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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0, Nov 2020

스마트 시티의 공공미술Ⅱ

Public Art in Smart City Ⅱ

지난 4월,「퍼블릭아트」는 국내 건축가와 도시 공학자를 주축으로 스마트 시티에서 공공미술이 어떤 위치와 역할을 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기획을 선보였다. 그리고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에는 보다 학구적이며 글로벌한 접근으로 스마트 시티의 공공미술을 탐구한다. 우선 진화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에 맞춰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 ‘디지털 트윈’을 들여다본다. 우리가 접하게 될 이 새로운 공간성에 미술이 어떠한 형태로 개입할 수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과 다름없다. 이어 공공, 예술, 스마트, 시티 등 파편화된 단어들이 촘촘하게 얽힌 사회의 매트릭스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공’과 ‘예술’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국내 필자들의 이론 뒤엔 이 주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 공공미술 전문가의 견해가 소개된다. 먼저 퍼블릭 아트 펀드큐레이터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데이터 처리기술을 문제해결에 활용하는 대표적 스마트 시티 뉴욕의 공공미술을 살펴보고, 끝으로 오래 전부터 공공미술을 진행해오며 냉소적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에게 작가로서 느끼고 있는 스마트 시티 등장 이후의 변화와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스마트’한 당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할 기회다.
● 기획·진행 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기자

자넷 에힐만(Janet Echelman) 'Bending Arc' St. Petersburg © the artist Photo: Amy Martz & Majeed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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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홍보라 기획자,전영 통신원,엘름그린&드라그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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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No. 1

진화하는 스마트 시티: 디지털 트윈과 미술_한은주

 

SPECIAL FEATURE No. 2

변화하는 매트릭스 안에서

공공예술의 의미소 찾기_홍보라 

 

SPECIAL FEATURE No. 3

스마트 시티 뉴욕의 퍼블릭 아트:

퍼블릭 아트 펀드 캐서리나 스타토풀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_전영

 

SPECIAL FEATURE No. 4

엘름그린 & 드라그셋:

공공미술, 인간 삶의 본질을 꿰뚫다_김미혜

 




 

‘Virtual Helsinki’ is digital twin of the Helsinki City centre, created in high-quality 3D for VR © Zoan

 

 



Special feature No. 1

진화하는 스마트 시티: 디지털 트윈과 미술

●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수년 전부터 일상에서 자주 들어온 스마트 시티는 우리가 내용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다양한 정책에서 선전되어 이미 진부한 의미로 퇴색된 듯하다. 지난 4스마트 시티의 공공미술전편에서 지적했듯, 스마트 시티 계획에서는 미술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주로 물리적 환경의 정보관리와 서비스 전략에 관한 언급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도시는 미학적 환경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공공미술에 대한 토론도 시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스마트 시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다양한 개념으로 우리 일상에 스며있다


또한 다양한 기법과 의미로 빠르게 진화하며 우리의 생활양식을 반영하고 때로는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시티라는 큰 틀 안에서 도시의 실질적인 공간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공간 질서나 공간 정서가 요구되는 전혀 다른 공간성도 접목되고 있다. 최근 구체화 돼 발표된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그것이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빛나는 혜택과 전망이 쏟아지지만 반대로 간과되는 점들에 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접하게 될 완전 새로운 공간성에 미술이 어떠한 형태로 개입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전망을 논의한다지난해 다보스에서 열린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시티제니스(CityZenith)는 인도 신도시 아마라바티(Amaravati)의 대화형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시티제니스가 공개한 비디오는 수백 개의 사물 인터넷 시스템과 공용 데이터베이스가 단일 포탈로 연결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Andrhra Pradesh) 주정부와 프랑스 3차원 경험회사가 세계 최초의 기술 주도 청정 녹색 도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수도의 가상 시뮬레이션 모델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용자는 건설 진행 상황, 교통, 환경 조건, 공공 안전, 에너지 소비 및 건물 점유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모도시의 디지털 트윈으로 불린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스마트 시티가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는데, 가장 흥미롭게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나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통합적 플랫폼 형식의 개념이 바로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의 특성은 도시 계획자, 정책 입안자, 리소스 관리자 및 자산 소유자에게 정적인 데이터 모델보다 더 많은 도구와 정보를 제공한다. 건설, 엔지니어링, 제조 및 자동차 산업에서 개별 자산의 디지털 트윈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원격 제어, 시나리오 테스트 및 전략 계획에 사용된다


