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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7, Jun 2021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PUBLIC ART NEW HERO

올해로 15번째를 맞은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그 새로운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2021년 공모에는 총 122명이 지원했으며 4월 21일 1차 포트폴리오 심사, 4월 28일 2차 면접 심사를 거쳐 7명의 작가가 최종 선정됐다. 2차 심사는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백동민 「퍼블릭아트」 발행인, 정일주 편집장의 심사숙고로 치열하게 진행됐다. 급격한 변화와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골똘히 탐구하며 예술 언어를 형성하는 작가들을 지금 만나보자.
● 기획 · 진행 편집부 ● 인물사진 작가 제공 ● 장소협찬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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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콘텐츠 큐레이터·Hzone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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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PUBLIC ART NEW HERO

김민정  Kim Minjung
곽인탄  Kwak Intan
김채린  Kim Chaelin
박관우  Park Kwanwoo
윤석원  Yoon Sukone
이민선  Lee Minsun
임지민  Lim Jimin




(좌)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 

(우)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심사위원 심사평] 

●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심사평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공모에 참여한 청년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을 때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들이 처해있는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을 개념적으로 풀어나가는 작업이 다수라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야기된 환경과 생태의 위기, 여기에서 비롯된 개개인 삶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작용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위에서 언급한 위기의식 때문인지 인간, 인간다움, 자의식, 정체성과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작업이 상당수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자의적으로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해온 청년 세대의 감각과 정서를 반영하듯 이미지의 병합, 혼합, 재구성 등의 방식을 채택하는 작가들이 많았다. 뉴히어로 대상과 우수상 작가를 선정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긴 것은 매우 단순명료하다. 위에서 언급한 공통점을 뚫고 나와 독자적인 주제 혹은 소재, 표현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작가인지 그리고 그것을 예술적 가능성으로 전개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살펴보았다. 김민정의 작업은 형식적 실험이 진지한 주제 의식과 만나 다층적 메타포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곽인탄, 김채린, 박관우, 윤석원, 이민선, 임지민의 작업은 각각 다른 내용과 형식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길을 탐색해 나가려는 태도와 자질을 지니고 있어 주목할 만하였다.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은 진부한 주제나 소재를 선택하였고,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누군가의 방식을 따라 한 듯한 모방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과잉되거나 고착적인 표현성을 보여주었다. 


●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심사평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공모에 제안된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매체의 다양성과 함께 미학적 성취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돋보였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융합 장르의 특성을 보였으며 작품 개념의 깊이도가 매우 높았다. 특히 대상으로 선정된 김민정의 작업은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융합예술 즉, 인터미디어(intermedia)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믹스드 미디어(mixed media)의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동시대 젊은 작가들은 시간과 공간, 현실과 가상, 이념과 사상 등 다양한 시각의 혼재적 상황에 대한 수동적 적응단계를 넘어 혼돈 자체를 자기 정체성의 중요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즉, 변화와 혼돈이 가져온 문화적 엔트로피의 증가가 시각 문화에 미친 영향을 이들 작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작업의 개념적 깊이와 시각적 결과물 간의 간극도 다소 존재하는 것 같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가속적 전환기에서 발현되는 적응의 지체 현상과 다르지 않다. 이 또한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특성일 것이다.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 2020 컬러+흑백 

HD 비디오, 스테레오 11분 34초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아티스트]
 
1. 뉴히어로 대상_김민정

김민정은 시간 기반 매체인 ‘필름’의 물질성과 기술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담을 수 있는 감각에 대해 연구한다. 필름그레인, 필름 측량 단위, 피사계심도, 노출, 루핑, 필터, 셔터, 거울 등 영상 매체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광학적 규칙, 영사 환경 등의 조건이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기준’과 ‘표준’이라는 약속된 허구를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관심을 두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한다. 2021년 ‘베를린 영화제(Berlinale)’ 포럼 익스팬디드(forum expanded) 부문에 선정된 그의 작품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The Red Filter is Withdrawn)>는 해안 동굴 진지들과 여러 오름에 위치한 벙커 등 제주 곳곳에 숨겨진 식민지의 흔적과 항쟁과 학살의 기억을 가진 풍경을 그린다. 

