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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1, Aug 2017

디지털과 현실 세계, 그 사이의 층위들

Germany

Hybrid Layers
2017.6.3-2018.1.7 카를스루에, ZKM

2017년 독일은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들로 활발하다. 카셀 ‘도쿠멘타 14 (documenta 14)’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er Projekte Münster)’는 올해 여름 개최되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시기 독일 남부 위치한 카를스루에의 ZKM(Zentrum für Kunst und Medien Karlsruhe)이 선택한 전시는 'Hybrid Layers'로 22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미디어 아트의 선두주자답게 ‘디지털과 테크놀로지’라는 큰 프레임 안에서 이를 반영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 본 전시는 내년 1월까지 진행된다. 올해 미술계의 굵직한 행사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가도 독일이 아닐까 싶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 14’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문론이고,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는 국가관 수상과 ‘황금사자상(Golden Lion)’이 모두 독일과 독일 출신 작가에게 돌아갔다. 수상의 여부나 비엔날레 개최 여부가 예술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옳지 않을지는 모르나 어찌됐든 독일의 도시들과 작가들이 내는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커다란 미술 행사들과 더불어 독일의 남부도시 카를스루에에 위치한 ZKM의 여름 전시에서 어떤 작가들이 선정되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지를 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었다. ZKM은 그 이름이 설명하듯 예술과 미디어, 소위 말하는 미디어 아트에 특화된 미술관으로 아트리움 형식의 긴 건물이 각 층마다 저마다의 테마로 다양한 전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큰 규모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올해 6월에 시작된 'Hybrid Layers'로 내년 1월 초까지 진행되는 제법 호흡이 긴 전시다. 총 4명의 큐레이터들과 22명(팀)이 참여한 전시는 서문에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과 이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기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예술을 아우른다고 밝힌다. 인상적인 것은 전시에 포함된 작가들 중 다수가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반 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을 몸소 겪은 세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젊은 감각이 현 시대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내는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방법이 될 수 있겠다.
● 한정민 독일통신원 ● 사진 ZKM 제공

View of 'Hybrid Layers' at ZKM Center for Media an Art(03 June 2017 - 07 Jan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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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민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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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전반적인 인상은 작년 ‘베를린 비엔날레(Berlin Biennale)’와 상당히 흡사하다. 두 전시 모두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며 비인간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디스토피아적인 심상을 반영한다. 실제로 당시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와 총 감독을 맡았던 DIS의 웹사이트에 포함되어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 작품에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3D 렌더링 이미지, 두서없는 텍스트들의 조합, 몽환적인 내러티브 목소리, 다큐멘터리, 광고, 증강 현실, 게임, 어플리케이션 등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인터넷에 부유하는 파편적인 조형들이다. 우리가 매일 수시로 보게 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페이스북(Facebook) 같은 SNS와 유튜브(Youtube)에 떠도는 영상, 테드(Ted)가 제공하는 강의 등 사이버 공간에서 마주치는 이미지들의 형식과 내용 자체가 작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두 전시 모두 테크놀로지와 디지털이라는 커다란 테마를 공유함으로써 전시 작품들에서 조형적, 내용적인 유사성이 보이는 것이 당연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면 이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해석이 전세대적이고도 전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전시장에 적힌 서문 바로 옆에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자주 보이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형식의 포스터가 설치되어 있다이것을 지나 보이는 작품들 중 소피아 알 마리아(Sophia Al Maria) <Sisters>는 왓츠앱(WhatsApp)과 유튜브(Youtube)에서 찾아낸 짧은 영상들을 재편집한 것이다테이블 위에 설치된 스마트폰 화면에는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어린 여성이 아랍 노래를 부르고 있다바로 옆 천장에 매달려 있는 세 개의 스크린들 역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진한 화장을 한 눈은 아랍 여성의 그것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이 역시 픽셀처리 되어 정확하게 판별할 수는 없다카타르 출신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 다른 영상들 역시 여성이라는 것 외에 사실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는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Sophia Al Maria Installation view of <Sisters> 2015 

Triennial Surround Audience, New Museum, New York, Courtesy 

 Photo: Benoit Pailley 





 밝고 경쾌한 색으로 처리된 세 스크린들 사이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어 관람객들은 여성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자유롭게 그 사이를 오가면서 디지털 영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작년 ‘베를린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 관 샤오(Guan Xiao) 역시 인터넷에서 이미지들을 수집하는 작업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개인의 관점에 맞게 배열해서 나름의 문맥을 만들어가는 인터넷 서핑을 하는 관람자적인 위치에서 작업한다. <Weather Forecast>는 세 개의 채널이 나란히 설치된 영상작품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보다는 시각적으로 정제된 영상들을 사용됐으며, 병치된 이미지들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인다예를 들면얼음 동굴 이미지푸르른 언덕 바로 옆에 게임 화면에 나올 법한 배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사용된 사운드 역시 인터넷에서 찾은 것들로 효과음음악내레이션 등을 사용됐다이렇게 수집편집된 영상은 한 CF 같다가도 다큐멘터리나 뉴스비디오 게임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안느 드 브리스(Anne de Vries) <Submission>은 디지털 매체에 반응하는 사람의 모습에 집중한다인간 두상은 각 부분이 나뉘어 따로 설치되고 스크린과 스피커가 안팎으로 설치돼 있는데 여기서 출력되는 영상은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세계 곳곳의 장소들이라고 한다작품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다소 그 방식이 직접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으나 디지털이 주는 정보들이 사람들에게 심기다시피 하는 현상을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조형적으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겠다전시 공간 막바지에 이르면 보이는 해골 이미지들은 알렉산드라 도마노빅(Aleksandra Domanovi助⃝) <untitled>





Anne de Vries <Submission> 2016 

Mixed Media Installation in <dataspheres> 

 ZKM | Zentrum fur Kunst und Medien, Photo: Jonas Zilius





작가는 현대적 페미니즘의 개념인 사이버 페미니즘(Cyber feminism)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작품에 반영해오고 있다여기서 사이버 페미니즘이란 사이버 공간과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페미니즘 사상으로 2015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서 역시 이것이 드러난다투명한 폴리에스테르 포일에 인쇄된 해골들은 얇은 코트를 걸치고 자신 있게 무엇인가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이것은 바로 3D 프린터 ‘Ultimaker.’ 이 기계는 생명의 탄생을 은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해골은 생명력을 상실한 존재가 아닌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릎을 꿇고 앉아 프린터에서 무엇인가 뽑아내고 있는 해골들은 천연덕스럽고 유희적이기까지 하다. 이 외에도 인터넷에 떠도는 메시지들, 행복, 자아성취, 금전적 성공에 대한 공허한 외침을 전하거나 디지털 문학을 기반으로 설치된 작품 등 디지털과 기술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서문에는 ‘포스트 인터넷 아트(post internet art)’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신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사실 기존 인터넷 아트와 비교했을 때 본 전시의 작품들에서 내용이나 형식적으로 크게 새로운 특징이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여러 관점들과 가능성을 수용하고자 제시한 설명은 주어와 몇몇 단어만 바꾸면 다른 수많은 전시들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이고 원론적이다. 현재 통용되는 디지털 형식이 충실하게 반영된 작품들이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속에서 어딘가 모르게 아득한 느낌이 든다. 큐레이터가 화두로 제시한 주제,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이며 예술은 무엇을 전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니 마치 디지털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글쓴이 한정민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현대미술과 이론 석사학위 과정을 밟던 중 현재는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학교(Hochschule für Gestaltung)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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