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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9, Aug 2021

이지현: ECSTASY, 감각하는 마리아

2021.6.20 - 2021.7.17 SPACE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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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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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적 감각의 현상



이지현의 개인전 <ECSTASY, 감각하는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 얼굴 도상에서 작가가 느낀 낯선 감각을 일련의 회화로 실험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종교 도상을 회화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마리아를 수식하는 ‘감각하는’이라는 표현은 전시에 대한 인상을 심상치 않게 한다. 작가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포토몽타주 <엑스터시의 현상(The Phenomenon of Ecstasy)>(1933)을 접하면서 바로크 조각가 잔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의 <성녀 테레사의 엑스터시(Ecstasy of Saint Teresa)>(1647-1652)를 그리게 되었다. 베르니니가 표현한 이 성인의 표정은 일상적 체험과 다른 종교적 체험을 드러내는데, 작가는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해방적 감각을 찾고자 했다. 그 감각은 인간의 조건과 한계로부터 초월한 표정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성스러움이 아닌 섹슈얼리티였다. 


고통과 슬픔에 눈물 흘리지만 아름다운 성모 마리아 도상은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반발심을 불러일으켰고, 작가는 이 낯선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마리아의 얼굴 구성 요소들을 생략, 변형, 추가하면서 이미지를 반복 실험했다. 달리의 <엑시터시의 현상> 역시 신경학자 샤르코(Jean-Martin Charcot)가 히스테리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수집한 사진들과 사진작가 브라사이(Brassai)의 동명 작품을 이용해 포토몽타주 한 것이다. 달리가 사용한 사진들은 여성이 황홀경에 빠져 있거나 눈을 감은 채 무의식 상태로 보이는 것들이 다수다. 이 포토몽타주의 반복된 구조는 초현실주의자들이 강박적인 반복을 통해서 쾌락 너머의 원칙을 찾고자 한 것과 상통하고, 이지현이 마리아 이미지를 반복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전시장에는 신작 <이빨 마리아>, <루이비통 마리아>, <글리터 마리아> 등 다양하게 변주된 마리아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데, 비슷한 형상의 반복이 주는 강박은 우리에게 익숙할 법한 마리아를 기이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지현은 이미지를 변형함에 있어서 포토샵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이미지 필터를 참조해 하트, 반짝이, 명품 브랜드의 로고 등을 얼굴 표면에 덧입혔다. 또 숙취 메이크업과 같은 최신 화장법이라든지, 눈물을 과장하고 반짝이게 보이는 글리터 처리와 같은 시도를 했다. 흔히 마리아를 성스러움, 고통과 비탄 등의 이미지로 묘사하지만 촉촉한 눈과 길고 풍성하게 과장된 눈썹 그리고 살짝 벌린 입매는 성스러움보다는 에로틱한 여성으로 보이기 충분하다. 




좌 <오버레이 마리아> 2021 캔버스에 유채 116.8×91cm

우 <호피하트> 2021 캔버스에 유채 100×80.3cm




작가는 이미 베르니니의 조각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탐닉이 겹쳐 보임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성스러움과 키치하면서도 탐닉적인 이미지가 겹쳐진 이미지에서 이지현은 언캐니(uncanny)를 호출한다. 이 낯선 감각은 억압된 대상이 역설적으로 도발할 때 느끼는 불편한 감각이지만, 일반적 현실이 지닌 한계로부터 탈출하는 하나의 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 작가는 이를 ‘해방적 감각’이라 부르는데, 이전부터 그는 작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개념이자 형상을 ‘인간 조건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하였다. 그는 삶의 안팎에서 가해지는 심리적 혹은 신체적 압박을 자신의 회화적 동기로 삼아 왔고, 특히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신체적·심리적 압박은 최근 그의 캔버스 화면 위에서 다양한 형태와 에너지를 지닌 작업으로 이어졌다. 


살아있음과 죽음/공포라는 양 극단의 감각을 한 화면 위에 담기 위해 그는 대상을 반복해 그리면서 물감의 질감, 붓질, 색채 대비, 이미지 오버레이 등을 통해 캔버스 위의 형상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탐구한다. 일례로 그의 <황홀경>이 엑스터시의 순간보다는 죽음의 공포를 극단적으로 강조하였다면, <깅엄체크 황홀경>은 색채와 패턴 오버레이라는 조형적 시도를 통해 회화 대상이 지닌 이미지의 가능성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공교롭게 인물의 눈동자 위에 겹쳐진 체크 패턴은 시선이라는 생명력의 증거처럼 작용하지만, 패턴은 죽음의 그림자와 같이 얼굴 전체에 드리워져 화면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허나 어떤 경지에 오른 순간처럼 감각적으로 열려 있는 죽음이며, 이는 이미지의 변형 요소 한두 가지에 의해서 단순 획득된 것이 아니라 화면 전체가 복합적으로 획득한 감각이다. 결국 이지현이 추구하는 해방적 감각은 생명과 죽음이라는 인간 조건으로서뿐만 아니라, 캔버스 위의 이미지가 감각적으로도 열려야 하는 순간일 것이다.  




<슬픔의 마리아> 2021 캔버스에 유채 116.8×9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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