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Issue 151, Apr 2019

아트, 에코시스템

Art, Ecosystem

예술계는 어떤 형태로 격동하는 21세기를 항해하고 있나. 그 어느 때보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변화가 많은 지금, 예술계는 위기를 논한다. 자본주의 사회, 예술의 경제적 위치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뉴욕과 런던의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문을 닫고 있다. 침체되는 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미술계는 선두적 갤러리스트들을 비롯해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업하며 난국을 타파할 방안을 찾고 있다. 비로소 추위가 물러가고 꽃이 피는, 미술계도 동면에서 깨어나 활발히 움직이는 4월.「퍼블릭아트」는 미술계가 눈여겨봐야 할 경제 이슈와 세계 미술 시장의 움직임, 그리고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아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 기획·진행 정송 기자

Zhao Zhao 'In Extremis' Tang Contemporary Beijing 2018 ‘Art Basel Hong Kong’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정송 기자,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디렉터

Tags

SPECIAL FEATURE Ⅰ

2019년 경제이슈_ 고정민

 

SPECIAL FEATURE Ⅱ

예술·마켓·아트 페어·예술공유_ 정송 

 

SPECIAL FEATURE Ⅲ

콜렉티브, 이상적 대안일까?_ 김인선





<Lizzie Fitch | Ryan Trecartin 

“Whether Line”> April 6 - August 5, 

2019 Fondazione Prada Milan Production still from

 work in progress Photo: Fitch | Trecartin Studio 


 



Special feature Ⅰ

2019년 경제이슈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는 경제와 관계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경제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술가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제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도 생활비를 무시할 수가 없고, 자신이 만든 예술품의 가격 결정이나 작품 제작에 들어가는 자재 구입에도  경제적 원리가 적용된다.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서 2019년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1. ·중 무역 분쟁과 중국경제 위축


미국의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2018 7월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수입품 700여 개의 항목에 추가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를 계기로 G2 양국인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분쟁에 돌입했다. 그 직접적인 배경에는 미국의 심각한 무역적자가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 대상국으로서, 중국에 관세를 부과시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무역은 제품의 경쟁력 차이에서 온다. 미국제품보다 중국제품의 경쟁력이 낮아, 미국 시장에 중국제품의 수입이 증가한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인건비가 크게 차이가 나므로 가격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크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저가격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중국제품이 미국에 수입되어 미국은 무역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기술이 발전하여 통신 등의 국가 인프라 분야에서도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중국 통신회사인 화훼이의 장비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조처를 하기도 했다. ‘관세라는 것은 상품이 국경을 통과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이러한 세금을 물리면 중국산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높아져 미국제품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중국제품의 수입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 분쟁을 일으켰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거대국가인 미·중이 격돌했다는 것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은 조만간 GDP 총액기준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했던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시정해서 중국의 위협을 뿌리치고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현재 미·중 무역 분쟁은 미국의 주장을 중국이 받아들이면서 밀리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협상이 연기되는 등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앞으로 미·중 무역 분쟁은 어떤 형태로든 간에 해결되겠지만 여전히 미국은 중국의 발전과 무역 불균형에 대한 견제를 계속할 것이다.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의 내부 경제상황도 녹록치 않다. 중국은 과거 고도 성장기를 마감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2018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6.6%를 기록, 목표치 6.5%는 상회했으나 28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는 모두 증가세가 둔화했고, 수출입 규모는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무역수지가 많이 축소됐다. 이렇듯 각종 경제지표의 성장둔화 우려로 인해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들은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전년보다 낮은 수준인 6.2%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이러한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경제의 미래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의 수출 1위 국인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 우리나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중국의 경제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Pierre Soulages <Peinture> 

2002 290×520cm 22 mai 2002 

Collection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 ADAGP, Paris

 2019 Photo: Courtesy Galerie Karsten Grève AG 

 