작가는 스크린이자 카메라 렌즈로 작용하는 역사적 상흔이 새겨진 풍경이 매체에 그대로 포착될 수 있는지, 또 그것의 색깔을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해 묻고 나아가 매체를 통해 보거나 보여주는 행위 그 자체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김민정은 형상을 태어나게 하는 화학적 반응으로서, 이미지를 넣고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로서, 만질 수 없는 물질을 향한 물리적인 반응으로서, 어떠한 대상이나 공간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얼굴의 표정으로서, 세계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크기의 창으로서, 자신을 직접 볼 수 없거나 자세히 보기가 꺼려질 때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서 무빙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PA



김민정




김민정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필름 앤 비디오를 전공했다. 지난해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서 ‘한국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캐나다 ‘$100 영화제’, 미국 ‘블랙마리아 영화제’와 ‘앤아버 영화제’ 등에서 상을 거머쥔 바 있다. 국내는 물론 영국, 벨기에,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최근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 <missing the boat>를 개최했다. 




<허공으로의 행진> 2020 혼합재료

(레진, 석고, 시멘트, 우레탄 폼, 에폭시 등), 
기존 조각의 뼈대와 좌대 220×145×78cm




2. 곽인탄

곽인탄은 실시간으로 조형을 시도하며 미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최근 작업에서 그는 과거 미술사 속 회화, 조각의 잔상을 지지체로 활용하고 여기에 다양한 살점들을 덧붙여가며 조각을 구성하는 방식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는 미술사의 정보를 개념보다는 도판 이미지로 속도감 있게 경험하고 자신의 조각 일부로 자유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오고 가며 조형되는 조각들은 구체화되고 형태화된 것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체가 불분명한 모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는 그동안 강박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투자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으로서 훈련된 강박적 능력은 창작 과정에도 수없이 개입된다. 그는 자신의 내적 감각에 집중하며 일상에서 실시간으로 경험되는 많은 것들을 과감하게 조각으로 표현하고 기록해 생동감 있게 펼쳐 보인다. 또한 미디어에서 과도하게 제공되는 정보와 가상의 시공간에 끊임없이 부유하며 떠도는 이미지들의 잔상, 파편들까지 작가는 자신의 조각에 자유롭게 혼합해 재구성한다. 곽인탄이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조각은 무언가의 잔여물이자 실시간으로 끝도 없이 쏟아지며 납작함에 짓눌려 있는 파편의 흔적과 같다. 작가는 이를 발견하고 자신의 손길을 더함으로써 조각으로의 직립을 상상하고 실천한다. PA



곽인탄





곽인탄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에서 수학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16년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갤러리에서의 <3의 영역>을 시작으로 2019년 studio 148에서 <Unique Form>, 2020년 space 9에서 <Sculpture Gate> 등 개인전을 열었으며, SeMA 창고, 온수공간, 김세중미술관, 뮤지엄헤드 등에서 열린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Affordance Sculpture #1: 끌어당기기> 
2020 강화석고, Matrix-neo, 경량석분점토, 핸디코트, 캐스터,
 니트릴, 부타디엔 고무, 1300실리콘, 합판 36×46×41cm×3ea





3. 김채린

김채린은 악수나 포옹 후 몸에 남는 잔존감각을 조형화하고 있다. 주로 만지고 싶은 덩어리를 만들거나 행위가 지나간 자리를 공간 속에 기록하는 그는 물리적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조형 작업의 태생적 특징에 주목하여 작업할 때 두 가지의 방식을 사용한다. 작업을 만드는 작가의 접촉 행위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소조의 방식과 표면을 계속 어루만지며 형태를 연마하여 다듬는 방식이다. 작가는 작업을 고정되지 않은 채로 제시해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존재로서의 작업을 실현해낸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대상과 만나며 발생하는 접촉의 기억이나 잔존감각은 사실 자신에 관한 인식과 연관된다.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잔존감각들은 “자신이 놓인 상황을 시간적·공간적으로 바르게 파악하여 이것과 관계되는 주위 사람이나 대상을 똑똑히 인지”하는 ‘방향정위’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따라서 작가는 다양한 대상과의 만남의 접점을 작업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작업이 다시 관람객과 맺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지난해 진행한 ‘Affordance Sculpture’에서는 특정 행위를 통해 관람객이 작업을 만나게 하고 사용자로서 관람객의 역할을 제시했다. 끌어당기거나 보고 돌리고 끼워 넣고 조합하는 행동을 통해 관람객은 능동적으로 작업에 변화를 가할 수 있고, 이런 행위는 다음 사람에게로 전달된다. 사용감으로서의 흔적이자 각자의 기억은 작업의 표면에 고스란히 남겨지고 쌓인다. PA