또한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면 계획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다양한 영향을 시민이 직접 미리 탐색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시뮬레이션 또는 파생 데이터를 통해 아파트 계획안이 도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는 출퇴근 시 얼마나 교통이 혼잡한지 먼저 시뮬레이션 해 봄으로써 예상할 수 있다. 아마라바티의 실제 개발은 정치적 환경 변화로 인해 올해 7월에 중단되었지만 싱가포르, 핀란드, 글래스고, 보스턴, 자이푸르 등의 도시는 여전히 가상 도플갱어인 디지털 트윈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데이비드 젤런터(David Gelernter) 1991년 저서 『미러 월드(Mirror Worlds)』에 의해 출현 되었다. 플로리다 공대(Florida Institute of Technology)의 마이클 그리브스(Michael Grieves)가 처음으로 디지털 트윈 개념을 제조에 적용한 것은 업계 및 학술 출판물 모두에 널리 알려져 있다.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모델은 2002년 당시 제조 엔지니어 협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소개했고 제품수명 주기 관리의 기본 개념 모델로 디지털 트윈을 제안했다


이후 몇 가지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다가 2010 NASA의 존 빅커(John Vickers)가 로드맵 보고서에서디지털 트윈이라고 불렀다. 디지털 트윈 개념은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가상 제품 및 두 제품 간의 연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개념이 처음에는 최적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3D 모델이나 3D 프린팅으로 구현되었다. 이후 시뮬레이션을 위해 복제된 것이 원본과 상호작용을 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물리적인 부분과 비물리적인 부분을 소통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AI나 머신러닝을 통해 누적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스마트 시티에 접목시키고 있다.





스노헤타(Snøhetta) <Esbjerg Maritime Center - Lanternen>

 




요컨대, 현재 도시와 똑같은 또 다른 도시를 3D 모델링 도시를 만들어 각종 정보를 입력하여 특정 상황에 대해 모의실험을 하거나, 특정 서비스에 관한 공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여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시뮬레이션 툴 같지만 세부 건축물을 포함한 도시의 모든 정보를 똑같이 만들고 그 안에서 각종 정보를 담아 서비스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경우 실제 우리 일상은 많은 시간이 이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주민회의 장소가 비좁은 경우 위치기반의 디지털 트윈 안에서 장소를 만들어 그 안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정보를 누적시키고 의견을 결정할 수 있다. 도시공간에 대한 범죄 데이터의 상세 정보나 미세 기후를 실시간 위치기반으로 현재 공간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시가 쌍둥이 공간은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도시 인프라의 작동 시뮬레이션이나 정보 서비스 플랫폼일까? 헬싱키가 채용한 경우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일 년의 절반이 영하의 기온이라 관광 활성화에 큰 고민이 있었다


강추위로 야기되는 관광객의 불편을 개선하고 100만 명의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실내공간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관광지에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다양한 사업자와 정보제공자들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는버추얼 헬싱키(Virtual Helsinki)’가 바로 그것이다쌍둥이 헬싱키를 고품질의 3D로 만들어 디지털 체험행사를 얹었다. 사용자는 유명관광명소인 세니트 스퀘어(Senate Square)를 방문할 수 있고,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lto)의 집과 스튜디오 내부를 탐험하거나 론나(Lonna) 섬의 자연 속에 머물 수도 있다. 35명 이상의 국제 팀이 이 정책에 투입되었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장 사실적인 고품질 음향과 시각적 풍경을 만드는데 지난 3년 동안 작업을 진행했다. 이 앱을 통해 관광객이 시뮬레이션 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데, 예컨대 관광객은 20세기 초의 헬싱키도 방문할 수 있고, 가게에 들려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으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


헬싱키는 이를 통해 관광에 대한 혁신적 접근으로 유럽 스마트 관광의 수도라는 새 타이틀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에 개발되었으나 비대면 활동이 절실한 현재 상황에 너무나 유용한 관광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미술의 관점에서 물리적 공간과 똑같은 가상공간이 지니는 공간성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첫째는 미술 작업의 미디엄(medium)으로서의 디지털 트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이것은 제품의 완성도를 위한 시뮬레이션 도구로 활용되면서 진화해 왔고 도구로써 또 다른 공간으로써 다양한 형상의 미디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미술 작업의 새로운 무한한 모양의 캔버스이자 다양한 재질의 찰흙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자체가 미술의 새로운 재료가 되어 물리적인 실체와 연결된 미술의 작업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트윈은 미술 전시의 혁신적인 장소로서 가능성을 지닌다. 화이트 큐브 전시와 공공미술이 나뉘어졌고 속성마저 구분되어 언급되어온 작금의 현실은 경계가 흐려지고 혼재되고 다른 형식의 재정의된 경계를 통해 미술 감상의 새로운 양상에 출현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미술 감상은 우리 몸이 직접 그 장소까지 그 시간에 가야 하지만, 디지털 트윈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장소 경험이 가능하다. 사적 장소와 공적 장소의 구분이 재 정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의 모습대로 가로나 건축의 외부공간에 설치된 미술 작품을 공공미술이라고 하는 개념도 정의가 재정립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트윈에서는 건축물 내부 곳곳이 공적으로 개방될 경우 미술이 설치되면 도시와 공공미술을 접목시키는 방식이 기존과 달리 초거시적이며 초미시적으로접근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여 보다 재설정이 가능하여 효율적인 도시미학 플랜을 수립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미술 작품의 작가와 전시기획자, 심지어 관람자가 구분되지 않고 프로그램에 의해 쌍둥이 공간의 미학적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생산되어 전시 및 관람되고 재생산될 수 있다. 물리적 환경인 스마트 시티에서보다 훨씬 더 유연한 방식으로 미술이 구현되고 미학적 생활이 확산될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이 확대 보급되고 있는 작금의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학 언어의 탄생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사실 전광판은 RGB LED 모듈과 약간의 프로그램, 영상작업들은 이전 시대의 거장의 감흥을 충분히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시각적 언어에서는 말이다. 미술 외의 영역에서 넘쳐나는 시각 문화의 생산 탓도 있지만 많은 자극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술의 다양한 시도가 그저 무리수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양상이 스마트 시티의 물리적 도시라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디지털 트윈은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


