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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1, Apr 2014

'나'로서 세계와 소통하는 작가 전광영

U.K.

Kwang Young Chun : New Work

거침없는 행보란 작가 전광영의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최근 5~6년 사이 뉴욕 로버트밀러 갤러리(Robert Miller Gallery), 코네티컷 얼드리치 미술관(The Aldrich Contemporary Art Museum), 일본 모리미술관 등 일명 ‘꿈의 무대’라 불리는 곳들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작년에는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안젤름키퍼(Anselm Kiefer), 고타드 그라우브너(Gotthard Graubner)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알리슨 앤 피터 클라인 뮤지엄(Kunstwerk-Sammlung Alison und Peter W. Klein)에서 선보인 전시에서 6개월간의 전시 연장이라는 폭발적인 반응까지 이끌어냈다. 이어 최근에는 영국 미술관 중 가장 큰 컬렉션을 지닌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는 영광도 안았다. 그리고 영국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과 북으로 인접한 코크가(Cork Street), 영국을 대표하는 화랑들이 밀집한 이 곳 한가운데 위치한 버나드 제이콥슨 갤러리(Bernard Jacobson Gallery)에서는 3월 12일 부터 이달 19일까지, 전광영의 두번째 영국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 이주희 영국통신원

'Kwang Young Chun: New Work'(Installation View) Copyright and Courtesy of Art Domain and Bernard Jacobso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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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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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도에 설립된 버나드 제이콥슨 갤러리는 로버트 마더웰,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동시대 거장들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며 런던을 대표하는 화랑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전시는 런던에서 열리는 8년만의 개인전으로, 그의 행보를 눈여겨본 갤러리 측의 러브콜을 받아 성사됐다. 전광영의 작품이 지닌 힘은 그의 독특한 작업방식과 연관이 있다. 스티로폼을 삼각형 조각으로 잘라 한지로 싼 뒤, 빼곡히 집적시켜 탄생한 그의 작품에는 보편성과 독창성, 울림과 조화가 묻어난다. 갈라진 틈과 요철, 자연적인 색채와 음영은 일견에 대지, 분화구, 나무 표면을 닮았다. 가까이서 바라본 그의 작업은, 수많은 손길의 흔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빼곡히 들어찬 정교함을 자랑한다. 무수한 반복과 수작업이 소요되는 그의 작업과정에는 ‘우리의 것’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한지를 얻기 위해 고서를 수집하고, 식물과 백반 등을 배합해 염색하며, 일일이 종이를 꼬아 끈을 만드는 각 과정에는, ‘우리의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온 작가의 고민과 자부심이 서려있다.



<Aggregation 13 - AP017> 2013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215×190cm(150호)




전광영은 작업의 출발점을 설명할 때 ‘나의 것’이라는 표현을 빈번히 사용한다. 그가 한국적인 고유함을 자신의 작품세계로 구현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나의 것’ 즉, 작품에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독창적인 그 무엇에 대한 깊은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시절 자라난, 그들과 다른 나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겠다는 열망과 의지는 ‘우리의 것’을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삼각형의 조각을 한지로 싸고 끈으로 묶는 행위는 어린 시절 큰할아버지의 한약방 천장에 매달린 약봉지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행위를 한국의 보자기 문화를 들어 설명한다. 용기(容器)로서의 보자기는 서양의 상자와는 달리 무정형에 가까우며, 많든 적든, 작든 크든 차별 없이 담아낸다. 포용적이며, 묶었을 때는 완전히 덮으나 풀었을 때는 온전히 드러낸다. 묶고 풀 때마다 만지는 사람의 정성이 더해지며 포장의 기능도 겸한다. 보자기는 한민족의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소중한 것을 옮길 때에는 반드시 보자기에 싸서 이고 지고 나르곤 했다. 장에 내다 팔 물건도, 정혼자의 집에 보낼 함도, 심지어 망자의 시신이 든 관도 모두 보자기 안에 담겼다. 