2. 불안한 고용 동향과 청년실업 증가


2018년 국내 고용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통계를 보면, 15~64세 고용률은 66.6%로 전년과 동일했고, 실업률은 3.8%로 전년 대비 0.1%P 상승했으나, 청년층 실업률은 9.5% 0.3%P 하락했다. 2019년 올해의 고용지표는 2018년에 이어 불안한 횡보를 계속하고 있는데, 특히 정부 정책에 의한 인위적인 고용 창출을 제외하면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철강 등이 심각한 침체를 보여주고 있고, 서비스 산업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정도로 좋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최근 강력한 고용 창출 정책을 취하고 있어 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고용 사정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저 출산율에 따른 고령화이다. 고령화로 인해 젊은 층 인구가 감소하고 따라서 취업자 수도 감소한다. 평균연령의 증가로 노인이 증가하는 반면에 출산율 저하로 유소년 층은 감소하기 때문에 취업자가 증가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거의 세계 최저 수준이다. 과거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매우 높았지만, 산아제한 등의 정부 정책, 치열한 경쟁 사회적 특징, 탁아시설의 부족, 과도한 사교육비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나타났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하는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거나 효율성의 향상으로 종업원의 채용이 필요 없게 된 것도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


더불어 근로시간 감소와 임금 상승으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직접 자신이 일하거나 폐업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기업에 취업해서 조직에 얽매이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유롭게 살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고용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문화예술분야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분야다. 따라서 정부가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와 고용 정책을 강화하여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면, 청년고용 해소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3.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


2018년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이 2019년 들어 전년 활황에 따른 기저효과와 반도체 경기의 침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국제유가의 횡보 전망 등의 영향으로 수출단가도 하락압력이 커지면서 연간 수출증가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 수출을 통해 성장해왔다. 초기에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외국제품을 모방하여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어 저가격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성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체 기술력이 축적되어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높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는 사이클을 그리면서 호황일 경우 대규모의 무역흑자를 가져온다. 2018년의 수출에 효자 노릇을 한 것 역시 이 반도체다.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수출이 많이 증가하였다. 문제는 무역흑자에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반도체에 의한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다그러나 2019년에는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사이클상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반도체의 영향이 컸던 한국의 전체수출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다른 산업의 수출이 반도체 침체를 보충해야 하나 조선, 철강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들이 중국 등과의 경쟁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 전망을 더욱더 어둡게 한다. 이처럼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수출 기업과 계열업체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종업원의 소득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조선경기가 오랫동안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해결되어 세계경제가 다시 탄력을 받는다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Ellsworth Kelly <White Dark Blue> 1968 ⓒ

 Ellsworth Kelly Foundation

 Photo: courtesy Ellsworth Kelly Studio 

 

 


4.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설비 및 건설투자 감소


2018년 투자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설비투자는 2018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고, 건설투자도 후반에 들어올수록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중 통상마찰과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지속, 신흥국 경제 불안 등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기업들의 설비투자 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대내적으로는 반도체 등 일부 IT산업에 편중된 구조적 불균형과 운송장비 부문의 부진 지속 등이 투자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고 미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다. 설비투자는 기업의 미래 경기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선행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설비투자의 감소세는 미래 생산 감소로 이어져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투자심리 저하,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한국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경기 상황을 반영하여 기업의 설비투자는 크게 상승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과 대내 구조적 취약성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제한적 증가세가 예상된다건설투자의 경우, 2018년 초중반까지 주택 시장은 개발 호재 등의 영향으로 서울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여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부동산 가격이 몇 년 사이에 천정부지로 올라가자 정부에서는 강력한 조처를 했다. ‘9·13 대책에 따라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되었고,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및 지역산업 경기 부진으로 인해 지방 아파트 시장의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2019년 내내 부동산 가격은 과거와 같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건설경기하고도 관련된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주택건설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으면 건설투자를 꺼린다2019년 부동산 경제의 침체로 건설경기도 위축될 것이다경제성장에서 건설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건설경기 하락은 2019년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의 하락과 종합부동산세 등의 증가 등으로 부동산 소유자의 소비지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기 부양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해 SOC의 투자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5. 사드효과의 희석으로 인바운드 관광의 회복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관광 규제로 한국 방문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 22.7%로 급락했다가 2018년에는 15.1% 상승했다.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객 수가 줄어드는 사이에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목적지를 일본으로 변경하여 일본의 인바운드 관광객 수는 많이 증가하였다. 2019년에도 사드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객 수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최고 관광객 수를 기록한 2016년의 1,720여 만 명 관광객 수를 2019년에 초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본과의 외교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는 추세여서 인바운드 관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관광객 수를 감소시킬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광객이 증가하면 화장품을 비롯한 쇼핑, 숙박, 항공, 음식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관광과 같은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고용 창출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고용 창출에도 좋은 신호를 던져준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은 인당 관광 지출비가 높아 사드 영향 이후 중국 관광객 증가는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지금까지 2019년 경제 이슈를 살펴보았다. 예술시장은 경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거래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가격이 결정되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수요와 공급은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의 경제성장률이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하락하는 전망치들이 많아 예술시장에는 분명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나 관광산업 등의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2019년 경제 이슈에는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존재한다. 다양한 경제 이슈를 주시하고 이들이 예술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판단하여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글쓴이 고정민은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예술경영, 문화산업 등을 연구하는 미래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이다. 현재 문화분야 경영평가, 재정사업평가자문위원, 저작권오케이 심의위원, 문화산업포럼 등 활동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영상사업단,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spin3001@naver.com)

