서 전시된 몰리토의 사진들은 유럽의 도시뿐 아니라 도쿄, 카사블랑카, 하바나, 콰테말라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지역에 세워진 바우하우스 건축물들을 담아낸 것이었다. 그의 흑백 사진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바우하우스가 전 세계에 끼친 영향과 그 위에서 지속적으로 영위해 온 우리의 삶이 맞물려 어떠한 오늘의 풍경으로 비치는지 담담히 보여줬다.   

 

[각주]

1) Art!-that’s one thing! If it’s there…. 1919 AfK의 팜플릿에 실렸던 브루노 타우트의 글에서 발췌했다.

http://www.bauhaus-imaginista.org/articles/

2) <111/99>는 작년에 111주년을 맞은 독일공작연맹과 99주년을 맞은 바우하우스를 기념하는 전시다

올해 말까지 뮤지엄 데어 딩게(Museum der Dinge)에서 진행될 이번 전시는 모더니즘 디자인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

(‘대량생산품 또는 유일무이한 작품?’, ‘침범으로서 장식?’, ‘형태의 지배?’)을 주제로 하여 시리즈 형태로 기획되었다.

3) 바우하우스의 축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오스카 슐레머의 말을 인용했다

Monopol Magazine ‘BAUHAUS,’ 2018/2019, p. 128.

4) 아카데미 데어 쿤스테 베를린(Akedemie der Künste Berlin)에서 1 16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바우하우스 100주년 행사 오프닝이 진행되었다.

5) 장 몰리토의 인터뷰 답변을 인용했다

https://www.berliner-kurier.de/news/panorama/bauhaus-architektur-weltweit-wie-steht-s--altes-haus--

6) 장 몰리토의 사진전 <bau1haus>는 빌리 브란트 하우스에서 1 16일부터 3 14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글쓴이 박은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를 위한 전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미술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아티스트 북을 리서치하고 그것에 관한 이론 및 전시기획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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