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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4, Mar 2021

프랑스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France

Art of the post-COVID-19 era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술 : 프랑스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2020년의 마지막 날,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베일을 벗은 무대. 짙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성당은 순식간에 수만 개의 화려한 조명과 강렬한 신시사이저 전자음을 발산하며 미지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거대한 장미창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자 성당의 중앙에서 이 쇼의 주인공, 바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 장-미셸 자르(Jean-Michel Jarre)의 아바타가 관객을 반긴다. 뮤지션이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가상현실(VR)로 생중계한 ‘Welcome to the Other Side’ 콘서트는 파리시와 유네스코(UNESCO), 프랑스 VR 스타트업 기업 VRrOOm의 대대적인 협업으로 진행된 새해 전야제로 코로나19에 한껏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랜선 관객 수 7,5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장-미셸 자르의 음악과 노트르담 대성당 미디어 파사드 쇼, 내부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VR 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코로나 시대, 이처럼 언택트(untact), 온택트(ontact) 형식의 예술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 정지윤 프랑스 통신원 ● 이미지 Jean-Michel Jarre, Musée du Louvre, Centre Pompidou, Château de Versailles 제공

Jean-Michel Jarre ‘Welcome to the Other Side’ © Jean-Michel Jarre-E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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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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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출발을 다짐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2021년 역시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다. 변이와 확산을 멈추지 않는 바이러스는 이제 질병적 차원에서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혼란과 실업, 경제 위기를 야기하며 ‘코로나 블루’라는 사회적 우울증까지 몰고 왔다. 모두가 힘겨워하는 시기,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계의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문화예술 강국이라 자부하던 프랑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업이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7.4%, 문화예술업이 2.3%로 큰 비중을 차지한 만큼 그 타격도 배로 커진 셈이다. 두 차례의 락다운(lockdown)과 몇 달째 이어진 긴 휴관으로 인해 프랑스 미술관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생존을 위협받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길거리로 나와 정부의 지원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의 경우에도 작년 대비 방문자 수 72% 감소, 재정 손실이 9,000만 유로(한화 약 1,211억 3,010만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상황까지 치닫자, 이색적이다 못해 조금은 노골적인 이벤트까지 열린다.





vue du Château de Versailles © Christian Mille





지난해 12월에 열린 루브르 경매 ‘Bid for The Louvre, Enchérissez pour le Louvre’가 대표적이다.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작품을 필두로 총 2,365만 유로(한화 약 318억 9,320만 7,500원)를 거둬들인 이 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8만 유로(한화 약 1억 788만 4,000원)에 낙찰된 ‘<모나리자(La Joconde)> 단독 관람권’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쏘아 올린 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세간의 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경영난의 무게도 일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관람권 경매는 안 그래도 전시에 목마른 관람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자칫 ‘관람 행위’ 자체의 특권화, 매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존립 위기에 직면한 미술관들은 소장품들을 하나둘씩 팔기 나섰고, 관람객들의 갈증은 점점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펼쳐진 장-미셸 자르의 VR 콘서트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위로와 격려의 차원을 넘어 코로나19를 대응할 만한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풍부한 문화예술 유산 덕분에 지금껏 뉴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는 다소 보수적이고 더딘 편이었던 프랑스에서 디지털 기술을 전면에 내건 것은 이례적이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프랑스 문화예술계가 디지털 기술과 뉴미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계기로 작용, ‘언택트·온택트’ 트렌드에 발 빠르게 합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Capture d’écran <Expo Miro VR> Juin, 

