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Issue 135, Dec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PUBLIC ART NEW HERO

2017.12.5-2017.12.17
JCC 아트센터
PUBLIC ART X Jaeneung Cultural Foundation X Gyeonggi Creation Center

지면으로 보는 전시. 2017년 12월 5일부터 12월 17일까지 서울 혜화동 JCC 아트센터에 마련되는 제4회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2014년 세번째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을 마치고 현재까지 총 23명(팀)의 작가가 모였고, 「퍼블릭아트」가 공정을 기해 선발한 이들에 경기창작센터 작가가 의기투합해 이번 전시는 완성된다. 훨씬 넓어진 스펙트럼, 우리가 흔히 예측하는 미술사에 안착한 미술을 벗어나 양식적 측면뿐 아니라 내용적 면에서도 광범위한 작품들로 꾸며지는 전시를 특집으로 만나보자.
● 기획·진행 정일주 편집장, 이가진·정송 기자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정일주 편집장, 이가진 기자, 정송 기자

Tags

4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월간 「퍼블릭아트」 선정작가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가 오는 12월 5일부터 17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JCC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한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에는 지난 2015년 선정작가 중 하석준, 빈우혁, 오완석, 이준, 이지양, 임영주, 편대식과 2016년 선정작가 이채영, 김화현, 박민, 엘리 허경란, 오유경, 윤예제, 천재용 그리고 2017년 선정작가인 전지인, 국동완, 김주리, 김지아나, 마한칭&유모나, 박한샘, 박희자, 황민규가 참여한다. 여기에 「퍼블릭아트」와 MOU를 맺은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가운데 김남현, 양유연, 윤성필 그리고 전희경 4명이 포함돼 총 26명(팀)이 전시를 꾸린다. 전시는 새로운 예술계 히어로들의 대표작을 통해 앞으로 그들의 활동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이며, 또 참여 작가들에게는 이후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로 기획되었다. 


또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공모를 재점검하는 기회이며 동시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미술 개념을 전시에 도입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퍼블릭아트」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창의적이고 전도유망한 작가들을 발굴 및 지원해온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이들이다. 이에 앞서도 「퍼블릭아트」를 예술계 제도권 진입의 발판으로 삼아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역량 있는 작가들이 다수에 달한다. 「퍼블릭아트」는 그동안 평면, 입체, 뉴 미디어, 영상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를 선정해 현재까지 총 108명(팀)에 달하는 ‘뉴히어로’를 발굴했다. 이들은 매달 한 명씩 ‘아티스트’ 코너에 소개되었으며, 창작지원금과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 자격 등을 부여받았다. 2015년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석준은 “기차를 타고 처음 가는 여행에서 보는 풍경이야말로 가슴 벅차게 한다. ‘퍼블릭아트 뉴히어로’라는 새로운 역은 나에게 휴식처이자 다시 시작하는 긴 여정을 위한 다짐의 계기였다. 이제 또 다른 히어로들을 태우러 달려가는 「퍼블릭아트」를 응원한다”고 강조한다.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공모’에서 ‘퍼블릭아트 뉴히어로’로


월간 「퍼블릭아트」는 창간 이듬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원로가 되는 날까지 든든한 조언자이자 협력자 혹은 동업자로서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물심양면 지원하겠다’는 기조로 ‘선정작가 공모’를 시행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누구 하나 사변적인 것에 휘둘려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깨끗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공모는 선정 작품 중 여럿을 ‘표지’로 게재하고 매달 각 작가를 집중 보도해 왔다. 더불어 여러 언론매체와 연계 홍보를 통해 작가들이 지평을 넓히도록 도왔고 「퍼블릭아트」가 주관, 또는 커미셔너 역할을 하는 각종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국내외 기획전에 우선적으로 초대하는 혜택도 부여했다. 유수 화랑과 미술관 등에 추천하는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타 미술전문지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작가 지원이라는 개념의 폭을 구체적으로 실현, 확장하는 결과를 구축했다. 이에 부응하듯 해를 거듭하면서 ‘선정작가 공모’에 대한 반향 역시 커졌다. 매 해 수 백 명의 작가들이 공모에 참여했고 그 질적 성장도 매우 빨랐다. 선정작가들이 당대 미술시장과 화단에서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음으로써 명성을 얻은 공모는 지난 2010년 첫 전시 타이틀에 사용된 단어로 공식 제목을 확정했다. 이로써 2011년부터 ‘퍼블릭아트 뉴히어로’라는 명칭으로 공모가 진행된 것이다. 동시대 다양한 실험 속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의 가치를 선보이며 한국 현대미술계에 중요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Ongoing!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


지난 2010년 개최된 제1회 전시는 <월간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특별전-New Hero Fly in Heyri>란 타이틀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선정된 작가 36명을 소개했다. 2010년 9월 3일부터 26일까지 ‘2010 파주 헤이리 판 페스티벌’과 공동 기획, 동시 진행된 전시는 모두 같이 노는 화려한 판을 벌여보자는 취지 아래 마련, 개최됐다. 헤이리 내 15개 문화공간을 통해 개인전 혹은 그룹전 형식으로 마련됐으며 실내 작품 외에도 헤이리 일대 야외, 카페 등을 통해 설치 및 조각 작품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2013년 열린 두 번째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과 2014년에 마련된 전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복합문화공간 네모(NEMO)에 마련됐다. (주)인터파크와 공동 주관 혹은 주최로 연 전시에는 각각 19명의 작가(2013)와 15명의 뉴히어로(2014)가 참여했다. 특히 세 번째 전시부터 「퍼블릭아트」와 MOU를 맺고 있는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가 참여, 현대미술의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한편,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은 단지 전시에 그치지 않고 각 작가와 작품을 엮어 책으로 발간하고 있다. 첫 단행본은 『퍼블릭아트 뉴 히어로-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46』. “의미와 가치가 함유된 기록을 유구하게 보존하자”는 의도에서 만든 책은 각별한 시선과 담론을 모으려 애쓰며,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해 실시한 선정작가 공모를 통해 배출된 총 46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학적 담론을 겨루고, 보다 폭넓은 장에서 더 많은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메시지에 주력했다. 이후 각각 2013, 2014년에 전시와 동명의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단행본이 출판됐으며 올 전시에 또한 예정돼 있다.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심사위원


