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Ⅰ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 vs 톱스타의 쐐기 박기_백아영
SPECIAL FEATURE Ⅱ
구겐하임 헬싱키 - 북유럽에 안착한 빅네임_편집부
루이비통 문화예술 재단 - 문화예술을 탐하는 패션브랜드
프라다 재단 미술관 - 시각예술·건축·영화·철학의 메카
더 브로드 - 미국 서부 뉴 예술 아이콘
바이오뮤지오 - 자연사박물관의 새바람
휘트니미술관 - 미국미술의 정점
가라지 현대 예술 센터 - 동유럽 현대미술 선두주자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 - 고대 예술의 근간
루브르 아부다비 - 국보급 예술품의 화려한 외출
구겐하임 아부다비 - 세계적 문화재단의 다음 선택
르마이 모던 - 캐나다 현대미술 대표주자
내셔널 갤러리 싱가폴 - 국립미술관의 행보
엠플러스 - 아시아 예술 허브
SPECIAL FEATURE Ⅲ
‘블록버스터’ 미술관, 상식 부수기/견고히 하기_허대찬
TSANG Kin-Wah <The Infinite Nothing:0>
2015 Multi-channel video and sound installation
6min 19sec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Special feature Ⅰ
새로운 아이콘의 등장 vs 톱스타의 쐐기 박기
● 백아영 기자
하나, 이름만 들어도 전율을 일으키는 보물급 예술작품 보유. 둘, 국제적 명성을 지닌 건축가가 디자인한 색다른 건물. 셋,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현대 미술가들의 전시 개최. 이 중 몇 가지가 해당되는가? 라는 물음에 만약 셋 모두 해당된다면, 이는 블록버스터 미술관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바야흐로 미술계는 블록버스터 뮤지엄 시대다. 기존 미술관이 규모를 확장해 이전하고, 국가 내 여러 분관을 짓는 것도 모자라, 세계 곳곳에 연달아 지점을 내고 있다. 가히 빅 뮤지엄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흔히 영화를 수식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허나 이 용어는 본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폭탄을 일컫는 말이었다. 당시 영국 공군이 4.5톤 폭탄으로 독일을 폭격했는데, 이 폭탄이 한 구역(block)을 단숨에 날릴(bust)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녔기에 탄생한 합성어라고 한다. 최근에는 ‘단기간에 큰 흥행 성적을 내기 위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대작영화’를 의미하며, 때에 따라서 여러 뜻으로 사용된다. 큰 매출을 올리거나,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거나, 혹은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를 말하기도 한다. 정확한 뜻을 규정짓기는 다소 어려운 ‘블록버스터’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무엇이 됐든 '대규모'라는 것. 예산이든, 배우의 유명세든, 참여 스텝 규모든, 관객 수든, 어느 것이든지 무조건 많다. 그리고 거대하다.
이처럼 영화가 흥행을 위해 거대 세트, 셀 수 없는 스태프와 엑스트라 및 연기자들, 값비싼 특수효과를 어마어마하게 투입하듯, 최근 미술계에서 유사한 행보가 눈에 띈다. 물론 영화처럼 예산을 대대적으로 내세워 광고하고 방문객수만을 평가 척도로 삼지는 않으나, 본지에서 소개하는 블록버스터 미술관이 보유한 소장품, 전시, 프로그램, 공간, 건축가, 관람객수, 수입은 아마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최근 블록버스터 뮤지엄 증가 추세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지난해 10월 파리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이 문을 열었고, 뉴욕 휘트니미술관도 새 건물을 증축하며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세계에 각인했다. 밀라노 프라다 재단 미술관도 지난 5월 오픈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6월에는 가라지현대예술센터가 모스크바에 개관했다. 그리고 향후 몇 해 동안 루브르 아부다비, 구겐하임 아부다비·헬싱키 등 빅네임이 연달아 건축을 예고했다.
Damien Hirst <Lost Love> 2000 Installation view of
<Trittico> Curated by the Thought Council
(Shumon Basar, Nicholas Cullinan e Cedric Livert)
Fondazione Prada Milano 2015
Photo Attilio Maranzano Courtesy Fondazione Prada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 프로젝트를 겸비하고 유명 소장품으로 중무장한 한 이들, 지역을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미술기관의 연이은 탄생은 미술관 브랜드화를 낳았다. 그런 의미에서 구겐하임, 모마, 테이트 등은 문화 아이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들은 기업이 운영하거나, 미술계를 뒤흔드는 파워를 지닌 기관이 세계적으로 확장하거나, 새롭게 탄생하거나 건물을 지어 이전하며 재도약을 꿈꾸는 등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다.(본지에서 이를 구분해 소개한다.) 한편 전 세계에는 수없이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 아트센터, 갤러리, 재단이 존재하고 그 규모도 참으로 다양한 만큼, 이런 메가톤급 미술관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미술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미술계에 끼치는 영향은 꽤나 긍정적이다. 우선 뉴욕, 런던, 파리 등 특정 지역에 쏠린 예술 집중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쏠려 있기는 하나, 아랍에 분관이 생겨나고, 아시아 등지에도 세계적 도약을 위한 공간이 줄줄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은 밝다. 그리고 이들은 대규모 관광객 유입,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문화예술을 통한 교육 등 지역 발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형 기관들이 갖춰야할 덕목은 무엇인가? 기업들이 브랜드가치 창출을 위해 이미지 관리에 힘쓰듯, 미술관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주변 미술관과 갤러리들과의 협업도 좋은 방안이 되겠다.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 아부다비 사디야트 문화지구 등 아예 섬 하나를 통째로 문화 특구로 만드는 등 서로 뭉쳐 세계 문화 예술 허브로 역할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쉽게도 지면에 소개하지 못 한 곳들이 있는데, 스미소니언 아프리칸 아메리칸 역사문화국립 박물관이 그 중 하나다. 워싱턴 지역 대부분 박물관은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 소속일 정도로 기관의 문화영향력은 유난히 특출나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 박물관들을 보유한 기관의 후속주자는 ‘무엇’이 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유명 건축가와 뮤지엄의 만남으로 잘 알려진 사디야트 문화지구 자예드 국립 박물관(노먼 포스터), 아부다비 퍼포밍 아트센터(자하 하디드), 해양박물관(안도 타다오) 등도 지면에서 제외됐으나 규모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들이다. 올 여름 세계 미술관으로 피서를 떠날 예정이라면 이번 특집이 직접적인 가이드가 될 것이다. 혹은 바쁜 일상 속, 앉은 자리에서 예술을 탐하고 싶다면,「퍼블릭아트」를 통해 세계미술관을 유랑하며 지면으로나마 체험하는 게 어떨까?
