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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5, Apr 2021

생태계를 위한 도시 ‘카셀 도쿠멘타’

Germany

City as Sustainable Ecosystem
Preview in Kassel Documenta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도시 ‘카셀 도쿠멘타’에서 미리 보기

지난해 9월, 카셀 시는 ‘스마트 카셀’이라는 슬로건 아래 스마트 시티로의 전환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시 내 첨단기술 도입과 공공 서비스의 현대화, 경제도시로서 입지 강화를 골자로 한 기사 내용은 이미 스마트 시티 정책을 시행 중인 독일의 다른 도시와 별다를 것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기사를 재차 읽어 봤던 건 순전히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때문이었다.
● 박은지 독일통신원 ● 이미지 documenta archiv, documenta 15 제공

documenta and Museum Fridericianum GmbH: ruruHaus 2020 Photo: Nicolas Wef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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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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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부에 위치한 카셀은 평소에 조용하고 평범한 도시지만, 5년에 한 번 도쿠멘타가 개최되는 100일 동안만큼은 도시 전체가 현대미술을 위한 장소로 변모하고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전 세계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도쿠멘타는 시와 주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적 지원 이외에도, 그 시작부터 도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놀드 보데(Arnold Bode)는 잘 알려진 대로 나치 정권에 억압받았던 추상미술 이데올로기와 예술가의 자율성 회복을 위해 1955년 도쿠멘타를 기획했다. 동시에 보데는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카셀 시를 재건하는데 예술이 일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예술가에게 그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1970년대 제조업의 쇠퇴로 도시가 경제난을 겪을 때에도 도쿠멘타는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전시로 자리 잡으며 도시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산업 도시에서 문화예술 도시로 정체성을 탈바꿈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카셀 시가 도쿠멘타에서 소개된 공공미술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7000그루의 떡갈나무(7000 Oaks)>부터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의 대지미술작품,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조각 등 1977년부터 구입하기 시작한 16점의 공공미술 작품들은 여전히 도시에 남아 시민들의 일상에 어우러져 있다. 동시에 이러한 이유로 작품들은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데, 도심 내 광장에 세워졌던 올루 오귀베(Olu Oguibe)의 <난민과 이방인을 위한 기념비(Monument for strangers and refugees)>는 난민수용정책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도쿠멘타 14’가 종료된 지 2년 만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카셀 시 대변인에게 직접 문의했다. 도쿠멘타와 관련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카셀 시민의 삶과 밀접한 모든 분야에 해당될 것이며 문화와 예술, 특히 ‘카셀 도쿠멘타’도 여기에 포함될 것”1)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기에 너무 이르다”고도 덧붙였다. 아직 프로젝트가 시행되기도 전에 그것이 도쿠멘타에 끼칠 영향에 대해 점쳐보는 것은 그의 말처럼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시티가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미래 도시의 원형으로 이제 막 논의되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그 안에서 제작되고 향유될 미술의 형태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적당한 때일지도 모른다. 내년에 개최될 ‘도쿠멘타 15’의 예술 감독 루앙루파(ruangrupa)와 코디네이터 안드레아 린넨콜(Andrea Linnenkohl)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2)


린넨콜은 2007년에 있었던 도쿠멘타 12회부터 현재까지 도쿠멘타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이후의 전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는 “아직 도쿠멘타와 관련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지만, 아마도 이는 도쿠멘타의 운영방식뿐 아니라 예술적 주제와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린넨콜: 카셀 시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도쿠멘타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아마도 관람객의 이동이나 작품 운송, 폐기물 처리, 안전성과 같은 도쿠멘타의 인프라와 관련해서 일 것이다. 또한 도쿠멘타의 예술적 콘셉트와도 연관성이 있다. 이번 ‘도쿠멘타 15’에서 중요한 목표는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학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인데,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작품을 항공이 아닌 철도로 운송할 수 있다면 이러한 전시 콘셉트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실제로 도시별 스마트 시티 핵심 사업들은 행정과 경제, IT, 에너지, 환경, 교육, 공공 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한 도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교통 혼잡과 에너지 부족, 소득에 따른 삶의 수준 격차와 같은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스마트 시티를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도시로만 여긴다면 오산이다. 스마트한 도시 만들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음 세대에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이동성과 안전성 그리고 친환경 중심의 도시 재생을 최우선으로 한다. 루앙루파는 스마트 시티에서 ‘smart’를 녹색에 비유하기도 했다.


루앙루파: 최근 카셀 시에서 어떤 계획들을 추진 중인지 잘 모르겠다. 앞서 안드레아가 말했듯, 지속 가능성이 카셀 시의 목표라고 한다면 그리고 스마트함을 ‘녹색’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이제껏 해왔던 프로젝트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시티는 아직까지 우리가 활동 중인 자카르타나 주변 아시아 국가에선 낯선 개념이고, 우리 또한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활동을 한 적이 없다. 스마트 시티에 대해 무조건 회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의문점은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는 기술에 관해서 말이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스마트 시티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시민들의 행동을 추적하거나 위협적인 방식으로 기술이나 데이터가 활용되지는 않을지 궁금하다.





