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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1, Oct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강원국제트리엔날레

쉼 얻는, 미술여행

청정한 하늘과 뽀얀 구름에 미혹된 탓인지, 몸과 마음이 전전반측하여 여행 생각만 나는 요즘이다. 더러 “코로나로 얻은 것도 많다”라는 말을 주고받는데, 국내 곳곳을 발견하고 경험하는 일이야말로 팬데믹으로 새삼스레 깨닫게 된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바이러스로 신날 게 없는 일상이지만, 그곳에서 조금 벗어난 남도와 강원도엔 풍요로운 자연과 더불어 품격 높은 미술 행사가 마련돼있다. 직접 찾은 당신이 행사의 면면을 100% 만끽하도록 여기 열네 페이지에 걸쳐 소개한다. 마감 피크에 환절기까지 겹쳐 컨디션이 바닥이던 에디터들이 각각의 페이지를 살피며 잠깐이라도 보였던 활기가, 지금 당신에게도 온전히 전달되길 바란다.
● 기획 · 글 · 인터뷰 정일주 편집장

김지아나 'Iceburg blue inside skyblue 21-03' (부분) 2021 자기 117×91×1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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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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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nam International Sumuk BIENNALE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오채찬란 모노크롬」 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
9.1-10.31 목포시(목포문화예술회관)·진도군(운림산방) 일원
www.sumukbiennale.kr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지난달 1일 개막해 10월 31일까지 대장정을 펼친다. 목포와 진도는 물론 광양, 여수, 광주까지 도내 전역에 마련되는 비엔날레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이란 주제 아래 국내외 15개 나라 200여 명 작가가 참여해 전통 수묵을 대중화하고 가치를 재조명한다. 제2회를 맞는 행사는 지난 행사에 비해 수묵의 스펙트럼을 과감하게 넓히고 현재성에 집중하며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지필묵의 재료적 한계를 벗어나 서양화,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 천연염색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묵 작품을 선보이고, 수묵 정신을 토대로 한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있는 수묵을 재조명한다”는 기조를 내세운다. 



김세중 <흔적과 부활의 유희> 

2018 사진 146×114cm



먼저 비엔날레 1관(목포문화예술회관, 큐레이터 고충환)에서는 ‘수묵 없는 수묵(無墨水墨), 수묵은 도처에 있다’라는 주제로 박대성, 이종상, 윤형근, 변시지, 이응노 등 거장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비엔날레 3관(유달초등학교 / 구. 심상소학교, 큐레이터 윤동희, 윤진섭)은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이율배반적 수묵의 최신버전’이란 주제로 김화현, 김지아나, 문성식, 손동현, 이해민선 등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수묵 작품을 전시한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 전시관은 일제 강점기의 건물 형태로 2층의 넓은 강당을 활용, 코로나19로 직접 참여가 어려운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대형스크린을 통해 전시한다.  


김천일 <월출산 신흥마을> 

2004 한지에 수묵 182×91cm




진도에는 비엔날레 4관 남도전통미술관에서 ‘물, 불, 돌’을 주제로 공예와 도자로 확장한 수묵의 세계를, 조선 남종화 대가였던 소치 허련(1808-1893)이 1856년 9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수묵화를 그렸던 소치기념관은 비엔날레 5관으로 변모, ‘바람’을 주제로 의류와 조명 등의 디자인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 밖에 전남도립미술관, GS칼텍스예울마루,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 9개 시군의 15개 전시관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허 션 何森 HeSen 

<A Tableau With Wind and Buddha> 
2019 250×200cm



[이건수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감독 인터뷰]



