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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8, Jul 2021

또 다른 힘

Japan

Another Energy

젠더, 인종, 민족, 신앙 등 아이덴티티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다문화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움직임은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LGBTQ’라는 구분이 옛말로 느껴질 정도의 글로벌 평등 사회를 우리 모두가 희망한다.
● 김도희 일본통신원 ● 이미지 Mori Art Museum 제공

Suzanne Lacy 'Inevitable Associations' 1976 Performance Biltmore Hotel, Los Angeles Photo: Raúl V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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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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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지겨우리만치 이어지자 전 세계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마치 21세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인종 차별이 세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났고 이에 반대하는 연대 행진도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때 비권력자나 소수자들을 향해 빛줄기를 비추는 듯한 기획전이 눈길을 끈다. 오는 9월까지 모리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어나더 에너지(Another Energy)>의 부제는 ‘계속 도전하는 힘-세계의 여성 아티스트 16인’이다.


통상 사회적으로 안식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여겨지는 70세 이상의 여성 작가 16인을 한곳에 모았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독특한 점이다. 심지어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들은 71세부터 105세까지 고령으로, 각자의 신념과 고집으로 활동을 이어오며 모두 5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참여작가 16인 중 다섯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옛 디자인 매거진의 표지로 사용되었을 것만 같은 친숙한 구조와 색감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197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해 온 72세의 인도네시아 아티스트 누눙 WS(Nunung WS)의 작품 <Dimensi Tenun #1 (Dimension of a Weaving #1)>(2019)이다. 




Nunung WS 

<Dimensi Tenun #1(Dimension of a Weaving #1)>

 2019 Acrylic on canvas 425×180cm (set of 5)




작품은 이슬람의 우상 숭배 금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기하학적인 수평선과 도형으로 메시지를 간략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색이야말로 표현의 총체”라고 말하는 작가는 자바섬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만큼 무한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단조로운 색 조합에서 광활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미리암 칸(Miriam Cahn)은 강렬한 색채와 목탄 드로잉으로 전쟁, 성차별과 폭력 등의 사회문제와 작가 자신인 유대인 여성으로 사는 삶에 대해 신랄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여성을 위한 연합 OFRA나 전쟁 및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의 여러 작품 중 <das schöne blau (the beautiful blue)>(2017)는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블루의 수면 아래 흐릿하게 가라앉아 있는 난민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대서양에 잠들어 있는 난민에 대한 애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칸의 다른 작품들에도 등장하는 흐릿한 형태의 인간들은 마치 그 사람들이 겪었을 법한 당시 상황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인 공감과 연민이 아닐까 싶다.


<Studio Performance with R.S.V.P>(1976)는 1970년대부터 흑인 아방가르드와 흑인 예술 운동에 앞장서 온 센가 넨구디(Senga Nengudi)의 작품이다. 스타킹을 활용한 조형물 앞에서 춤을 추는 ‘R.S.V.P.(Répondez s’il vous plait의 줄임말, 답변을 주세요)’ 시리즈의 퍼포먼스 기록 사진으로 사방팔방으로 찢긴 신축성 있는 스타킹을 통해 신체의 신축성을 반영하며 임신, 폭행 등 여성의 삶과 차별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뚜렷한 메시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주로 퍼포먼스를 해온 넨구디는 또한 이번 전시에서 첫 설치 영상 작품 <워프 트랜스(Warp Trance)>(2007)를 선보인다. 직물 공장의 영상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어두운 공간에서 스크린의 촘촘한 구멍을 통해 밖으로 빛이 투영되는 현상이 마치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Miriam Cahn 

<das schöne blau(the beautiful blue)> 

May 13th, 2017 Oil on canvas 200×195cm 

Collection: WAKO WORKS OF ART, Tokyo




수잔 레이시(Suzanne Lacy)의 <Inevitable Associations>(1976)는 LA의 빌트모어 호텔에서 여성의 노화를 테마로 한 이틀간의 퍼포먼스 작품의 기록이다. 당시 빌트모어 호텔이 새단장을 위해 리모델링 중이었고, ‘성형 중인 빌트모어’라는 신문 기사의 타이틀이 이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1970년대 아름다움과 젊음이 여성의 미덕이라 여겨지던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협회’는 여성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60세 이후 여성의 삶, 노화에 따른 성차별 등 여성으로서의 노화를 특수분장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그 밖에 레이시의 다른 작품에서도 ‘여성으로서의 일생’에 대한 고찰을 느낄 수 있다. 


<Between the Door and the Street>(2013)는 2013년 10월 19일 브루클린의 주택가에 노란 스톨을 걸친 365명의 참가자가 60그룹으로 나뉘어 ‘현관과 거리 사이’ 계단에 앉아 인종, 민족 정체성, 계급, 페미니즘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퍼포먼스로, 약 2,500명의 관람객이 거리를 거닐며 이들의 대화를 관람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이 장대한 퍼포먼스의 기록 영상을 3면 스크린을 통해 전시하고 있는데,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여성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차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Senga Nengudi 

<Studio Performance with R.S.V.P.> 

1976 Gelatin silver print © Sprüth Magers; 

Thomas Erben Gallery; Lévy Gorvy

 Photo: Ken Peterson




한편 예술가이자 시인, 연구자 김순기가 선보이는 <Forest Poems> (2021)은 랜덤으로 재생되는 60개의 영상과 어우러지는 온라인 시낭독 퍼포먼스다. 관람객은 약 100-200명의 시인, 예술가, 철학가들로 전시 기간 중 보름달이 되는 날 상영한다. “숲속에서는 각 구성 요소들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숲을 형성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철학이 느껴진다. 여성 작가들의 기획전인만큼 어떤 특정적 테마로만 구성된 것 아닐까, 혹은 조금은 상투적인 전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16인을 공통 테마로 묶지 않고 작가 개개인의 개인전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구성한 전시는 각각의 인생과 작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자연, 문화, 여성, 사회 등 작가들이 추구해온 예술 철학과 메시지는 모두 다르지만 전시장을 나설 때 즈음 하나의 큰 테마, ‘또 다른 힘’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Senga Nengudi <Warp Trance> 2007 

Multi-channel audio and video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Sound composition: 

Butch Morris In collaboration with: 

The Fabric Workshop and Museum, Philadelphia ©

 Sprüth Magers; Thomas Erben Gallery; 

Lévy Gorvy Collection of the artist Installation view of 

<Another Energy> Mori Art Museum 2021 

Photo: Yuya Furukawa




삶에 대한 고찰, 자연과 현상에 대한 경외심, 무엇보다 저마다 독자적으로 표현하는 그 안에 들어있는 강력한 힘, 16인 작가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PA



글쓴이 김도희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영상,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에서 디자인 경영을 전공했다. 광고대행사 Hakuhodo i-studio, MUJI Korea 등 UX/UI,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등으로 디자인의 스펙트럼을 넓혀왔으며, 현재 일본에 거주하며 CASIO 본사의 디자인 전략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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