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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9, Aug 2021

Critical Zones: Observatories for Earthly Politics

Germany

Critical? Critical!

저명한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와 ZKM의 관장 피터 바이벨(Peter Weibel)이 합심한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꼬박 일 년 간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됐다. ‘인류세(Anthropocene)’, 말 그대로 사람(Anthropos)과 밀접한 이 논쟁적이고도 현재적인 주제에 걸맞지 않게 ‘사람 없는 전시’란 처사는 그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의 애를 달궜다. 그랬던 전시가 이제 드디어 미술관 현장에서 관람객들을 직접 맞고 있다.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주제에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관람객들은 어렵게 공개된 전시 공간에서 인류세의 어떠한 단면을 보고 있을까.
● 한정민 독일통신원 ● 이미지 ZKM 제공

Julian Charrière 'Future Fossil Spaces' 2017 © the artist, VG Bild-Kunst and ZKM | Karlsruhe Photo: Elias Sie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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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민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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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Anthropocene)!’ 인류세라는 개념을 이미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앞선 문장은 익숙한 캐치프레이즈일 것이다. 이미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에 들어섰다 상정하는 이 주장을 조금 풀어 설명하면 이전까지는 자연 생태의 변화에 따라 지질시대를 구분했지만(예: 신생대), 인류세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주도하는 지질 흔적을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시 <Critical Zones>의 작품들 역시 기후, 생태 변화를 소재로 하고 있고 그 이면에 감춰진 자본주의, 산업 형태라는 정치·경제적 영향력까지를 고찰한다. 인류세 개념의 범위가 넒고 방대한 만큼 전시는 지구(globe)를 겹겹이 쌓고 있는 다양한 층위들을 6개의 소주제로 분리해 소개하는데 본 글에서는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지구의 생태를 구성하는 하늘, 바다, 숲, 동굴, 화산과 인간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 것일까? 라사 슈미트(Rasa Šmite)와 라이티스 슈미츠(Raitis Šmits)의 작업 <ATMOSPHERIC FOREST>(2020)는 대기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숲의 향기를 주목해 나무와 온도 변화, 대기가 상호 작용하는 복잡한 공생 관계를 3D 그래픽 공간으로 구현한다. 거의 예측이 불가능한 패턴으로 뿜어져 나오는 나무의 성분들과 산소는 오렌지 빛 입자들로 표현되어 화면에 방출되는데 이것들이 산책로나 개울가에 옮겨 붙으며 주변 환경의 색 역시 시시각각 변화하는 방식으로 추상적이고 미시적인 숲의 생태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Territorial Agency <Oceans in Transformation.

 The Architecture of the Continental Shelf> 

2019-2020 © the artist and ZKM | Karlsruhe 

Photo: Elias Siebert




한편 카렌 홈버그(Karan Holmberg)와 안드레아 버바노(Andrés Burbano)는 파타고니아(Patagonia) 화산 아래에 있는 선사시대 동굴을 리서치의 시작점으로 잡아 작품을 전개한다. 그동안 동굴은 지질의 흔적을 켜켜이 간직한 증거 자료로서 지구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작품 <Double-sided Immersion>(2020)은 제목이 말하듯 지구의 내면 그리고 현재 변형되고 있는 표면의 흔적을 추적해 마치 양면 거울처럼 보여준다. 전시장 다수의 작품처럼 <ATMOSPHERIC FOREST>와 <Double-sided Immersion> 역시 관람객 앞에 큰 스케일로 투사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관람객은 마치 그 환경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과 자연이 서로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클라우드’는 ZKM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 중 하나다. 2015년에는 수증기로 전시장에 구름을 구현한 <GLOBALE: Cloudscapes>가 있었고, 2018년 <Open Codes>에서는 ‘데이터 클라우드’로 해석한 실시간 데이터 출력물들이 구름처럼 천장에 달렸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리서치 그룹 포렌식 아키텍쳐(Forensic Architecture)의 영상 작품 <Cloud Studies>(2020)로 다시 한 번 클라우드가 소환됐다. 이들의 구름은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됐던 유독한 연기를 표상하고 유린된 인권 현장을 재구축해 제시한다. 저널리스트와 그린피스, 시민이 제보한 트위터 영상까지 다양한 영상 소스를 전문가와 함께 디지털 모델링, 머신 러닝, 수학 시뮬레이션 기법 등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객관성과 작품의 사회 고발적 성격을 강조한다. 