공모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학연과 지연에 얽혀 일부 출신 작가에게만 기회가 한정되는 우리 미술계의 고질적인 만성병을 개선하고자, 응모작가의 학력과 같은 프로필은 심사에서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만으로 평가하여 선정”한다는 특징을 짚어낸 2014년 심사위원장 이지호 이응노미술관 관장의 설명처럼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의 심사 기준은 처음부터 현재까지 명확하다. 모든 이력 사항을 가리고 철저하게 작품만으로 평가하는 1차 심사를 거친 후엔 작가의 프레젠테이션이 2차 평가에서 이뤄진다. 2차 평가에선 편집부 외에 외부에서 초빙한 심사위원이 함께한다. 미술계의 중책을 맞고 있는 인사들이 참여했는데, 그중에서도 2010년에는 윤진섭 미술평론가, 박천남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장이 맡았다. 2011년에는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김찬동 전시기획자, 전(前) 아르코미술관 관장, 박영택 경기대학교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2012년엔 김홍희 前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윤재갑 하오아트뮤지엄 디렉터가 2013년에는 임근준 미술·디자인 평론가가 애써주셨다. 


2014년의 심사는 1차와 2차 심사로 진행됐다. 1차는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겸 ‘2016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16)’ 한국관 예술 감독과 박순영 난지스튜디오 큐레이터, 민병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차에는 김진희 전 경기창작센터 학예팀장이 다채로운 시각으로 쟁쟁한 지원자들을 평가했다. 이어 2015년에는 김진희·박종호 경기문화재단 부장이, 2016년에는 미술평론가인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 관장과 최태만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이 중지를 모은 바 있다. “젊은 작가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들의 고민,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살필 수 있는 자리”였다는 2017년 심사위원 기혜경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의 말처럼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공모는 지원하는 비단 작가들뿐만 아니라 심사에 임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주는 기회다.



  








4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전 작가 


1. 국동완 KOOK DONGWAN

 

색이 너무 고와서일까? 국동완이 그린 배는 더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무엇을 그리는가에 따라 크기와 형식을 분방하게 넘나드는 작가임에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A Ferry>가 우선 떠오른다. 애초,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어서 세월호를 그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다루지 않고는 스스로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에 시작된 그림이었다. 평소 그리던 크기의 몇 배나 되는 규모를 구상하면서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될까?’ 그는 생각했다. 미술은 수많은 고민의 집합이다. 그 중에서도 작업의 다양성과 주제의 합리화 과정은 작가에게 실제 작업의 행위보다 더 큰 수고와 고통을 안겨준다. 세상 모든 문제는 양면성을 지니며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작가의 성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개인사적 이야기와 시대사적인 이야기 등 미술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이것 역시 양면적이며 자칫 전혀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련된 예술에서 그 둘의 성질은 자연스레 섞이고 그럼으로써 더 분명한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은 그 시대성을 목적으로 두지 않으며 취향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역설적으로 작가의 의식이 그 시대를 대변할 때 가치를 인정받는다. 첨예한 개인사를 기록하던 작가가 모두 공유하는 사건을 주제로 정했을 때, 국동완은 이 많은 상황들을 숙고했다.




국동완 <A perfect bookcase #1>

 2010 Paint on wood 63×105×12cm 




국동완 <Around #1> 2013 

Colored pencil on paper 52×75cm 





국동완 <A ferry> 2016 

Colored pencil on paper 195×64cm

 

 


2. 김남현 KIM NAM HYEON

 

김남현의 작품은 사회에 내재된 획일적인 시스템과 편재되어 있는 집단적 사고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그러한 구조에 무기력하게 길들여진 작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몸부림치며 분투하는 자아를 보여준다. 그의 내면적 자아는 주로 인간의 신체를 통해서 표현되는데 신체의 일부가 규격화된 물리적 틀 안에 자발적인지 강제적인지 알 수 없이 갇혀있거나 결박된 상태로 직설적이고 무겁게 표현된다. 초기 작업인 ‘Confined One’과 ‘Single’ 연작은 사회 구조 속에 통제되고 시스템에 종속되는 억압된 개인에 주목하였다면 최근작인 ‘Familiar Conflict’ 연작은 작가가 끊임없이 대면해야만 하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잠식하는 충돌적인 심리 상태들과 그에 따른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을 파편화된 여러 개의 신체들과 함께 뒤엉켜진 이질적 오브제의 조합으로 보여준다. 얼핏 보면 기괴스럽고 폭력적으로 인상지어지는 신체를 통한 가학적이고 자기파괴적인 형상들은 원하지 않는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거부하려는 작가의 심리적 갈등과 그 끝에 남겨진 고독과 자기연민의 감정들을 흐릿하게 투영한다.




