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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8, Jan 2014

Common Sense of the East

2013.11.22 – 2013.12.13 갤러리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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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진 미술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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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감이라는 혼돈의 풍경



빛이 나기 힘든 어려운 주제다. 한국, 일본, 대만의 큐레이터 3인과 각국의 작가 7명이 만든 <Common Sense of the East>전을 보고 느낀 첫 인상이다. 필자의 이 같은 반응은 전시가 내세운 표제인 ‘동아시아의 공통감’이라는 문구가 주는 무게감과 모호함 때문이다. ‘동아시아성’ 혹은 ‘동아시아적 가치’라는 개념의 난감함은, 없다고 부정하기에는 공통의 역사나 문화의 유사성이라는 형태로 엄연히 현실을 구속하나, 무어라 설명하기에는 모호하며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막막함을 필자는 대학원 시절에 한 수업을 통해 경험했다. 해당 강의는 동양미술사에서 한국미술이 가지는 고유성을 찾아내고자 하는 의도 하에 고분벽화에서 김환기의 회화까지 한국미술사 이천 여년을 망라하는 것이었는데, 한 학기 내내 필자를 괴롭혔던 것은 수업의 전제인 한국성의 존재부터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기획자들 또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듯하다. 일본 측 큐레이터인 하라다 아키카즈는 기획의 변에서 일본인들은 아시아라는 범주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이는 ‘탈아입구(脫亞入歐)’라는 일본의 근대화 이데올로기에서 파생된, 연원이 오랜 사유다), 비단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불명료한 아시아인이라는 분류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호응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거라고 말한다. 한국 측 큐레이터인 서준호 역시 기획자들끼리도 동아시아의 공통감이라는 개념에 합의를 본 것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정치의 우경화와 신자유주의의 심화 같은 현상적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 결에는 차이가 큰 탓이다. 그런 까닭에 이 전시는 어떤 통일된 결론을 확인하는 것이라기보다 아시아의 지역성과 보편성에 대해 각자가 바라보는 개별적 풍경들의 집합이라 보는 편이 보다 적절한 자리매김일 것이다. 




전시전경




이삼십대의 젊은 아시아 작가들이 바라보는 동아시아의 풍경(East Asian-Scape)은 지역특수성과 세계화가 경합하며 상호작용하는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장이다. 이안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타이난의 마지막 극장 간판 장인을 인터뷰하고 영화 <영웅본색>(1986)의 주연배우 3인의 초상을 그리게 한 박보나의 <A Better Tomorrow>(2013)는, 대만 경제의 중흥기에 대한 회고기도 하지만 한때 동아시아를 주름잡던 공통의 풍경(홍콩 영화와 대형 극장 간판)에 대한 애수기도 하다. 타이난 외곽 사탕수수 농장에서 설탕을 채취하고, 학교의 가마와 버려진 냄비를 이용해 설탕 도자기와 스푼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이완의 <Made in Taiwan>(2013)은 한때 한국과 일본에 설탕을 수출하며 자립의 기반을 담은 대만의 근대사를 건드리면서도, 대량생산이라는 거대 경제 체제에서 망각된 육체노동과 수공품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과 권력에 의한 급속한 도시 건설을 비디오 게임에 비유한 린왕틴의 작업에서도 실제 신베이 시라는 구체적 현실과 신자유주의적 개발이라는 보편적 풍경이 교차하고, 불교와 신도(神道)가 기묘하게 결합된 일본식 정원을 묘사한 타나카 카오리의 그림 역시 외래 사상과 토착 종교의 융합을 드러낸다. 


특정한 국민국가에 속하면서도(지역성) 해당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는(초지역성) 상호모순적이고도 이원적인 특징은 “국제적 자본주의의 풍경이 ... 동일한 모습을 띠는 객관적으로 주어진 관계들이 아니라 ... 각기 다른 종류의 행위자들(국민국가, 다민족국가, 이산된 공동체, 하위 민족적 집단, 마을이나 이웃, 가족 등)의 역사적, 언어적, 정치적인 상황 조건에 의해 좌우되는 원근법적인 구성의 산물”이라는 아파두라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리카와 미노루의 작업은 이번 전시 전체를 상징적으로 대변해준다. 일본 각지에서 모은 빗물은 다양한 형태의 컵을 통과하며 물방울로 떨어지는데, 초여름 장맛비를 뜻하는 ‘사미다레’, 이슬비를 칭하는 ‘코누카아메’ 등 세세한 이름을 가진 일본의 빗물은 한국의 전시장에서 결국 다를 바 없는 물이 되어버린다. 지역적이면서도 탈지역적인 이중성은 동아시아의 복수적 풍경들이 지닌 본질적 속성이자 이를 감지하는 개별적인 행위자인 7명의 작가들이 운반하는 작업의 공통된 면모다. 동아시아성, 한국성, 일본성은 그 불규칙한 흐름에서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구축과 해체를 반복하는 가변적인 관계들이 지닌 잠정적 속성일 것이다.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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