시각보다는 매개변수나 알고리즘의 사용에 집중해야 하는 점은 미술의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의 회귀와 이에 관한 표현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여 디지털 트윈의 공간성이 미술을 더욱 가치 발휘할 수 있게 하리라 전망한다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캠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디지털 빌트 브리튼 센터(Digital Built Britain center) 산하 국가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National Digital Twin)의 영국 네트워크 연구원인 티메아 노치타(Timea Nochta)와 리 완(Li Wan)은 스마트 시티의 기술 낙관주의에 대해 경고한다


그들이 수행한 2019년 연구에서 물리적 세계의 디지털 표현인 디지털 트윈이 근본적인 사회 정치적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이 적절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용되게 하려면 신뢰, 투명성, 사회적 가치, 소유권, 저작권, 책임 및 보안을 포함하는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 지침을 강조한다.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도 이러한 지침 아래 가능하며 다양한 창의성도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더욱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음의 준비 없이 맞닥뜨린 비대면 감상의 솔루션을 찾던 우리에게 디지털 트윈은 마침내 가능성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미술의 보다 무한한 캔버스이자 유연한 갤러리가 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에서 미학적 조우의 날을 곧 기대해 본다. PA

 


글쓴이 한은주는 공간건축에서 실무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렉션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iggraph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초대작가다. ‘2017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25th 세계건축상(WA)’, ‘아메리카 건축상(AAP)’, ‘2018 한국공간문화대상’, ‘2019 한국공간학회연합회 초대작가상’, ‘레드닷어워드 본상’, ‘대한민국 스마트도시건축대상을 수상했다. SPACE』 편집장, 공간건축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로 예술작업, 글쓰기, 혁신디자인공학 등의 작업을 통해 도시와 건축을 실천하고 있다.




자넷 에힐만(Janet Echelman) <Pulse> 

Dilworth Plaza, Philadelphia City Hall, Philadelphia, PA, USA © the artist Photo: Melvin Epps





Special feature No. 2

변화하는 매트릭스 안에서 공공예술의 의미소 찾기

● 홍보라 기획자

 


공간 중에서 원자가 없는 빈 영역을 관찰해보면 이러한 입자들이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진짜 빈 공간, 완벽하게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아주 잔잔한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면 파도가 거의 멈춘 듯 가볍게 치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을 형성하고 있는 입자들의 장도 작은 층을 이루며 떠다닌다. 상상해 보자면 이 세상의 기본 입자들은 모두 하루살이 같은 짧은 삶을 불안해하며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또 파괴되고 있는 셈이다.”1) 사회라는 매트릭스 안의 모든 단위와 요소들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다중이 모이는 예술 공간뿐 아니라 개방형 야외 공간에서도 밀집된 관람 형식이 제한되면서 전 세계의 예술계는 바야흐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공공’, ‘예술’, ‘스마트’, ‘시티같이 파편화된 단어들의 의미도 촘촘하게 얽힌 매트릭스 구조 안에서 혹은 전체 사회의 지형도 위에서 주변의 다른 모든 요소와 서로서로 위치조정을 하며 재정립되고 있다. 어쩌면 변화는 한 방향이 아니며, 이미 깊이 진행 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감지하고 언어화하기에 변화는 여러 방향으로 빠르게 퍼지는 중이며, 팬데믹 시대를 맞아 더욱 가속화되고 가시화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1990년대 초반, 루시 리파드(Lucy Lippard)를 중심으로 전개된뉴 장르 퍼블릭아트(New Genre Public Art)’ 담론을 통해 공공예술은공공의 장소 속 예술이라는 좁은 정의를 넘어, ‘공동의 관심, 공론의 장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시작되어 2019년 제6회를 맞은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그 영역과 개념을 넓혀왔다