김남현 <마주한 내성(Cross Tolerance)> 2017 스틸

우레탄수지우레탄폼아크릴칼라석고실 가변설치




김남현 <마주한 내성(Cross Tolerance)> 2017 스틸

우레탄수지우레탄폼아크릴칼라석고실 가변설치




김남현 <마주한 내성(Cross Tolerance)> 2017 스틸

우레탄수지우레탄폼아크릴칼라석고실 가변설치

 

 


3. 김주리 KIM JUREE

 

김주리의 <일기생멸(一期生滅)>(2017)은 하나의 풍경이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주목해온 “휘발하는 풍경”, 즉 “휘경(揮景)”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휘경’(2011-2017) 연작을 통해, 일련의 건축물을 축소하여 그대로 재연한 후 곧 다시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풍경에서 감지되는 현실 너머의 우연한 신호들을 붙잡아보려 했다. 그의 첫 ‘휘경’ 연작은 재개발이 한창이었던 서울의 휘경동(徽慶洞)을 소재로 삼아, 곧 사라질 오래된 주택의 형태를 본떠 흙으로 모형을 만든 다음 전시가 시작되면 거기에 조금씩 물을 부어 그 형태가 아래로부터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휘경’ 연작은 작가가 단지 재개발지역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작업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어떤 현실의 풍경이 함의하고 있는 기억과 그것에 대한 비현실적 차원의 감각들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어떤 형태의 구축과 소멸 앞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아직 본 적 없는, 하지만 이미 사라진 시간의 기억에 대해 막연한 향수를 갖게 된다.


<휘경>에서 시작된 풍경에 대한 그러한 관심은 <일기생멸>에서 보다 추상적인 사유로 확장되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최소한의 장소성을 지시하던 건축적 풍경이 사라진 이번 전시에서, 김주리는 마치 “발견된 오브제들”이 소리 없이 보내오는 초현실적 신호들처럼 풍경의 요소들을 매우 추상적인 시간의 대체물들로 끌어들였다. 이를테면 유럽의 한 작은 도시를 여행하던 중 유난히 창백한 잎이 인상적이어서 한줌 채취해 온 식물을 그는 서울의 한 골목길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그것이 백묘국이라 불리는 야생화라는 것을 알아내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그에게 어떤 유령 같은 신호로 작용했고 죽은 듯 창백한 이파리가 물이 많으면 오히려 선명한 녹색을 띠며 죽어가는 백묘국의 언캐니한 모습에서 물에 의해 무너져 내리는 “휘경”의 맥락을 감지했다. ● 안소연 미술평론가



 

김주리 <일기생멸(一期生滅)> 

2017 백묘국들쑥사운드 가변크기 




김주리 <Evanescent Landscape: Falcon> 2017

 Pottery, Stoke-on-Trent British Ceramics Biennial 2017





김주리 <Evanescent Landscape: Falcon> 2017 

Pottery, Stoke-on-Trent British Ceramics Biennial 2017


  

 

4. 김지아나 KIM JIANA

 

김지아나의 흙은 빛을 담는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진화한다. 그것은 단지 ‘연륜이 쌓인다’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작가는 기존의 틀에 새로움을 더하거나 혹은 자신의 기본 틀을 완전히 부수는, 마치 트랜스포머와도 같은 세계를 구사한다. 그는 이성과 감성 등 내면의 경계, 탈 경계의 인식을 빛과 색을 통해 자유자재로 선보이는 예술가다. 흙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 김지아나는 테크놀로지, 센서, LED 등과의 결합을 통해 적극적이고 설명적이었던 예전 작업에서 벗어나 최근 자기(Porcelain) 조각들로 이루어진 평면 회화에 집중하고 있다. 순수 재료로 만들어진 자기 조각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을 받아들이는데, 이는 보다 자연을 닮았다.


 


김지아나 <Black inside impact-1701> 2017 

Porcelain, polyvinyl acetate resin, stain 73×91×10.5cm

 

 

 

5. 김화현 KIM HAW HYUN

 

순정만화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소년들로 가득 찬 김화현의 작품을 처음 볼 때, 적지 않은 이가 만화인지 혹은 순수회화인지 정의내리는 기로에 선다. 화이트큐브 안에 있으니 만화는 아닐 터, 그러나 그간 미술사에서 봐왔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의문점이 교차한다. 왜 그는 순정만화 속 소년을 캔버스로 끌고 왔는가.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그리고 기존 미술사에 미루어보아 김화현의 작품을 ‘순수회화’라 명할 수 있을까? 이 수많은 질문에 대해 그의 대답은 명료하다. 


“여자가 그린 남자 그림이다.” 김화현 작품의 주제를 하나로 좁힌다면 단연 ‘페미니즘’이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는 성역할에 의문을, 구체적으로 말해 여성에겐 남성의 시각이 반영된 보수적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대중문화에서 평범한 남자가 미녀를 얻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반대는 거의 없는 점도 그에겐 이상하게 여겨졌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쫓는다’는 명제가 진리임에도 여성이 남자 외모를 따지면 비난 받는 경우 또한 작가는 종종 목격했다. 남성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따지는 건 사회적으로 허용되면서 왜 그 반대의 경우는 안 되는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은 항상 여자인 점과 남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의문은 김화현 머릿속에 지속적으로 커졌고 이는 현재 작가가 ‘대체미술사’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화현 <La Grande> 2014 장지에 담채 90×145cm 




김화현 <The Arrival> 2017 순지에 수묵 담채 130×193cm

 

 

 

6. 마한칭&유모나 MA HANQInG & YOO MONA

 

