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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1, Oct 2021

설탕과 소금

2021.9.2 - 2021.9.26 술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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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독립기획자, 이미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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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의 역사적 기원,  

‘캐러멜 솔트’는 어떻게 나에게 오게 되었나



몇 년 전에 브런치 식당을 가게 되었을 때, 가장 신기하게 느껴졌던 맛은 ‘캐러멜 솔트 아이스크림’이었다. 식사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아이스크림은 거대한 팝콘 모양으로 굵은 소금이 후두둑 떨어져 있었는데, 단맛과 짠맛이 함께 있어야 맛이 더욱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트러플 소금’은 흔히 고급재료로 여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일환 전시 <설탕과 소금>은 설탕과 소금의 현재에서부터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중국 등지에서 역사적으로 어떻게 노동과 관련되어 왔는지, 알려지지 않은 생산 과정에는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동시대 미술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연구한다.


설탕은 기원전 327년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에 원정군을 보냈을 당시 갈대의 줄기에서 만들어지는 꿀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설탕의 주원료인 사탕수수는 기원전 2000년 무렵 인도에서 이미 재배를 시작했고,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 보급되었다. 설탕은 매우 열광적으로 소비가 되고 있기 때문에 유전적인 선호를 넘어 사회문화적인 요소까지도 만들어 낸다. 노동자가 된 하층계급에게는 복잡하게 요리할 필요 없이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선택되어 이러저러한 식탁에 등장한다. 가루 형태에 덧붙여 빵, 잼, 차 등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견되는 설탕의 쓸모가 오히려 많은 노동력을 집약적으로 착취하면서 생긴 달콤함이라는 이중성을 띄고 있다. 소금은 여기에 더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중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산업의 표본이다. 단순히 식품용뿐만 아니라 소금의 생산과 소비는 국가적인 경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노랑과 주황의 픽셀아트는 오늘날 먹방에서 보여주는 ‘단짠단짠’이라는 용어에서부터 설탕과 소금을 뜻하는 10가지 단어를 컴퓨터로 매시간 수집하여 보여주는 문형민의 신작 <프로젝트 바이 넘버스: 설탕과 소금>이다. 설탕과 소금과 관련된 말이 얼마나 촉각적으로 다가오고 있는지 작은 네모 박스가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느껴진다. ‘먹방’이라는 단어가 2016년부터 등장했다고 하는데, 자극적인 장면뿐 아니라 설탕/소금 산업과 관련된 단어들도 유튜브를 통해 검색되고 있다.




김지평 <두 개의 신화> 2021 한지 출력물 위에 채색, 

6폭 병풍 165×210cm 2021 설탕과 소금 커미션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설탕과 소금으로 바라본 ‘노동’의 과정일 것이다. 이완은 대만에서 두 달 동안 거주하며 직접 사탕수수를 채집하고, 그 사탕수수에서 달달함이 나올 때까지 인공적인 첨가 없이 순수한 과정을 꼼꼼히 거쳤다. 설탕뿐 아니라 그것을 담기 위한 숟가락을 버려진 냄비를 녹여 만들고, 흙을 빚어 설탕을 담을 종지까지 만들어 낸다. 특히 대만은 우리와 같이 일제 강점기를 겪었기에 곳곳에 설탕과 관련한 수탈의 흔적과 아시아 특유의 식민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 덧붙여 2층에 별도로 전시된 이루완 아멧 & 티타 살리나(Irwan Ahmett & Tita Salina)의 <케팔랑 카팔란(오래 굳은 살)>은 인도네시아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과 빠진 손톱에 새롭게 돋은 손톱으로 고된 노동의 흔적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 있는지 보여준다. 


설탕을 노동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김화용의 리서치 작업 <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는 염전을 기반으로 한 ‘짠물’의 근대사를 엮는다. 고문헌과 목민심서, 1900년대 초부터 최근의 연구까지 소금에 대한 광범위한 리서치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의 부산물까지 생각해 만든 지지대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생태적인 실천을 거듭하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반대편의 탕 마오홍은 설탕과 소금이 결국 사람의 육체로 스며드는 것을 위트 있게 드로잉하였는데, 사람을 끓여서 쥐어짜 소금이 나오는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나의 몸에 담긴 살과 설탕, 소금이 뜨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품 너머로 각종 공장과 제당 산업이 있었던 문래동의 동네 풍경이 겹쳐지며 전시는 통사적으로/물리적으로 완전한 합일을 이루고 있다. 이 전시 곳곳은 설탕과 소금의 관계를 역사성, 지역성을 넘어 제국주의적 관계 그리고 지금의 삶에 대해서 논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시선으로 ‘단짠’에 숨겨진 세계를 돌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루완 아멧 & 티타 살리나 <케팔랑 카팔란(오래 굳은 살)> 2021 비디오 8분 34초 2021 설탕과 소금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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