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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0, Mar 2019

라파엘전파

Australia

Love & Desire
Pre-Raphaelite Masterpieces from the Tate
2018.12.14-2019.4.28 캔버라, 호주국립미술관

오필리어는 사랑했던 연인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자 실성한 나머지 희한한 화환을 들고 다니며 들판을 헤맨다. 쐐기풀, 들국화, 자줏빛 난초 등을 엮어 만든 그 이상한 화환을 늘어진 버드나무에 걸기 위해 나무에 오르던 오필리어는 나뭇가지가 꺾이는 바람에 차가운 강물로 떨어지고 만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물에서 태어난 생물처럼 아름답게 부유하던 오필리어는 옛 찬송가 한 구절, 한 구절을 노래하며 죽어갔다. 마치 자기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한편, 샬롯 섬의 한 성에 갇힌 채 거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일레인은 태피스트리를 짜고 있던 어느 날 카멜롯의 기사 랜슬롯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저주를 잠시 잊고 랜슬롯을 직접 바라본 순간 바깥세상을 비추던 거울은 산산조각 난다. 일레인은 자신이 곧 죽게 될 운명임을 알면서도 마지막으로 랜슬롯을 보기 위해 강가에 묶여 있던 배를 타고 카멜롯으로 향한다. 눈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서.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사진 호주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제공

Installation view 'Love & Desire: Pre-Raphaelite Masterpieces from the Tate' 2019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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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은 호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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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운명의 두 여인을 소재로 한 그림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오필리어(Ophelia)>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샬롯의 여인(The Lady of Shalott)>이 처음으로 런던을 벗어나 호주에 왔다. 테이트 미술관에 간다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으로 손꼽힐 정도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두 작품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미술관 밖으로 반출된 적이 없었지만, 호주국립미술관(이하 NGA,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Love and Desire: Pre-Raphaelite Masterpieces from the Tate>(이하 <Love and Desire>)에 이례적으로 소개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로써 캔버라 또한 전설적인 두 여인을 동시에 전시하는 최초의 도시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본 전시는 오랜 기간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테이트와 NGA의 공동 기획으로 이루어졌으며 큐레이터로는 테이트의 캐롤 야코비(Carol Jacobi) NGA의 루시나 워드(Lucina Ward)가 참여했다. 테이트의 소장품 43점과 호주 내 개인 및 예술 기관의 주요 소장품을 포함하여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세기라파엘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의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Dante Gabriel Rossetti <The beloved (The bride)> 

1865-1866 Oil on canvas 82.5×76.2cm 

Purchased with assistance from Sir Arthur Du Cros Bt 

and Sir Otto Beit KCMG through the Art Fund 1916, 

Tate ⓒ Tate, London 2018





19세기 중엽, 산업 혁명의 최첨단에서 탄생한 라파엘전파는 산업화와 물질주의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영국 최초의 현대 미술 운동이다. 영국 왕립 미술원(Royal Academy)의 아카데믹한 가르침을 거부하고 라파엘로(Raphael) 이전의 화가들과 자연에서 영감을 찾아 세부 묘사에 충실히 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열망이 담긴 혁신적인 미술 운동이기도 하다. 이 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 윌리엄 홀먼 헌트(William Holman Hunt), 밀레이 등은 금기시된 주제를 다루거나 주제를 선명하게 묘사하고, 새로운 기법을 작품에 도입하는 등 현대 미술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들은 주로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 등 영국 작가의 문학 작품과 신화나 중세 이야기에서 많은 모티프를 얻어 사랑, 종교, 자연, 노동 등에 관한 사실주의를 다루었다. 라파엘전파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은 <Love and Desire>는 테마에 따라 총 아홉 개의 전시실로 나뉘는데모던라이프’, ‘자연의 충실함’, ‘종교’, ‘사랑과 욕망’, ‘로맨스’, ‘초상’, ‘신화’, ‘팜므파탈에 관한 주제뿐만 아니라모리스와 친구들이라는 특별 전시실을 통해 라파엘전파를 계승한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디자인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야코비는 방대한 작품 중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사랑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는 라파엘전파의 작품에 지속해서 나타난 주제이기 때문이다.