 



함혜경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

 2018 싱글채널 비디오컬러사운드 00:12:33 





Special feature Ⅱ

예술·마켓·아트 페어·예술공유

정송 기자

 


갤러리들은 새 시즌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과연 올 여름에는 몇 개의 갤러리들이 문을 닫을까의심 섞긴 눈초리를 던진다. ‘아트 바젤(Art Basel)’ UBS가 발표한 「The Art Market 2019」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문을 닫은 갤러리의 수가 새롭게 문을 연 곳의 수보다 많다. 물론 아트 딜러들이 다른 산업 군에 비해 10년에서 20년 가까이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됐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작은 갤러리와 중소 갤러리들이 줄을 지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소위 메가 갤러리(Mega gallery), 즉 세계 각 지에 브런치를 갖고 유명 작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가고시안, 페이스,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 큐브 등과 같은 거대한 갤러리가 아닌 이상에야, 현 경제적 상황에서 이들이 예술계 코어에서 자신들을 지탱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에 관해 경제학자 클레어 맥앤드류(Clare McAndrew)와 컬렉터인 알레인 서베이스(Alain Servais)위협(threats)’이라 표현하면서, 갤러리의 생태계가 몇몇 슈퍼스타에 의해 형성되어가는 점과 승자독식이 팽배한 현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도 있다. 한쪽으로 치우쳐 성장하는 예술계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부터 더구나 심화 됐다. 알다시피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붕괴를 시작으로 2008년 아이슬란드는 IMF를 선언했고, 2010년 유럽 국가 부채 위기(Eurozone debt crisis)를 맞아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사이프러스와 같은 유럽의 저소득국가 긴급구제에 트로이카(IMF, 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가 발 벗고 나서야만 했다. 이러한 크리티컬 한 상황 속에서 예술계도 휘청거렸다. 교육기관과 예술가 그리고 컬렉터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스폰서십 3위에 올라있던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은 미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갤러리에 영향을 미쳐 결국 모든 경제시스템에 충격을 선사했다.




Yoshiyuki Ooe <Souvenir Jacket> 2018 

Mixed media 64.5×97×32cm Photo: Takeshi Asano

 Presented by Tezukayama Gallery (Osaka)



 