Forensic Architecture <Cloud Studies> 2020 

© the artist and © ZKM | Karlsruhe 

Photo: Elias Siebert




그중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비행기로 제초제를 공중 살포하는 장면은 비행기의 궤적과 국경, 살포제 분사 범위를 컴퓨터로 분석해 다양한 화면과 자료들과 병치해 드러내면서도 공기 중에 흩뿌려진 유독 물질의 파괴력과 그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쨌든 지역의 농업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잠재적 테러 요소를 제거한다는 미명 하에 자행된 제초제 살포는 결국 가자 지역의 생태계를 바꾸어 놓은 셈이다. 포렌식 아키텍쳐는 구름(연기)의 형태를 띠고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폭력의 파괴성을 조명한다. 한곳에 머무르는 법이 없고 형태가 변화무쌍하면서도 쉽게 그 흔적을 감추는 구름은 현대 사회에서 국제적으로 교묘하게 자행되고 있는 폭력의 형태와 공통적인 특성을 지닌다. 희뿌연 구름 뒤에 숨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부정하고 피해 가는 권력의 행태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이는 오롯이 감상자의 몫으로 남는다. 


줄리앙 셰리에(Julian Charrière)는 인도네시아 탐보라(Tambora) 화산 폭발에 영감을 받은 작품 <An Invitation to Disappear>(2018)를 선보인다. ‘소멸로의 초대’라는 작품 제목은 사실 화산 이름 ‘탐보라’의 뜻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1815년 일어난 사상 최대의 화산 대폭발의 결과에 걸맞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해는 인도네시아에서만 극심한 것이 아니었다. 화산재로 뒤덮인 하늘은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듬해 1816년 유럽은 ‘여름이 없는 해’로 기록했을 정도였고 이후 3년간 흉작과 홍수, 기근에 시달려야 했다. 76분의 재생 시간 동안 작품은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시간을 보여주고 화면은 천천히 앞으로만 움직인다. 빼곡한 야자수 이파리들 사이로 보이는 빛의 스펙트럼은 몽환적인 정취를 자아내다가도 여전히 화산 불이 붙은 것 같은 숲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치 멀리서 뮤직 페스티벌이라도 벌이는 것 같은 비트 소리와 무대 조명을 연출하기도 한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화면에는 오직 모기와 야자수 잎, 춤을 추는 빛과 간헐적으로 울리는 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소멸한 인간과 파편적인 흔적만 남아있는 숲을 느린 속도로 가로지르는 화면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인간 멸종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Alexandra Arènes / Soheil Hajmirbaba

 <Critical Zone Observatory Space> 2018-2020 

© the artists with ZKM, SOC, OZCAR, OHGE.Film: 

S. Levy; sound: P. Franke; film assistant: F. Vivet; maps:

 A. Arènes & A. Grégoire; animation:J. Damourette & S. Levy; 

music: G. Lori and ZKM | Karlsruhe Photo: Elias Siebert




이외에도 아마존 생태 연구를 위해 직접 그곳에 들어간 그룹 ATTO의 과학자들 일상과 두 지역 여성 운동가들의 대화를 4개 채널에 평행시켜 제시하는 바바라 마르셀(Barbara Marcel)의 <Ciné-Cipó - Cine-Liana at Amazon Tall Tower Observatory>(2020)도 인류세의 난제를 조망하는 좋은 예다. 등장인물들은 같은 주제를 놓고도 다른 형태의 지식과 비전을 보이는데 서구와 토착민의 자연관이 대치되며 생겨나는 상이한 내러티브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시사한다. 전시는 결국 인간과 자연의 상생·공생을 이야기한다. 전시의 공동 기획자인 라투르는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면서 만들어지는 네트워킹이 세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말로는 인간과 자연이 주체와 타자라는 이분법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지위에서 기능하고 있다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접근이 현세대가 풀어나가야 할, 전 지구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임을 전시에 반영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 ‘인류세’가 자주 거론되는 만큼 그 개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라는 인류 최대 위기에 인간의 행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현 시기를 인류세로 볼 수도 있으나, 여전히 많은 지질학자들은 이러한 시대의 진단이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더불어 여전히 인류와 자연을 예속적인 관계로 구분하려는 태도를 비판한다. 또한 대부분의 가설 근거가 되는 시각 자료들, 위성사진, 지도, 가상 시뮬레이션은 첨단 기술을 가진 부유한 기업이나 국가에서 독점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세의 과학적 실증 서사에는 여전히 채워야 할 빈칸이 많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PA  




Sarah Sze <Flash Point (Timekeeper)> 2018 

© the artist and ZKM | Karlsruhe Photo: Elias Siebert




글쓴이 한정민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핀란드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에서 현대미술과 이론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독일에 머무르며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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