이건수 감독




Q: 먼저 타이틀 ‘오색찬란 모노크롬’에 대해 여쭙겠다. 수묵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야 먹을 일컫는 검을 현(玄)에 오색(五色)이 담겨있음을 알지만, 일반 대중에게 ‘오색찬란’과 ‘모노크롬’은 자칫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이 제목을 선택한 이유와 전체 기획 의도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맨 처음 구상한 비엔날레 주제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이 아니었다. 주제는 주제일 뿐이다. 비엔날레 주제가 시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든지, 선문답처럼 직접적이지 않은 소통의 방식을 표현할 때도 있다. 어떤 작품들이 출품되는지가 중요한 문제일 텐데 우리가 수묵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흔히들 구별 짓는 동양화나 서양화의 구분, 한국화의 장르 제한 같은 것을 벗어버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지금 여기에서 한국화의 새로운 미래를 가늠해보고 싶었다. 오채찬란과 모노크롬이 다소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이런 역설로부터 수묵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Q: 이제 2회를 맞는 행사를 총괄하며 가장 근간에 둔 철학은 무엇인지, 어떤 요소와 철칙을 세우고 비엔날레를 이끌었는지 궁금하다.

A: 비엔날레를 통해서 수묵의 대중화, 수묵의 국제화, 수묵의 브랜드화를 목표로 삼았다. 수묵이 전통의 굴레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철학과 삶의 형식을 반영하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수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엔날레에는 3가지 축이 있다. 전통성과 현대성, 지역성과 국제성, 대중성과 전문성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로서 그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대중들의 관심과 접근을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 안배와 조율에 신경 썼다. 


Q 5년 전 열린 첫 행사에 비해, 일반적인 수묵화의 비중이 적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의견에 직접 대답한다면?

A: 제1회 비엔날레에서 전반적인 우리 수묵의 지형도를 펼쳐보았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수묵의 외연과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보려 했다. 출품 작가군을 조사해봤더니 1차 조사에서 한국화 전공이 60%가 넘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성격상 그 정도면 적절하지 않나 싶다. 비엔날레 1관의 <현대수묵전>, 비엔날레 3관의 <수묵정신전>은 이런 수묵화의 장르적 제한을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는 전시다. 


Q: 200여 팀의 참여 작가는 어떤 큐레이토리얼 비전에 따라 6개 전시공간에 나뉘었나? 젊은 세대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다른 공간으로 분산됐는데, 설명 부탁드린다.

A: 목포에는 비엔날레 전문관이 없다. 전시장을 대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전시장 조건에 대해서는 여기서 길게 얘기할 수 없고, 주전시가 열리는 목포와 진도의 매력을 살리면서 이번 비엔날레의 또 하나의 목표인 도시재생과 지역 상생의 개념을 가급적이면 끌어안으려 했다. 목포와 진도에서 비엔날레가 개최된다 했을 때 장소적 유사성으로 맨 처음 떠오른 인상은 ‘리버풀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대지의 예술제 에츠코츠마리’ 같은 것이었다.   


Q: 이번 비엔날레를 구성한 작품 중 신작과 구작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 구작이 절반 이상을 넘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구작이 절반 이상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작가가 이번 비엔날레에 넘치는 의욕을 보였고, 신작을 출품한 경우가 많았다. 구작이라고 해도 비엔날레의 콘셉트에 맞추어 최근 1-2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을 출품했다. 이 부분은 전시예산과도 관련 있는 사항이지만 비교적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었다.  


Q: 총감독으로서 이 비엔날레를 효과적으로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을 전수하신다면?

A: 시간적 여유를 갖고 6개의 주 전시관이라도 모두 관람했으면 좋겠다. 전시관별로 테마에 따라 안배를 했는데 모든 전시를 봐야 온전하고 총체적인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전시는 선입견 없이 감상하고 그중에서 관심 가는 작가와 작품을 더 깊게 공부해 가면서 자신의 눈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 자체에 머무르지 말고 그 작품을 둘러싼 역사, 사회,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 기반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수묵문화와 수묵정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지금 수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젊은 층이다. 그들이 주요 수요자들이다. 


Q: ‘수묵정신/신세대의 도원경’을 부제로 한 유달초등학교(옛날 심상소학교) 전시가 굉장히 인상 깊다. 상대적으로 의도가 분명한 1층 전시보다 2층 전시는 낯설고 본의를 파악하기 까다롭다. 그 미디어월은 어떻게 기획된 것인지 관람객이 무슨 관점을 지니고 보면 좋을지 설명 부탁한다.

