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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9, Dec 2014

이 시대의 반영, 허쉬혼 미술관 40주년 기념전

U.S.

The 40th Anniversary of Hirshhorn Museum
2014.10.16-2015.4.12 워싱턴 D.C, 허쉬혼 미술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내에 현대미술관이 탄생했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활동한 콜렉터 죠셉 허쉬혼(Joseph H. Hirshhorn)이 오랜 기간 열정적으로 수집해 온 현대 미술 작품들을 미국 국가에 기증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미술관이 설립된 것이다. 현대미술관으로서의 포부를 증명이라도 하듯, 건축 형태 역시 콘크리트를 사용해 동그란 도넛 형상으로 지어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미술관은 장년인 4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시대를 반영하는 두 개의 특별전을 선보인다.
● 곽수 미국통신원

Bruce Nauman 'South Americ Triangle' 1981 Steel and 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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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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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0월 16일에 시작돼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선보이는 <모든 것의 중심에서(At the Hub of Things)>전에서는 허쉬혼이 기증한 작품들과 그가 작고한 이후 미술관에서 구입한 작품들, 다른 콜렉터들이 기증한 작품들 중에서 40여 명 작가의 작품을 선별해 보인다. 또한, 내년 4월12일까지 계속되는 <끝없는 시간의 날들(Days of Endless Time)>전에선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13명의 현역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 14점을 살펴볼 수 있다.  기념전을 준비하면서 미술관은 하나의 분쟁을 겪었다. 미술관의 전 디렉터 케리 브루거(Kerry Brou gher)가  미술관 건물 중심에 있는 빈 공간에 거대한 풍선을 띄워 워싱턴의 정경을 사로잡는 프로젝트를 추구하던 중, 이에 대한 반대에 결국 사표를 낸 것. 곧 이어 수석 큐레이터도 업무를 그만뒀다. 


미술관의 새 관장으로, 최근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티 미술관 디렉터였던 멜리사 추(Melissa Chiu)가 부임했고, 전시는 많은 인력이 교차된 시점에서 열리게 됐다. 하여, 전시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해결책을 찾았는가를 살펴본다면, 종합 예술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40주년을 맞아, 초대 설립자인 허쉬혼이 추구한 현대미술의 정신을 다시 되살리고자 하는 염원의 일환으로, 미술관은 전시에 앞서 건축적 변화를 선보였다. 미술관 건축가인 고든 번쉐프터(Gordon Bunshaft)가 제시했던 계속해서 연결되는 큰 전시 공간의 개념을 살리면서 미술관 내부를 전적으로 개조했다. 미술관 전체에 이르는 이 개조는 일반인들에겐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변화로 드러났는데, 첫째로, 미술관 바닥의 카펫을 모두 걷어치우고 회색빛의 콘크리트 바닥을 노출해 작품들이 카펫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될 수 있게 했다.




Su Mei Tse <Echo> 

2003 Single channel projection 

ⓒ the artist and Peter Blum Gallery New York 

ⓒ Su-Mei Tse




둘째로, 완전히 공간을 분리하던 전시실의 벽들을 허물어 없애고, 둥근 층의 전시 공간을 모두 하나로 열었다. 이로써, 큰 작품들의 설치가 가능하게 됐고, 소장만 하고 전시는 못했던 대형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게 됐다. 전시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는 임시 칸막이를 부분적으로 설치하여 작품을 그룹별로 전시할 수 있게 했다. 관람객들은 이제,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가면서 그 층의 전시를 온전히 다 볼 수 있게 됐고, 동선의 마지막은 처음 관람을 시작했던 중앙의 에스컬레이터가 장식하게 됐다. 셋째로, 천장의 조명장치를 완전히 개조하여 가로, 세로로 된 조명이 달리는 트랙(길)을 만들었다. 비디오 작품을 전시할 경우, 완전히 조명등을 없애 전시 공간을 캄캄하게 할 수 있고, 다른 작품들을 전시할 경우 조명등을 자유자재로 설치하거나 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새롭게 단장한 미술관 3층 전관에서 선보인 <모든 것의 중심에서(At the Hub of Things)>전은 우리시대를 반영하는 트렌드를 보여 준다. 여느 미술관과 달리 한 나라의 작가들을 보여주거나 역사적인 미술 개념을 보여주지 않고, 나이나 국적이 다른 작가들을 함께 전시하여 작가의 세대 차이를 없애고, 장르도 모두 섞어, 그림, 사진, 조각, 비디오, 설치 등을 한 곳에서 전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옛날 것이 다시 새로워지는 역사의 거스름이 일어나는 현시대, 나이차별을 상관치 않는 컴퓨터가 교과서가 되고 있는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주제별로 전시를 하는 방법을 통해 이 연결되지 않을 듯한 작품들을 서로 연관시켜낸다. 