Andy Warhol <Big Electric Chair> 12/1967-01/1968 Serigraphic
ink and acrylic on canvas 137.2×185.3cm Donation from The
Menil Foundation in memory of Jean de Menil in 1976
Collection Centre Pompidou, Paris Musee national d’art
moderne-Centre de creation industrielle photography: (c) Philippe
Migeat-Centre Pompidou, MNAM-CCI/Dist. RMN-GP /Dist. RMN-GP
ⓒ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Adagp, Paris
Special feature Ⅱ
No.1
Guggenheim Helsinki
Finland, Helsinki
구겐하임 헬싱키-북유럽에 안착한 빅네임
분관의 세계적 확장
미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에 이은 구겐하임 재단의 다음 선택지는 어디일까? 바로 아랍과 북유럽이다. 그 중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구겐하임 분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역동적인 문화를 보유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축한 핀란드는 예술, 건축, 지역 발전 도모라는 구겐하임의 목표와도 부합한다. 구겐하임은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이 소장한 현대미술품을 기반으로1959년 구겐하임미술관으로 개칭,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구겐하임재단은 지역 문화와 경제의 큰 발전을 함께 모색한다는 이상과 함께 세계적인 작품 컬렉션과 전시를 구상하며 미술계에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특히 미술, 건축 분야에 있어 혁신적인 성취를 일궈낸 미술관으로, 뉴욕 외에도 로스앤젤레스, 베니스, 베를린, 빌바오에 분관이 있으며 현재 아부다비에서 시공 중이다. 특히 20세기 이후 예술과 건축 분야의 상징이며, 문화 중심지이자 교육 기관이다. 특히 빌바오 분관이 스페인 낙후 지역의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시대 가장 성공적인 미술관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들은 뛰어난 건축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헬싱키 분관 건축 설계는 국제공모전 심사를 통해 선정된 프랑스 ‘모로 쿠사노키 건축(Moreau Kusunoki Architectes)’이 맡게 됐다. 헬싱키 남서쪽 항구에 위치한 거대한 미술관 부지에는 1만2,000㎡ 규모 건물이 들어서며 전시공간으로 4,000㎡가 확보된다.
구겐하임 헬싱키는 한 해 관람객 55만여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후 명실공히 핀란드 대표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동시에 많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발전 도모가 뒤따를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미술관은 전시와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플랫폼이기를 자처한다. 대중과 작가의 원활한 소통에 앞설 것이라고 밝히며, 특히 20~21세기 현대 북유럽과 세계의 건축, 예술, 디자인의 연계를 중심으로 한 전시들과 핀란드가 지닌 문화·예술을 조명할 뿐 아니라 국제적 맥락의 현대 예술 전시와 행사를 계획 중이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방문객이 모여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토론을 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 ‘구겐하임 헬싱키 라이브(Guggenheim Helsinki Live)’가 준비 중인데, 2017~2018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구겐하임 헬싱키의 설립 목표를 충실히 반영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의 행보에 동참해보자.
Exterior view of Guggenheim Helsink
i from the Katajanokka Terminal
No.2
Fondation Louis Vuitton
France, Paris
루이비통 문화예술 재단-문화예술을 탐하는 패션브랜드
기업 운영
루이비통예술재단 미술관은 지난해 10월 27일,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Francçis Hollande)의 개관 선언과 함께 대중에게 그 문을 열었다. 럭셔리 패션전문업체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가 후원하는 미술관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를 넘어선 현대미술과 이를 향유하는 관람객을 위해 설립됐다. 건축 설계는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의 특별 의뢰로 국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맡았다. 2010년, 루이비통 예술재단의 건축모형이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서 열린 <Chefs-d'œuvre?>전에서 선보인 바 있다. 파리 불로뉴 숲 속 아클리마티시옹 공원(Jardin d’Acclimatation)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관은 빛에 따라서 외관이 조금씩 달라 보이도록 디자인돼 여러 차례 방문하더라도 색다른 외형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게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시대와 세상을 건물에 투영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리시립근대미술관(Muse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관장이었던 수잔 파제(Suzanne Pagé)가 예술 감독으로 취임해 아르노 회장의 소장 예술품도 함께 관리하고 있으며, 미술관에서는 아르노 회장과 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전과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세계적인 작가의 기획전, 콘서트와 다양한 이벤트들이 준비돼 있다. 특히 상설전에서는 백남준의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공간은 3,850㎡ 규모로, 지금까지 열린 전시로는 프랭크 게리의 개관전(2014.10.24-2015.3.16)을 시작으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Contact>전(2014.12.27-2015.2.23)이 있으며, 이어서<Keys to a Passion>전(4.1-7.6)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몬드리안, 말레비치, 로스코 등의 작품을 모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미술관은 예술가와 방문객들의 의미 있는 교류와 발전을 도모한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가 파리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나 공원과 바로 연결되는 지점에 자리한 건물의 접근성 덕분에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 루이비통 예술재단 미술관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현대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
Fondation Louis Vuitton ⓒ Iwan Baan 2014
ⓒ Gehry partners LLP
No.3
The Broad
USA, Los Angeles
더 브로드-미국 서부 뉴 예술 아이콘
개관
약 한 달 뒤 9월 20일, 로스앤젤레스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미술관이 문을 연다.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엘리&에디트 브로드(Eli and Edythe Broad)가 그들의 소장품과 브로드 예술 재단(The Broad Art Foundation)이 보유한 현대미술 작품 약 2,000여 점이 미술관 개관에 따라 드디어 대중에게 선을 보인다. 엘리 브로드는 미국의 자수성가한 부동산 재벌이다. 사업 성공 후 그는 부부 이름으로 자선재단을 설립해 미국 내 공립교육과 의료, 예술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더 브로드 역시 이러한 사업 일환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돋보이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로스앤젤레스 도심 그랜드 애비뉴(Grand Avenue)에 둥지를 튼 더 브로드는 미국 굴지 건축, 디자인 회사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iller Scofidio +Renfro)가 설계했다. 건축가 딜러는 ‘베일과 볼트(아치 지붕)’라는 컨셉으로 건물 지붕이 자연광에 따라 미술관 내부와 외부 모두에 다양한 시각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야심만만한 포부를 내비쳤다. 약 12만ft² 규모에 2층에 걸친 전시공간과 도서관을 마련한 미술관은 시민들에게 2만4,000ft² 녹지 공간도 제공할 예정이다. 맞은편에는 디즈니 콘서트 홀(Disney Concert Hall)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미술관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 브로드 설립 취지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재단과 부부는 전후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작품을 대거 소장해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술계 유명 인사다. 그래서 훌륭한 컬렉션을 미술관에서 보게 된다는 방문객의 기대감은 오는 9월 개관을 앞두고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95년부터 재단 컬렉션 고문을 맡아 소장품에 대한 누구보다 높은 이해도를 지닌 조안 헤일러(Joanne Heyler)가 미술관 총 큐레이터를 역임한다. 그는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일하며 쌓은 경력과 여러 미술 출판 업계에서 일하며 갈고닦은 전문성을 무기로 재단의 이상을 실현한다. 현재 다양한 영미권 현대미술품을 다수 보유한 컬렉션이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단장 중이다.