1. 예술 시장의 다섯 가지 특징


그 이후로 10년이 지났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떠오르는 ‘4차 산업혁명과 새롭게 등장하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 여전히 상업 갤러리를 포함한 미술 산업은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이 위기는 21세기 예술 시장의 다섯 가지 특징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 첫 번째는 거래 수수료가 높은 데 비해 유동성은 다른 금융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투자비용은 크지만, 작품을 사고파는 일이 결코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특징은 바로 예술 시장이 점차금융화(financialized)’ 되고 있다는 것. ‘예술은 역사적으로 미(aesthetic) 그 자체를 짚어내는 분야로 여겨졌다. 하지만신자유주의 시대(Neoliberal era)’라 일컬어지는 현재, 대중에게 예술은 경제적 금융 포트폴리오의 한 가닥으로, 투자 가치가 있는상품처럼 인식되곤 한다. 이는 예술 작품이 위험분산 펀드의 하나이며 몇몇 부유한 클라이언트 위주로 마켓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다음은 부유한 구매자들을 지향하는 소규모의 고급화된 부문과 고용과 거래의 대부분을 창출해내는 거대한 갤러리들 사이에 고도로 집중돼 오히려 심각한 양극화를 보여주는 데 있다. 또한 거래가 집중되는 도시로 뉴욕과 마이애미, 바젤, 런던, 홍콩 등이 꼽힌다는 사실을 통해 아트 페어와 같은 거대한 미술 시장이 열리는 곳, 즉 특정 지역에 시장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네 번째로는 예술 시장이 경기 회복과 위축과 같은 거시 경제 사이클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2007년 미술 시장의 매출액이 약 659억 달러였다면, 2009년에는 현저히 떨어져 약 395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637억 달러, 그리고 작년에는 다시 674억 달러로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덩달아 회복세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탑 아트 컬렉터들은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을 고르고 또 투자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작품을 대중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고이 보관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예술 시장은 한마디로좁은 문이자작은 우물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물론예술 작품이 보편화 된상품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소수의 컬렉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재고해봐야 할 문제점이다. 따라서 이 다섯 가지의 특징은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서 개선해나가야 할 미술 시장의 약점이기도 하다.





Renee Stout <Erzulie Yeux Rouge the Empath 

(Erzulie Red Eyes)> 2018 Oil and acrylic on wood panel 

36×40in Presented by Accola Griefen Fine Art 

(Brookly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ccola Griefen Fine Art

 



2. 메가 갤러리와 아트 페어텍스(The Mega Gallery and Art Fair “Tax”)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작은 갤러리들이 위기를 타파할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로 아트 페어를 꼽을 수 있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많은 컬렉터와 더불어 관람객을 유치하고, 자신들이 대표하는 작가들을 효과적으로 프로모션 할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트 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 갤러리 입장에서도 큰 비용이 소요된다. 유동 관람객이 많은 곳에 있는 큰 부스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작은 갤러리들은 참여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장소에 자신의 부스를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진 갤러리, 작은 갤러리에겐 오히려 이러한 페어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해 4월 베를린에서 열린뉴욕 타임즈 아트 리더 네트워크 콘퍼런스(New York Times Art Leader Network Conference)’에서 갤러리 대표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새로운 아트-페어텍스(tax)’를 제안했다


자신의 갤러리와 같이 많은 브랜치를 보유하고 있는 메가 갤러리에게 조금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작은 갤러리에게는 그만큼 차감된 비용을 책정하면 이러한 경제적 소외 현상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즈워너의 도발적 제안에 페이스 갤러리의 대표인 마크 글림쳐(Marc Glimcher)와 더불어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관련자도 긍정적인 의견을 더했다. 그들 역시 건강하게 성장하는 미술계를 조성하기 위해 작은 갤러리들의 선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2018년 후반기피악(FIAC)’, ‘프리즈(Frieze)’, ‘갤러리 위켄드 베를린(Gallery Weekend Berlin)’ 등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했다. 각각 작거나 신진 갤러리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초점을 맞췄다. 먼저프리즈 LA’에 참여한 갤러리들이 큰 부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또 네 가지 가격밴드를 제시했는데, 작은 부스 약 8,300달러부터 점차 큰 부스 최고 7 6,000달러까지 가격을 달리했다


한편피악의 대변인은우리는 선형적으로 가격을 바꾸려 하는 대신에 점진적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FIAC is not altering its pricing linearly but has instead opted for a system of incremental changes).”고 밝힌 바 있다. 메인 섹션에 위치한 작은 부스의 가격은 약 5%가량 인하해 550유로로 낮췄고, 상대적으로 큰 부스는 스퀘어 미터 당 가격을 2.2%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신진 갤러리 섹터(Emerging Galleries Sector)에서는 여전히 스퀘어 미터 당 290유로를 유지해 선보였다이 밖에도 뉴욕아모리쇼(Amory Show)’도 변화를 시도하는 등 데이비드 즈워너가 2018년 봄에 주장했던 탑 갤러리의 아트 페어텍스시스템이 여러 행사에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Tariku Shiferaw <Love (Kendrick Lamar)> 

2018 Spray paint, iridescent film, vinyl 

24×20in Presented by Addis Fine Art

 (Addis Ababa/ London)




