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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9, Oct 2020

D 컬렉션: 뷰잉룸

2020.9.18 - 2020.9.21 탈영역 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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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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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액세스 메모리

 


비디오가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는 ‘임의 접근’이 불가능한 매체였다. 과거의 관람객은 정해진 상영관에서 주어진 상영시간 동안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이는 얼마간 전시의 특성과도 공명한다. 특정한 공간을 기반으로 구현되고, 현장 방문이 관람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며, 정해진 기간만 방문을 허용하는 ‘전시’에는 알고 보면 꽤나 까다로운 접근 조건이 존재했던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로 예전처럼 전시를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게 되자, 갑작스럽게 등장한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들은 이 불가능한 접촉의 틈새를 메우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틈은 온전하게 채워지지는 않고, 이 시도들은 자주 아쉬움으로 귀결되곤 한다. 반면 온라인에서의 전시/작품의 유통에 관한 방법론을 탐구해왔다는 플랫폼 DDDD는 오프라인의 제한된 접근을 온라인의 상시 접속과 연동하면서, 전시 관람을 위한 더 유연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D 컬렉션: 뷰잉룸>은 4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탈영역 우정국에서 ‘전시’와 ‘팝업 스토어’로 나눠 구성됐다. 전시에는 민구홍 매뉴팩처링, 밈미우, 솔베이 수스(Solveig Suess), 재원킴, 제니 로덴하우스(Jenny Rodenhouse), 최수빈과 같은 6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팝업스토어에는 DDDD가 기존 컬렉션으로 소개했던 작품들과 오픈콜을 통해 새롭게 선정된 작가 14명의 작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실물의 리플렛이나 플로어맵 등이 존재하지 않고 서문이나 캡션 등도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진 QR코드를 통해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그제야 전시장 지도, 서문, 상세한 작품 및 작가 설명 등을 포함한 모든 정보가 모습을 드러낸다. 본래 ‘뷰잉룸’은 대면 접촉이 불가능해진 각종 아트페어 등이 마련한 대안, 즉 오프라인의 온라인화를 가리킨다. 하지만 DDDD는 그 선후 관계를 뒤바꿔서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을 오프라인으로 추출하고 뷰잉룸이라는 이름을 붙여 전시로 구현해두었다. 

전시장에 마련된 팝업 스토어에도 실물 작품 대신 세 대의 모니터가 놓여있고, 판매 작품들은 전시장이 아닌, 모니터 속의 전시 웹사이트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다. 흔히 ‘진짜’ 세상은 모니터 밖에 있다고 말해지곤 하지만, DDDD는 이 얼핏 당연해 보이는 격언 아닌 격언에 질문을 던진다. 정말 ‘진짜’는 모니터 밖에서만 만날 수 있는가? 전시에 참여한 6명의 작가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거의 그대로 구동될 수 있는, 디지털을 매개로 삼은 작업을 선보였다. 디지털 데이터에 물성을 입힌 재원킴의 3D 프린팅 조각 ‘Profile-Cup’ 시리즈, 그리고 최수빈의 영상작업 <Coming Soon...>(2020)이 보여주는 독특한 설치 방식(지하철 내부의 광고 모니터를 본뜬 2채널) 정도가 지금 당장에는 오프라인에만 구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실제로 웹을 기반으로 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바이러스 시뮬레이터>(2020)나 제니 로덴하우스의 <Live-ish,  EP3: Pairings>(2019-), 그리고 솔베이 수스의 영상 작업 <AAA Cargo>(2018)는 현재 전시 웹 사이트에도 전시장과 동일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거나, 과거 DDDD의 온라인 전시에서 풀버전으로 공개된 바 있다. 밈미우의 신작 <Black Coin Romance>(2020)는 퍼포먼스임에도 온라인을 통한 상시 접속이 가능하다고, 즉 웹상으로도 거의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퍼포먼스가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고, 그 이후에는 전체 기록 영상이 전시 웹사이트에 업로드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이 작업이 “실재하는 공간과 신체가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구현”되는지를 실험하며, 온라인에서의 감상 자체를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임에도 현장 방문과 중계/기록 영상 관람 사이의 위계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되었던 것이다.

랜덤 액세스 메모리는 저장 위치와 관계없이 동일한 접근 시간이 걸리는 메모리를, 즉 임의 접근 기억 장치를 의미한다. DDDD의 이번 전시는 어쩌면 이 설명을 흥미롭게 변주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오프라인이라는 저장 위치가 더 이상 선후나 위계의 문제가 아니게 되고, 그러므로 기준, 원칙, 장소, 시간의 제약 없이 동일한 위상의 접근이 보장되는, 유연한 장치로서의 전시/플랫폼. 나흘 동안의 <D 컬렉션: 뷰잉룸>은 앞으로 DDDD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선보일 다양한 형태의 ‘임의 접근’ 모델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예고하고 있다.  


*재원킴 <Sliced Cup> 2020 설치 3D 프린트된 PLA, 투명한 폴리우레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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