야외미술관’, ‘전유, 재생, 전환’, ‘새 동네, 열린 도시’, ‘퍼블릭스토리’, ‘공생 도시등과 같은 ‘APAP’의 역대 주제어를 통해서도 시대의 흐름과 발맞추며 디자인, 건축, 조경, 심지어 인문학, IT, 공연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공공예술은 모두 진화의 과정에 있는 끝이 열린 개념이다. 사회구성원들 간의 공동 경험과 학습, 시간이 쌓이면서 이 둘을 둘러싼 새로운 언어가 형성돼왔고, 그 사회적 역할과 가치도 유기체처럼 변하고 확장되고 있다공공예술의 중요한 전제이자 가치 중 하나로 공공의 접근성(public access)을 들 수 있다


, 돈을 내지 않아도, 누구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누구든 언제든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다. 이제,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신체적, 사회적 조건의 제약이 없는배리어 프리(barrier free)’한 환경에서의 예술 향유, 또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이 이루어지는 다층적이고 총체적인(holistic) 예술 경험까지, 어쩌면스마트 시티에서의 공공예술 역시 디지털 기반의 기술을 전제하는 좁은 의미를 넘어, 도시 공간, 창작자, 수용자 간의 관계와 역학을 입체적으로 재조망하는스마트한 예술적 상상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겠다.





신호, , 연결: SIGNAL LIGHTS. CONNECTED.’ 핫산 후자이리, 김다움, 이동훈 

<흩어지는 빛, 미끄러지는 소리사진: 진효숙


 



원격 인터랙티브 실험하기(Experimenting Distant Interactive in Public Art Practice)

 

2019 11월 상하이 대학교(Shanghai University)에서 주최하는 공공예술 연구 협회(Institute for Public Art, IPA)의 세미나에 참여해공공예술 프로젝트에 있어 원격 인터랙티브 실험하기(Experimenting Distant Interactive in Public Art Practice)’를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IPA는 영국에서 설립된 공공예술 연구기관이자 국제 네트워크인데, 매해 전 세계 큐레이터와 예술행정가, 정책연구원들이 모여 각자 다양한 지역에서 찾은 공공예술의 사례발표를 하고,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연구된 주제와 사례를 공유해 사회적으로 자본화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2) 


본인이 직접 기획을 맡은 바 있는 두 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라운드 프로젝트’(2012-2013)신호, , 연결: SIGNAL LIGHTS. CONNECTED.’(2017-2018), 이와 더불어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의 커미션으로 진행된 마이클 주(Michael Joo)와 테크캡슐3)의 협업 프로젝트 <Absentialis>(2018)를 세미나 발제의 사례로 삼아, 예술의 기획과 창작에 있어 물리적인 실체를 구축하기보다는 공간의 맥락을 풀어내는 방식으로시간과 장소, 경험을 공유하고공동의 기억정동(affect)’을 만들어내는 공공예술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상남도 함양 상림공원에서 진행한라운드 프로젝트는 숲이라는 환경 자체가 지닌 바람, 소리, 냄새, 빛 등의 요소를 듣고, 보고, 거니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경험의 층위와 함께 GPS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상림 숲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층위를 더해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끌어내는 것이 기획의 목표였다. 상림 숲을 소재로 삼은 일련의 창작곡과 숲을 여러 시점에서 촬영한 영상을 결합한 장민승, 정재일의 <Sphere Sanglim>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24/7 언제, 어디서든 상림 숲이 지닌 정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림 숲을 직접 방문해 산책하게 된다면 숲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숲속 특정 장소에서 재생되는 음악과 영상을 즐기는 공감각적인 경험도 할 수 있도록 하였다.4)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마이클 주(Michael Joo) <Absentialis> 2018 아트선재센터





신호, , 연결: SIGNAL LIGHTS. CONNECTED.’ ‘2018 평창동계올림픽예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한시적인 공공예술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의 실행 장소인 서울로7017과 물리적으로 먼 곳에 위치한 평창에서 행해지는 한시적인 이벤트인 만큼, 상이한 두 장소를 연결하는 고유의 장치가 필요했고, 그 연결 고리를 평창과 서울의 실시간날씨데이터로 삼았다. 평창 올림픽 스키 점프대 위에 설치된 기후측정기에서 송신하는 실시간 날씨 데이터를 평창의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알레고리 삼아, 서울로7017 위에 기설치 된 111개의 미디어폴의 조명과 음향 장치에 신호를 보내고 빛과 소리로 구성된 아름다운 시그널로 치환하는 작품이다. 상이한 두 장소의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는 어떤 근원적인 상호 연결성을 찾아보고자 한 시도였다.5) 


2018리얼 디엠지프로젝트의 커미션 워크 <Absentialis>는 뉴욕 베이스의 작가 마이클 주가 철원에서 찾은 모티브인 화산석을 테크캡슐에서 디지털 기술로 재구성하고 제작하여 비무장지대와 인접하고 있는 강원도 철원 평화문화광장에 영구 설치한 공공예술 작업이다.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세운상가 일대의 제조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협력해 로보틱스, 3D 스캐닝, 3D 프린팅 등의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구했고, 철원-DMZ, 서울-세운상가, 뉴욕-마이클 주의 작업실을 연결하는 원격 창작을 통해 본 프로젝트의 주요 의제인부재거리두기창작의 가능성을 실행하였다


