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171, Dec 2020

성낙희_LUCID

2020.11.5 - 2020.12.26 피비갤러리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정시우 큐레이터

Tags

표면을 점유하고 공간을 두드리는 추상




피비갤러리에서 열린 성낙희 개인전 <LUCID>는 그 연출에 있어 평면 작업에 구축된 공간감을 전시장에 온전히 옮기는 한편, 신작으로 구성된 전시의 끝에 예전 연작 두 점을 놓는 것으로 작업 맥락이 연속됨을 암시한다. 작품의 크기는 작업 시기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 선보인 연작에서는 이미지가 안착하는 캔버스라는 고정된 프레임에서 보이는 값을 조절함으로써 시각 영역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무한한 공간에 그려진 형상을 조망하는 방식에서 이미지의 구조, 역동성을 한 번에 가늠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형태를 제시하고 제한된 영역 안에서 형태의 호흡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성낙희의 2000년대 초반 작업에서 라커 페인트, 마커를 사용해 벽화나 그라피티 형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면, 캔버스에 안착한 이후의 작업은 화면 안에서 이미지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연작은 줌인과 줌아웃, 크롭을 통해 캔버스 넘어 무한한 공간에 관한 작가의 시점을 제시한다. 쌓여가는 색 면, 벌어진 틈에서 공간이 생겨나고,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구축한 층위와 표면에 겹쳐진 붓 자국을 통해 그리는 사람의 신체, 작품을 향하는 시선, 그려진 형태의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다.


성낙희의 작업에서 종과 횡으로 뻗어가던 에너지가 캔버스 표면에 층으로 쌓이며 예전과는 다른 양상의 밀도와 구축적 형상, 공간감을 얻었다. 수직보다는 수평으로 색 면을 쌓고, 형태가 사방으로 뻗어 가기 보다는 표면을 점유하고 공간을 가볍게 두드린다. 작업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맑게 겹쳐진 안료와 붓의 흔적을 통해 이미지가 기호나 형태로 보이지 않고, 한 장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투과되어 보인다. 이는 아크릴 안료를 투명하게 겹치는 기법적인 부분과 색의 선택에 있어 예전보다 정제된 색을 사용하기 때문이다작가의 2000년대 작업은 플래시 페인트나, 유광 페인트 등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안료를 사용해 어떤 표면이든 피막을 형성하며 맺히지만 불투명하고 다소 탁했다면, 근작은 전시 제목과 같이 생생한, 밝은 빛이 공간으로 번지는데 겹치는 방식 안에서 명료함과 모호함의 중간 지점을 찾은 듯 하다.




<Elation 8>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97×130cm




색으로 표현된 무한한 공간에 단위체, 혹은 점멸하는 빛이 그 흔적을 남기고, 흔적은 무리를 이루고, 무리는 곧 형태를 띤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연작도 이동성에 관한 탐구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데 형태로 관조하던 것을 확대해 면과 색으로 느끼게 한다. 중심축에서 수직과 수평, 혹은 유연하게 휘어지며 에너지를 전방위로 밀어내던 예전 작업과 다른, 움직임이나 리듬에서 절대적 색 면으로 관심이 옮겨간 듯하다. 절대적 추상은 도상적이기도 한데 도상, 아이콘은 표현적이기보다는 설명적이고 지시적인 양식이다. 따라서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일종의 매뉴얼이 존재했고, 작가에게 허용되는 것은 충실한 재현이었다. 하지만 충실한 재현이 반복되자 결국 서사를 구성하는 도상들은 해체되어 패턴이 되었고, 패턴이 반복되자 수백 번 반복되는 기도문처럼 명확한 지시, 언어가 아닌 일종의 음, 소리가 되었다.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은 명확해질수록 본질과 멀어지는 신이라는 존재를 반복과 해체, 패턴화를 통해 추상적 상태로 돌려보내고자 했던 아이콘의 본질적 기능과 맞닿아 있다. 사각의 캔버스가 물성을 가지, 이것이 반복되면 재현된 신체가 될 수 있기에 성낙희는 이미지가 물성을 획득하는 지점에서 최소한의 흔적만 남긴다. 또한, 시각을 제한해 이미지의 형태를 짐작할 수 없게 함으로써 색 면으로 직조한 이미지가 형태로 대상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성낙희는 작업 맥락 안에서 일종의 반복 지점을 설정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화면을 구축해 화면을 점유하고, 혼합, 재맥락화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거나, 혹은 서사성 자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그의 작업이 다음에는 어떻게 변주될지 기대된다.  



*<Elation 1>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91×117cm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