A: 비엔날레 3관의 2층 <수묵정신전>의 미디어월은 코로나19로 해외작가들이 입국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겨났고, 유달초등학교 강당 건물이 오래된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설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의 비엔날레 전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고민하던 중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의 함부르크 공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대한 LED 패널 월에 영상이 흐르고 그 아래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공연 실황이 코로나 시대의 적절한 공연장 모습 같았다. 2층 강당의 건축적 호소력도 있었고 그 넓은 공간에 21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동영상으로 편집하기로 했다. 사운드아티스트의 음향과 스피커도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했다. 텅 빈 거대공간에서 마주치는 거대한 영상으로 사람들이 ‘수묵 멍’을 즐겼으면 했다. 


Q: 목포, 진도에서 펼쳐지는 본 전시 외에 4개의 특별전과 9개의 시군기념전이 있다. 각기 어떤 톤 앤 매너를 지니며 이렇듯 여러 장소에서 전시를 연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제1회 비엔날레는 목포와 진도에서만 열려 전남서남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나주 한국천염염색박물관 4곳에서 비엔날레와 연계해서 특별전시를 열고, 여수, 구례, 보성, 강진, 해남, 영암, 무안, 함평, 신안 등에서 시군기념전을 열어 9-10월 동시에 전남권 전역에서 수묵의 향기가 흩날리게 되었다. 각 지역의 역사적 특성을 살리고 지역작가들도 함께 참여하는 수묵비엔날레를 구상한 것이다.


Q: 코로나로 한 해 연기돼 총 3년을 기획하고 총괄한 비엔날레 수장으로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확립해야 할 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다음 행사는 어떤 맥락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보시나?

A: 삶과 유리되지 않은 생동하는 수묵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의 현대미술 속에서 전통의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수준 높고 보편성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재창출했으면 좋겠다. 이번 비엔날레가 다양한 장르가 넘나드는 다채로운 수묵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다음 비엔날레는 또 한 번의 침잠과 정화를 통해 수묵정신의 심오함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좀 더 집중화되고 차별화된 비엔날레로 전개되길 기대한다.   


Q: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한 문단, 혹은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A: 한국 현대미술의 우리 중심적 재편과 그 새로운 출발.PA



김용호 <피안 Pian 2011-001> 

2011 페이스마운트, 매트지 500×295cm




Gangwon Triennale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 따스한 재생
9.30-11.7탄약정비공장, 와동분교, 홍천중앙시장, 홍천미술관
www.gwart.kr


‘따스한 재생’을 타이틀로 내세운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이 9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강원도 홍천에서 개최된다.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산 사업으로 출발한 강원국제예술제의 일환이다. 강원도 전역을 예술 공원화하는 것을 목표로 3년 단위로 강원도 곳곳을 순회하는 유목형 행사 강원국제예술제는 첫 개최지로 홍천을 선정하고 2019년 ‘강원작가전’, ‘2020년 강원키즈트리엔날레’, 3년 차 마지막 행사로 ‘강원국제트리엔날레’를 연다. 



백정기 <메터리아 메디카: 키니스> 2017 

싱글채널 비디오, 재, 유당, 유리병, 나무, 
혼합재료 가변설치



행사는 현대인이 처한 재난과 환경오염, 코로나19 등의 위기 상황을 맞아 재생의 기대와 회복의 전망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장소별로 4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우선 와동분교는 생태 위주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각 교실엔 생태 주제를 탐구하는 회화와 영상, 설치 작품이 펼쳐지는가 하면 학교 옆 마당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는 네 잎 클로버와 야생화, 옥수수 등 작물을 소재로 한 환경 예술이 펼쳐진다. 옥외에 정태규의 ‘건축형 카페’는 재생 자료를 사용한 건축물로, 한국형 패스트푸드 장터 국수와 한국형 슬로우푸드 젓갈, 꿀 등을 판매한다.  