김채린





김채린은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현재 박사 과정 중이다. 김종영미술관, OCI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창원조각비엔날레’, 문화비축기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경기창작센터, 원앤제이 갤러리 등에서 개최한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2020년 경기문화재단 선정 예술창작지원 시각예술분야(유망) 작가로 현재 경기창작센터 기획레지던시에 입주해 있다.





<일 분에 한 바퀴 도는 거울> 2020 

전동 턴테이블, 원형거울 130×130×10cm




4. 박관우

박관우는 현상으로서 존재하는 인간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연구한다. 자(自)와 타(他)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는 것들과 끊임없는 피아식별(彼我識別) 과정 속 생성되는 자의식과 정체성의 문제, 주객(主客)과 자타(自他)의 관계가 모호한 현상의 구현 등을 탐구하며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일시적으로 한데 뭉쳐져 있을 뿐인, 원자 더미들에 불과한 스스로의 존재를 거울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각하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실들마저 지극히 신기하고 특별한 일로 여긴다. 원자 더미 간의 피아식별이 이루어지는 흐릿한 경계를 서성거리는 작가는 마치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처럼 그 현상을 재현하고자 한다. 

인간의 자의식과 정체성의 경계에 관한 의문과 도전을 작업의 ‘내용’으로 다루고 이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을 작업의 ‘방법’으로 삼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하는 그의 작업은 인식의 해리(解離)를 도모하는 일련의 사고실험 장치와도 같다.공간에서 그의 작업은 장치를 통해 발현되는 ‘현상’으로서 존재하며, 관람객은 은밀한 증인이자 사건의 일부로 자리하게 된다. 주객의 관계가 모호한 방식으로 구성되는 ‘상황’들은 자기-타자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자의식의 재귀적 특성에 대한 그의 집요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PA




박관우





박관우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조소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우민아트센터, 인사미술공간, CICA 미술관 등 국내는 물론 런던 호크니 갤러리, 스퀘어 갤러리, 세븐틴 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 ZER01NE 프로젝트 커미션을 진행했고,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작가에 선정됐다.





<Cloud> 2020 캔버스에 유채 150×150cm





5. 윤석원

윤석원에게 캔버스는 세상을 바라보고 제시하는 하나의 창이다. 장소, 풍경, 인물에서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사회적 이슈들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다양한 면면들이 포착되어 캔버스 안에 담기고, 그 이면에 내재한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의 내러티브들이 교차하며 자연스레 그 심도를 형성한다. 작가가 사건의 관찰자이자 전달자의 역할을 자처하면서 일상의 한 부분을 예리하게 도려내어 그만의 회화적 방법론으로 재현해내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스냅사진(snapshot)’을 닮았다. 형식적 차원에서 모티프를 자연스럽게 화면 밖으로 확장하도록 배치한 구조라든가 여백 없이 진행되는 세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특히 언뜻 보기에 이미지 윤곽 부분의 식별성이 적고 색감이 톤 다운 되며 국지적인 운동성이 등장하는 점 등은 다시 한번 스냅사진의 형식을 환기한다. 