마한칭&유모나는 협력 작업을 한다. 이들의 작업은 둘 모두의 특성을 나타내면서도 각자의 작업 사이에 간극과 왕래가 있도록 한다. 그들은 그렇게 사진, 조각적 오브제, 두 작가가 존재하는 공간의 감각 사이에 끊임없이 진화하는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마한칭과 유모나의 사진과 조각 작품은 각각 관람객이 항해할 수 있는 공간과 경험적인 조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협력 작업 안에서의 자세 또는 접근법은 그들이 어떤 공간적 언어와 그림자가 없는 현상학적 공간의 변화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종합되어 관람객에게 움직임을 통한 강렬한 만남을 선사한다. 이들의 작품은 도시 공간을 찍은 단색 사진에 집중되어 있으며, ‘거주’의 건축적인 관념을 전체 설치물을 이루는 사진과 조각적 오브제 사이에 형성되고 지어진 공간에서 다룬다. 이는 조각이 신체와 근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현상학적 사유라 할 수 있는데, 할 포스터(Hal Foster)의 저서 『콤플렉스(The Art and Architecture Complex)』에 담긴 생각과 유사하다. 혹은 마한칭과 유모나의 작업에서 무게와 치수와 척도의 활성화가 일어난다고 할 수도 있다. 포스터는 이러한 유형의 작업을 “공간을 경계 짓도록 신체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할 것이다. 존재와 공백 간의 역동성은 마한칭과 유모나의 작업에서 강력한 힘으로 나타난다. ● 니나 트라이베디 큐레이터


 


마한칭&유모나 <143 Second Street> 2015

 Silver gelatin hand print, Residency of

 School of Visual Arts (SVA) 





마한칭&유모나 <Shadow with object> 2015 UV 

direct print on metal board 150×160cm

 

 


7. 박민 PARK MIN

 

박민은 스스로 보고 느끼는 세상의 상황을 객관화시키는 연구에 몰입해 있다. 그는 대상을 더 확연하게 드러내거나, 확장시키고 혹은 비가시적인 것으로 만드는 제거 작업, 부재(不在)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친다. 그가 구사하는 방식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수용유희>(2013)는 총 192명의 인물이 통일된 형태의 ‘단발 헬멧’을 쓰고 찍은 사진이 집합된 작품이다. 유학 중이던 작가는 주변인부터 시작해 범위를 점점 넓혀 학교 내 카페테리아 서버, 행정파트 직원, 건물 시설 정비원 등을 섭외했다. 그들에게 직접 만든 헬멧을 건네며 그는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내 나라에서 어린 여학생들이 따라야했던 헤어스타일이야. 이걸 쓰고 감정을 없애봐!” 일단 사진 찍히기로 마음먹으면 대상은 즐거워했다. 흥미롭게 촬영에 임하며 하나의 놀이처럼 대했다. 작가는 그렇게 찍은 수많은 사진을 쭉 나열하고 각 인물마다 사각의 거울 프레임을 입체로 덧붙였다. 마주한 것을 반사시키며 동시에 반대에 놓인 사물을 투영하는 양면거울 때문에 각 인물은 섞이고 대립하며 또 오버랩 됐다. 그리 배열된 사람들의 개별 아이덴티티가 점차 사라지는 대신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박민 <수용유희(Jolly God 192:Receptional Play)> 

2013 과정 사진 




박민 <수용유희 (Jolly God 192:Receptional Play)> 

2013 양면거울사진스티로폼석고섬유유리페인트

84×251.5×14cm

 


 

 8. 박한샘 PARK HAN SAEM

 

박한샘은 전통적인 수묵으로 담담히 풍경을 재현하며 대상과 인식의 현상을 연구하는 작가다. 수묵 연구에서 오롯이 담긴 정신적 틀은 그가 재현하고자하는 대상과 이미지, 시간성에 대한 충분한 매체이며, 자신의 시각적 기호를 담아내는 담지체다. 그는 수묵의 결을 그려가며 그린다는 행위가 갖는 회화적 질문을 통해 대상과 시각의 사이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시간의 결을 공감케 하는 것이다. 감지된 대상(섬, 풍경)과 감성의 추상적 층위(시간, 욕망, 생성)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그 이미지의 언표를 반복해 내는 것이 박한샘이 그려내는 회화들이며 이미지, 구조다. 화선지에 그린 이 담백한 흑백의 풍경은 바다 위 홀연히 솟은 섬이라는 몸을 찬찬하고 세세한 분절로 그려내고, 또 무수히 각인된 시간의 틀로 열어놓는다. 오랜 풍화로 시간의 뼈대를 그대로 드러낸 표면의 절벽과 숲은 섬의 살과 표면, 혹은 경계를 드러내듯 묵선으로 드러나며 또 다른 의미의 잠재성으로 확장된다. 이 잠재성이 가득한 묵선은 인식의 이미지로, 또 회화적 의미에서 풀어내야할 문제의 장으로 연결되는 도화선인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지각의 대상인 섬은 의미의 대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그림의 주체이자 수많은 교감과 차이를 반복하는 경험의 외관이다. ● 김복수 청주창작스튜디오 학예사




박한샘 <털미섬 4> 2015 화선지에 수묵 129.0×394.0cm 




박한샘 <섶섬 2> 2016 한지에 수묵 180.0×508.0cm 

 

 


9. 박희자 BACH HEEZA

 

박희자의 ‘It; art school project’는 2015년 교환학생으로 머물게 된 체코의 예술학교에서 시작됐다. 낯선 환경에서 언어, 나이, 인종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유독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에서 사진은 그리 인정받는 매체가 아니었다.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느낌이 계속되며 기운 빠져있는 나날의 와중에 그는 사사키 아타루(Ataru Sasaki)의 『이 치열한 무력을』을 읽게 되었고, 분연히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기를 손에 쥐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예술학교’라는 특수한 공간, 모두가 예술가를 꿈꾸지만 아직은 설익은 시도와 불안, 희망 따위가 뒤섞인 곳. 시선이 닿는 곳에는 의외로 힘이 좋은 오브제들이 있었다. 거기에서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얻은 것은 생각보다 많았다. 누군가에 의해 혹은 우연히 자리에 놓였지만, 그 자체로 내적인 힘을 가진 피사체들을 마지막까지 찍다가 돌아왔고, 이는 작가에게 강력한 변환점이 되었다.





