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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9, Aug 2021

이동기: 펜타곤

2021.5.27 - 2021.7.17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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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규식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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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스탤지어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동기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토마우스(Atomaus)가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미지로 다가올 것이다. 1993년 만화 캐릭터 아톰(일본)의 머리와 미키마우스(미국)의 얼굴을 결합해 탄생시킨 아토마우스는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2019년에는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발표한 솔로 음원의 커버 아트워크로 등장하는 등 그 존재감을 공고히 해왔다. 남녀노소에게 친근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차치하고서라도 10대들에게 아토마우스는 어쩌면 그 원형 중 하나인 아톰보다 친근한 이미지가 아닐까? 이동기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아토마우스는 이번 출품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각형을 뜻하는 펜타곤(Pentagon)은 전시의 타이틀인 동시에 전시장에 놓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다섯 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제작한 <펜타곤>(2019)은 가로 10m의 대형 회화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화면에 서로 맥락을 연결 지을 수 없는 여러 이미지가 혼재되어 있다. 이는 서브컬처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함께 뒤섞어 제시하는 이동기의 ‘절충주의(Eclecticism)’ 회화의 특징이라 설명할 수 있는데, 한눈에 보았을 때 명료한 감상이 떠오른다기보다 여러 인상이 덩어리로 뭉쳐진 것 같은 감각을 전달한다. <펜타곤>의 경우 여기에다 가로로 긴 스케일까지 더해져 작품 감상에 있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읽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 결국 관람객은 합쳐진 다섯 개의 캔버스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선을 따라 다시 쪼개어 보게 된다.




<게릴라>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110×100cm




주어진 단어만을 가지고 문장을 만드는 게임처럼 화면에 제시된 이미지들을 머릿속에 이리저리 배치하며 맥락을 떠올려 봐도 작품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내러티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지의 과정은 현대인의 이미지 읽기 방식, 나아가 이동기가 말하는 것처럼 오늘의 문화현상과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나타낸다. 이미지의 홍수라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SNS상에서 강박적으로 피드를 새로고침하며 초 단위로 스토리를 넘기는 세대들에게 ‘맥락 없이’ 쏟아지는 이미지를 수용하는 감각은 익숙할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지점에서 “작가가 작품의 의미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비주관적 작품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작가가 작품의 의미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한 것이 비주관이라고 언급한다.


이동기의 절충주의 회화에서 작가의 주관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부터 파스타, 추상회화의 흔적, 아토마우스, 오륜기, 스누피와 우드스톡 그리고 김홍도의 무동까지 맥락을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두서없이 화면에 펼쳐져 있지만 이는 사실 작가가 여러 고민 끝에 수면 위로 노출시킨 ‘선별된 이미지’일 것이다. 현실에서 무수히 많은 이미지가 생성, 복제, 배포되는 플랫폼은 결국 웹 환경이고, 이것을 캔버스에 옮기는 순간 이미지들은 화면 위로 포착된다. 그가 선택한 이미지의 테두리 안에서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관람객이 자신의 주관대로 해석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주관은 이미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아토마우스와 작가가 선별한 고전 만화 캐릭터, 동화의 삽화 이미지(체셔고양이)와 같이 ‘그 시절’의 서브컬처 이미지들은 컴퓨터 그래픽과 같이 매끈한 텍스처와는 상반되게 클래식하게 다가오며 디지털 환경에서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화>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40×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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