3. 예술과 공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아트 페어라는 특수한 미술 시장에 신진 갤러리와 작은 갤러리를 유입시키고 시장을 활성화 하려는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끊임없이 대두되어 오던 경제 시스템 가운데 하나인공유경제(Sharing Economy).’ 우리는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서비스로 익숙한 이 새로운 시스템 속에서 예술의 미래를 모색할 방안 역시 찾아야 한다. 공유경제개념은 하버드 법대 교수인 로렌스 레식(Laurence Lessig)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현재 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지만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시스템도 일종의공유경제 플랫폼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이미지를 소유, 가공, 배포 및 재배포 등은 이제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보편적 행위가 되었고, 이 때문에 많은 작가가이미지의 의미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예술 소유와 경험에서는 어떠한가. “이제 아무도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제는 경험과 공유, 그리고 그 순간 자체를 즐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디지털 혁명 이후, 정보와 알고리즘(과 같은 데이터)이 물질적인 것보다 더욱 중요해졌다고 아티스트 콜렉티브 스튜디오 드리프트(Studio Drift)의 랄프 나우타(Ralph Nauta)는 말했다. 아트 바젤의 글로벌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미래의 예술은 물질에 관한 것일까, 경험에 관한 것일까?”란 질문을 던지며 진지한 태도로 이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가장 자연스러운 미래는 작품을 사게 만들거나, 소유하게 만드는 그러한 경험을 가진 갤러리와 작가들에게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밖에도 전시 공간을 공유한다거나 함께 일하는 작가 군을 공유해 하나의 갤러리 콜렉티브로 활동하는 것도 이 공유 경제 속에서 공생할 방안을 찾은 경우다.





Brian Eno <A Time> 2017 Lightbox, LED, 

Perspex, wood, USB stick 65×130×19cm

 Presented by Paul Stolper (London) 




바네사 카를로스(Vanessa Carlos) 2016년 처음 선보인 ‘CONDO’ 역시 예술계 공유 서비스를 활용한 가장 눈에 띄는 모델 가운데 하나다. ‘CONDO’같이라는 뜻의 라틴어 콘도미니엄(condominium)에서 차용했다. 각국의 호스트 갤러리는 다른 국가에서 참여하는 갤러리와 스페이스를 공유한다. 이들은 함께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고, 공간을 나눠 각기 다른 전시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여러 형태로 작품을 선보인다. 이 이니셔티브는 실험적인 갤러리 전시가 국제적으로 더욱 활발히 열릴 수 있는 환경을 제안하기 위해 기존 전시 모델에 대한 평가와 자원 풀 및 공동 액티비티를 장려한다. 참여하는 갤러리들이 전 세계 각지의 예술 마켓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컬렉터나 큐레이터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점이 ‘CONDO’의 가장 큰 강점이다. 런던, 뉴욕,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상하이 등에 위치한 호스트 갤러리가 다른 나라에서 참여하는 딜러들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뉴욕과 바젤에서 열리는 ‘Volta Show’ 2019년 새로운 형식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매년 3아모리 아트 위크(The Amory Arts Week)’의 연계 행사로 함께 열리던 ‘Volta New York’이 오픈을 앞두고 돌연 취소되었다. 참여 갤러리들이 각자 자기들이 내세우는 작가 한 명의 전시를 선보이는  이 행사에 올해는 북미, 카리브 해,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아시아 총 37개국에서 70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피어 90(Pier 90)에 예정되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는 갤러리들은 디스플레이 외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시작사인만을 기다리던 중에 갑자기 취소되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이에 아트 컬렉터 피터 호트(Peter Hort) ‘Volta’의 예술 디렉터 아만다 코울슨(Amanda Coulson), 1969 갤러리의 추앙 바오(Quang Bao), 그리고 데이비드 즈워너가 손을 잡고 위기를 타파하고자 30개의 갤러리들과 함께 급히 팝-업 페어 형식의 ‘Plan B’를 선보였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가 위치한 525 W 19가와 534 웨스트 21가 상업 공간에 마련한 이번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호트는이건 모두의 일이다고 말하며모두가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좋게 만들어보고자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특별했던 ‘Volta New York’의 소회를 전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선회해야 했지만 이들은 주저앉아 눈물 젖은 스토리를 만드는 대신 갤러리, 작가, 지역 커뮤니티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자신의 공간을 선뜻 내어 주었던 데이비드 즈워너 역시우리는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있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올 친구들과 이웃이 있었다. 그저 이렇게 단순했을 뿐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분명 이는 인상 깊은협업임이 분명하다 . 이러한 콜라보레이션, 콜렉티브는 예술계의 확장과 발전에 있어서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는 더 빨리 변화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예술의 영역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술도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한 만큼 예술계 역시 언제든 뭉쳤다가 흩어지고, 혁신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각주]