IPA 세미나 발표 제목에 인용한원격 인터랙티브(Distant Interactive)’는 위에 언급한 마이클 주의 <Absentialis>를 위한 웹 기반 인터랙티브 아카이브 플랫폼의 제목이기도 하다. 철원 DMZ 내 민간인 통제 구역에 설치된 작품 <Absentialis>의 존재를 가상의 지구본 위에서 자유롭게 관망할 수 있도록 물리적 장소와 평행한 버추얼 공간을 구축하여, 작품이 설치된 강원도 철원, 작품이 제작된 세운상가, 프로젝트 아카이브 전시가 열리는 아트선재센터, 그리고 마이클 주의 작업실이 위치한 뉴욕의 스튜디오를 연결하며 다중 위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각자의 위치에서 만큼의 거리를 가상공간에서 가늠하며 다양한 내러티브를 발견하고, 작품의 영역을 스스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한 작업이다.6)

 


불확실성이라는 흥미로운 도전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사피엔스』에서 가상의 실재 혹은 상상된 실재(imagined reality)’라는 말로 정의, 사랑, , 질서, 공동체, 신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어를 통해서 실재한다고 공통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을 설명한다. 이렇게 공유된 아이디어는 당장의 현실이 아닐지라도 충분한 숫자의 사람들이 상상하고 공유한다면 어느새 현실이 되어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래한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흥미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마트라는 수식어는 그 의미가 제대로 정립되기도 전에 사회 전반의 변화를 선도하는 키워드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적어도스마트 시티에서의 공공예술공동의 상상을 통해 창작자와 수용자 중심의 더 영리하고 유연하며 확장된 아이디어로 정립되길 기대한다. 우리가 불확실성을 두려움과 제거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예술이 지닌 흥미로운 실험 정신은 더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확실성이 점한 고유의 자리를 비워두면 어느새 그 자리는 함께 상상한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지리라 믿는다PA


[각주]

1) Carlo Rovelli, 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 김현주 옮김『모든 순간의 물리학』쌤앤파커스, 2016

2) https://www.instituteforpublicart.org

3) 로보틱 크래프트디지털 페브리케이션 기술을 이용한 건축예술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그룹

4) http://factory483.org/round-hamyang

5) http://factory483.org/s-l-c

6) http://artsonje.org/michaeljoo



글쓴이 홍보라는 시각예술을 근간으로 다양한 연구와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과 사회, 도시와 개인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공미술 기획 및 커미션 작업을 해오고 있다2002년 전시 공간 갤러리 팩토리(FACTORY)를 설립하여 2018년까지 디렉터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획 자문을 맡고 있다.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황지은 <Distant Interactive> 2018 세운베이스먼트

 





Special feature No. 3

스마트 시티 뉴욕의 퍼블릭 아트: 퍼블릭 아트 펀드 캐서리나 스타토풀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 전영 미국통신원

 


스마트 시티 뉴욕

 

뉴욕은 데이터 처리기술을 문제해결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스마트 시티이다. 맨해튼(Manhattan), 브롱스(Bronx), 퀸즈(Queens), 브루클린(Brooklyn), 스테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까지 총 5개의 자치구로 구성된 뉴욕시는 대략 86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은 도시로, 수질 및 보존, 공공 안전, 폐기물 관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2011뉴욕시 디지털 로드맵수립 이후, 기술보다는 시민과의 접근성, 시민 참여 등의 측면에서 디지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데이터 분야는 민간 참여가 필수적인데 기본계획과 추진전략 등 정책개발에 앞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사업계획에 즉시 반영하기도 하면서, 뉴욕시 기반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다양한 데이터 중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데이터는 개방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문 매체를 통해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고 시민들이 읽기 쉬운 기사로 생산된다. 그리고 뉴욕시 또한 매체들과 유사한 수준의 정책분석 및 설명을 위해 노력하며 스마트 도시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링크NYC(LinkNYC), <아트 온 더 그리드(Art on the Grid)>

 

뉴욕시는 지난 2014년부터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인터넷 접근권을 허용한다는 에퀴터블 시티(equitable city)를 목표로링크NYC(LinkNYC)’라 불리는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했다. 측면에 LCD 광고 화면이 설치된 링크NYC 키오스크는 번화가의 인도를 중심으로 뉴욕 곳곳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키오스크에 내장된 태블릿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지도를 통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무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키오스크 당 2개의 USB 충전 포트가 있어 케이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하고 미국 전역에 공짜로 전화까지 걸 수 있다. 키오스크 양 측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광고뿐 아니라 뉴스, 날씨, 각종 행사 정보 등이 표시된다