박희자 <It; Art school project> 2015 Inkget print 54×75cm 




박희자 <It; Art school project> 2015 Inkget print 64×84cm 




박희자 <It; Art school project> 

2015 Archival pigment print 48×51cm



  

10. 빈우혁 BIN WOO HYUK

 

빈우혁은 목탄으로 자신의 거주지 주변 숲을 그린다. 때로는 호수와 하늘을 함께 담아내기도 하는 그의 풍경은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자연임에도, 현실과는 사뭇 다른 낯섦을 지닌다. 이는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들이 예리하고 날카롭게 묘사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며, 작가의 우울이나 불안, 분노 등 감정적 동요가 역설적이게도 잔잔한 숲에서 발현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에게 숲은 고통의 순간마다 위로를 주는 공간이며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처 받은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동시에 그것을 온전히 보듬고자 건네는 위로의 손길이다. 빈우혁의 작품 속 숲은 인간에게 익숙한 숲의 모습과는 다른 거리감이 느껴진다. 작가가 의도적 변형을 가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실존하는 풍경 그대로를 담아낸 것이다. 그는 보통 전체적인 구도를 잡지 않고 캔버스 왼쪽이나 위에서부터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대부분 끝까지 한 번에 그려내기 때문에 중간에 실제 숲과 다른 부분이 생기거나 또는 목탄을 쓰면서 의도하지 않게 묻어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을 굳이 수정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이 이절적인 느낌이 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빈우혁 <Weißenseer Park 66> 

2017 캔버스에 유채 193×259cm

 



11. 양유연 YANG YOO YUN

 

양유연은 타인과 완전히 공유할 수 없는 감정에서 기인한 궁극적 고독의 근거로 불확실한 세계와 신뢰할 수 없는 불안정한 대상들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불신과 불안으로 점철되는 동시대에 사회적 불안감, 경제적 불안감, 난립하는 정보로 인해 사실과 진실에서 고립되며 무기력하고 무능한 개인으로서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의 상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심리적 감정 상태는 결국 세계와 대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거나 배타적인 태도의 극단으로 우울함과 공포에 이르게 된다. 장지에 옅은 채도의 아크릴 물감을 여러 번 덧대어 표현하는 불투명한 질감과 무채색 계열의 무거운 색감은 화면 아래에서부터 깊이 스며들어 그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한다. 양유연은 최근작으로 올수록 보다 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건들과 주변에 가장 익숙한 대상들에 집중하며 그것들에게서 더욱 낯설게 다가오는 간극의 차이에 대하여 예민한 경계심을 보이는 동시에 본능적인 거부감과 기묘함 같은 불쾌를 불러일으키는 사이 지점들에 대한 사유로 나아간다.




양유연 <서치라이트> 2015 

장지에 아크릴릭 105×149cm 




양유연 <애드벌룬> 2017 

장지에 아크릴릭 150×210cm

 

 


12. 엘리 허경란 ELLIE KYUNGRAN HEO

 

영상을 만드는 일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이다. 제작 속도와 관계없이, 그것은 인내를 요구하는 정밀한 작업이다. 그는 활기차게 움직이며 불안정하고 다양한 존재들을 끊기 있게 담아낸다. 엘리 허경란의 작업은 겸손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 카메라, 그리고 시간이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민주적인 행위이다. 그는 변화하는 대상의 상황에 주의하며, 크거나 작은 뜻밖의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목격자를 자임한다. 그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즉 그는 ‘타자’를 자극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다. 이것은 만드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유쾌하다. 또한 그의 작업은 우리를 시간과 세계의 한가운데로 안내한다. 이것은 저항적 행위이다. 


그의 작업은 사람, 장소, 동물, 사물들이 부지불식간에 주변화 되어 가는 상황에 저항하고, 타자와의 간편한 대면에 저항하며, 소멸에 저항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거친 세상 위에서 고결한 인류와 동식물이 공존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늘과 멈추지 않는 바다를 인식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존재에 대한 의심을 감내하고 살아갈 것인가? 이것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질문이다. 그는 우리가 잘 알면서도 어느새 잊어버린 진실-그야말로 우리를 구해줄지도 모를 진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 진실은 ‘타자’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밖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존 버거(John Berger)가 말했듯이 “이제 모든 이야기는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 가레스 에반스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필름 큐레이터

 

 


허경란 <밥 먹었어요?> 

2017 HD video, color, sound 52minutes





허경란 <밥 먹었어요?> 

2017 HD video, color, sound 52minutes





허경란 <밥 먹었어요?>

 2017 HD video, color, sound 52minutes

 

 

 

13. 오완석 OH WAN SEOK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거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숫자 ‘0’. 오완석은 그 앞에 마이너스를 붙여 상황을 달리 만든다. 세상에 없는 숫자 ‘-0’은 0을 넘어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나아가 존재의 유무를 확장한다. 작가는 있음과 없음의 발현점을 공간으로 택했고 그의 공간은 한 장의 종이에서 출발했다. 잘려진 숫자 1과 1이 오려진 공간이 남아있는 종이 <제로베이스> (2011)는 평면 공간에서 유와 무의 생성, 여기에 전시장이라는 외부 환경의 관계까지 더한다. 이 작품은 그의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기반이 되어 오완석은 한 장의 종이를 넘어 더 넓은 장소로 개념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0’은 오완석의 사인이기도 하다. 개인을 가장 간단한 기호로 나타내는 사인을 ‘-0’이라 지칭하는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을 정의할 뿐 아니라 공간에 공존하는 있음과 없음을 간단히 설명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공간 속 ‘-0’,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오완석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이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전시에 맞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미션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전시를 만나면 어떤 새로운 것을 할까 고민하고, 어떻게 자신 작업을 풀어낼 수 있을지는 그에게 항상 설렘으로 다가온다. 나아가 그의 작업이 전시를 만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정리되어간다. 오완석은 이 모든 것을 성장의 과정이라 여기며 설사 의도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하나의 방향으로만 작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생각하기에, 우연한 결과에서 새로운 소스를 발견해 또 다른 방향으로 방향을 뻗는다.