Lobby of The Broad Photo by Iwan Baan
No.4
Biomuseo
Panama, Panama City
바이오뮤지오-자연사박물관의 새바람
개관
파나마 아마도르 둑길(Amador Causeway)에 설립된 바이오뮤지오 자연사박물관은 2001년부터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들이 모여 오랜 기간 개관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각 분야의 노력이 한데 모여 개관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파나마는 바다에서 솟아난 대륙으로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고 하나였던 바다를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나눈 지역이다. 그 결과 오늘날 지구 생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파나마는 중요한 지형적 생태적 특징을 가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생물 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나마이기에 자연사박물관의 탄생이 유난히 뜻깊다. 바이오뮤지오 건축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는데, 형형색색의 외관이 눈에 띈다. 루이비통재단 파리 미술관을 디자인하기도 한 게리는 바다에서 솟아난 파나마의 지형적 특생과 보유 생물의 다양성을 역동적인 형태와 화려하고 다양한 컬러로 표현했다. 덕분에 박물관은 파나마시티 지역의 상징이자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바이오뮤지오는 4,000㎡ 규모로 현재 내부에는 8개의 상설전이 마련돼 있다. 상설전 디자인은 혁신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로 유명한 브루스 마우 디자인(Bruce Mau Design)이 맡았다. 이외에도 지역주민과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파나마의 자연이 지구 생태에 크나큰 영향을 남긴 만큼, 파나마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파나에 대한 이해를 돕는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대거 준비한 상태다. 바이오뮤지오는 파나마 비영리단체 아마도르 재단(The Amador Foundation)의 지원으로 홍보 및 운영되고 있으며, 매해 50만 명 이상의 관람객 유치를 예상한다. 지속 가능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역할 하기 위해 전시와 이벤트를 본격적으로 가동 중인 박물관이 건물이 지닌 빛깔만큼이나 찬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으로 보인다.
Exterior view of Biomuseo
No.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USA, New York
휘트니미술관-미국미술의 정점
이전 재개관
미국이 낳은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뮤지엄 휘트니미술관이 새로운 건물로 이전했다. 뉴욕 맨해튼 상류층 밀집 지역 어퍼이스트(Upper East)에서 요즘 맨해튼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알려진 미트패킹 구역으로 말이다. 관광객들보다 뉴욕시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알려진 휘트니는 프리츠커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디자인했다. 2008년 이전을 선언한 이후, 7년이 지난 5월 1일, 재개관한 휘트니의 재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개관일에만 관람객 3만 여명이 자리해 미술계의 관심을 증명했다.
휘트니의 새 둥지는 전체 면적 2만 500㎡에 이르며, 내부 전시공간만 해도 약 4,600㎡에 달한다. 실외에도 전시공간이 마련됐으며, 영상, 퍼포먼스를 위한 미디어아트 극장도 지어졌다. 피아노는 건물 한 면을 통유리로 덮어 채웠다. 전시작품과 더불어 뉴욕 시와 허드슨강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이며, 건물 곳곳에 빛이 스며들도록 디자인해 닫힌 건물이 아닌 바깥 환경과 소통하는 건축을 탄생케 했다. 휘트니미술관은 1930년, 예술가이자 자선가 거트루드 반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에 의해 당시 20세기와 21세기 미국미술 컬렉션을 담기 위해 최고 설립됐다. 2003년부터 관장을 맡은 아담 디. 웨인버그(Adam D. Weinberg)의 지휘 아래, 아메리칸 아트를 주로 선보이는 이런 휘트니답게 재개관전으로는<America is Hard to See>를 마련해 오는 9월 27일까지 진행 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이 전시에서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건물 개장을 기념해 야심차게 준비한 첫 전시에 걸맞게 미술관 소장품을 엄선해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흘러온 미국미술 역사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무려 400여 명의 작가와 총 9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23개 구역으로 나누어 미술관 내·외부 전체에 설치돼 있다. 그리고 오는 10월 <Archibald Motley: Jazz Age Modernist>전과 프랭크 스탤라(Frank Stella)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전시뿐 아니라 휘트니의 새 보금자리를 장식할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바로 4개의 특별한 엘리베이터다. 미국인 작가 리차드 아트슈와거(Richard Artschwager)가 사망 직전 제작한 <Six in Four>가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기 직전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예술을 선보인다고 하니, 이쯤 되면 휘트니의 새 건물은 빌딩 전체를 통째로 예술이라고 명해도 될듯하다.
Exterior view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from
Gansevoort Street Photographed by Ed Lederman 2015
No.6
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Russia, Moscow
가라지 현대 예술 센터-동유럽 현대미술 선두주자
이전 재개관
러시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가라지 현대 예술센터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리아 주코바(Dasha Zhukova)가 바크메티프스키 버스 차고(Bakhmetevsky Bus Garage)에 최초 설립한 이후 고르키 공원(Gorky Park)에 있는 소비에트 연방 옛 건물 브레메나 고다(Vremena Goda)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해 이전했다. 이곳에 새롭게 정착한 센터는 지난 6월 12일 대 개관을 알렸다. 프라다재단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이끄는 국제적 건축 그룹 OMA의 설계로 지어진 센터는 5,400㎡ 규모이며, 반투명재질이라는 혁신적인 외관을 하고 있다. 컨템포러리를 대표하는듯한 생김새의 외관이지만 곳곳에 옛 러시아의 흔적을 나타내는 모자이크 벽과 타일, 벽돌들을 내세워 아이러니하고도 아름다운 조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센터 내부에는 2층에 걸친 5개의 전시장과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창의 센터, 오디토리움, 교육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가라지 현대 예술 센터의 설립자 주코바는 특히 예술을 통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미술관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람객과 함께 예술과 역사를 만드는 아이디어 창출을 장려하고 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 출판은 모두 러시아의 발전과 국제적인 문화를 반영하고, 대중의 자유로운 토론과 창조적인 활동 지원을 목표로 한다. 센터는 1950년대 이후 러시아 현대미술을 주로 소장하고 있는데, 전시를 통해 예술과 문화의 연계와 지역과 세계의 관계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 교육에 주력한 미술관 운영을 선언한 주코바의 계획대로, 전문가와 대중을 위한 선구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주요 전시는 국제독립큐레이터협회(Independent Curators Interna tional)가 맡아 기획하며, 개관 이후 현재까지 동시에 진행되는 전시로 러시아 예술가 에릭 불라토프(Erik Bulatov)의 <COME TO GARAGE!>전(6.12-8.23), 리크리트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의 <Tomorrow is the Question>전(6.12-8.23),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Infinity Theory>전(2015.6.12-8.9), ‘2015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 카트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의 <yes no why later>전(6.1-8.9) 등 현대미술 키 아티스트들이 대거 모였다. 여기에 학생들이 참여한 특별전(6.12-8.23)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컨텐츠 면에서 충실한 전시를 선보이는 데 주목하고 있다.