현재는 유동 인구가 많은 맨해튼 지역에 가장 많이 설치돼 있고 브루클린 등 다른 자치구도 번화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뉴욕 5개 자치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모두 7,500여 개 정도이며, 오는 2024년까지 도시 전체를 커버하는 거대한 무선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스마트 시티라 불리는 뉴욕에서의 공공예술은 과연 어떻게 창작되고 또 보이고 있을까. 뉴욕의 대표적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관인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는 올해 초, 전 세계를 장악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뉴욕 시민들을 위해 이 링크NYC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뉴욕 어디서나 마주치는 키오스크 화면을 빌려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한 것이다퍼블릭 아트 펀드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인 캐서리나 스타토풀루(Katerina Stathopoulou) “50명의 뉴욕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우리 모두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코로나19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제도적 인종차별에 대한 긴급성이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이끌었다 <Art on the Grid>라는 제목의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500여 개의 버스 정류장과 1,700개가 넘는 링크NYC를 통해 작가들의 새 작업이 도시 전역에 공개됐다. 캐서리나는이번 전시가 정기적인 창작 배출구가 막혔던 작가들에게 시선을 사로잡는 대중적 플랫폼을 제공했고, 시민들의 호응 또한 아주 좋았다링크NYC와 같은 도시 시스템을 활용한 공공 전시를 앞으로도 더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되었던 모든 작품의 각 위치와 작품 세부 정보는 퍼블릭 아트 펀드 웹사이트의 인터랙티브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라 지(Sarah Sze) <Shorter than the Day> 2020 Powder coated aluminum 

and steel Commissioned by LaGuardia Gateway Partners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LaGuardia Airport’s Terminal B 

© the artist; LaGuardia Gateway Partners; Public Art Fund, NY Photo: Nicholas Knight





다시 떠오른 공공미술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 모든 면에 스며들어 우리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공공장소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의심할 여지없이 바뀌었다. 공공미술의 정의 자체가 바뀐 것이 아니라 공공미술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된 것이다. 캐서리나는퍼블릭 아트 펀드는 뉴욕의 미술관이나 문화 기관들이 일정 기간 문을 닫아야 했던 시기에 개방되고 활동적일 수 있어서 매우 운이 좋았다며 개인 삶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공공영역 설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공공영역이 갖는 가치가 커짐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가 살고 일하는 도시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항상 개방되어 있고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공공미술이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과제에 직면한 우리에게 사회적 재결합과 정신적 성장을 모두 이끌어 줄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뉴욕시 문화국(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 DCLA) 2020년도 문화예산으로 역사상 최고 금액인 212백만 달러(한화 약 2,406 2,000만 원)를 책정했다


예산은 다양한 부분에 지원되고 있는데, 올해의 끊이지 않는 사건들과 자가 격리 등으로 인해 2015년부터 시작한 공공 예술가 상주 프로그램인 PARE(Public Artists In Residence)가 특히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올해 여름, 선발된 4명의 작가는 아만다 핑보디파키야(Amanda Phingbodhipakkiya), 야즈만 아르볼레다(Yazmany Arboleda), 소피아 도슨(Sophia Dawson), 안드레 바그너(Andre D. Wagner)로 각각 다양한 배경을 지닌 뉴욕의 젊은 작가들이다


각 입주 작가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연구와 작품 제작비용을 지원받게 되며 이번에 제안된 주제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및 평등과 존중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 시기에 필요한 본질적인 키워드는 공동체, 포용, 인내,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예술가는 창조적인 문제 해결자라는 전제를 깔고 도시의 문제들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각종 문제들의 종합세트였던 2020년을 네 명의 예술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다비나 세모(Davina Semo) <Reverberation> 2020 Patinated cast bronze bell, 

UV protected 2-stage catalyzed urethane automotive finish, galvanized steel chain and hardware, clapper

 Presented by Public Art Fund at Brooklyn Bridge Park Pier 1, August 20, 2020-April 18, 2021 

© the artist; Jessica Silverman, San Francisco; Public Art Fund, NY Photo: Nicholas Knight




창조적 문제 해결자, 예술가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예술가들에게 스마트 시티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의 마음을 가진 스마트 시티가 되게 하려면 도시 계획에서부터 창의성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협력적인 환경을 만들어 아티스트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진정한 예술 발전을 돕고자 한다면 스마트 시티 설계 단계부터 예술계와 공공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고, 그 시스템에 연결된 예술가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예술가들이 센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도시는 시민의 손가락에 반응하는 빛과 움직임으로 도시 건물과 혼합된 예술 작품을 창조할 수 있고, 인공지능 예술가들은 날씨, 보행자 통행량 또는 당일 뉴스의 감정 분석에 따라 나타나거나 변하고 사라지는 벽화를 프로그램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도시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예술가들은 고대 도시를 재현하거나, 잊힌 풍경을 재현하는 3D 프린팅 설비를 모델링하고 만들 수도 있다. 가상현실은 다른 시간과 장소로 사람들을 이동시키면서 몰입적인 경험을 더한다. 마찬가지로 기계 학습과 예측 분석은 모든 환경에 대해 무수한 미래 풍경을 예측하고 제공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아트 영역은 4G 5G 인터넷 서비스, 인공지능,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실행을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서버와 예술가, 기술자, 프로그래머가 적절히 협업해야 한다. 