* Dr. Clare McAndrew The Art Market Report 2019 pg. 33 Figure 1.1

 



Egle˙ Ulcˇickaite˙

 <The 18th of December> 2015 

Oil on canvas 60×80cm Presented by

 Gallery Meno Parkas (Kaunas/Dusseldorf)





Special feature Ⅲ

콜렉티브, 이상적 대안일까?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디렉터

 

 

2018 10월에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의 작은 폐건물에서 <솔로 쇼(SOLO SHOW)>라는 아트페어 형식의 전시가 열렸다. 16개의 전시 공간이 참여한 이 행사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누린 것은 장소에서 풍기는 독특함도 한몫했지만 참여 갤러리 16곳이 모두 한 가지 성격의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공간은 대형 상업화랑, 중소형 상업화랑, 대안 공간, 신생 공간 등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성격의 공간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들이 한자리에서 같은 미술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은 기존에 없던 모양새였고 이러한 풍경은 많은 전문 미술인과 일반 관람객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참여 공간은 각 한 명씩의 작가만을 소개했다


이는 관람객에게 해당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작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인상을 주었다. 각 공간과 작가들의 성격이 다른 만큼 관람객의 층위가 다양했다. 작가, 기획자, 미술관 큐레이터, 일반 관람객, 컬렉터 등 각 갤러리에 주로 찾아오는 관람객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행사 기간 내내 문전성시를 이루며 화려하게 그 막을 내렸다. 이 행사를 기획한 협동작전 팀인 필자를 포함한 3(정재호, 김인선, 여준수)은 이 행사를콜렉티브형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획팀 세 명은 각각 영리 공간과 비영리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고, 기존의 거대한 아트페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각각 다른 성격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공간들의 협업 플랫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만들어낸 행사이기 때문이다.





Exhibition view

 <Emotional Paintings about Economics> 

September 4-25, 2018 Josh Lilley Gallery, London




연남동에서 2016년 설립된 씨알콜렉티브의 경우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미적 노동을 통하여 개개인의 평등성을 실현하여 서로 나누는 사회를 꿈꾸는 낭만적 유토피아를 지향한다는 개념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기본적으로 이 기관은 전시 공간이다. 그 이름을 함석헌의씨알사상에서 따옴으로써 잠재력 있는 씨알, 즉 창작자들의 사회참여-비판적인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 기관의 경우는 많은 이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한 협력자들에 의하여 만들어내고 있다. ‘씨알교외학교(CR Out-of-School)’라는 프로그램은옥상 프로그램과 강의 등으로 구성되어, 도심에서 농사를 짓거나 의상을 제작하고 무용을 배우거나 음식을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된다. 지식의 공유를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 동참하는 예술가들이 씨알콜렉티브의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있으며 이 콜렉티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자신 본연의 위치로부터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일반 수강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이를 만들어나가는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씨알콜렉티브에서 사례비로 보답하는 시스템이다. 


통의동의 갤러리 팩토리는 그간 대표 1인 체제로 진행하였던 공간 운영을 2018년부터팩토리2’로서 3-4인의 기획자 그룹의 운영과 기획으로 만들어나가는 공간으로 변화를 주었다. ‘팩토리 콜렉티브의 구성원 각자의 주제로부터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음악가, 무용가 등 다양한 이들과의 협업 지점을 만들어내면서 출판, 퍼포먼스,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협업체의 중심은 2018년에는 서새롬, 안아라, 여혜진, 이경희 등 4인이었고 2019년에는 여혜진, 김그린, 김다은 등 세 명을 주축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개인의 희생이나 공공기관의 지원금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 팩토리가 쌓아온 가치와 콜렉티브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공간이자 커뮤니티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팩토리2라는 콜렉티브 기획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었다. 2003년 설립 초기부터 워크숍이나 강연 프로그램을 통하여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대표의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전환이기도 했다. 순수미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디자인, 공공예술 등 폭넓은 콘텐츠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독특한 개성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은 그 성격에 맞는 작가,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Naeem Mohaiemen <Two Meetings and a Funeral>

