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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9, Dec 2014

여소현-몸으로 展하다

2014.11.12 – 2014.11.17 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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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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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으로 건네는 위로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무채색의 화면, 거친 선들, 격렬하게 몸짓하는 인체의 형상이다. 장지와 캔버스 위에 인물을 그려 인간내면의 소리를 발산하는 여소현이 이번 개인전 <몸으로 展하다>에서 기존 작업들과 차별을 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색이다. 먹색을 제외하고는 회색빛의 세 가지 색상으로만 화면을 채우고, 광물성 안료인 석채를 사용해 어둠 속에 반짝이는 표면만이 알알이 빛을 발하게 했다. 작가는 2012년 개인전 <PERSONA>에서 자신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회화에 담아내면서, 푸른색, 붉은색, 분홍색 등 밝은 빛깔의 색상을 주로 입혔던 반면에, 지난해 <Before Sunrise>전에서 선보인 인물들은 강렬한 색감으로 칠했으나 한껏 채도가 낮아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색채가 주는 빛은 톤다운 돼 옅어지지만 작품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시대와 인간에 대한 연민의 메시지는 강렬해졌다.




<상실 I> 2014 캔버스에 혼합매체 145×112cm 




여소현은 10여 년이 넘도록 인물 모델을 그리는데 전념했다.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이기도 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호소한다. 그가 기존 작품에서 사람의 얼굴 표정이나 눈빛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냈다면, 신작에서는 몸짓과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방식을 달리했다. 몸짓에서 발생하는 심상 표현에 초점을 맞춰 화면 밖 타자들과 소통을 꾀한 것이다. 그의 화면이 주는 첫인상은 거칠고 어둡다. 격정적인 붓질이 화면 전체를 휘감고 있어서일까. 이는 역경의 거친 파도 같기도, 거친 입자의 흙 같기도, 뾰족한 날을 세운 가시덤불 같기도 하다. 그 속에 덩그러니 놓인 벌거벗은 인간들은 고개를 숙이고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고 있는데, <상실의 노래>(2014)처럼 얼굴을 구기며 감싸 쥐기도 하고, <상실 Ⅰ,Ⅱ>(2014)에서 몸을 한껏 웅크리기도 한다. 




<묵시> 2014  켄버스에 혼합매체 145×112cm 




<그 바다에 물결같이Ⅰ>, <슬픈 노래 끝에는Ⅰ,Ⅱ>(2014)의 인간들은 뒤돌아 구토하듯 고통을 내뱉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물의 몸짓은 그들이 짊어진 무게를 탓하며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속박당하고 투명한 밧줄에 묶인 것처럼 불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동작은 역동적이고 과감하다. 더욱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잔잔한 빛을 뿜어내며 반짝이는 화면은 어찌 보면 화려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뒤틀린 몸동작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하나 곱씹으며 따라가다 보면 전시장 벽 하나를 완전히 덮고 있는 <검은 상처>(2014)로 시선이 다다른다. 길이가 무려 780cm에 이르는 이 대형 그림 속에는 여성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데, 한 화면 안에 자리해 있을 뿐 어느 하나 시선에 겹침이 없고, 각자의 손짓과 행동으로 따로 소리를 낸다. 또한 24점의 인체 크로키는, 인체 표현을 위한 작가의 부단한 노력을 보여주는 산물이다.




전시전경




누군가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상처를 보듬는 건 아닐 것이다. 어둠에 빛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생채기가 아무는 시간을 미루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서 온 몸으로 상실을 표현하는 그림을 대면하도록 하는 작가의 화법이 힘을 발휘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자신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각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치유가 이루어지리라. 여소현은 이처럼 다소 거친 화법이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이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람객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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