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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8, Jan 2014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상가(Artist)

Japan

oppongi Crossing 2013: OUT OF DOUBT

다가오는 풍경, 우리 눈에는 무엇이 비춰지는가. 20세기 초, 다다이즘은 따분한 일상과 갑갑한 사회구조를 순식간에 붕괴시키고, 매력적이고 파워풀한 형태를 재구축해 선보였다. 또, 러시안 아방가르드(Russian Avant garde)는 혁명 후 불안 속 흩어진 사회에 새로운 형태를 재구성해 보였다. 예술은 전쟁과 변혁의 긴장 속에 직면할 때마다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 왔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은 차갑고 냉철한 일본인들의 가치관을 크게 뒤흔들었고, 이는 내적 불안과 공포, 미래에 대한 불확신을 야기 시켰다. 다시 예술가들은 불안정한 시대 속 날카로운 감성으로 미래의 방향을 탐구하는 사상가가 되어 우리가 서 있는 시대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 강선영 일본통신원

Tajima Mika 'The Extras' 2010 Wood, canvas, acrylic paint, silkscreen, mirrored aluminum, wood, paper, plexiglas, MDF, spray enamel, video monitor, formica, glass, lights 152.4×243.8×213.4cm Photo: Jason Mandella Courtesy: Sculpture Center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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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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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 모리미술관에서는 1950-60년대의 사회 변혁기의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을 담은 작품들과 전후 부흥기와 1990년대 글로벌 시대를 거치며 변화한 사회 제도와 사회의 모습 등을 다룬 작품을 모아 선보인다. 전시는 1930년대 생부터 80년대 생까지의 관람객을 모두 아우르며, 각자 체험해 온 세대를 환기시켜주는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그들의 ‘현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일본 대중문화를 끌어온 근대의 퇴폐적·반항적·비평적 정신의 뒷받침 된 ‘넌센스’라는 단어는 단순히 무의미한 행동이나 표현을 지칭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단어는 현실에 대한 긍정적인 문제제기를 의미한다고 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1960년대 전위미술에서 볼 수 있었던 대중을 공감시키는 해학, 부조리와 그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전시는 일본사회에 흩어진 의심(DOUBT)을 넌센스의 관점 즉, 예술과 사회를 향한 비평적 관점에서 응시하며, 가치의 전환점을 만들어 낸다.


만화를 연상케하는 모노크롬의 대형 목판화 작품인 카자마 사치코(kazama Sachiko)의 <교도소 핵분열(Prison NUKE FISSION) 235>(2012). 1980년대 연작된 만화 ‘근육맨’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선 우뚝 솟은 검찰청을 중심으로 전후 원자력을 일본에 도입시킨 내무성 정치가의 얼굴이 폭탄이 되어 사방에서 떨어지고 있다. 전후 에너지 사업과 일-미 관계의 역사가 화면에서 서로 뒤얽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 카자마는 전쟁, 정치, 역사적 테마를 ‘현대’의 시점으로 응시하면서 혼잡함이 드러난 사회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카자마와 세대는 다르지만 사회제도,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 온 나카무라 히로시(Nakamura Hiroshi)의 작품은 1950년대에 그려졌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그 정교함에 눈을 뗄 수 없는데, 마치 함축적으로 집약된 일련의 시대기록물을 회화작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카무라는 전후 부흥기와 연합군의 점령을 동시에 경험한 1950-60년대 일본사회를 좌경화의 시대, 혁명, 민중의 시대라고 말하며 시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Yanagi Yukinori Installation view: 