 2017 Still from the video Courtesy the artist and 

Experimenter, Kolkata

 



앞서 예를 든 프로젝트성 콜렉티브나 콜렉티브 기관으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작가들의 작업을 위한 협업 콜렉티브 등 최근 미술계에서 이콜렉티브라는 용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많은 매체에서 소개해 온 옥인 콜렉티브, 파트타임스위트, 믹스라이스 등따로 또 같이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협업 또한콜렉티브 그룹이라는 용어가 익숙하다. 특히 2018년에는 국내에서 열렸던 주요 국제행사인광주비엔날레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동시에 콜렉티브 기획 시스템을 표방함으로써 미술계에서 이러한 형식이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지금의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작가, 기획자 등 창작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경향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워낙 미술 작가는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나가는 활동으로 점철되어 왔음에도 전혀 다른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활동 방식은 어찌 보면 보다 폭넓은 미술 활동이 가능해지고 있는 동시대성의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는 미술가들의 활동 환경이 열악한 미술계의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지속성 있는 자생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면서 더욱 왕성한 생명력을 발현하게 된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처에서 발생하는 콜렉티브 시스템이 가져다줄 긍정적 효과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심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빈약한 예술 활동 조건 속에서 서로 기대고 협조하여 예술 활동을 구현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지지체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렉티브 형식이 어제오늘 만들어진 최근의 경향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통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두레, 품앗이가 옛 어른들의 지혜가 발휘된 공유경제 개념이자 현재의 콜렉티브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품삯을 지불하는 대신 자신의 노동력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최소화된 재원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현재의 미술계에서의 콜렉티브는 여러 개체의 모임으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결과물을 위한 집단체제라는 단순한 정의보다는 예술적 담론, 사회현상에 대한 통찰, 정치 현상에 대한 관심과 철학을 공유하여 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제 활동으로까지 나갈 수 있는 창작자 연대의 실천적 입장으로 볼 수 있겠다.





최하늘 <The CHASER: The God of ECO Hybrid & LOVE> 

2018 130×130×270cm(전체

Made in Korea (with fresh air) 2018 




그렇다면 콜렉티브는 미술의 생태계에서 지속성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낙관적인 해결책이기만 한 것일까. 이는 실제로 실천해보기 전까지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이다. 콜렉티브 시스템 자체는 이상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를 다루는 이들은 제각각일 테니까. 예의솔로 쇼의 경우 세 명의 콜렉티브는 각각의 역할이 명확했다. 모든 결정은 세 명이 함께 하되 진행을 위하여 맡은 역할은 완벽하게 분리되었다. 참여 공간 섭외, 자료 수합, 홍보, 커뮤니케이션, 행사 공간 관리 등의 다양한 업무들을 각각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을 분명히 나누었기 때문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팀의 완벽한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일일이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할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은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이 행사뿐 아니라 각자 본연의 업무가 따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회의 시간을 잡는 것 자체가 일이 되어버린다. 실제 행사 기간에 참여한 공간 간의 협업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도 모종의 조건이 따랐다


솔로 쇼와 같이 작품 판매를 위한 성격의 행사에서 가장 큰 성과는 투자 대비 수익 정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수익을 위한 치열할 경쟁적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하여 각 공간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된다. 즉 이를 주도하는 이들의 업무와 노동력이 최대화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국내에서는 국제 규모 비엔날레들이 곳곳에서 개최된 와중에 가장 큰 규모인광주비엔날레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본격적인 콜렉티브 체제의 기획을 선언하였는데, 이러한 시스템의 긍정적 열의를 반영한 것은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 또한 불러일으켰다. 대규모 미술 행사에서 콜렉티브 개념은 어떻게 소화될 수 있을까에 대한 주시가 사뭇 실망스러운 결론에 다다랐던 것은 개념과 실천 사이에서 발생한 틈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콜렉티브 제의 특징인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곧이곧대로 적용되었으나 발전적인 논의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보긴 힘든 행사였다. 특히 본 매체 2018 11월호에 게재된 양지윤 큐레이터의 글 「불발된 계략」에서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인용해 볼 수 있겠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에는 잡지 편집자, 환경 운동가, 청년 벤처사업가 등 비 예술인이 참여 작가로 초대받았다. 그러나 작품 선정이나 예술성에 대한 일관성 있는 기준과 관점이 존재하기보다는, 콜렉티브 멤버들 각각의 개인적 취향이나정치적 올바름 과시같은 것들을 늘어놓은 느낌을 준다. 철 지난 문화 상품과 공허한 캠페인 문구들이 현대예술 작업과 뒤엉켜 있는 산만한 작품 배치는 이를 더욱 가시화한다.”