그러나 그가 올려낸 물감층은 스냅사진의 순간성과는 다르게 시간의 깊이를 형성해낸다. 그의 캔버스 표층에서는 손목 스냅 범위 내의 진폭으로 움직인 수직 또는 수평의 반복적인 붓 자국이 감지되고, 화면에 고르게 분포된 단일 이미지의 말단에서는 대상을 누르고 양방향으로 밀어내는 지속적인 붓의 움직임이 발견된다. 모티프들의 경계를 와해시키는 끈기 있는 붓의 흔적은 시간의 깊이와 삶의 추상성을 형상화하면서 현대회화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반영한다. PA




윤석원





윤석원은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 석사과정을 마쳤다. 갤러리바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우민아트센터, 챕터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2015년 ‘37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선발, 2016년 ‘18회 단원미술제’ 단원미술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단원미술관, 이스라엘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Tiroche DeLeon Collection) 등에 소장돼있다.




<29일의 금요일_나는 또 다른 너야>(스틸) 

2019 싱글채널 비디오, 침대시트에 프로젝션 11분 54초





6. 이민선

시간은 돌아보면 빠르고 견디기는 느리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주어진 일과는 축복이고, 축복이 없는 삶은 한없이 권태롭다. 그것은 극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거북이처럼 느린 비극이다. 이민선은 현대사회의 권태에 관심을 가지고 작가이자 일반 개인으로서 스스로가 마주하는 빈 시간에 집중하며 작업해오고 있다. 그는 일종의 픽션을 구성하고 이를 전시로 재현하기 위해 영상, 텍스트(소설), 설치, 웹사이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공허를 견디는 가상의 인물, 역할을 잃어가는 사물이나 사건 등이 작업의 제재가 되고 또한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작업의 주체가 된다. 

권태를 견디는 인물은 멈춰진 시간 속에 사실상 휴면의 서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인물의 시곗바늘을 돌리고자 하는 필사적인 욕망을 품는다.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는 개념과 관용구들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접합하고 뒤집으면서 그는 권태의 시간을 드러내는 동시에 파기한다. 이 지점에서 유머가 동반되는데, 무심코 던져진 농담은 서사 속 인물의 변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나아가 체념을 상쇄시키기도 한다. 작가가 서사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조정하기에 서사는 있는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빈틈을 형성하기도 하면서, 그의 작업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유명한 문구를 끊임없이 환기한다. PA




이민선





이민선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이후 2015년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거친 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학과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개인전으로는 갤러리 라메르에서의 <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에서의 <실제 있었던 일인데>, 탈영역우정국에서의 <필사의 유머>, 오시선 웹에서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등이 있으며 영국, 아랍에미레이트, 독일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잘못 적어 밀린 답들> 2020 

캔버스 판넬에 유채 각 25×25cm




7. 임지민

임지민의 작업은 상실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아버지를 잃고 난 후 찾아온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태도에 영향을 주었고 이는 작업의 시발점이 됐다. 가족사진을 소재로 한 인물화부터 사진 속 인물의 특정 부위만을 잘라 그리는 크롭페인팅, 가면을 쓴 아이들이 등장하는 ‘가면’ 시리즈, 기억의 조각을 모아 하나의 화면을 만들어내는 메모리 콜라주 등 임지민의 작업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형태로 진행되어왔다. 작업에 돌입하기 전 그는 수많은 이미지를 수집하는데, 이는 작가 자신과 연관된 것이기도 하고 혹은 즉흥적으로 눈이 가는 것들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또 다른 이미지들이기도 하다. 

임지민은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를 나열하고 이를 현재의 상황, 과거의 기억과 결합해 복합적인 감정의 총체로써 회화로 구현하는데, 연속적인 일련의 그림은 하나의 큰 화면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의 이미지가 보유하고 있던 문맥은 상실되거나 숨겨지고, 투박하게 그려진 이미지는 그림 그 자체의 정서적 울림을 강조하며 하나의 ‘상징적인 시’로서 자리하게 된다. 임지민은 2019년부터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한 편의 수필처럼 영상에 풀어지는 작업은 회화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임지민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작업에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그의 연구는 계속될 예정이다. PA




임지민





임지민은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현대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2019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진아트스페이스에서 연 개인전 <기억의 조각을 모으다>를 비롯 로우갤러리에서의 <닫힌 문, 열린 막>, 아트스페이스영에서의 <Tool and Boxes> 등을 선보인 그는 유아트스페이스, OCI미술관, 팩토리2, SeMA 창고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9년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020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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