이지연 <쓰레기 생명> 2020 구운연탄, 채집이끼, 

수중모터펌프, 철 프레임, DC모터, 생장용 조명, 
수조등 162×110×40cm



옛 탄약정비공장 전시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아날로그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키네틱아트로 시작된 공간에는 영상작품부터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작품까지 즐비하다. 야외의 비탈진 공간에 데크를 만들어 전망대와 예술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을 선보이고, 곳곳엔 조각 작품도 설치돼 있다. 홍천미술관은 아카이브를 위한 공간이다. 강원작가전과 강원키즈트리엔날레의 행사 영상과 사진 등을 자료화해 선보이는 전시회와 전시장 전체를 아파트 실내 공간처럼 꾸민 ‘일상의 예술 아카이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끝으로 홍천중앙시장에서는 상인과 함께 하는 공연과 미디어 아트쇼 등이 선보인다.



한호 <영원한 빛-우주 정원> 2021 광학램프,

 철 파이프, 미러볼 타공 가변설치




[김성호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총감독 인터뷰]



김성호 총감독




Q: ‘따스한 재생’이란 타이틀이 행사의 맥락을 전부 대변하는 듯하다. 왜 ‘재생’ 앞에 ‘따스한’을 붙였는지, 그렇다면 그것은 보편적 재생과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A: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일상으로 모두가 답답하실 테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는 모든 분께 위로와 희망을 드리고 싶은 마음을 주제에 담았다. 전시장마다 전시라는 이름을 버리고 ‘재생1’, ‘재생2’로 표기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따습다’가 ‘다습다’의 강조된 표현인 것처럼, ‘따스한’이란 수식을 통해서 코로나 이전의 ‘위로’에 부합하는 적정 온도와 촉지적 감각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래서 ‘따스한 재생’이란 주제는 강도를 준 것일 뿐, ‘보편적 재생’과 큰 차이는 없다. 한편 재생이란 영어 표기를 ‘리제네레이션(regeneration)’과 ‘리바이텔리제이션(revitalization)’ 중 어떤 것으로 할지 열 명의 영어권 외국 전문가에게 자문했는데 의견이 정확히 반반이었다. 그래서 “좀 더 활력을 갖자”는 의미로 보편적 재생에 가까운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선택했다.


Q: 39개국 139명(104팀)의 작품 120여 점이 여러 공간에 흩어져 선보인다. 각 작품을 나눌 때 어떤 큐레이토리얼 비전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A: 먼저 주어진 전시 공간에 부합하는 전시 콘텐츠를 고려했다. 유휴 공간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해서 폐쇄된 군사시설인 탄약정비공장을 ‘테크놀로지 아트를 통한 기술 재생’으로, 폐교된 와동분교를 ‘자연미술 및 대지미술을 통한 생태 재생’으로, 아카이브라는 전시명을 내세운 홍천미술관을 ‘삶을 주제, 소재로 삼은 일상 재생’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퍼포먼스 아트와 커뮤니티 아트가 주를 이룬 홍천중앙시장을 ‘지역 재생’으로 접근했다.


Q: 전시 작품의 구작 vs 신작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이번 행사를 위한 커미션 작품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건축형 카페 파빌리온’처럼 반영구 설치 작품을 위해서는 지역민들과 어떤 협의 과정을 거쳤나?

A: 구작과 신작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된다. 해외 초대 작가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신작보다 구작이 많았고, 국내 작가는 신작이 다수를 이룬다. 기획 단계부터 커미셔너를 염두에 두었는데, 이번에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각각 1인의 커미셔너를 뒀다. 다만 감독이 구상했음에도, 섭외가 되지 않은 작품의 유형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작가를 추천해달라고 특별 주문을 했다. 섭외의 자율권을 주지 않은 탓에, 커미셔너가 막판까지 고생했다. ‘건축형 카페 파빌리온’은 국숫집, 카페, 아트숍을 모두 포함하는 감독의 제안을 작가가 수용하면서 이루어졌고 건축과 공간 구성은 전적으로 작가가 디자인했다. 아울러 작가는 건축 외관에 비닐하우스 폐파이프를 재생하는 작품을 선보여 주제를 실현해줬다. 이 안의 콘텐츠는 담당 큐레이터들과 홍천군 공무원들이 발로 뛰면서 만들었는데, 한 지역 대학의 바리스타제과제빵과는 특수 개발한 젤라또 및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카페 운영에 뛰어들었으며, 지역 부녀회는 국숫집을 운영해 줄 계획이다. 이곳이 쉼터와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Q: 군부대 폐시설, 폐교, 시장 등 여러 곳을 전시 공간으로 정했다. 동선을 이렇게 넓고 복잡하게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전시 장소는 감독 공모 때 이미 필수 과업 내용으로 후보들에게 이미 제시된 것이었다. 너무 공간이 많으니 줄이자는 의견도 사전에 있었으나,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홍천군이 번듯한 전용 공간을 지닌 입장도 아니어서 유휴 공간을 실험적인 미술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개인적 욕심도 한몫했다.