Photo: Egor Slizyak, Denis Sinyakov
ⓒ 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No.7
Grand Egyptian Museum
Egypt, Giza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고대 예술의 근간
개관
셀 수 없이 다양한 고대유물을 보기 위해 이집트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하루 5,000~7,000명 사이로 집계된다. 매해 25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은 그 수가 결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발굴 혹은 반환되는 유물들이 점차 늘어나 현재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Egyptian Museum)은 14만 점이 넘는 유물들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집트 정부가 새로운 박물관, 그랜드 이집션 뮤지엄(이하 GEM)을 짓기로 한 것. 정부는 지난 2002년 2월 4일, 기자 피라미드 근처에 유물 10만 여 점을 수용할 수 있는 새 박물관을 짓겠다고 선언했고, 그렇게 GEM이 대 탄생을 알렸다. 세계가 주목하는 박물관의 설계는 유네스코(UNESCO)의 후원과 UIA의 감독 아래 사상 최대 규모 공모전으로 결정됐다. 82개국에서 1,557개 설계도가 이집트로 날아들었고 오랜 논의 끝에 2003년 6월 2일, 아일랜드 더블린 건축회사 헤네흐한 펭(Heneghan Peng)이 25만 달러 상금과 함께 GEM의 설계사로 선정됐다.
앞서 언급했듯 GEM의 위치는 기자 피라미드에서 불과 2km 떨어진 지역이다. 박물관의 규모는 48만㎡에 달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선정 지역이자 현재 이집트에서 가장 번성한 카이로 지역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박물관이 완공되면 관람객들은 한눈에 이집트 유물과 기자 피라미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애초 개관은 2015년으로 예정됐으나, 개관을 위한 정부의 많은 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재정문제가 안정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 문제로 이미 공사가 지연된 바가 있으므로 정확한 개관은 사실상 장담할 수는 없다는 여론도 적지 않는 상황이다.
GEM의 내부는 2만 4,000m² 규모 영구 상설전시장과 어린이 박물관, 회의실, 교육공간들로 구성된다. 박물관이 밝힌 사명은 보존과, 기록, 연구, 전시, 교육과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주요 유물을 안전하게 지켜내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물관 전시는 다채로운 시청각 자료들을 함께 제공한다. 어린이와 어른 방문객은 물론 전문가 수준까지 만족하게 하는 각 단계 설명이 전시 이해를 도울 것이다. 전시는 선사시대(초기 국가), 제2 중간기, 새로운 왕권, 제3 중간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도 역시 투탕카멘 유물이 가장 중심이 될 것이다. 무덤의 금장식품들을 포함한 유물 약 4,000여 점이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기도 하다.
GEM의 심장부에는 복원 센터가 자리한다. 7,000m² 규모 센터는 이집트 문화유산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개관 전 박물관 내부에는 2006년 8월 이곳으로 이동한 람세스 2세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만들어진지 3,200년이 지난 이 거대 유물은 재정비 과정을 거쳐 2010년부터 박물관 입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박물관 설립이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귀중한 유물이 더욱 나은 조건에서 보존 및 연구되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교육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장으로 역할 하는 것은 박물관의 주요 역할이다. 나아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그 수요에 따른 일자리와 경제적인 파급 효과, 지역 활성화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건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낌없이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고 하니 그랜드 이집션 박물관의 탄생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View of Grand Egyptian Museum
No.8
Louvre Abu Dhabi
UAE, Abu Dhabi
루브르 아부다비-국보급 예술품의 화려한 외출
세계적 분관 확장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 루브르가 아부다비에 분관을 가지게 됐다. 2007년 5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는 협약서를 발표했고 루브르의 명성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루브르는 한 해 8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는 박물관으로, 프랑스를 넘어 이집트, 근동, 그리스, 로마, 이슬람의 주요 유물을 소장한 곳이다. 그런 루브르 분관을 짓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재정이 투입됐다. 중동의 여러 정치적 경제적 혼란 속에서 그 진행이 원만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현재 2015년 12월 개관을 위한 공사 진행이 한창이다. 장소는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건설 중인 사디야트 문화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했다. 그는 아랍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현대 건축적 감각이 떨어지지 않는 건물을 디자인하며, 루브르 아부다비의 국제성과 넓은 문화의 수용을 나타냈다. 미술관을 덮는 거대한 돔은 자연광을 담아내는 모양으로 실내에서 날씨에 따라 변하는 빛을 즐길 수 있다.
아부다비는 지리적으로나 역사, 문화적인 면에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특수한 곳이며 그만큼 넓은 문명을 접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의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의 성격과 닮아있기도 하다. 결국, 아랍에미리트가 사막 위에 만들고 것은 그저 미술관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의 중심지대인 것이다. 거기다 중동과 아시아의 미술까지 더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그 역할을 더 확실하게 감당해 낼 것으로 보인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권에서는 처음으로 지어지는 범세계적 미술관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와 지식, 그리고 현 시대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현대 아랍의 문화를 미술관에 보존하고 선보이며 그저 루브르의 명성을 잇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름을 더 빛나게 하는 것까지 바라보고 있다.
내부는 6,000㎡의 영구전시실과 2,000㎡의 상설전시실로 구성되며 프랑스 공공 컬렉션과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것은 더 다양한 관객들이 미술관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 우선 6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이 개관에 맞춰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 작품의 일부가 공개됐는데 고대 이란의 유물부터 마네(Manet), 마그리트(Magritte), 피카소(Picasso), 사이 톰블리(Cy Twombly)까지 루브르의 범 국가·범 시대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컬렉션은 앞으로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아부다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작품들은 현재 <Birth of a Museum>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루브르에서 전시되고 있다. 게다가 전시에서는 장 누벨의 건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고 하니 아부다비에 지어질 분관을 미리 맛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유물들을 보관하는 만큼 박물관은 통풍과 온도,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첨단 과학을 도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루브르의 장-뤽 마르티네즈(Jean-Luc Martinez)관장, 그리고 카림 무탈립(Karim Mouttalib) 매니징 디렉터(상무이사)가 주요 스탭으로 합류해 개관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루브르 아부다비 영구소장품 중 하나인 파블로 피카소의 <Portrait of Lady>(1928)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으나, 지난달 폐막한 <Birth of a Museum>전(4.22-7.20)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니 루브르가 아부다비 분관에 쏟고 있는 열정이 대단하다.
