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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일본회화의 거장들

2018.4.24 - 2018.7.3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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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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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그림의 매력



오랫동안 한국에서 일본문화는 열광적 찬사나 일방적 무시로 나누어졌다.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일본 문화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차단당한 탓이다. 우리에게 일본 회화 거장들의 이름은 낯설지만, 작품은 친숙하게 느껴진다. 언뜻 보면 김홍도와 정선, 장승업과 윤두서 등의 그림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중국이 주도했던 동양 미술의 영향 아래에서 조선은 조선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고유한 회화의 전통을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중국 회화와 삼투압 하며 성장한 한국화도 여러 경로로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의 것도 조선에 전해지면서 세 나라의 그림은 같음과 다름이 충돌하면서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호림박물관에서 열리는 <일본회화의 거장들>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 역사의 증거물로 읽힌다. 


전시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일본 수묵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마음에 스민 먹 전시실과 중국과 한국의 회화 교류를 정리한 교류 속에 피운 회화 전시실은 이런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 산과 나무, 폭포와 굽이굽이 이어진 풍경에 사람을 더한 <산수도>, 꽃과 새를 담은 <화조도>, 굵은 대나무를 물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의 <죽호도>, 먹의 농담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무성한 대나무이파리들을 표현한 후에 백로 한 마리를 그려 넣은 <백로도>는 화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으면 조선화인지 일본화인지 언뜻 구별하기 쉽지 않다. 형식과 소재, 스타일과 주제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수를 상징하는 대나무 죽순에 건강을 기원하는 제발이 덧붙여진 <노순영발>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국의 근대 서화가 안종원 모친의  60세 생신을 축하하며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서 일본화가 이마무라 운레이가 그렸기 때문이다. 호방한 글씨체가 인상적인 제발은 조선화단의 마지막 스타이자 근대 한국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중식이 썼다. <노순영발>은 근대 한일화가의 교류 상황을 증명하는 귀한 자료다. 나라는 적국으로 대립했으나, 종이와 먹으로 화가들은 소통했다. 이렇듯 예술은 정치가 풀지 못하는 역사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이토 신스이 <은하축제도> 1946년 경

 



반면에 말 타고 꽃구경 가는 사람들을 담은 <화하행렬도>, 호쿠사이와 더불어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가 헤이안 시대의 유명 무사 미나모토 요시쓰네의 유년 시절을 주제로 그린 <미나모토 요시쓰네의 무술연마도>같은 풍속이나 역사적인 인물 등은 인물과 풍속의 차이가 극명하다. 무엇보다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조선의 실제 경치를 그린 진경산수화를 주창한 겸재 정선의 화첩이 반가웠다. 중국 남종화(문인화)의 황공망을 어떻게 초기의 겸재가 수용하려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아울러 18세기 중반 청나라 화가 심남빈이 변화시킨 일본화의 스타일을 겸재의 산수화와 비교하면, 중국화를 조선과 일본이 수용하는 방식의 다름이 눈에 들어온다. 재료와 작법이 같더라도 결과물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이유는, 그림은 시대와 사회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그림이 선과 여백으로 감상자에게 다가선다면, 18세기 중반 이후 일본화는 색으로 차별화된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우키요에가 나타났고, 그것은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던 유럽의 화가들을 매혹시켰다. 특히 인상파는 서양미술사의 전통과 배치되는 우키요에의 원근감과 공간감, 색채감과 구성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아주 작고 빨간 입술의 게이샤와 기모노의 화려함으로 여인의 초상을 빛내는 일본의 전통 채색화를 모아 둔 자연에 스민 색 전시실이 이에 해당한다. 17세기말 작자 미상의 <미인도> 20세기 초반의 교토 출신의 여성화가 우에무라 쇼엔의 <미인도>, 20세기 중반에 비단에 채색한 이토 신스이의 <은하축제도>의 푸른 기모노의 미인을 나란히 보면, 전통 인물화에서 시작하여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자포니즘(Japonism) 스타일로 그린 여자 초상화와의 연속성이 분명히 느껴진다. 헌데 일본 회화전에서 후지산이 한 점뿐이라 아쉬웠다. 구름을 아스라이 뚫고 솟아오른 새하얀 후지산 아래로 청록의 산등성이들이 원근감을 전하는 고노 슈손의 <후지산도>는 채색기법과 과감한 색채사용으로 유화나 수채화처럼 보인다. 1928년에 교토에서 열린 일왕의 즉위식을 기념하기 위해 그렸다. 간송미술관과 인상파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가볼 만 한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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