Q: 출품작 중 국공립미술관 소장품이 종종 눈에 띈다. 다른 기관에서 선보인 작품을 가져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작가에게 출품 요청을 한 작품이 미술관 소장품이어서 불가피하게 빌린 것도 있고, ‘재생3 아카이브’의 경우 테마가 ‘일상 재생’이라는 점에서 일상을 다룬 강원도 출신 화가 박수근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박수근미술관 소장품을 옮겨오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 작가의 입국 및 작품 설치가 불가능했던 까닭도 있다.


Q: 행사를 총괄 기획하는 총감독이자 동시에 미술 전문가로서 ‘강원국제예술제’,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으셨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A: 내가 늘 고민하는 부분은 협업을 어떠한 방식으로 견인할 것인가라는 자문자답이었다. 기획자와 예술가, 예술과 또 다른 예술, 예술과 비예술의 만남을 기획하거나 중재하는 작업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번에도 힘들었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추구할 방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다. ‘강원도 전역의 예술 공원화’를 목적으로 3년 주기로 강원도의 특정 지역을 점유하고 이동하는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라는 특성이 ‘강원국제트리엔날레’의 창설 배경이라는 점에서 ‘홍천의 예술 섹터화’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서 특히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Q: 강원도가 지닌 관념적 키워드, 가령 천혜의 자연이라든지 낙후된 농촌도시라든지 군사지역 등 요소를 트리엔날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셨다. 지역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의도로 이해되지만 자칫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의견에 어떻게 답하시겠나?

A: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엔날레 등 국제전에서 이러한 유휴 공간의 예술 공간화는 여러 차례 시도되었던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상투적인 기획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조금은 ‘낯선 경험’을 도모하려고 노력했다. 20여 년간 움직이지 않던 탄약정비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고쳐 다시 가동하게 하고 작품으로 변환시킨다든지, 와동분교의 운동장을 파헤쳐 연못을 조성한 일이나, 카페와 국숫집을 만든 것도 낯선 경험을 선사하고픈 노력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새로운 기획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고 본다. 


Q: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를 선보이고 연달아 대형 행사를 기획, 운영하셨다. 지역 기반 미술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심에 놓는 철학은 무엇인지, 주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A: 감독의 큐레토리얼십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늘 인식하면서도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위해 발로 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말처럼 쉽지 않고 어렵다. 지역, 재단, 작가,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감독 혼자 고집을 부릴 수도 없고 어떤 경우에는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일도 있다. 난제들을 조율하고 타인들과 협업해 나가는 일은 정말 힘들다. 개막 자체가 서로의 노력을 반증한다.


Q: 관람객이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을 100% 만끽할 수 있는 팁을 직접 전수하신다면?

A: 모든 출품작에 대해서 감독이 해설한 텍스트를 큐레이터들이 녹음해서 만든 오디오 가이드가 팁이다. 개요만 담은 가이드북도 있고 모든 정보를 담은 카탈로그도 있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홍천에 온다면 트리엔날레만 보시지 말고 1박 코스로 주변 관광지를 함께 여행한다면 흥미로운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끝으로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을 단 한 문단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A: 시대 유감 그러나 따스한 재생!(Sorry for the times, but Warm revitalization!) PA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화성으로의 비행, 8>
 2010 싱글채널 비디오, 비디오 설치 40초 가변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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