 

 


오완석 <땅 밑으로 쌓는 탑0, 1> 2017 

무반사 유리 위에 오일바 120×180(each)

 

 

 

14. 오유경 OH YOU KYEONG

 

기억의 뭉텅이, 특히 자신에게 보이고 느껴졌던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 작품으로 완성하는 오유경은 두 개 이상의 물체가 서로 연결돼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다. 하나의 물체만으로는 상태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연결 되어 있는 모든 물체의 상태를 한꺼번에 설명하는 것만이 타당하다 믿는 그는 여러 유닛을 엮어 바닥으로부터 솟거나 천정에 매달리고 혹은 외따로 뚝 떨어진 입체들을 만들어낸다. 자신이 가진 또는 누구나 지니고 있을법한 기억에서 실을 뽑아내듯 살포시 가닥을 찾고 그것을 공백 많은 설치작품으로 구현하는 오유경. 그의 작품엔 둥근 것과 각진 것이 있고 반짝이는 것과 빛을 흡수하는 것이 있다. 뾰족하게 다른 물체를 찌를 듯한 어떤 것과 찔리면 터져버릴 듯한 어떤 것 또한 존재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각의 주체들은 그러나, 오유경의 손길로 길들여져 마치 애초부터 하나였던 듯 자연스레 짝을 이뤄 관람객과 마주선다




오유경 <바람의 탑> 2017 

소금나무탁구공유리 120×20×250cm


 

 

15. 윤예제 YOON  YEJE

 

윤예제의 그림은 따뜻하기도, 스산하기도 하다. 큰 기복 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광경은 자칫 정체되어있는 느낌마저 준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음 직하지만 크게 탄성을 자아내는 모습은 아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하는 구석진 공간, 그것을 캔버스에 토해내는 붓질은 다른 무엇보다 그에게 위안이 된다. 작품을 풍경화라고 이름 붙이기엔 그의 많은 것들은 풍경화와 닮아있지 않다. 그의 그림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온전히 땅을 향한 시선과 모호하게 처리된 여백의 공간은 풍경화라기엔 고립된 느낌이 강하다. 웅덩이, 늪, 숲 등을 그리지만 이것들은 그저 자연에서 빌려오는 소재일 뿐, 그의 그림은 오롯이 ‘공간’을 위한 것이다.

 



윤예제 <(Spring in winter)> 

2015 캔버스에 유채 150×150cm

 

 


16. 윤성필 YUN SUNGFEEL

 

우주와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 시작하는 윤성필의 작품은 다양한 매체의 물리적 에너지의 실험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물질의 변화 원리에 주목한다. 그는 물질의 이치를 다루는 물리학처럼 인간과 세계를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구성하는 기초적인 토대와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존재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가고 철학, 종교, 과학의 영역에서 이루지는 논의들에 근거해서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윤성필의 작품들은 마치 물리학자의 실험실에서 발견되는 결과물들처럼 원자의 파동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재구성해낸 조각들과 물질의 운동에너지를 실험하는 거대한 기계적 설치작품들로 이루어진다. 윤성필은 그동안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계성에 대한 연구로 확장한다. 그는 존재에 대한 개념을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상호 의존적 변화와 변용이 우주의 본질적 본 모습의 하나라고 가정하며, 궁극적 실재는 보이지 않는 움직이는 힘이고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리적 힘에 의해 나타난 하나의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본다.

 


윤성필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F-02-1> 2016 

알루미늄 판동전자석동작센서타이머모터 

148×148×31cm


 

 

17. 이준 LEE JUNE

 

이준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작품에 담는다. 작가는 유년시절 그에게 쏟아졌던 시선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학생으로서 받아야 했던 시선, 나아가 사회적 시선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작업으로 끌어온다.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은 이준의 작품에 ‘사회적 시선’이 존재하는 건 어쩌면 불가피했다. 사회적 시선에 민감한 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현대인으로서 이준은 타인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시선은 작가 본인이 경험했던 것에서 확장해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나아간다. 자신과 주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탐구하다 보니, 사회 전반에 공통된 현상인 ‘방관자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작가는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느낀 사회이슈를 이야기하며, 구성원이 사회에서 느끼는 방향을 작업에 반영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작가가 말하는 사회현상 이면에는 관심, 무관심, 선입견 등 다양한 시선이 깔렸다. 그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편이다”라고 말한다. 작가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눈길 뿐 아니라, 자신이 타인을 바라보는 눈 또한 관심 범위 안에 있다. 즉,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에 그의 작품 이면에 ‘시선’이라는 주제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준 <Bystander> 2012-2017 

혼합재료 24×5×4cm 




이준 <Bystander> 2017 혼합재료 

25×4×3cm 개별크기


 

 

18. 이지양 LEE JEE YANG

 

이지양의 작품에선 불편함이 느껴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임에도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슬쩍 기분까지 교란된다. 이는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을 제시하는 이지양의 의도 때문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익숙한 것에서 낯섦과 불편함을 자연스레 느끼며 그 안에서 오브제가 지닌 고유의 속성을 파악하길 권한다. 그는 이것을 ‘다르게 바라보기’라 칭한다. 작가는 여러 매개체를 활용해 오브제를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시도가 오히려 본질을 더 깊게 파악할 방법이라 믿는다. 그의 불편함은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다. 기분 나쁠 정도의 무거움, 인지 못 할 정도의 가벼움도 아닌, 한번 짚고 넘어갈 위트 있는 수준의 적정선을 지키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질적인 이미지를 드러내 불편함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본질을 탐구하는 이지양. 그는 작업을 하며 이것을 꼭 발현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을 지니기 보단 자신에게 즐겁고 놀이 같은 것이어야 한다 말한다.




