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156, Sep 2019

팝/콘

2019.6.11 - 2019.9.29 대구미술관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박소영 전시기획자, PK Art & Media 대표

Tags

K-팝아트 스펙터클



현재 대구미술관은 팝아트와 아이콘을 접목한 </> 전시로 인기몰이 중이다. 미술관 1층의 네 전시장과 어미홀 곳곳은 방학을 맞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과 연인들의 핫한 포토존(photo zone)으로 변모했고, 이들이 SNS에 올린 사진들은 바로바로 전시 홍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곳이 바로 대중적이자 지금의 문화 아이콘이 생산되는 현장이 아닌가! 


</>은 한국 팝아트의 계보를 연대순으로 정리하거나 그 정체성을 밝히기보다는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스펙터클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 전시다. 팝콘처럼 제각각 톡톡 튀는 평면, 입체, 영상, 설치 작품 600여 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작품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한 공간연출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시각적·감각적 자극의 홍수 속에서도, 무분별한 문화적 통합주의(syncretism)나 팝아트의 토양인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작품들도 병치되어 있다. 1993년부터 시작된아토마우스캐릭터를 통해 한국 팝아트의 아이콘이 된 50대 이동기를 비롯해 20대 김채연까지 14명의 작가로 구성된 전시는 대중성, 상업성, 놀이성(ludism), 사회풍자, 키치와 일상성 같은 팝아트 요소를 총망라해 현재진행형 K-팝아트의 단면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어미홀 기둥들 뒤로 힘겹게 몸을 숨긴 거대한 베어 벌룬(임지빈)과 양과 토끼로 설정된 작가 부부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아트놈)에 눈길을 빼앗긴다. ‘딜리버리 아트라는 기발한 콘셉트로 지구촌 관람객을 찾아가는 베어 벌룬이나 귀여운 동물 캐릭터는 대중 친화적인 팝아트의 전형을 전시장 초입부터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치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 캐릭터는 팝아트가 적극적으로 수용한 하위문화의 아이콘이다. 옥승철이 컴퓨터로 조합/재창조해서 구축한 벡터 이미지, 즉 사람의 두상을 여러 매체로 옮기는 작업에서 무한복제 가능성과 유일성 사이를 교묘하게 조율한다면, 김채연은 자신의 페르소나인우기란 캐릭터를 통해 멜랑콜리를 보여준다. 이동기는 이번 전시에서아토마우스연작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추상회화 같은 이질적인 이미지 파편들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절충주의스타일 작품도 선보인다. 한상윤의 웃는 돼지와 슈퍼맨이 합쳐진 이종교배 캐릭터는 관람객에게 황금돼지해에 어울리는 물질적 행복을 떠올리게 한다.


대중 소비문화에 거부감이 없는 30대 작가들에게는 작품의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아트상품 샵을 운영했던 노상호는 전시장에 인터넷에서 퍼온 각양각색 이미지들을 편집해서 그린 그림들을 옷가게 상품처럼 걸어놓고 자원봉사자에게 샵 매니저 역할도 하게 한다. ‘로봇 태권V’ 피규어를 수집하고 직접 제작한 피규어를 판매도 한 찰스장은 이번 전시에선 대규모 아트라운지를 설치했다. 찰스장의 피규어 수집이 작가 자신과 관람객의키덜트(Kidult)’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유의정이 만든 의사유물 도자기 수집과 각색된 문화사 연구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특별한 시공간을 연출한다. 미술관의 소장품들 사이사이 김승현이 그린 유명작가의 복제품을 섞어 꾸민 수집가의 방에는 고급 인테리어 소품으로 소비가 된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의 자조(自嘲)가 녹아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영진과 275c는 각각의 작품에서 문화와 인종의 충돌을 전면에 내세워 역설적으로 새로운 창조를 추구하거나 삶과 예술의 균형을 지향한다. 김기라와 남진우는 신격화된 괴물 이미지를 통해 21세기 문화 제국주의의 패권을 경고한다. 김기라가 묵시록적인 비전을 제시한다면, 남진우의 내러티브는 전설과 판타지를 파고든다.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국내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팝아트 전시가 줄을 이었고, 이번 전시의 타이틀과 비슷한 <POPⓘCON>(키미아트 갤러리) 전도 있었다. </>은 대구미술관에서 공전의 히트를 한 블록 버스트 <쿠사마 야요이>(2013)전에 가까운 예산을 들인 전시다. 대중적 기호에 맞춰 시각적 흥미에만 치중했다는 혹자의 평은 팝아트의 특성을 잘 보여줬다는 의미로 풀이해도 좋을 듯하다. 덕분에 대중과 미술관의 거리는 좀 더 좁혀졌으니 말이다.      


 

</>전 유의정 작품 전경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