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182, Nov 2021

최원준_하이라이프

2021.9.2 - 2021.9.26 더레퍼런스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추성아 독립기획자

Tags

메이드 인 코리아,

타자 영역의 토착화


전시 <최원준_하이라이프>는 공간이 다소 협소한 듯 부득이하게 작업 전체의 부분을 떼어와 일부를 재구성해 선보인 느낌이다. 이번 전시는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2013-)나 <국제적인 우정>(2017-2018)과 다르게, 사진 매체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을 띠는 초상 사진을 중심으로 주요 공간에 빙 둘러 군더더기 없이 배치했으며, 5분 33초의 영상 <메이드 인 코리아>(2021)를 분리된 공간에 설치해 사진과 영상 두 매체를 독립된 언어로 읽혀지도록 한다. 최원준은 과거 작업에서 아프리카와 북한의 기형적인 관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긴 시간 식민주의를 겪었던 아프리카의 지역성과 전통성의 질문과 함께 미학적인 관점에 주목해왔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에 내재된 디아스포라(Diaspora)의 형성에 대한 관심이 범세계적으로 분포된 이주 노동자로 시선이 옮겨오면서 한국으로 넘어온 아프리카 이주민으로 좁혀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카메룬, 나이지리아, 가나에서 온 1.5세대, 2세대 이주민 가족과 나이지리아 부족장들 등 특정 이주 노동자를 담아낸 초상 사진은 아카이브 형식보다 순수한 초상 사진의 매체 형식을 띤다. 언뜻 보면 쉬이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둔 초상 사진의 정석을 따르는 연작은, 이주 노동자의 직장 일터가 아닌 주거 공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체로 이주 노동자는 여러 시공간적 제약을 안고 타자의 영역으로 형성된 일터 속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자신과는 무관했던 타자가 만들어 놓은 공간, 즉 ‘타자의 공간’에 편입되는 이들의 장소에 대한 감각은 완벽하게 현지화 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존재이고, 그 이면에 겪는 고충이 공간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번 사진 연작은 파주, 동두천, 이태원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다양한 가족 형태와 그들의 침실 혹은 거실이라는 사적 공간의 한국적 요소들, 아프리카 전통 복장 혹은 특유의 취향 조합이 이루는 어색함의 간극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각각의 사진에 등장하는 장소성은 시간과 더불어 이주민의 삶을 가능하게 하고 토착화의 형태를 조건 짓는 기본적 범주들에 속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의식과 행동은 타자 혹은 주변 공간의 사물들을 통해 형성된 공간에 의해 재맥락화 된다. 최원준은 의도적인 연출과 삼인칭적인 시점으로 이들이 보존하고 있는 정체성과 문화적 동질성이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뒤섞여 토착화되는 순간을 기록한다.




<유진, 파주> 2021 디지털 프린트 103×133cm



아이러니하게도, 더 나은 삶을 위한 희망을 안고 한국으로 이주한 이들에게 열악한 생활 환경이 주어진다. 작가는 아프리카 음악 장르인 ‘하이라이프’의 용어를 전시에 차용하면서 오늘날 초국가적 노동을 하는 이주민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하이라이프는 기본적으로 디아스포라를 형성하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내재된 정체성의 확보할 수 있게 하고 문화적 교류의 혼종성을 직조하는 독특한 음악 장르로서, 초국가적 대중음악의 공간과 다층적인 정체성의 확장에 초점을 둔다. 독특하게도, 하이라이프 장르 자체가 다문화적인 태도로 대중음악의 획일성을 거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구조를 띤다. 사진 초상과 분리시킨 영상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주민들의 토착화된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하이라이프 장르를 국내의 트로트 장르로 편곡·변형하여 이동성에 대한 문화적인 토착화의 방식을 질문한다. 이주민 오시나치 이그가 작사·작곡한 이 곡의 영상을 노래방 포맷의 형태로 구현해 키치함을 강조한다.


초상 사진과 다르게 일터와 외부 환경이 영상의 주요 무대로 자리 잡은 일인칭 시점의 전개로, 하이라이프 장르의 기법처럼 그들 스스로가 노래의 주인공이자 주체가 되어 일상사를 풀어낸다. 나아가 “바로 한국입니다”라는 가사의 반복과 “많이 힘들지만 반드시 승리할 거에요”, “아프리카 멜로디 보편적인 멜로디” 등의 가사는 왜곡된 만족 의식이나 타협적으로 긍정하는 모순적인 지점을 키치하게 드러낸다. 이와 같이 전시는 아프리카 이주 노동자의 주체성과 잡음을 재맥락화 하고 새로운 세계에 정착하여 소수자의 사회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토착화를 다룬다. 이 과정은 과거 저항 정신과 다르게 문화가 심미적으로 결합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작가가 정치적 모순을 내재한 비판의 대상을 넘어, 아프리카에 정착한 기념물들을 통해 국가가 어떻게 스스로를 드러내는지를 미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 <오구스타와 엠마누엘 가족, 동두천> 2021 디지털 프린트 103×133cm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