이지양 <밤비>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0×160cm

 


 

19. 이채영 LEE CHAE YOUNG

 

외면풍경, 도시의 멜랑콜리. 보통 풍경에다 자기를 투사해 그린 풍경을 내면풍경이라고 한다. 여기서 풍경은 주체가 자기를 드러내고 전달하기 위한 구실이며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풍경 자체보다는 풍경을 대하는 주체의 입장과 태도에 방점이 찍힌다. 흔히 풍경에 감정이입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주체보다는 풍경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풍경 자체가 말을 걸어오는 경우를 외면풍경으로 명명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외면풍경을 그려 보인다. 풍경을 실제보다 더 멀고 아득하게 만드는, 광활하고 황망하게 만드는, 정적이고 쓸쓸하게 만드는 풍경들이다. 그 풍경들이 친근하면서 낯설다. 그 풍경들이 친근한 것은 알만한 풍경들이어서이고, 낯선 것은 사람이 없어서이다. 


원래 사람들과 함께였을 풍경이기에 낯설다. 무대에서 사람이 사라지면서 무대 자체가 풍경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무대에서 사람이 사라지면서 졸지에 시간도 정지되고 활성도 더 이상 가동되지가 않는다. 대신 사람의 것과는 다른 시간이 작동되고, 도시의 것과는 다른 활성이 가동된다. 다른 시간과 다른 활성, 그것은 어쩜 현실이면서 비현실이고, 현실의 일부로서의 비현실이고, 현실의 민낯을 증언하기 위해 호출된 비현실이고, 상징계의 틈새로 출몰한 실재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작가는 마치 폐허를 그린 낭만주의 그림에서와 같은 도시의 변방을 그리고, 도시의 끝을 그린다. 낭만주의 그림에서라면 세상의 변방이며 세계의 끝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변방의 소외를, 우수를, 멜랑콜리를 자아내고 있었다. ● 고충환 미술평론




이채영 <외딴섬> 2015 한지에 먹 90×162cm 




이채영 <조우> 2015 한지에 먹 180×230cm 




이채영 <15> 2014 장지에 먹 90×162cm

 


 

20. 임영주 IM YOUNG ZOO

 

믿음에 관한 편린들을 끌어 모은다. 그의 작업상자 안에 모여진 이 조각들은 오늘날 사회에서의 종교 활동이나 설화, 풍속과 관련된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다양한 공동체 모임들을 엮어주고, 암묵적이나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다. 그만의 믿음 조각들은 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멀고 대중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두루두루 알고 있고 다들 인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무속신앙이나 전통 설화, 어떤 대상을 향한 판타지적인 믿음이 던져주는 이야기들을 그는 탐구하고 생산적인 메시지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임영주의 믿음 작업들은 사회적 통념을 건드린다. 사회적 구조 아래 무의식적으로 학습되어진 습성들이 모여 체계를 이룬 통념들은 낡고 경직된 억견(臆見)으로 나갈 여지가 있기에 항상 견제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바꿔 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사회 구조로부터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를 의식적으로 들춰내면서 하나의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가 수집한 믿음들은 특이하지만 그렇다고 특수하지는 않은 묘한 경계 상태에 있는 것들이다. 그의 수집 도큐먼트는 스스로 믿거나 안 믿고 있는 것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은 믿지만 난 믿지 않고 있는, 혹은 대다수는 믿지 않지만 여타 소수들은 믿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사회 통념의 안에 있다가도 관점에 따라 바깥에 있기도 하며, 당사자들에게는 당연히 통념 안에 있는 믿음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소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도큐먼트가 두터워 질수록 사회 네 믿음에 관한 복잡한 결들을 볼 수 있고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함에 있어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지는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




임영주 <석력> 2016 단채널 비디오 1 50(loop) 




임영주 <오늘은편서풍이불고개이겠다

2017 스페이스 오뉴월 전시 전경

 

 


21. 전지인 JUEN JIIN

 

전지인은 작품 속 관찰자 혹은 주체로 역할 한다. 그는 대부분의 역사책에 쓰인 쟁취된 이데올로기, 성공한 자의 영웅담보다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을 어떤 것을 기억하는 편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각자가 다르게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모았을 때, 어떻게 또 다른 내용이 드러날지 궁금해 한다.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와 시선에서 비롯되었기에 작업이 모든 이들과 공통점을 가지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보는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작품 해석이나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질법한 막연한 비슷함이 있음을 믿는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소개한다. “물리적 또는 추상적인 공간을 근간으로 그곳에 내재한 문화적 쟁점들에 파고든다. 근·현대화 과정을 거쳐 온 역사의 현장, 구술로 전해지는 장소, 혹은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가정 안에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를 짚어낸다. 이것이 만들어지고 기록되는 방식을 탐구함으로써, 현재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문화적 관습과 위계질서가 갖는 특성을 펼쳐보고 사고의 깊이를 확장해가는 과정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전지인 <Harmony Directory> 

2016 단채널 비디오사운드 




전지인 <자연은 너를 자가 걸작으로 만들고자 했다

2017 은경 아크릴 가변크기

 

 


22. 전희경 JEIKEI_JEON HEEKYOUNG

 