View of Louvre Abu Dhabi
No.9
Guggenheim Abu Dhabi
UAE, Abu Dhabi
구겐하임 아부다비-세계적 문화재단의 다음 선택
세계적 분관 확장
구겐하임 아부다비 개관이 결정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2008년 세계 경제의 하강과 ‘아랍의 봄(Arab Spring)' 사건 등 경제, 정치적 불안정한 상황은 2012년 결국, 구겐하임 아부다비라는 프로젝트를 멈추게 했기 때문이다. 아부다비 분관 설계를 맡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말뚝이 다 박혀 있던 상황에서 모든 것이 갑자기 멈췄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공에 들어가게 된 구겐하임 아부다비는2017년 개관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에 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아랍 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그중에서도 예술과 문화 중심지인 사디야트 문화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와 페르시아 만(Arabian Gulf) 사이에 자리 잡게 됐다. 현재 또 다른 빅네임, 루브르 아부다비 역시 사디야트 지구에서 시공 중이다.
게리는 스페인에 있는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를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위해 다시 한 번 구겐하임과 손을 잡고 설계를 진행했다. 그 규모 또한 어마어마한데, 유리 다리로 연결된 중심 아트리움은 4층으로 지어질 예정이고, 수많은 전시장과 교육실, 도서관, 실험실, 자료실 등이 함께 들어서는 미술관은 뉴욕 구겐하임의 약 12배 규모를 뛰어넘는다. 게리는 아랍의 전통과 현대 디자인의 조화를 중점으로 건축 외관을 설계했는데, 그가 전한 컨셉은 “명료함을 향한 의도적 혼란(Intentionally 'messy,' moving into clarity)”이다. 또한, 아부다비에 세워질 미술관인 만큼 현대 아랍과 이슬람, 중동 문화를 의식한 디자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어렵게 성사된 구겐하임 아부다비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큐레이터로는 림 파다(Reem Fadda)와 산디니 페다르(Sandhini Poddar)가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뉴욕 구겐하임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있는 이들로 아부다비 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파다는 ‘2013 베니스비엔날레’ 아랍에미리트 국가관 기획자였고, 페다르는 ‘2010 광주비엔날레’를 그 해 베스트 전시로 뽑았던 인물로 한국에 더 잘 알려졌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컬렉션은 ‘초국가적’ 템플릿을 기반으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브릴로 박스(Brillo Boxes)>,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사진 작품을 포함한 중국, 인도, 중동의 작품을 아우른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 상설전과 특별전, 중동 현대미술에 집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국제 문화 허브 중 하나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키 안와르 누세베(Zaki Anwar Nusseibeh) 문화고문은 “전략적으로 미술관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자국의 시민들을 교육해 아랍에미리트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2, 30년 뒤에는 더는 예술을 배우기 위해 런던과 파리를 방문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문화적 수준을 갖추겠다는 그의 포부처럼, 아랍 예술에 있어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끼칠 영향력이 상당할듯하다.
View of Guggenheim Abu Dhabi
No.10
Remai Modern
Canada, Saskatoon
르마이 모던-캐나다 현대미술 대표주자
개관
2016년 새롭게 오픈을 앞두고 있는 르마이 모던은 2011년 6월 3일 자선 사업가 엘렌 르마이(Ellen Remai)가 3,000만 달러(약 320억)를 기부하며 시작됐다. 캐나다 역사상 최대 기부로 미술관 개관을 가능하게 한 그를 기리기 위해서 미술관은 기꺼이 르마이 모던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그의 기부금은 11,582㎡ 규모 4층으로 구성될 갤러리 건축과 향후 30년간의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나눠서 쓰일 것이라 한다. 미술관은 현재 캐나다 새스커툰 재개발지역 리버 랜딩(River Landing)에서 2016년 개관을 목표로 시공 중이다. 설계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캐나다 건축사무소 KPMB가 진행했는데, 주변 경관에 영감을 받아 건물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서기 전인 2011년, 한 캐나다 건축 잡지가 우수상(Award of Excellence)을 수여하기도 했던 설계다.
르마이 모던 개관을 위한 시민과 기업, 정부의 물질적 지원 또한 끊이지 않고 있는데, 미술관에는 이미 작품7,700여 점과 피카소의 라이노컷 컬렉션 소장이 예정돼 있다. 캐나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멘델 아트 갤러리(Mendel Art Gallery)가 올해 6월 폐관하면서 소장품들을 르마이 모던에 기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신축 갤러리 중 하나에 ‘멘델’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를 기념하기로 했다. 한 시민에 의해 시작한 미술관 사업은 르마이의 바람에 따라 “창조성과 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살기도 좋고 방문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매해 방문객 22만 명을 모을 것으로 예상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발전을 함께 전망하고 있다. 얼마 전 산드라 귀마레스(Sandra Guimaraes)가 총감독이자 큐레이터로 부임했으며, 르마이 모던은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이-플럭스 저널(e-flux journal)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활동의 포문을 열며 점차 개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iew of Remai Modern
No.11
National Gallery Singapore
Singapore
내셔널 갤러리 싱가폴-국립미술관의 행보
개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폴은 오는 11월 개관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이다. 싱가폴 중심지 시빅 디스트릭트(Civic District)에 위치한 갤러리는 싱가폴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예술 작품을 중점적으로 전시하며 국제적인 예술도시로 거듭나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대부분 대형 미술관들이 공모전을 개최하거나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추세를 보인다. 반면에 내셔널 갤러리 싱가폴은 자국의 역사를 기리는 것에 집중했다. 바로 시빅 디스트릭트 시청과 전 대법원 건물을 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싱가폴 건축 사무소 스튜디오 밀류(Studio Milou)가 그 뜻을 이어 두 역사적인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건물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과 비슷한 6만 4,000㎡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며, 이는 규모 면에서 싱가폴에서 가장 큰 예술 공간이면서 설립 지역에서도 가장 큰 건물로 거듭나게 된다.
싱가폴과 동남아 미술 거점이 되기 위한 준비는 큐레이터 로우 지 위(Low Sze Wee)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싱가폴 아트 뮤지엄(Singapore Art Museum)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9년 갤러리 설립 초기 구상단계부터 참여해 컬렉션과 기획 전반에 걸쳐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였다. 갤러리는 우선 동남아시아 예술을 중심으로, 19세기 이후의 싱가폴 미술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를 통해 싱가폴의 발달, 정치, 경제,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 또한 마련할 것이다. 이외에도 20세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예술을 함께 소개할 예정으로 소장품 약 1만 점을 책임, 관리 하는데 싱가폴 정부기관이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1950~1970년대 싱가폴 예술가들이 제작한 작품들이 더해지고, 7, 80년대 추상과 조각, 소셜 리얼리스트 프린트, 모던 잉크 회화 등이 관람객을 맞이할 것이다.
