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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9, Feb 2014

NASA: Countdown to Infinity

2013.11.16 – 2014.1.26 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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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현 독립 태그 베를린 수제비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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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진의 가까운 미래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흥미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우리는 통상적으로 개인의 취향 내지 취미로 소급해서 부른다. 어떤 이는 자전거나 모터사이클, 자동차 등 탈 것에 심취해 있고, 또 어떤 이는 와인이나 치즈 등 먹을 것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만의 흥미거리는 곧잘 개인의 관심이나 인식의 대상과 연결된다. 이런 측면에서 솔직히 필자의 관심이나 인식의 대상은 지구의 대기권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필자는 오직 대기권을 굉음과 함께 빠르게 횡단하는 제트기에만 관심이 좀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미국과 소련의 제트기 중 어느 것이 나은지 하는, 하나마나한 얘기로 옥신각신하곤 했다. 그 탓이었을까? 저 대기권 밖의 이야기도 필자는 겨우 ‘우주소년’이라는, 그것도 국가(일본)와 형제애가 하이브리드된 허무맹랑한 만화를 통해서만 접할 뿐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만화에 나오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확실히 필자의 관심은 대기권 이하에만 머물러 있다. 


하지만 사진의 발명은 인간의 유한한 관심과 인식의 대상을 무한한 저 대기권 밖으로 확장시켜 준다. 아득하게 멀기만 해서 도저히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을 카메라는 인간의 눈을 대신해서 관찰하고 거기서 얻은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숫자로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시간을 건너뛰어 간접적이나마 사진을 통해 우주를 대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진은 우주 못지않게 아득한 타인의 관심 영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득한 대기권 저 너머와 타인의 관심 영역을 동시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의외의 장면들이 기다리고 있다. 소소한 의외의 장면들은 ‘전시의 메시지와 의미 간파’라는 의례적인 우리의 대의(?)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어긋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과거 결코 친해질 수도, 그래서 아예 인식의 대상에도 들지 않았던 사진을 과연 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미술관 들머리에 배치된, 우주복을 입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첫 번째 사진만 봐도 그럴 것이다. 




ⓒ NASA 

<형틀에 뜬 우주인 의자(Molded Astronaut Couches)> 

1959 Digital Print 60×82.5cm




이 사진을 지나쳤다면 이번 전시와 처음 만나게 되는 사진에서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첨단의 지식과 고도의 설비를 갖춘 나사(NASA)에서 훈련 중인 예비우주인이 신고 있는 신발은 일반 검정색 구두이다. 아주 완벽할 것 같은 사람이 의외로 허술하게 바지지퍼를 내리고 있는 꼴이다. 또한 한껏 진중한 자세로 실험에 임하고 있는 여성들이 입고 있는 롱 플레어 스커트는 기념사진에 대비하는 우리들의 태도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음을 드러낸다. 더불어 학창시절 난공불락의 요새로 경험하였던 미적분, 고차원 방정식쯤은 누워서 떡 먹기 식으로 푸는 그들이 고안한 기계의 통제장치는 여느 디자인 제품 못지않게 단순하면서도 심미적이다. 미지의 세계를 시뮬레이션 하면서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최첨단의 장치가 매끈한 통제기판에 버튼 몇 개로 표상되니 자못 뻥찌는 느낌이다. 또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지구에 차려놓은 일련의 실험 장소들은 영화의 세트장 못지않게 비현실적이다. 


눈에 확대경을 끼고 보아야 할 만큼 초소형의 모형에서부터 인간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버리는 풍동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우리의 통상적인 감각체계를 멀미가 날 만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나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한 사진은 기획자가 우주센터를 경험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적막감과 긴장감으로 뒤덮인 로켓의 발사장 근처를 사슴들은 태연히 거닐고 있고, 무수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이륙하는 발사체와 더불어 왜가리같이 생긴 일군의 새들이 함께 날아오르고 있다. 신비에 휩싸인 먼 미지의 세계를 단박에 인간의 인식영역 안으로 끌고 들어오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만큼 우리의 일반적인 감각체계를 뒤흔드는 사진이야말로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로부터 대상의 해방’, ‘유희에 가까운 시각적 촉각성의 체험’이 아닐까? 더불어 타인의 취향에 또 다른 타인의 관심과 인식이 접붙이기까지 이것이야말로 ‘이미지에 대한 민주적 접근가능성의 확대’가 아닐까? 그리고 앗제의 사진으로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광고 사진들이 지녔던 계보를 이제는 이러한 과학 사진이 이어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NASA <응용기술위성 시험(Applications Technology Satellite Testing)> 1973 Digital Print 70×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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