퍼블릭 아트 펀드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은 아직까지 전통적 매체로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캐서리나가 강조했던공공미술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의 예술 공간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지 않는 개인과 지역사회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이 모든 본질과 목적을 흐리지 않고 시민을 위해 도시와 공공미술 그리고 기술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도시 구조의 일부가 되어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와 교류할 수 있도록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인류가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진보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스마트 시티이지만 예술이 없다면, 가장 똑똑한 도시라 해도 시민들이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스마트 시티 인공지능의 토대는 그 도시의 예술가를 육성할 수 있어야 하며 데이터 중심인 세계에 예술로서 인간적인 심장을 부여하는 일일 것이다. PA

 


글쓴이 전영은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 후,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Spark Art Management) 등에서 전시기획/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현재 뉴욕 Space776 갤러리의 부디렉터이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엘리엇 제롬 브라운 주니어(Elliott Jerome Brown Jr.) <Sound of the Rain> 2020 

Adam Clayton Powell Jr. Blvd and W. 135th St, Manhattan Artwork a part of Art on the Grid, presented 

by Public Art Fund on 500 JCDecaux bus shelters and 1700 LinkNYC kiosks citywide, June 29, 

2020-September 20, 2020 © the artist; Nicelle Beauchene Gallery, New York; Public Art Fund, NY Photo: Nicholas Knight






Special feature No. 4

엘름그린 & 드라그셋: 공공미술, 인간 삶의 본질을 꿰뚫다

● 인터뷰 김미혜 기자

 


Q.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오래전부터 이어왔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변화한 지금, 공간과 공동체에 대한 의미도 변모하고 있다. 공공미술의 범위와 정의에 대한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2020년 미술관이나 갤러리 공간에 모이기 불가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야외 설치 공공미술 작품이 더욱 절실해졌다. 공공미술은 우리가 모두 각기 다른 다양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 그 자체를 기념한다. 야외 공공조형물 기획의 커미션 절차는 비교적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공공미술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아직 가늠하기엔 이르다. 그리고 현재 실현되고 설치되는 것들은 사실상 지난 2-3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부터 새로운 방식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공공미술이 단순히 우리의 도시 풍경 안에서 중립적이고 신중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 아닌, 보다 과감하고 대담한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Q.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고 기존 기술에 접목되어 또 다른 기술이 생산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 빠르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공공미술이 디지털 리소스와 결합될 때,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디지털 미디어를 중점으로 작업하지는 않으나 프로젝트 초기에 우리는 새로운 디자인 고도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현실적으로 렌더링 한다. 작품 구현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작품이 주변 환경과 어떤 형태로 조화를 이룰 것인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품을 전시하는 물리적, 맥락적 현장의 의의를 진중하게 다룬다. 작품 과정 전반에 걸쳐 장소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런 의의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인데, 공공미술 작품을 제작할 때에는 이런 창작 과정이 도드라진다. 물리적 조각 작품의 물성은 VR 시대에 특히 중요하다. 일상의 상당한 부분을 온라인과 디지털로 경험하는 오늘, 우리의 존재는 여전히 물리적 현실 속에 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Photo: Elmar Vestner





Q.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민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사회적 약자,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이들에게 공공미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공미술은 입장료가 없으니 기본적으로 무료다. 일상의 공공장소에서 우리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한 상업 광고에 대응하는 평행 추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공공미술 작품을 본 행인에게 웃음이나 희망을 심어주기도 하고, 화가 나게 하거나 생각에 잠기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공공미술 조각 작품이 특정 장소에 온전히 토착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경로나 장소를 설명할 때 지형지물이 되어그 조각 작품 지나서”, “그 작품 앞에서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공공미술 작품을 의뢰하는 당국 담당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초청하고 제안을 수렴하여 작품이 충분한 공공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종종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시민들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 스스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이므로 우리는 그것이 건강한 사회의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발달의 속도보다 빠르게 생존과 직결된 기후 문제, 환경문제 등도 우리 앞에 직면해 있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시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과정에서 공공미술은 어떻게 민주적이고 스마트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생활해온 것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여행 활동을 감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역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가까운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미술은 지역 사회와 주민이 지역사회 자원을 감득하도록 도울 수 있다. 때로는 지역 내에 있는 원칙적 공유 공간이 모두의 공간임을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다. <A Greater Perspective>(2015)는 삼각대에 거치된 망원경을 검게 녹슨 것처럼 마감한 청동 조각품이다. 과장된 형태로 실제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이 작품은 뉴욕 하이 라인 공원(High Line Park)에 설치됐다. 그 위치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전망에 시선을 환기했는데, 계획된 토목 사업으로 그 전망마저 조만간 가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망원경도 기능이 온전치 않은 형태로 설치하면서 작품이 설치된 하이 라인 공원 자체가 공공장소임과 그런 공간의 중요성을 부각할 수 있었다. 공공미술은 도시와 사회의 현실을 조명하는 밝은 빛이 될 수 있다.

