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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2, May 2019

DMZ

2019.3.21 - 2019.5.6 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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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남웅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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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다음 장을 열기 위한 갈급



DMZ는 전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수많은 키워드를 만들어왔다. 66년간 무장해온 적대적 경계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선전·선동의 장소였다. 오랜 시간 방치된 폐허는 역사가 되었고 자연이 되었다. ‘시간이 멈춘 공간이라는 상투적 표현 위에천혜의 자연 보고라는 또 다른 상투어가 덧입혀지는가 하면 민통선에 2주 된 이들과 일시적으로 거쳐 가는 군인들은 제한적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저마다 다른 살들을 조금씩 입히며 그들의 일상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DMZ는 많은 이들에게 실체보다 상상으로 구성되고 상징으로 남게 된 공간이다. 국민의 안보 의식을 개조하는 전략적 장치에는 이내 자연의 보고와 평화라는 상징이 떠올랐고 이는 곧 언제고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으로 작성되었다. 표상된 공간과 추상화된 시간은 예술과 문화 콘텐츠를 생산했고 그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의 지층을 이루고 아카이빙 대상이 되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전시 (3.21-5.6) DMZ를 둘러싼 위의 함의들을 담겠다는 포부를 보인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는 2012년부터리얼 DMZ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바, 오랫동안 해당 주제를 전시로 다뤄온 경륜을 보여준다.


주제에 대한 애착과 경험뿐 아니라 키워드에 연결된 소재와 작업들을 넓은 범주에 걸쳐 끌어낸 전시는 DMZ를 둘러싸고 그간 이뤄져 온 상이한 분야와 관점들을 총집결시키는 듯하다. 하여 전시는 미술 전시라는 프레임에 국한되기보다 ‘DMZ’를 키워드로 그간의 시각적 기록과 표현들을 산개한다. 배분된 주제들은 각개의 독립된 전시의 형태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동시에 중앙홀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전시는 시각예술작업 외에도대한 뉴우스영상자료를, ‘리얼DMZ프로젝트를 비롯한 전시 아카이브를 선보이고 1988년 뉴욕의 스토어 프런트갤러리에서 열린프로젝트 DMZ’의 이미지 자료까지 끌어다 놓는다. DMZ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예술가들의 인터뷰들을 작품 앞에 푯말처럼 심어놓은 디스플레이는 기록물과 콘텐츠, 직접적 경험 사이 구분의 프레임까지도 연결시키려는 시도들로 보인다. 아카이빙을 살피면서 전시의 키워드를 살피고 당대 한반도의 정세를 교차하며 바라본다면 시각적 표상의 역사와 정세를 연동시켜 복합적 궤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접근이 어렵지 않은 전시임에도 압축된 맥락 속에서 교차인용구들을 발견하여 새로운 지형을 그려내는 작업이 관람객에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안규철 <DMZ 평화의 종> 2019 철 나무 2.4×2.4×7.5m 

사진: 김태동





서울역사의 역사적,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문화역 서울 284로 전시공간을 결정했겠지만, 폭넓은 소재와 작품 수 탓에 전시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그만큼 전시는 미술전시보다 포켓형 백과사전과 세미박람회를, 요약판 보고서 같은 인상을 준다. 왜 지금 이 시점에 DMZ 전시를 열게 되었을까를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당연히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1년이 지난 지금, 2020년대의 포문을 열기 위한 준비 작업임을 유추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전시는 새로운 작업들보다 2000년대 이후 근과거 작업들의 비중이 높게 차지한다. 아마도  1998년 북녘 출신의 재벌 회장이 400마리의 소를 몰고 북을 찾고 남북의 도로가 다시 연결되었을 즈음평화의 감각을 익히고 상상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기를 미래로 이어가고자 했던 의도가 아닐까.


전시를 감상하고 출구를 향하면서 중앙홀에 놓인 안규철의 ‘DMZ 평화의 종을 다시 마주한다. 감시탑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종탑은공백으로 상기되는 기억의 표상이자 전시장 내 과거와 미래의 공간을 현재로 엮는 점에서 전통적 정자에 대한 해석적 의미를 함의한다. 비어 있지만, 종소리로 가득 차오르는 공간에 평화 시대의 새로운 막을 그리며 다른 역사를 일구려는 의지가 울린다. 반복적으로 울리는 종소리는 도래할 평화의 신호를 재차 각성시키는 듯도 하다. 하지만 본의 아닌 침묵을 깨는 신호는 전시의 욕망을, 불안과 평화에의 강박을 드리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인과 강박 사이 종소리는 전시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경로 위에 불화와 갈등의 과정을 예고하는 현실정치 위에 있음을 알리는 가능성과 불안의 징표는 아닐까를 잠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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