개관에 앞서 현재 <MY MASTERPIECE> 프로젝트가 미술관 공식 웹 사이트에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영구 소장품 12점과 그에 영향을 받은 인물 12명이 작품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경험을 영상으로 풀어놓은 것인데, 개관을 앞두고 소장품을 미리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셔널 갤러리 싱가폴은 연구와 토론, 출판 사업 등을 통해 지역의 현대 예술을 다룬다. 싱가폴과 동남아시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현재 국제적 담론과도 결부한 문화 발전을 목표로 두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싱가폴 예술에 대한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갤러리가 되길 기대한다.
Facade of former Supreme Court Photo credit:
Darren Soh and National Gallery Singapore
No.12
M+
Hongkong
엠플러스-아시아 예술 허브
개관
가고시안(Gagosian)과 화이트 큐브(White Cube) 등 세계 유수 갤러리가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있는 홍콩은 현재 아시아 문화예술의 정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퐁피두센터와 구겐하임 빌바오를 모델로 한창 건설 중인 M+(뮤지엄 플러스, Museum Plus)가 개관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998년 홍콩 정부는 아시아 문화예술 중심지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서구룡 문화 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프로젝트를 선언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M+는 시각예술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시각문화박물관(Museum for Visual Culture)으로 홍콩,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20~21세기 미술, 디자인, 건축, 무빙 이미지 등을 집중적으로 아우르겠다는 포부와 함께 시작됐다. 중화권 최대 현대 미술관이 되겠다는 강력한 선언 아래, 현재 주요 소장품을 모으는 중이다.
M+는 단지 뮤지엄 공간을 넘어, 새로운 타입의 복합문화를 선보이는 장으로 홍콩을 넘어 현 시대의 글로벌 비전과 정보를 담고자 한다. 이 새로운 미술관의 설계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건축그룹 헤르조그&드 뮈론(Herzog&de Meuron)이 치열한 경합 끝에 맡게 됐고,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6만㎡ 규모 부지에서 2018년 완공을 앞두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규롱 문화지구의 랜드마크가 될M+는 특히 저탄소 저에너지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런던 테이트모던 관장 출신인 라르스 니트브(Lars Nittve)가 총 책임을 맡아 미리부터 전시와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뉴욕 모마(MoMA) 큐레이터로 일한바 있는 정도련이 수석 큐레이터를 맡는다. 시각 문화가 지나온 과거를 아카이빙하고 현재를 넘어 미래에까지 이바지하고자 하는 M+는 현재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4월까지 열린 <Mobile M+:Moving Images>전은 현재 M+가 모으고 있는 소장품과, 스크리닝 시리즈를 선보였다. <Tsang Kin-Wah: The Infinite Nothing>전(5.9-11.22)이 진행되고 있으며, <Venice Biennale Talk Series>(5.26-7.27) 등의 주요 프로그램이 홍콩 아트센터(Hong Kong Arts Centre)에서 열렸다고 하니 벌써부터 이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Winning Design of M+ Building by
Herzog&de Meuron+TFP Farrells
Special feature Ⅲ
‘블록버스터’ 미술관, 상식 부수기/견고히 하기
● 허대찬 미술비평
근래, 거대 다국적 미술관 개념이 등장하고 하나 둘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예술 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그 이름은 들어보았음직한 빅네임들이 세계 각지에 운영 라이센스를 판매하고 그 분관을 건설하고 있다. 분관 설립과 운영 라이센스 판매라는 구체적인 브랜드 사업 전략을 실행, 수립하는 기업화 미술관이 세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쟁력을 따질 때, 경제력만큼이나 중요한 요건으로 꼽히는 조건이 문화경쟁력인 만큼 이들의 행보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형 미술관들의 브랜드 전략은 한국 대규모 미술관의 양적 팽창 흐름과 이러한 하드웨어 규모에 비해 다소 미흡한 기업화 및 운영전략의 현실이라는 상황에서 더욱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View of Guggenheim Bilbao
빌바오 효과
상징문화시설을 이용해 쇠퇴한 도시라는 거대공간을 재생시킨 가장 유명한 사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대부분 이곳을 떠올릴 것이다. 바로 빌바오(Bilbao)시, 그리고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다. 구겐하임 빌바오는 미술관 빅네임 구겐하임 재단(Guggenheim Foundation)의 3개 분관 중 하나1)로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확고한 문화 아이콘이다.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는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바스크 지방의 주요 도시로 융성했으나 1980년대 기반 산업이 침체되고 실업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지역 경제가 크게 악화2) 되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철강산업 발달의 반작용으로 빌바오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Nervion river)과 그 주변 지역 환경오염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없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결국 빌바오는 ‘퇴물도시’로 전락했다.
이렇게 쇠락한 도시의 부활을 위해 바스크 지방 정부와 빌바오시는 1991년 ‘빌바오 메트로폴리 30(Bilbao Metropoli-30)’이라는 재생추진협회를 구성했고, 빌바오 대도시권 재생을 위해 ‘Ria 2000 종합계획’을 구상, 단계적으로 계획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 자체의 환경개선과 낡은 주변 산업시설과 도시의 전반적인 인프라에 대한 재개발 계획이었다. 이본 아레소(Ibon Areso) 부시장을 주축으로3) 이 도시 전반에 걸친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빌바오는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구겐하임 미술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지하철, 제임스 스털링(James Stirling)의 기차역,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의 공항 등 단지 저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물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도시 전체의 인프라를 하나의 시스템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문화 환경 조성의 키였던 구겐하임 빌바오는 현대의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미술관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지녔다. 건축 규모만으로도 대지 3만 2,500㎡에, 23,784㎡ 전시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당시 뉴욕 본관이나 베네치아 분관보다도 큰 규모다. 건축비의 경우에도 8,400만 달러, 작품 구입비로 5,000만 달러가 책정되었고 구겐하임 측에 수수료 2,000만 달러, 매년 1,200만 달러의 운영예산을 지불했다. 미술관 설립 이후의 가시적 성과 지표 역시도 블록버스터급이었다. 1991년 당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연 관람객 40만여 명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 개장 이후에도 많은 우려를 모았는데 개관 후 첫해 관람객만 130만 명, 이후에도 매해 평균 105만 명의 방문객이 미술관을 찾았다. 결국, 개관 3년 만에 건설비를, 그리고 5년 만에 모든 투자금 회수를 완료4) 했다. 이렇게 구겐하임 빌바오는 스페인뿐 아니라 나아가 유럽 도시 재생 모델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Screen shot of Google Art Project
브랜드 미술관, 구겐하임 아부다비와 루브르 아부다비
세계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대규모 투자 사업을 살펴보자면 현재 아랍의 거대 문화예술사업 투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이하 UAE)는 근래 석유로부터 얻은 자본을 예술과 관광 등의 문화산업 기반을 만드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에 의한 부는 엄청나지만 매장량은 분명 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포스트 오일(post-oil) 시기를 대비할 국가산업으로 문화예술산업5)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아부다비 사디야트 문화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이며 이곳에 들어설 핵심 시설이 구겐하임 아부다비, 루브르 아부다비 등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2006년 7월 8일, 아부다비는 구겐하임 재단과 미술관 건설 계약을 체결, 프랭크 게리 설계의 구겐하임 아부다비(Guggenheim Abu Dhabi) 설립을 진행하기 시작해 2017년 개관 예정임을 발표했다. 또한 루브르와도 계약을 체결해 장 누벨이 설계를 진행한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를 2015년 말 개관 예정이다.6)
이들 역시 그 예산과 규모가 블록버스터급인데 구겐하임 아부다비의 경우 연면적 45만㎡로 뉴욕 본관 규모의12배에 달하며 건축비 또한 8억 달러7), 브랜드 대여 비용만 170만 달러에 이른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이보다 한술 더 떠서 연면적 6만 4,000㎡ 규모이며 프랑스로부터 루브르라는 브랜드를 대여하는 데만 5억 2천만 달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밀라노 귀족 부인의 초상>(1452),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1832), 모네의 <생 라자르 역>(1877) 등 루브르를 대표하는 프랑스 소유 미술품 300여 점을 30년간 대여하는데 10억 달러8)를 지불하기로 했다. 프랑스 국보를 장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자국의 비난이 잠잠해졌다는 사실이 의아하지 않은 엄청난 액수다.