 




<Short Story> 2020 Installation comprised of two human figures, one racquet, 

and a tennis ball. Figures cast in bronze and lacquered, ball

 in marble Overall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164.9×823×2,377.4cm as installed 

in East Hampton, New York © Pace Gallery Photo: Jonathan Nesteruk




Q.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취해야 할 중요한 개념과 키워드는 무엇이라 여기나?

 

2020년 세계 공통으로 겪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정책은 인간사에 사교 활동의 소중함과 상호의존성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팬데믹의 경험이 심오하고 교훈이 있을 거라 말하지만 장기적인 학습 효과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과거의 구조적 실패를 이내 반복하는 건망증적인 보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1918년 유럽에 창궐했던 독감 이후의 학습효과도 미미하다. 모든 것이 다시 기존의정상으로 되돌아갔고 여행처럼 통제되었던 활동도 금방 활성화되었다. 그 당시 전염병 확산을 위해 내린 조치는 오늘날 시행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이를 기점으로 다다이즘(Dadaism)과 바우하우스 운동(Bauhaus Movement)이라는 매우 다른 이론적, 예술적 접근을 가진 현상이 독일의 예술계에서 나오게 되었다


이번 팬데믹 말미에도 현실도피와 공동체적 비전 제시라는 상반되는 개념의 조합이나 병치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우연인지 몰라도 기존 작품의 사진이 최근 온라인 기사에 삽화로 사용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 격리감, 외로움의 표현, 그리고 사회 복지 수급 탈락의 불안감을 묘사하기 위한 삽화였다. 어쩌면 예술은 여전히 인간의 취약성을 되새기며 이를 악용하는 권세에 대한 경각심을 줄지 모른다. 미술은 특정한 것에 대한 공감을 상호 확인하는 유대 형성 수단이기도 하다.

 


Q. 전시공간부터 예술가, 작품까지 예술의 범위 자체가 급변하고 있다. 작가로서 당신들이 느끼고 있는 가장 큰 변화와 과제는 무엇인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우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향후 몇 년간 다양한 프로젝트가 계획되어있다. 기존의 프로세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원격성을 띄게 되었다. Zoom 화상 회의나 이메일 등의 원격통신 사용이다. 운이 좋게도 베를린과 헬싱키에서는 직접 찾아가 전시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베를린에서는 개인전 <Short Story>를 지난 5월 쾨니히 갤러리(König Galerie)에서 열었다. 전시공간에 장소 특정적 대형 작품으로 테니스장과 3개의 상징적 조형물을 설치했다. 조형물 두 개는 테니스 경기를 막 마친 듯한 소년 둘로, 한 명은 승자, 다른 한 명은 패자의 몸짓을 보인다. 미국 이스트 햄튼(East Hamptons)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에는 이번에 새로 열린 야외 전시 일환으로 실제 테니스 코트에 두 개의 조각품을 세워 놨다


핀란드에서 최근 개최한 개인전 <2020>은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양식으로 지은 미술관의 전시공간을 주차장으로 둔갑시켰다. 실제 자동차를 들이고 바닥에 도로 표식을 남겨 기존 조각 작품 일부를 전시했다. 전시 제목을 <2020>으로 지은 이유는 2020년이라는 한 해 동안 이런 대형 야외 주차장 같은 감성을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주차하기 위해 들어왔든, 주차한 차를 찾으러 되돌아왔든 어서 벗어나고 싶어지는 묘한 분위기와 돌발 사건의 공간 말이다. 내년 계획된 가장 큰 프로젝트는 밀라노에서 진행되는데, 그 전에 상황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진입해서 조금은 일반적인 전시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공공 설치 작품을 조만간 공개하게 될지 모르니 눈 크게 뜨고 주목해 달라.  PA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1995년부터 협업하며 작품을 선보여 왔다. 건축, 퍼포먼스,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은 냉소적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을 통해 자신들이 대면한 세계 속 고착화된 관념들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발하는 등 현대사회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을 형성해 왔다. 이들의 작품은 독일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 - Museum für Gegenwart), 미국 시카고 현대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등 세계 유수 기관에 소장돼있다.





<A Greater Perspective> 2015 Bronze, steel, black patina, wax 370×375×190cm

© Galerie Perrotin Photo: Guillaume Ziccar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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