John Everett Millais <Ophelia> 1851-1852 

Oil on canvas 76.2×111.8cm 

Tate collection presented by Sir Henry 

Tate 1894 ⓒ Tate, London 2018 

 



라파엘전파 화가들이 탐구했던 사랑과 욕망의 테마는 <오필리어>나 필립 허모게네 칼데론(Philip Hermogenes Calderon) <깨어진 맹세(Broken vows)>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으로 인한 비탄과 상실감을 표현한 작품이 대다수이지만 당시에는 홀먼 헌트의 <깨어나는 양심(The awakening conscience)>처럼타락한 여인혹은유혹에 빠진 여자를 표현한 작품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빈곤, 매춘, 자살 등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겪었던 사회 경제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한편, 19세기 후반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팜므파탈이라는 주제는 라파엘전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많은 작품에서 권력이 부여된 여성을 위협적인 존재로 암시하곤 했는데 라파엘전파 화가들은 여신, 마녀, 요부 등 강력한 이미지의 여성들을 장식적이고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신화적 인물이 주인공인 로세티의 <아스타르테 시리아카(Astarte Syriaca)>와 워터하우스의 <질투에 사로잡힌 키르케(Circe invidiosa)>가 대표적이다. 모리스의 아내 제인 모리스(Jane Morris)가 모델로 등장하는 <아스타르테 시리아카>는 매혹적인 시리아의 사랑의 여신을,   <질투에 사로잡힌 키르케>는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전설적인 마술사 키르케를 묘사한 것이다. 특히 워터하우스는 야망과 탐욕 그리고 질투를 상징하는 에메랄드빛 색조를 전체적으로 사용하여 키르케의 관능미와 신비로움을 고조시켰다.





John William Waterhouse <The Lady of Shalott> 

1888 Oil on canvas 153×200cm  Presented 

by Sir Henry Tate 1894 Tate ⓒ Tate, London 2018 




앞서 언급한 주제만큼이나 이번 전시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모리스와 그의 동료들의 디자인 작업이다. 19세기 후반 공예 운동을 주도하며 디자인 분야를 개척한 모리스는 예술가, 작가, 디자이너 및 사회주의자로 활동하며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모리스와 친구들전시실에서는 그가 친구들과 함께 설립한 디자인 회사(1861년 설립 당시 ‘Morris, Marshall, Faulkner & Co’였던 상호는 모리스가 단독으로 경영을 맡게 된 1875년부터 ‘Morris & Co‘로 변경되었다.)에서 만든 태피스트리, 벽지, 도자기 등 다양한 실내 장식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양질의 서적을 제작하기 위해 모리스가 뒤늦게 설립한켈름스콧 프레스(Kelmscott Press)’의 희귀본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디자인은 주로 모리스의 친한 친구였던 에드워드 번-존스(Edward Burne-Jones)가 담당했는데 그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지상낙원(The Earthly Paradise)> <초서 작품집(The Kelmscott Chaucer)>을 보면 켈름스콧의 출판물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웠을지 금세 알 수 있다. 





Dante Gabriel Rossetti <Ecce ancilla domini! 

(The Annunciation)> 1849-50 Oil on canvas on panel  

72.4×41.9 cm Purchased 1886 Tate 

ⓒ Tate, London 2018





당대 많은 예술가가 모방할 정도로 라파엘전파 화풍은 19세기 중반까지 널리 유행했지만, 평론가들에게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비난과 혹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존 러스킨(John Ruskin)만이 사실주의 미학을 옹호할 뿐이었다. 라파엘전파는 19세기 말 이전에 사실상 와해되었지만 모리스와 번-존스, 조지 프레데릭 와츠(George Frederick Watts) 같은 추종자들에 의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갔다. 또한 1948년 테이트에서 열린 <Pre-Raphaelite Brotherhood 1848-1948>전은 이들의 작품을 재정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라파엘전파가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인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Love and Desire> 역시 라파엘전파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전시로 각인될 것이다.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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