유럽의 경우에도 구겐하임 브랜드 헬싱키 분관도 개장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 미술관은 오는 2017~ 2018년 사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헬싱키 남쪽 바닷가9)에 들어서게 된다. 공사비 약 1억 7,800만 달러, 대지면적 총 1만 8,520㎡에 건축부지는 1만 2,100㎡ 규모다. 2014년 6월 설계공모가 시작되었고 최종적으로 총 77개국에서 설계안 1,715건이 접수되어 그 관심을 짐작케 했다. 이후 1년여 에 걸친 심사 끝에 2015년 6월 23일, ‘모로 쿠스노키 아키텍츠(Moreau Kusunoki Architectes)’의 아트인더시티(Art in the City)가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이제 이들 미술관은 무형적인 자산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문화 마케팅 기업으로서 우리 앞에 있다. 앞서 언급한 구겐하임 빌바오에 집중해 분석한 가시적 효과의 예에서나 루브르 박물관 본관의 경우처럼 한 도시를 대표하거나 국가 브랜드 자체를 대표함이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디딜 수 있는 다음 행보의 발자국인 셈이다.
Lighthouse restaurant of Guggenheim Helsinki
온라인 문화 공간,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Google Cultural Institute) 10)
오늘날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규모로서의 블록버스터 미술관으로 온라인 문화공간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공간은 주지하다시피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무제한적인 규모의 기획과 제작이 가능하다. 많은 미술관과 문화단체들이 그 기능과 가능성에 힘입어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미술 및 문화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의 행보에 대해 주목해 보고자 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 체계화, 온라인화해 모든 사람이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구글은 동명의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한 정보의 디지털 아카이빙과 인공위성과 로봇,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해 전 세계의 표면, 건축물 내부, 바다 속과 심지어 달과 화성 표면까지도 스캔해 온라인상에 구현, 기록하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의 스카이넷(Skynet)의 위상이나 드라마 <프린지(Fringe)>의 거대 기술기업 매시브 다이나믹(Massive Dynamic)과 유사한, 현대 디지털-기술 시대의 만능 회사라고 불릴만한11) 이 거대 기업에서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문화 분야다.
바로 이 구글에서 진행하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를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명화를 붓 터치 하나 하나가 보일 정도로 확대해 감상할 수 있는 고해상도 이미지에 대한 검색 및 제공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설립된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비롯, ‘역사적 순간,’ ‘세계의 불가사의’라는 3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미술관과 문화기관, 아카이브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의 문화적 결과물들을 우리들 책상 위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 이곳은 중요한 문화적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공개, 보존함을 통해 이들 전 세계의 미술 작품과 문화재를 누구나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미래의 교육과 비전에 기여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트 프로젝트’는 현재 578개 컬렉션과 1만 282개에 달하는 예술가 항목, 예술작품 19만 373점을 보유 중이다. 그리고 전 세계 60여 개 미술관과 협력해 다양한 작품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 순간’은 협력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이 각자의 아카이브를 활용해 기획한 전시를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다. 전시482개와 개별 항목 615만 4,937개를 선보이고 있다.(2015년 7월 기준) ‘월드 원더스’는 구글 스트리트뷰와 360。 촬영, 3D 모델링 기술을 이용해 세계 문화유산들을 360도 모두 모니터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구글 뿐만은 아니다.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12)이나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13),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14), 한국 국립현대미술관15) 등 대형 국공립, 사립 미술관과 한국 사립미술관협회16), 네이버17)와 같은 기업들이 온라인 미술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 모든 이미지에 도입한 것은 아니나, 꾸준히 미술작품을 17기가픽셀(17 giga pixel. 170억 화소)급 해상도 서비스 제공 작품수를 늘려가고 있는 것을 다른 서비스와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또한 구글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이용해 360도로 전시장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구글과 협약을 체결한 협력기관 뿐 만 아니라 각 개인이 여기서 제공하는 아카이브를 활용해 자신만의 갤러리와 전시를 기획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수백 혹은 수천 개 전시실이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미술관이자 문화 플랫폼인 것이다.