전희경의 작품은 곤고한 삶의 현실과 이상적 세계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지워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행위로서 자연의 이미지가 해체된 추상적 형태들과 다채로운 색채의 흐름으로 구성된 이질적인 공간들이 서로 마주하고 중첩되어 비현실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캔버스 화면은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적 풍경과 이상향에 대한 열망, 현실의 팍팍함에 대한 도피가 함께 투영되어 물, 구름, 하늘, 빛, 안개, 바다, 파도, 폭포 등의 변화하는 자연적 요소들과 그것들의 유기적 형태를 가지고 색감과 마티에르와 같은 재료의 물성을 통한 조형성을 담고있다. 이러한 이상에 닿기 위한 작가의 예술적 실천은 불가능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원동력으로 역할하는데 최근작들에서는 이상적 상태(자연, 自然)와 이상적 경지(선정, 禪定)라는 주제에 보다 주목하고 있으며 이상적 상태에 대한 관점을 자연의 풍경과 자아의 내면으로 돌려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전희경 <이상적 선정(禪定)을 위한 춤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260cm

 

 


23. 천재용 CHUN JAE YONG

 

천재용이 만드는 얘기는 눈길을 끈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기는 것들을 그는 다른 시각으로 보는데 이렇게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예상치 못했던 스토리가 생겨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감정을 요구하고 말을 건넨다. 일상에서 시시한 것으로 치부해버렸던, 예를 들면 발밑에 굴러다니는 ‘돌’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놓는 그의 손길도 재미있다. 특히 그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매체들은 작품의 매력을 배가 시킨다. 사실 작가 ‘천재용’ 하면 그가 사용하는 수많은 매체가 먼저 떠오른다. 모든 매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그는 얼핏 ‘보는 것’ 보다 오히려 매체에 집중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작가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매체란 단순히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 혹은 주제를 극대화시켜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내용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찾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종류의 매체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본인을 상징하는 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어릴 적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해 다양한 매체를 선정하고 사용함에 있어서도 부담은 없고 오히려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찾아 나선다.




천재용 <pack/unpack- wardrobe> 2017 나무

GRC, 자개장, LED유리등 갓 270×180×40cm


 

 

24. 편대식 PYOUN DAE SIK

 

편대식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시각적 장치를 통해 탐구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작업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해 미술 작품 제작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다. 작가가 지향하는 회화의 목표지점은 뚜렷하다. 일루전(illusion)에 주목함으로써 인간 시각의 한계와 왜곡을 드러내는 한편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존재적 고민과 철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내면 성찰의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흑백의 화면에 펼쳐지는 선의 변주와 기하학적인 도형들은 다양한 시각적 향연과 함께 관람객을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의 그림은 디지털 이미지처럼 사실적이고 정밀해 보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울퉁불퉁한 선이 눈에 띤다. 종이 전체를 연필로 까맣게 칠했음에도 여전히 희끗희끗하게 남아 있는 부분도 있다. 인간이 하는 작업이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오차이지만, 그림에 오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화면을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일부로 남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미지에 길든 현대인에게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아름다움으로 존재에 대한 경건한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편대식 <Untitled 3160> 2015

한지에 연필 130.5×261cm 




편대식 <Untitled 2092> 

2015 한지에 연필 200×400cm

 

 


25. 하석준 HA SEOK JUN

 

모바일 사용량 세계 1위를 차지한 IT 강자 한국. 이 외에도 수많은 매체들은 현대인의 삶 구석구석을 메우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 붙은 텔레비전은 쉴 새 없이 뉴스를 뱉어내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무료한 이동의 시간을 견딘다. 미디어의 늪에 빠진 지금, 하석준은 등에 텔레비전을 짊어진 수도자가 되어 미디어와 사람 사이 긴밀한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인터랙티브 프로그래밍(Interactive programming)을 포함한 다양한 첨단기술이 접목된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과 관람객 그리고 미디어를 연결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어느새 조금씩 흘러들어와 이제는 일상을 장악한 미디어는 우리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것인가 디스토피아로 이끌 것인가? ‘미디어를 이고 다니는 작가’로 알려진 하석준은 미술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교감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전문가에게 예술성을 인정받고 대중의 이목을 끌어왔다. 커뮤니케이션과 전자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입문한 미술, 이제 그는 직접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혁신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현대사회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하석준 <그러나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2017 알루미늄프레임, 3D프린트된 오브젝트스테핑모터

나무스탠드 외 혼합재료 120×440×120cm 




하석준 <수도자-고통의 플랫폼> 2015 알루미늄프레임

키넥트센터, PC, 커스텀 소프트웨어, 60 TV 2 300×200×100cm

  

 


26. 황민규 HWANG MINKYU

 

황민규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면 디지털 이미지로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유기견의 털이라는 것을 모르고 보면, 그것은 여타 다른 작가의 작품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버려지고 상처 난 개들의 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묵직해진다. 작가는 주로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자신이 봉사하는 유기견 센터에서 개들의 털을 모아와 캔버스를 빈틈없이 메운다. 한 캔버스에 수십 마리 개들의 털이 질서 정연하게 뒤섞여 있다. 상처받고 버려진 그들을 형상 없이 줄무늬, 무늬, 흔적 등과 같이 단순화되고 함축적인 도상을 사용해 표현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유기견’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사람의 감정에 호소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강조하는 그는 지금껏 버려진 개들에 대해 사람들은 그저 ‘연민’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지 ‘불쌍한 것’으로 정형화시켜버렸다고 일침한다. 그래서 화면의 모든 형상을 지우고 철저히 사회 시스템과 인간, 그리고 버려진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에 그는 집중했다.

 



황민규 <단지 종속될 뿐이다> 2016 

유기견 털시멘트 19×18×35cm 




황민규 <남겨진 흔적> 2017

유기견 털버려진 액자 20×50cm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