전광영이 집합 연작을 시작한 이래 근 20년간 반복해온 ‘덮고 묶는’ 행위는, 한국의 보자기 정서와 깊이 닿아있다. 한 작품을 위해 무수히 많은 조각을 한지로 싸고 끈으로 묶는 과정에는 소중한 것을 다루는 선조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있다. 그의 자전적인 경험과 이야기, 전통의 재해석이 낳은 독창적인 기법은 마침내 서구미술이 그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서구의 평론가들은 한지가 한국의 전통적인 일상에 두루 쓰였던 것과, 작가가 유년시절 느꼈던 한약방에서의 감흥을 앞 다투어 기술했다. 올해 리졸리 뉴욕(Rizzoli New York)에 의해 출간된 전광영의 모노그래프 『Kwang Young Chun: Mulberry Mindscapes』는 전통 재료와 천연 염색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작업 과정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전광영은 작품 활동에 있어서 변화를 향한 의지와 시도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큰 반응을 이끌어낸 작업물도 그에서 진화하지 못한다면 몇 년 새 관심 밖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고민의 흔적이 변화의 궤적을 통해 드러날 때 시장과 평단의 꾸준한 반응이 따라오게 마련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의 말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함과 동시에, 안주함이 주는 편안함과도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Aggregation 14 - JA004 (Star 1)> 2014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200 diameter(150호)  




본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총 17점으로 대부분 2013년과 2014년에 제작된 것이다. 최근에 제작된 작품들은 ‘집합(Aggregation)’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층 밝아진 색채와 형태상의 변화를 보인다. 이 가운데는 기존의 사각 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시도된 지름 2미터의 원형작도 포함되었다(<Aggregation 14 - JA003 (Star 1)>, <Agg regation 14 - JA004 (Star 2)>). 이들 원형작에는 단색 조각들이 다소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대지를 연상시키는 색채나 음영의 대비는 찾아볼 수 없다. 둥그런 형태가 지닌 포용적, 세계적, 우주적인 이미지는 삼라만상이 어울려 피어나는 느낌을 자아낸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원형작들은 가운데로 갈수록 오목한 형태를 띠며 한국의 대접, 종지와도 닮았다. 변화의 기운은 ‘꿈’이라는 서정적인 부제를 지닌 최근작에서도 느껴진다(<Aggregation 14 - JA007 (Dream 1)>, <Aggregation 14 - JA008 (Dream 2)>). 이들 작품에서는 요철이 횡-단을 따라 보다 규칙적인 패턴으로 나타나며 대지, 웅덩이, 분화구의 연상은 사라졌다. 대신 다양한 톤의 붉은색을 사용한 <Dream 1>은 고향땅의 해질녘 들판을, 파스텔 계열의 여러 색상으로 구성된 <Dream 2>는 꽃이 만개한 봄동산을 닮았다. 



<Aggregation 14 - JA004 (Star 2)> 2014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200 diameter(150호)




전광영은 작품명에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일련번호를 부여해 왔다. 이번에 감지된 변화중 하나는, 이러한 일련번호 뒤에 ‘별(Star)’, ‘꿈(Dream)’, ‘욕망(Desire)’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지닌 어휘들을 부제로 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광영의 이러한 시도는 스타일의 변화와 더불어 또 다른 해석과 맥락을 제시하는 하나의 힌트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업이 변화를 거듭하고 더 넓은 세계와 만남에 따라 개인의 경험과 한국적인 뿌리에 대한 해석도 점점 더 확장되어 갈 것이다. 손쉽고 즉각적인 창작과 현대성의 표피만을 좇는 미술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매 단계 의미와 수작업을 고집하는 그의 작업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더욱 빛을 발한다. 고유함과 보편성, 지속과 변화가 공존하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한국미술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을 본다.  



글쓴이 이주희는 런던 크리스티 에듀케이션(Christie’s Education)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과 영국에서 큐레이터와 비평가로 일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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