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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9, Dec 2019

더그 에잇킨
Doug Aitken

우리 시대의 공(空), 시(時) 그리고 인(人)

영국 빅토리아 미로에 특별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Return to the Real'이란 제목으로 더그 에잇킨(Doug Aitken)은 공간 전체를 사운드, 라이트와 움직임 등으로 꽉 메워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누군가 그의 작업에 관해 물을 때 에잇킨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아간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했던 풍경과는 다른(새로운) 풍경을 마주함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러 일이 한꺼번에, 또 중구난방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다성적(polyphonic)이라고까지 덧붙인다.
● 정송 기자 ● 사진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제공

'Native Land' 2014 Courtesy of the artist; 303 Gallery, New York;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and Regen Projects, Los Angeles; Photography by Doug Aitken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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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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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에잇킨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이 말한 새로운 시대 즉 동시대 풍경을 그린다. 작품으로 어떻게 우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항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또 우리가 직면한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에잇킨의 사유가 전시 공간 전체에 담겼다. 갤러리 그라운드 층부터 살펴보면, 중앙에 위치한 한 탁자 위에 투명한 아크릴릭으로 크리스털화 된 인물이 엎드려 쉬고 있다. 그가 앉은 의자 옆 바닥에는 쇼핑백이, 탁자 위 닿지 않는 곳에는 휴대폰이 놓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곳에 연출된 인물은 속이 비었다. 작가는 이 안에 라이트와 맥박(소리)을 설치해 맥박이 뛰는 속도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게 했다


이 설치작업 주변에는 새로운, 합성된 풍경을 보여주는 여러 개의 대형 라이트 박스로 둘러쌌다. 일반 가정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침대와 수영장과 같은 장소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공간 전체를 감싸 안은 사운드는 보컬들을 레어이드해 독창적으로 구상했는데, 마치 사운드적 안무라는 단어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리드미컬하다. 갤러리 1층으로 올라가면 자기 성찰적 움직임으로 잠시 멈춰 있는 한 젊은 여성을 마주할 수 있다. 에잇킨은 제브리노 대리석(Zebrino marble)으로 이 여성을 만들었다. 찬찬히 그를 들여다보면 이 인물의 내부는 반사된 빛이 몸 안팎으로 흐를 수 있게 거울방으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조각 뒤 라이트월(light wall)과 상호작용하며 발광하는 주마등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인물은 바깥세상의 속도에 맞춰 함께 깜박거리면서도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있는 인물의 모습은 역동고요 사이를 오가며 요동친다. 언뜻 큰 움직임이랄 것이 없어 보이는 공간은 사실은 이처럼 무척 바쁘다. 서로 다른 템포와 색으로 변화하는 조각 작업, 그 뒤로 천천히 물들어가는 라이트월과 더불어 다층적으로 구성된 사운드까지 말이다.





<All doors open> 2019 Acrylic, LED, wood 

94.6×304.8×213.4cm 371/4×120×84in © 

Doug Aitken Courtesy 303 Gallery, 

New York; Galerie Eva Presenhuber, Zürich; 

Victoria Miro, London/Venice; and Regen 

Projects, Los Angeles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비선형적인 점을 무척 강조한다. 작업뿐만이 아니다. 그는 우리 인생 자체가 여러 조각이 직조된 비선형적 구조를 띤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정보의 조각들을 밀거나 당기고, 이를 한 데 엮어내기도 한다.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경험 역시 다른 이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많은 사건이 연결돼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 경험이 늘 사실적인 이야기는 아닐 수 있으나 스트레이트 한 맥락을 갖추고 있는 이유다. 이렇듯 에잇킨의 작업에는 단 하나의 논리가 펼쳐진다기보다 사회에 대한 에잇킨의 다양한 사유가 집적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듯 하면서도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수많은 매체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밝힌 바, 결국 그가 포착하는 것은 지금, 당장 우리가 있는 위치이다. 미술사적으로도 작품에 그 당시에 대한 반영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그는 각 상황이, 그 시간이 있는 그대로 독특하다(unique)고 말한다. 작업은 응당 작가의 철학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작가의 철학은 그가 살아온 사회, 배움을 비롯해 그를 둘러싼 모든 시간에 의해 형성됨이 틀림없다. 에잇킨은 자신만이 작업에 투영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바로 그가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동시대라는 점을 그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New Horizon> 2019 Hot air balloon with reflective

 surface and kinetic light sculpture, multiple locations 

across Massachusetts. Over the course of seventeen days

 in July, a hot air balloon designed as a reflective and kinetic 

light sculpture traveled from iconic Trustees land conservation sites 

in Marthas Vineyard, greater Boston, to the Berkshires, making seven 

stops along the way for a series of site-specific happenings 

and conversations regarding the future of our culture.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Trustees of

