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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2, Nov 2021

이광호_안티프래질

2021.9.9 - 2021.11.6 리안갤러리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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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택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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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관한 어떤 정의

이광호의 오브제에 대하여


더 이상의 부차적인 설명이 불필요하게, 이광호는 땋기(knotting)와 짜기(weaving)의 기법을 주요하게 활용한다. 이로써 오브제를 구조(construct)하고 그것들을 배치(display) 그리고 전시(exhibit)하면서 독특한 미감을 창출해낸다. 그가 창출하는 아름다움의 형상은 스스로 내재하는 오브제들의 각기 다른 정체성을 부각하는 한편, 다면의 정체성을 둘러싼 미술사적 비평의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그 논의란 구체적으로는 순수 미술과 디자인 사이에서 이른바 미적 실용성이라는 개념을 두고 논의되어온 예술의 자가 충돌적 갈등 그리고 그와 관련한 입장 차이의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으로 제청하고자 한 창작의 본래 목적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광호의 작업 전반을 살피려는 건 분명 지나친 시도라고 할 수 있을 테다.


다만 그의 작업이 다양한 예술의 영역 가운데서 어느 경계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작가가 작업을 통해 시사하려는 제언 역시도 그 경계 위에 있음을 뜻할 것이다. 이는 이광호의 작업이 함수적으로 ‘무엇이며 또한 무엇이기도 하다’는 합집합적 특징과 함께, ‘무엇도 그렇다고 무엇도 아닌’ 여집합적 특징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의 작업이 관통하는 이러한 양가적 범주는 작업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말 그대로 복합적인 감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바로 이러한 경험에 기인하여 관람자의 수용, 즉 작업을 특정한 방식으로 또는 어떠한 이유로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관람 선택에 있어 그 자유도가 도출하는 결과는 작업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형성되는 감상이나 작품 활용의 관점에서도 분명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국엔 창작과 향유라는, 생각보다는 첨예한 양측 도중에서 어쩌면 작품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히 기립할 채비를 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작품을 둘러싼 서로 다른 두 주관의 부딪힘이 그 작품을 그중 어떤 쪽의 주관에도 속하지 않거나 혹은 모두 속하게 하면서, 오히려 작업에서의 물성 활용과 그 과정을 거쳐 제작된 결과물로서의 오브제 그리고 이들을 관장하기 위해 작가가 구현하는 어느 순간에서의 미적 균형으로 자연스레 이광호의 작업에 대한 논의를 점철하게 한다.




<Antifragile - Floorpiece> 2021
나일론 75×75×65cm 이미지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이처럼 예술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특히 오브제를 위한 재료 활용 및 감상을 이끄는 미적 관계 구성의 차원에서 그가 구축하는 미적 체제를 가늠케 한다. 본 전시에서 이광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땋기와 짜기의 기법을 다양한 필요로 적용한 일련의 오브제와 구성 작업을 선보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가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olas Taleb)가 창안한 ‘안티프래질’ 개념에 착안하여 본 전시를 아우른다. 앞으로 도래할 불확실성, 무작위성, 무질서함, 가변성 등과 같은 소위 충격의 발생이 그 대상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는 논지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견고성에 관한 구조적 성질을 지칭하는 ‘반파손성’을 차용하는 작가의 의도를 따라, 전시는 크게 두 가지의 측면에서 흥미롭다.


그 하나는 (미)완성한 작품으로서의 오브제와 그 정체성이라는 측면, 다른 하나는 그 오브제의 존재 이유와 더불어 제기할 수 있는 예술적 효용성의 측면이다. 보통은 산업용으로 쓰이는 재료들을 작가는 그 본래의 목적과 떨어뜨려 새롭게 존치하는 예술적 오브제의 제작에 활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오브제의 성격을 정의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을 분명하게 밝히는데, 이러한 방법론은 곧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완결성 혹은 일방성을 배제하는 관람의 환경과 조건을 마련하는 것으로 작가의 오브제에 각 관람 주체가 작업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부여하고, 나아가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구성과 연관한다.


이상의 측면 그리고 안티프래질의 개념과 함께 이광호가 형성하는 본 전시의 담론은 언뜻 작가의 작업과 이를 대하는 관람객 간 어떠한 선택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관계 구도로부터 일으킬 수 있는 취약함을 미리 선제함으로써, 그 힘의 역치로 인해 누구도 그것을 쉬이 깨뜨릴 수 없도록 하는 아름다움의 견고성을 역설적으로 성취한다. 이렇듯 작가가 조성하는 어떤 진공의 규명 상태, 그 아름다움의 정의는 비로소 작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진 작품을 조우할 수 있게 한다.  


* <Antifragile - Wallpiece no.2> 2021 나일론 100×100cm 이미지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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