<Roppongi Crossing 2013: OUT OF DOUBT> 

Mori Art Museum Tokyo 2013/9/21-2014/01/13 

Photo: Watanabe Osamu Photo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그는 노동운동, 미군기지설립반대운동에 참여하며 당시의 사회적 의식을 각성시켰으며, 그것을 기록하여 작품화 했다. 그의 작업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모티브의 강도가 세지면서 르포르타주(Reportage) 회화가 탄생하게 된다. <섬(Island)>(1956)은 오키나와 전쟁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결했던 동굴과 그 시체를 이미지화한 작품이며, <기지(The Base)>(1957)는 미군기지내에서 벌어진 민간인 사살 사건을 작품화한 것이다. 1960년, 안보투쟁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속력을 잃어가며 ‘보았던 것(능동)’에서 ‘보이는 것(수동)’으로 그 관념적 가능성이 이행하게 되는데, 이 흐름은 어김없이 그의 작품에 반영됐다. <관관의 독재권(Dictatorship of Sightseeing)>(1965)에서 그는 신구(新古)의 교통수단과 에로티즘 상징하는 세라복 등을 다이나믹한 구조로 위치시키는데, 평소 관광객들이 보는 외적인 세계와 그 기록에 숨은 내적 풍경을 사회-풍자적 관점으로 표현했다. 여러 오브젝트를 쌓아올려 입체를 구성하는 앗상블라주를 설치함으로써 공간 전체를 구성하고 전환시키는 코바야시 후미코(Kobayashi Fumiko)는 주어진 장소에 있는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다른 장소에서 대량의 소재를 옮겨와 설치하기도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 <과일을 경작하는 천 개의 다리(1000 Legs, Cultivating Fruits)>(2013)는 록본기힐즈 부근과 작가 주변에서 수집한 오브젝트로 만든 작품이다. 이미 사용되어 개성을 잃은 의자와 옷은, 서로 얽혀 쌓아 올려 지면서 사물로서 가졌던 콘텍스트(context, 맥락)를 잃게 되고 그 소유 역시 바뀐다. ‘누군가의 것’에서 ‘모두의 것’으로 전환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내부와 딱 떨어지는 명확한 외곽선은 서로 대조를 이루는데, 그의 거대한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용된 기막힌 노동력에 감탄하게 된다. 한편, 1970-71년에 걸쳐 『아사히저널』에 당대 사회이슈를 풍자했던 아카세가와 겐페이(Akasegawa Genpei)의 작품과 일본공산당 지부에 ‘칼 마르크스를 내걸게 해주세요’라는 엉뚱한 제안을 한 젊은 작가 니와 요시노리(Niwa Yoshinori)의 작품 <일본공산당 지부에 칼 마르크스를 걸기 위한 제안(Proposing to Hold up Karl Marx to Japanese Communist Party)>(2013)은 넌센스한 액션과 웃음을 유발시키면서, 다양한 가치관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Mori Art Museum 10th Anniversary Exhibition 

<Roppongi Crossing 2013: OUT OF DOUBT> 

Installation view: Mori Art Museum Tokyo 

2013/9/21-2014/01/13 Photo: Watanabe Osamu 

Photo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1990년 초는 냉전구조의 붕괴와 글로벌 시대의 개막으로 떠들썩했다. 야나기 유키노리(Yanagi Yukinori)의 작품 <유라시아(Eurasia)>(2000-01)는 모래로 만들어진 만국기에 튜브를 연결하여 그 속에 개미를 이동시키면서 국기의 모양을 점점 붕괴시키는데, 이는 세계지도의 재편과 시대의 혼란을 상징하는 그의 대표작. 이후 작가는 남성적인 수직성을 상징하는 근대 산업의 잔존물인 이누시마의 제련소를 예술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의 진행하며, 2000년대 이후부터는 국제성-지역성, 중심성-주변성, 근대화-전통, 문명-자연과 같은 복층적 대비 구조를 이루는 작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래 미술가’라고 자칭하는 엔도 이치로(Endo Ichiro)는 2006년부터 ‘미래로GO’라는 문구가 적힌 차에서 생활하며 일본 전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희망과 꿈을 자동차 표면에 기록해 왔다. 


이런 활동은 3.11이후 보다 강화되는데, <미래 배로 가는 모델(Model of Go for Future Ship)>(2013)에 이르러서는 배의 형태로 전환되어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엔도의 작품이 앞으로 돌진하는 힘찬 기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라면,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독자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스가 키시오(Suga Kishio)가 있다. 그는 콘크리트에 와이어를 꽂은 오브제가 원형으로 놓여있는 작품 <연계된 공간(Linked Space)>(2013)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의식하게 한다. 주변 공간과의 관련성이나 연속성을 의식시키는 그의 제안은, 우리들이 문제를 해결할 때 무시하고 간과해 버리는 것이 많음을 꼬집어주는 작품이다. 




Suga Kishio Installation view: 

<Roppongi Crossing 2013: OUT OF DOUBT> 

Mori Art Museum Tokyo 2013/9/21-2014/01/13 

Photo: Watanabe Osamu Photo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3.11 이후 일본 사회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오고 있다. 대지진의 복구 작업을 통해 장기적 부흥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사회는 불안정하다. 서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의심은 때로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예술에 있어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는 사물의 진리와 본질을 들춰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물의 진실을 밝혀 나가는 것은 현대 미술의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며, 예술은 비교적 공간과 시간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이곳에 서서 전쟁, 정치, 사회제도, 현상 비판을 직시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넌센스적인 행동은 그 자체로 이미 예술이다. 이를 통해 그보다 앞선 풍경도 함께 상상하게 되길 원한다.  




Niwa Yoshinori <Proposing Holding up 

Karl Marx to Japanese Communist Party> 

2013 2-channel multi video projection, loud speakers, 

flag, banner, panel 18 min. 2 sec. 

Courtesy: Ai Kowada Gallery Tokyo Photo: Watanabe Osamu 

Photo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글쓴이 강선영은 일본 타마예술대학교 석사과정을 회화전공으로 졸업했다. 작가로서 한국과 일본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졌으며, 가끔씩 전시를 보고 리뷰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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