OFF-Biennale Budapest Archiv: Gladness Demo, 

a new production of Endre Tóts Gladness Demos 

from the 1970s by Kristóf Kovács in the Telep Gallery, Budapest, 8. 

Oktober 2017a part of GAUDIOPOLIS 2017/OFF-Biennale Budapest, 

2017 Foto: Zsolt Balázs





그의 우려에 덧붙여 질문을 이어갔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는 스마트 시티에서 개인의 감시와 사생활 침해, 도시 구성원의 다양성 저해 같은 문제가 쉽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술은, 특히 도시의 특수성과 역사성 그리고 시민 참여가 핵심적인 공공미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루앙루파에게 의견을 물었다. 루앙루파: 실제로 미술이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법일지 예상하기 어렵다. 사실 20여 년 전에 있었던 넷아트(Net Art)처럼 인터넷이 상용화될 때부터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활동에 대항하는 예술가들은 많았다. 우리는 ‘도쿠멘타 15’를 포함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친밀감을 갖고 있다. 


또 공공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서구에서 공공미술이 가진 맥락이나 ‘퍼블릭 아트’ 라벨이 붙은 미술은 (아시아에서) 우리가 말하는 공공미술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근래 공공미술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0년 전 한창 선보인 공공장소에 오브제를 설치하는 식의 공공미술을 떠올린다면 적어도 우리에겐 낡은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마트 시티 내에서 그러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어떤 역할을 하기엔 공공미술의 영향력이 너무 작거나 혹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뒤이어 그는 “만일 스마트 시티가 세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지방도시에 영향을 미친다면 아마도 다수의 룸붕(lumbung) 멤버들의 활동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룸붕은 인도네시아어로 커뮤니티에 의해 공동으로 운영되는 식량 저장고를 뜻한다. ‘도쿠멘타 15’에서는 15명의 루앙루파 멤버와 40여 명의 참여 작가가 느슨하고 자율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 린넨콜은 “‘도쿠멘타 15’의 주제는 ‘도쿠멘타 14’의 참여 작가였던 루앙루파가 전시 이후에도 자본을 중심으로 개편되는 현 상황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룸붕 네트워크를 통해 대안적인 지식과 자원을 공유해온 결과”라고 했다.


린넨콜: 건축물로서 룸붕은 정부가 곡물을 수집하고 분배하던 장소인 ‘쇼이네(Scheune)’로 직역할 수 있다. 그러나 룸붕이 내포한 개념을 살펴보면 오히려 ‘알멘데(Allmende)’에 가깝다. 알멘데는 커뮤니티에 의해, 또는 해당 자원이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관리되는 개방된 공간이다. 루앙루파는 ‘도쿠멘타 14’에서 개방된 룸붕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RURUradio)을 선보였고, 이번 ‘도쿠멘타 15’에서도 이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는 작가의 유명세나 상업적 목적과 무관한,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도쿠멘타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루앙루파: 우리는 2015년부터 주로 자카르타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실험을 해왔고, 이후 룸붕 네트워크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헝가리, 말리 등으로 확대되었다. 룸붕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반드시 룸붕 멤버라고 불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룸붕은 어떤 특정한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방법론에 가깝다. 우리는 팬데믹 이전에 ‘카셀 도쿠멘타 15’의 예술 감독으로 선정되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룸붕이라는 전시 콘셉트는 오늘날 더욱더 시의적절해진 것 같다. 룸붕 네트워크의 활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체되고 있기보다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룸붕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유무형의 자원을 모으고 이를 교환하는 플랫폼이다. 루앙루파는 “현재 카셀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콜렉티브와 커뮤니티가 룸붕 멤버로 참여 중이며, 카셀 시민과 관계 맺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카셀 시의 스마트 시티 사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지 간에 그 궁극적인 모델은 내년 도쿠멘타에서 미리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PA


[각주]

1) 카셀 시 대변인 클라스 미하엘리스(Claas Michaelis)의 이메일 답변, 2021년 1월 8일

2) 인터뷰는 2021년 3월 12일 루앙루파(ruanrupa)의 멤버인 파리드 라쿤(Farid Rakun)과 이스완토 하토노(Iswanto Hartono), 

‘카셀 도쿠멘타 15’의 코디네이터 안드레아 린넨콜(Andrea Linnenkohl)의 참여로 진행되었으며, 라쿤과 하토노의 답변은 ‘루앙루파’로 통일하여 기입했다.



글쓴이 박은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를 위한 전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미술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아티스트 북을 리서치하고 그것에 관한 이론 및 전시기획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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