Photo: Egor Slizyak, Denis Sinyakov
ⓒ 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미술관의 존재 의의
재미있는 사실은 각 미술관의 건립에 대해 지역 시민들이 상당히 거세게 반발했다는 점이다.빌바오 미술관의 경우 당시 시민 95%와 대부분 언론이 미술관 건립에 반대했다. 도시 전체를 재정비하는 상황에서 이미 거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도시의 재정이 어려운 시기에, 무려 1억 달러를 더 들여 ROI (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회수)가 불투명한 미술관을 짓는다는 것이 도시를 점점 더 쇠락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서였다. 헬싱키의 경우 역시 2012년 헬싱키 시장이 야심만만하게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였으나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시의회에서도 부결18) 되는 등 수년간 진통에 휩싸였었다. 이 때도 총 공사비 14억 유로 중 1억 유로를 시에서 자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연간 수천만 유로의 운영비를 책정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헬싱키 시장 쥬시 파유넨(Jussi Pajunen)과 구겐하임 재단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방전을 벌였고 결국 프로젝트 재개, 현재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구겐하임과 루브르 아부다비의 경우에도 UAE 내에서 자기정체성 없이 외부문화를 유입해봤자 자국 문화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비난19)에 부딪쳤다. 또한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에서 현대미술의 파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라는 지점과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예노동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자국의 문화재로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들끓었던 바 있다. 결국 진행됐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의 블록버스터급 브랜드 미술관은 예의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논의와 유사한 질문에 도달한다. 미술관의 존재 의의인 ‘공공성’에 대한 질문과 ‘규모 변화를 통해 ‘예술의 대중화’가 가능한가’라는. 명료한 지점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블록버스터’ 미술관들이 수치적으로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미술관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보존, 전시하는 전통적인 모습의 기관에서 변모해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교육하며, 나아가 즐거움을 제공하는 사회적인 기관으로서 우리 눈 앞에 있다. 미술관은 동 시대 미술작품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연구하는 동시에 소비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오늘날의 관람자들의 체험의 질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모든 분야에서 스타가 탄생하고 이들이 엄청난 이익을 생산하는 것을 보아왔듯, 대규모 투자와 대규모 이윤을 가져오는 이들 빅네임의 등장은 필연적이며 위의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를 이용할 당위성은 분명히 있다. 그들이 생산한 ‘블록버스터’ 미술관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규모의 상식과 이해를 그 엄청난 규모로서 부순다. 동시에 ‘블록버스터’로서의 이미지를 견고히 구축한다. 상식을 부숨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충격에 기반한 놀라움과 재미를 불러오며, 동시에 블록버스터 이미지를 통해 그 곳에서의 경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미술관의 존재에 대한 전통적인 논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는 블록버스터 미술관의 등장에 의해 발생할 긍정적인 효과를 잡아내 최대한 그 효과를 확대, 이용할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다만 미술관이 문화사업이라는 거죽 아래 돈이라는 가치 하나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지양되어야만 할 것이다. 미술관은 보여지기만 하는 에펠탑으로만 존재하는 것을 넘어 에펠탑을 포함한 복합적인 존재로서 존재해야 한다. 건축물로만 고정돼 주목받는 것을 포함, 지속적으로 생동감 있게 변화를 포착해 관람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서의 역할과도 같은 다양한 레이어를 지닌 존재로서 말이다.
View of Biomuseo
[각주]
1) 현재 운영 중인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라스베가스, 빌바오 3개 외에 아부다비와 헬싱키 분관이 건설 진행 중이다.
2) 빌바오는 면적 41.3㎢, 인구 약 35만 명(2007년 기준)의 도시로 바스크 지역의 중심도시이다. 주변지역을 포함한 메트로폴리탄 빌바오의 인구는 약 100만 명으로, 인구규모로는 스페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1980년대 아시아의 신흥경제국의 대두에 따른 반작용으로 유럽의 철강과 조선 산업의 쇠퇴, 그리고 철강자원의 고갈이라는 악재가 겹쳐 도시의 몰락이 진행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마저 겹쳐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게 만들었다.
3) 건축가 출신인 아레소 부시장은 통합적인 도시혁신전략과 친환경 디자인의 융합이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빌바오리아 2000'의 설립은 물론 구겐하임 미술관 등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시장이 교체되어도 그는 계속 자리에 남아 일관되게 프로젝트를 추진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빌바오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개관 1주년 기념식보다 앞서 투자비용 환수(1997년 10월~1998년 10월 구겐하임 운영수익 1억 4,400만 유로≒2,000억 원)의 성과를 올렸으며 이에 더해 바스크 지자체의 GDP 성장(2억1,100만 유로)에 미친 영향력을 인정받아 유럽연합으로부터 전보다 늘어난 공적자금(2,900만 유로, 2006년 자료)의 지원을 추가/연장 받았다. (이상 금액 수치에 대한 출처는 http://www.makehope.org/빌바오의-힘/)
5) 아랍에미리트(아랍 토후국 연방이라고도 부르며, 약칭은 UAE)는 각각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아지만, 움알쿠와인, 라스알카이마, 푸자이라 라는 7개의 토후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아부다비는 석유산업을, 두바이는 글로벌 금융과 관광, 라스알카이마는 의료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근래 세계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한 두바이의 몰락 이후 압도적으로 경제적 차이를 벌린 아부다비는 기존 두바이의 문화산업을 누르고 앞서 나가기 위해 대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사디야트 문화지구가 있다.
6) 이밖에도 사디야트 문화지구는 문화예술 섬을 목표로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아부다비, 노먼 포스터의 자이드 국립박물관(2016년 개장 예정), 안도 다다오의 해양박물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퍼포밍 아트센터 건설을 진행 중이다. 총 예산은 300억 달러(약 34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7) 수치 출처 http://www.nytimes.com/2014/12/07/arts/design/inside-frank-gehrys guggenheim-abu-dhabi.html?_r=0
8) 수치 출처 http://www.nytimes.com/2009/05/27/arts/design/27louv.html, http://news.donga.com/3/all/20141016/67194094/1
9) 에뗄라사따마(Etelasatama)라는 남쪽 항구 지대의 해안가에 위치할 예정이다. 이 곳은 구 도심과 대형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올림피아(Olympia)항과 인접해 있으며 관광객이 바다를 끼고 어떤 방향에서든 찾을 수 있는 이점을 가진 곳이라고 한다.
10) 웹사이트 주소 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 및 소개동영상 http://youtu. be/eEJqCUiaV68
11) 검색엔진 구글에 기반한 검색 관련 광고 서비스를 기반으로 매출 650억 달러를 올리고 있는 구글은 운영체계 안드로이드(Android)를 개발해 스마트폰 시장의 중추로 활동하는 한편 AI 연구회사 딥 마인드(Deep Mind, 로봇연구회사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해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직물 플랫폼, 무인자동차 등 디지털 환경 전반을 망라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2) http://www.getty.edu/art/collection/
13) http://www.moma.org/collection/works
14) www.rijksmuseum.nl
15) http://www.mmca.go.kr/collections/collectionsList.do?menuId= 2010000000
16) http://www.koreanartistproject.com/
17) arts.search.naver.com 네이버 미술검색. 2015년 7월 현재 프랑스 국립미술관연합에서 사용권을 확보한 10만여 점의 해외미술작품과 4천여 점의 국내미술작품 이미지를 포함, 17만 3,307건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8) 2012년 2월, 미술관 신축안이 시 위원회에 상정되었으나 15명의 위원회 인원 중 찬성 7표, 반대 8표로 부결되어 시의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19) “이집트의 문화평론가 유세프 이브라힘은 문화를 돈으로 살 수 있느냐 라는 지점에서, ‘뉴욕 선’지에 “엄청난 오일달러를 쏟아 부어 남의 ‘영혼’을 산다고 해서 문화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바다 위에 ‘루브르 박물관’ 짓고 역사적 걸작 장기임대 http://news. donga.com/3/all/20141016/67194094/1, Can Culture Be Bought In the Gulf? http://www. nysun.com/foreign/can-culture-be-bought-in-the-gulf/48001/
글쓴이 허대찬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디어 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 토탈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하며 미디어아트, 디자인, 기술문화 관련 전시, 행사 및 연계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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