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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3, Jun 2019

권혁_구름이 낯을 가리고

2019.3.7 - 2019.4.20 씨알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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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고동연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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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의 ‘에버 무빙 프로젝트’: 구름이 낯을 가릴지라도



전시의 제목인구름이 낯을 가리고는 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첫 글귀로 원래 형세가 가파르기로 소문난 중국의 다섯 봉우리가 구름에 가려진 모습을 가리킨다. 또한 『구운몽』의 주된 테마인 인생무상, 나아가서 구름에 가려진 숨겨진 실체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가 단순히 인생무상의 진부한 도덕적 주제를 설교하기 위하여 『구운몽』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구름이 낯을 가리고보고 느끼는감각과 현상계에 집중해야 하는 시각 예술인의 숙명을 지칭한다고도 볼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실, , 반사 필름지 등의 재료를 사용하고, 영상과 설치작업으로부터 출발한 작가는 지속해서 생각이나 경험이 변화되고 결국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기해 왔으며, 최근에는 동양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와 기운이라는 오래된 테마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연주의에 경도된 작가들이 택하는 흔히 추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대기의 물리적인 현상과 그것이 우리에게 인지되는 방식을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최근연작에서 이중적인 화면 구성은 서로 다른 물의 특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의 조건이나 상태의 변화를 보여준다. 거꾸로 흐르는 물감은 물의 표면에 근접해서 바라보고 물의 힘과 물질성을 체험한 경우를, 실 스티치들로 이뤄진 후자는 일종의 그림과 물이 만들어내는 흔적의 결과를 멀리서 시차를 두고 바라보는 방식을 연상시킨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의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한 구름은 소재적인 측면에서 더욱더 의미심장하다. 최근 10여 년간 그가 집중해오고 있는 물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온갖 대기의 비물질적인 소재들은 자연적으로 관찰 가능한 대상 중에서 가장 가변적인 것들이다. 게다가 구름은 만질 수도 없을 뿐더러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대기 속에서 부유하면서 인간의 활동영역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존재한다. 덕분에 정서적 상태를 투영하는자유로운,’ 혹은임의적인해석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구름이 낯을 가리고> 2019 전시 전경




하지만 권혁의 구름 연작은 인생무상=덧없음을 표현하는 알레고리적 상징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자연환경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금 사색하게 만든다. 추상화가 로스코를 연상시키듯이 배경과 그려진 구름의 형상들이 서로 교차하고 다양한 공간적 층위들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처음으로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수법을 사용해서 배경과 근경 사이의 위계질서를 혼동시킨다. 대기 속으로 사라지는 물의 분자와 유사하게, 혹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선보였던 설치작업에서 실로 만들어진 동그란 원들과 유사하게, 우리가 눈으로 잡을 수 없는 물, , 구름은 배경과 묘한 관계에 놓여 있어서 우리의 눈앞에서 멀어졌다 등장하기를 반복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운 점은 문화적인 상대주의에서부터 출발해서 동양 문화에 심취해가는, 혹은 현상학적이고 체험적인 설치, 관람객 참여적인 작업으로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비물질적인 소재를 관찰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회화적 방법을 모색해가는 작가의 행보 그 자체일 것이다. 얼핏 보기에 1990년대 말 실을 사용한 설치, 영상작가로 알려졌던 그의 최근 방향성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권혁의 행보는 서구 이론과 교육을 받고 돌아왔던 유학파 출신의 작가들이 걷게 되는 자기성찰과 발견의 과정을 닮았다. 『구운몽』 또한 세상에 탐닉해서 참된 자아 성찰의 길을 잃어버린 자아에 대한 경고를 다루기도 하지만 우리의 감각이 어떻게 변화되고 교란되는지, 그 과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권혁의 최근 회화는 그의 행위예술 <무빙 프로젝트>(2005)가 보여준지속적인 움직임의 테마를 자신의 이후 행보에서도 이어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구름이 낮을 가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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