 Reservations; Photo by Jamie Barron 




나의 작업 프로세스는 굉장히 유동적인 것 같다. 작가는 아무래래도 전통적으로 화이트-큐브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작업 방식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특정 공간이나 유동적인 공간에서 작가만이 포착할 수 있는 신화적 의미를 투영할 수 있는 작업 방식을 끊임없이 찾아간다. 따라서 어떤 작업은 마치 새로운 현실을 구축하는 것과 같이 픽션적 구성이 강조되기도 하고, 어떤 작업은 장소에 대한 아주 정교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에잇킨은 작업 방식을 꾸준히, 아주 임시적으로 끊어 가져간다고 말한다. 또한 작가는 나는 물질주의의 부재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엔, 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테이블, 의자, 종이 한 장뿐이거나, 아마 그것보다 적을 것이다. 일상적이고 불필요한 소유물이 없으면 더 좋을 것이라며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일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이러한 움직임이 나의 작업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 어떨 때 나는 그쯤에서 내가 만드는 풍경 속에 동화되기도 하고, 격렬한 저항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제외한다는 것.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닐 테다. 작가는 본질 주변부에 산재한 부수적인 맥락들은 걷어내고, 그 속에 담긴 진의를 먼저 파악하는 행위를 작업화 하는 셈이다.




<Mirage> 2017 Desert X installation view. 

Courtesy the artist and Desert X 

Photography by Lance Gerber

 



지난해 코펜하겐 컨템퍼러리(Kopenhagen Contem porary)에서 선뵌 <Song I> 35분짜리 사운드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으로 1934년에 발표된 노래 <I Only Have Eyes For You>를 차용한 작업이다. 이는 굉장히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됐다고 작가는 회상한다. 이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 당시 명절 연휴로 사람들이 모두 집에 갔기 때문에 작업실에서 그는 혼자 어떤 한 노래를 사나흘 동안 반복적으로 재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가 들은 노래는 똑같지 않았다. 들을 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노래의 다른 면면에 집중하면서 반복의 미학을 떠올렸다. 세기마다 이를 대표하는 어떤 기표가 있다. 작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것이 팝송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노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플레이될 수 있기 때문에 팝송의 성격은 그가 생각하는 완벽히 무중력하고도 유목(유동)인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에잇킨은 서로 다른 악기와 목소리를 사용해 여러 번 이를 반복했다. 여기에 참여한 벡(Beck), 럭키 드래곤즈(Lucky Dragons), 노 에이지(No Age) 등 이 곡에 대해 수십 년 간 이뤄졌던 다양한 해석에 자기 자신의 역사를 반영했다. 또한 이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로 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과 스트리트 댄서들 그리고 가스펠 가수들이 출연한다. 흑백 클립에서부터 최첨단 대도시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상과 더불어 미니멀한 비트 위 음성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장소에 걸쳐 공유되는 사랑과 소속감에 대한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간결한 노래에 소울 넘치는 백그라운드 합창단,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연결된 인간성, 공통의 기반을 역설는 작업은 우리가 지금 위치한 현재를 비롯해 우리 삶의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을 탐구한다.




<Inside Out> 2019 Installation view 

from Return to the Real at Victoria Miro, Wharf Road, 

London 2 October-20 December 2019 

© Doug Aitken Courtesy Victoria Miro




에잇킨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듯이 우리는 현재 이전과는 다른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이에 대한 윤리와 철학적 담론이 생성되는 속도가 엔지니어들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는 예술이 결코 기술과 발전을 증거하기만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생각의 발현을 뒷받침하며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매 순간 새로운 툴이 만들어지고,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다. 그리고 바로 예술이 이러한 담론의 장을 열어주는 플랫폼임은 에잇킨을 작업으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를 살지만, 우리 눈은 항상 미래를 본다. 그러나 작가는 현재를 똑바로 봐야만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을 만드는 행위에 깃든 진정한 의의는 현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반추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더그 에잇킨

Photograph © Carmen Ellis

 



작가 더그 에잇킨은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설치, 사운드, 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엄을 활용하는 작가다. 주요 작업으로 <Song I>, <Underwater Pavilion>, <Sleepwalkers>, <Mirage> 등을 꼽을 수 있다. 12 8일까지 영국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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