2020 © WAOlab - Centre Pompidou




VR 기술을 통해 마침내 성사된 8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노트르담 대성당과 미래를 노래하는 음유 시인의 만남. 그 속에서 우리는 가상과 실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 공존하는 비대면 예술의 가능성을 보았다. 공연을 마친 장-미셸 자르는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 그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말라. 초창기 영화가 극예술에 속했던 것처럼, 오늘날 가상현실 기술은 공연 예술에 속한다. 미래에는 표현 양식의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한 때, 그렇게 본격적인 언택트·온택트 예술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현재 프랑스 문화예술계에는 디지털 이노베이션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이동금지령이 발표되자 먼저 문화부는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도서 등 전 분야에 걸쳐 총 943개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집에서 즐기는 문화(Culture chez nous)’ 웹사이트를 신설했다. 뒤이어 역사유적지, 극장, 오페라, 박물관, 미술관 등 각종 기관들도 디지털 가상투어(visite virtuelle) 서비스를 구축하여 오프라인 방문을 대체하는 한편,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주요 SNS 채널을 연동하여 공연과 문화 이벤트의 실시간 스트리밍, 팟캐스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웹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퀴즈와 게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중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2020년 한 해 동안 프랑스 문화예술기관들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와 SNS 계정의 구독자 수, 콘텐츠 조회 수 등을 종합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비대면 예술의 수요가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Capture LA RÉALITÉ VITUELLE À VERSAILLES ‘VIVEZ 

VERSAILLES’ Galerie des glaces © EPV, Make Me Pulse





그러나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호응도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처럼 대중의 인지도가 월등히 높은 몇몇 콘텐츠들을 제외하면 크게 각광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와중에 뜻밖에 선전하며 꾸준히 성장세인 아이템들이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산하의 갈리카(Gallica) 전자도서관과 ‘루브르의 수사(Enquêtes du Louvre)’ 팟캐스트가 대표적이다. 방대한 양의 고문서를 보유하고 있는 갈리카는 정기적으로 특정 키워드를 선정해 아카이브로 고증하는 형식으로 지적 호기심이 많은 대중 층을 사로잡은 케이스다. 루브르 박물관은 예상외로 이미지를 이용하는 대신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티브로 삼았다. 1911년 벌어진 모나리자 도난 사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가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Le radeau de la Méduse)>(1818-1819)에서 일어난 비극을 재구성하여 범죄 수사물 오디오북을 제작한 것으로 예술 작품과 스릴러 장르의 신선한 결합이라는 평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플랫폼의 구조와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온택트 예술 역시 감상과 비평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도리어 평가의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랜선 관람객들의 피드백은 더 빠르고 더 과감하다. 코로나19 이전이나 지금이나 예술 콘텐츠의 경쟁력은 결국 그 질과 내용, 기획력에 달려있다. 





Si Versailles m’était chuchoté Vidéo ASMR réalisée par Paris

 ASMR en partenariat avec le château de Versailles 

© Cédric Vasnier





이제 프랑스 미술관들은 작품 이미지를 단순히 사진·영상 촬영하거나 전시장을 3D 모델링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자취를 감춘 고대 도시를 재건설한 그랑 팔레(Grand Palais)의 <폼페이(Pompéi)>전은 AR/VR 기술을 100% 도입해 관람객의 체험과 몰입도에 중점을 둔 반면,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는 호안 미로(Joan Miró)>의 ‘블루 3연작(Bleu I, II, III)’(1961)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작품 집중형 전시’를 기획해 차별성을 두었다. 또한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궁궐과 광활한 정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담은 ASMR 단편영화 <베르사유가 나에게 속삭일 때(Si Versailles m’était chuchoté)>를 제작해 관람객의 청각을 자극하는가 하면,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는 우리 시대의 화두인 코로나19에 대한 고찰을 한 권의 온라인 이북으로 담은 <항체(anticorps)>전을 통해 온라인 전시와 책이라는 두 매체의 결합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비대면 예술 콘텐츠를 모색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1년,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더 치열하게 버티고 견뎌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위기 속에서 진일보하지 않았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마침내 내 속에 억누를 길 없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디 이 어둡고 힘든 시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능한 새로운 예술을 무한히 도전하는 시간이기를 바라는 바다.  PA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미술과 뉴미디어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 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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