Juha Pekka Matias Laakkonen 

<The Following> 2016 Dandelion receptacles, 

thread, stones and sand 

9×40×30cm, 3.5×15.7×11.8in 

 



위의 실제적인 행사들을 개입 혹은 관찰해보면서 콜렉티브제를 실천하기 위한 몇 가지 여건들을 도출할 수 있다.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콜렉티브 시스템의 가장 큰 조건은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개체 각자의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능력치가 다르고 다루기 가능한 자신만의 영역이 명확하여 나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다른 이의 능력이 채워짐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개념에서 출발하여 실천의 단계로 들어가면 그 과정에서 겪는 변수들이 발생하게 된다. 구성원의 동등한 입장이 발휘되는 때는 각자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을 때인데, 자신과 다른 의견이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특정 의견을 탈락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누구에게는 이를 맞추는 과정 자체가 지루할 수 있고 누구에게는 지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누군가의 의견과 주장에 대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은 안정적으로 여기고 있는 구조를 쉽게 흔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여건인 자신의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하는 단계, 즉 실무의 단계에서 그 역할에 대한 열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 단계의 열의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물리적 구현은 완성될 수 있을지라도 예상한 결과와는 상이한 갈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약점이 다양성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위태롭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누군가가 소위 총대를 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진행의 정도가 일정과 잘 맞물려 나아가고 있는지, 서로 보완할 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주시해야 한다. 개체가 많을수록 이 관리의 업무는 커진다. 동등한 조건이 약속된 듯 보이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과 노동량, 업무의 질을 배분할 수 없다는 근원적인 조건을 간과하였을 때 트러블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혹은 누군가는 과중한 업무 상태인데 이를 외면하고 각자 다 동등하다고 여겨버린다면 이러한 문제는 반복된다. 결국모두가 동등하게 함께라는 이상적 시스템 속에서도 최소한의 위계체제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미레이 래드만 우켈레스(Mireille Lademann Ukeles) 1973년도 퍼포먼스 ‘Hartford Wash: Washing, Tracks, Maintenance-Outside and Inside’에서 미술관 안팎에서 시설물과 건물 바닥 등을 청소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그가 청소하는 스텝인지, 작가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평소처럼 관람을 하며, 작가 또한 관람객의 여부에 상관없이 자기 일에 몰두했다. 이는 미술관·박물관의 다양한 업무를 맡은 수많은 스텝의 역할이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작가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또 각자가 시스템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임을 드러낸다. 콜렉티브 체제라는 것이 같은 목적을 향하여 연대하고 협력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녹록치 않은 여건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이 퍼포먼스가 시사하는 점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자신이 하는 활동에서 자체의 역할에 충실하고, 그것이 결국 미술계라는 큰 영역 안에서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열악한 미술 환경 속에서 더욱 긍정적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야 하고 어떤 역할이든 하나의 운영 체제를 갖추는 데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은 동등함을 강조하는 콜렉티브 시스템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꽤 성공적인 콜렉티브를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   

 



Jack Burton <Keynes Steps Out> 2018 Acrylic ink, 

pencil on paper and archival pigment print 

in laminated plastic cardboard and wood veneer

 frame 34×25cm / 13×10in

 



글쓴이 김인선은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을 운영하면서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유연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코디네이터, 국제갤러리 부디렉터,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사무국장, 대림미술관 학예실장,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디렉터, ‘부산비엔날레공동큐레이터, ‘부산비엔날레프로듀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