Spencer Finch <Cloud (H2O)> 2006 

Light fixtures and light bulbs / Yoko Ono 

<Sky TV for Washington> 1966-2014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 번째로 전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 <모든 것의 중심에서(At the Hub of Things)>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푸른 반 원 조각이 바닥에 놓여 있다. 그 맞은편에는 하얀 스크린과 텅 빈 극장을 담은 스기모토 히로시 (Sugimoto Hiroshi)의 사진이 걸려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장시간 노출을 시켜 극장안의 관객들과 스크린의 내용을 사라지게 한 것으로 ‘비움’을 주제 삼는다. 한편, 그 곳을 돌면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응집해 있다.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의 산을 그린 유화와 젠 디벳즈(Jan Dibbets)의 밀물과 썰물을 찍은 사진작품, 리차드 롱(Richard Long)의 바닥에 자연석 돌로 만든 설치작품이 관람객들로 하여금 풍경화의 새로운 영역을 넘보게 한다.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중앙의 열린 홀 천장에는 스펜서 핀치(Spencer Finch)의 <구름>이 설치되어 있는데, 전구를 3개씩 연결 하여 그것을 반복한 수십 개의 전구가 어둠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작품의 사이즈 역시 다양하다. 


최근 구입한 죠셉 코넬(Joseph Cornell)의 작고 은밀한 콜라주 박스나 마사든 하틀리(Marsden Hartley)의 웃옷을 벗은 노동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들고 있는 작은 유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에네스토 네토(Ernesto Neto)의 거대한 설치 작품도 있다. 2층의 <끝없는 시간의 날들(Days of Endless Time)>전은 온전히 비디오 설치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전시에 출품된 많은 작품들이 형식적으로는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자연에의 귀화나 자연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수 메이츠 (Su-Mei Tse)의 큰 비디오 화면은 중국의 큰 산 위에서 첼로를 켜는 작은 인간의 모습을 재생하는데, 반복되는 첼로의 음율이 시간의 순환을 표현한다. 이자 리사 아틸라( Eija-Lisa Ahtila)는 키가 큰 나무와 그 앞의 작은 인간을 표현하기 위해 6개의 비디오 화면을 병렬적으로 배치하여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옆으로 누운 양 제시하고 있다. 화면 앞에 선 관람객들은 자연스레 머리를 기울여 거대한 나무를 주시하게 된다. 




Anselm Kiefer <The Book> 1979-85 

Mixed media on canvas / Yinka Shonibare 

<The Age of Enlightenment-Antoine Lavoisier> 

2008 Mixed media  




19세기 낭만파 작가인 잉그레스(Ingres)의 명화 ‘비운의 여인상’에 현대의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를 집어넣어 천천히 움직이게 한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의 비디오 작품은 빠른 팝 음악과 천천히 움직이는 시간의 대조를 표현한다. 또한 자연에의 회귀를 강조한 낭만파 작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컴퓨터 시대에 자연에의 동경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겠다. 꽤나 혁신적인 건축 변화를 거친 이 미술관에는 유일하게 창문들이 있고, 아직도 바닥에 카펫이 있는 곳이 딱 한 곳 있는데, 이 곳 한 창문에는 ‘감소됐다(REDUCED)’라는 단어가 반복해 붙여졌다. 로랜스 와이너(Lawrence Weiner)의 이 작품은 글의 뜻보다도 창문 그 이면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이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전경과 연동돼 예산감소의 상황을 표현하는 듯하다. 


한편, 시간, 역사에 대한 주제는 두 전시에서 모두 엿볼 수 있다. 혼합재료로 들판을 표현한 그림 중에 책이 놓여있는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작품과,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의 휠체어에 앉은 얼굴 없는 군인 조각,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공중에 거꾸로 달린 의자와 쇠로 된 삼각형 조각 등이 역사의 부조리함과 시간의 힘 등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두 전시는 40년 동안 현대미술에서 작가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온 풍경, 역사, 비움, 자연, 공간, 빛, 시간 등의 주제들이 각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가를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국적과 나이가 다른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면서 상상력의 자유를 느끼며 창작의 마지막 단계인 감상을 즐기게 된다.   




Robert Wilson <Lady Gaga: Mademoiselle Caroline 

Riviére d’aprés Jean-Auguste-Dominque Ingres> 

2013 Single channel projection ⓒ Robert Wilson.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aula Cooper Gallery




글쓴이 곽수는 1977년 샌 토마스 대학 미술과를 졸업한 후, 1979년 시카고 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를 받았다. 미국과 한국에서 다수의 개인전, 단체전을 한 바 있는 그는, 특히 뉴욕의 쥰 켈리 화랑의 전속 작가로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첫 회고전이 브라우의 미술관에서 시작하여, 2013년 죠단 쉬니쳐 미술관을 순회했으며, 최근 『치유의 말씀』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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