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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3, Dec 2021

2021 DMZ Art & Peace Platform_Borderless DMZ 정연심 예술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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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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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희



Q: “통일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뜻을 지닌 Uni마루가 통일부의 DMZ 내 첫 예술 공간으로 개관하며 국내외 3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DMZ 국제 예술 전시가 개최됐다. 이는 어떻게 기획됐고 무엇을 목표로 삼았나.

A: 행정적인 면에서 보면, 남북출입사무소의 김기혁 소장이 ‘평화통일문화공간’ 일환으로 구상했고, 전시가 진행된 다섯 장소는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총감독으로 1년 동안 작업하면서 ‘평화’와 ‘생태’,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부분 신작 커미션을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사실상 DMZ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이 직접 들어가 리서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어서다. 비무장지대를 이상화시키거나, 이국화시키거나, 과도하게 타자화시키는 시각을 배제하고 싶었다. 따라서 내부에서 치밀하게 DMZ의 장소성을 살폈다. 이번 프로젝트뿐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장소가 흩어져 있어서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고생하신 작가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성미 <Invisible and Visible>



Q: Uni마루를 비롯해 도라산역, 파주철거GP(Guard Post),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 서울 국립통일교육원 총 5개의 공간에서 광활하게 구현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특별히 중심에 뒀던 철학과 기획 요소는 무엇인가.

A: DMZ는 한국전쟁의 상처이자 흔적이며, 우리가 진입할 수 없는 금단의 구역, 경계이다. 군사적 완충지대이면서도 유엔군이 주둔하므로 냉전의 역사가 여전히 지속되는 곳이다. 현재의 시간성은 외려 느껴지지 않는다. ‘Borderless DMZ’라는 부제 하에 비무장지대의 경계, 그 경계를 넘어서는 물리적인 특징과 탈물질적인 정보 등을 모두 이용하고 싶었다. 철거GP에 설치된 양혜규의 작품은 허가를 받아 방탄조끼를 입고 들어가야 작품을 볼 수 있는 특이점 등이 있어 관람객들이 모든 전시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요소를 묶어주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라 생각했다. 흩어진 장소성을 서로 연결하고, 확장하기 위해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 전시를 서로 연결시키려 했다. 이번 Uni마루 전시 공간에 설치되었던 백남준의 <코끼리 수레>는 관점과 주제 면에서 중요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북으로 갈 수 없지만, 정보는 이를 뚫고 북으로, 시베리아로, 유라시아로 갈 수 있다. 또 수레에 담긴 각종 라디오, 축음기, 텔레비전이 전쟁 난민들이 짐을 싣고 떠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코끼리 위에 있는 부처가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던 백남준, 혹은 우리의 모습 같았다.  


Q: 그간 DMZ를 주제로 한 전시가 적지 않았다.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은 여타 전시와 어떤 차별점을 갖는가?

A: 1995년 해외에 나가 내가 분단국가 출신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고, 관련 전시들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DMZ 전시들이 있어 왔기에 나 역시 차별점에 대해 고민했다. 다른 전시들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DMZ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 안에 Uni마루라는 공간이 있어서 이러한 장소성의 특징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었다. 또, DMZ의 평화와 생태적 가치는 국경을 초월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중심적인 세계관을 비판하는 생태와 건축을 기조로 작업하는 마르예티차 포트르치(Marjetica Potrč)에게 신작을 의뢰했고,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이동기 <헤르메스>



Q: 상당히 직관적인 타이틀을 내세우고 어떤 키워드도 덧붙이지 않으셨다. 이 전시가 한국미술에 어떻게 기록되길 기대하나?

A: 비엔날레에서 하나의 전시 제목과 부제로 작품들을 범주화하고 포괄하는 것이 상당히 모순적일 때가 많다. 각 공간의 주제를 특정 언어로 제한하지 않고, 작품을 통해 열린 해석과 스토리를 끌어내고 싶었다. 우리가 몰랐던 접경지대의 이야기, DMZ의 이야기를 작가들이 해주길 바랐다. Uni마루와 도라산역 공사가 같이 진행되어 미완성의 공간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점이 어려웠지만, 공사에 항온항습, 작품 반출입구 크기 등 현실적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Uni마루가 새로운 접촉지대(Contact Zone)가 되길 바란다.  


Q: 대형 행사의 경우, 전문가와 대중의 니즈(needs)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관람자의 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Uni마루는 GPS가 안되므로 통일대교 끝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출입절차를 밟아야 들어갈 수 있다. 관람자들이 신분증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서, 또 장소가 아주 조용하기 때문에 자연의 소리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나는 이 전시장을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코끼리 수레>를 먼저 보고, 이동기의 <헤르메스>와 홍순명의 <Lost>, 이성미, 임흥순, 이부록, 리덕수, 최재은, 남화연, 이소요, 김신욱, 프란시스 알리스, 올라퍼 엘리아슨, 슬기와 민, 이형우 등을 보게 하고 싶었다. 도라산역의 경우 이예승이 디자인한 미디어월에서 그를 비롯 강이연, 금민정의 영상 작업을 보며, 이곳에서 생기와 활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백남준 <코끼리 수레>



Q: 향후 Uni마루는 어떻게 운영되나. 이 공간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A: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운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관전 예술감독으로서 이 공간이 앞으로도 지속성을 지니고 계속되길 바랄 뿐이다. 많은 전시를 하기보다 조금 길게 그리고 준비 기간이 충분히 주어지길 바란다. Uni마루에서 남북, 국제적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서 평화와 생태를 논하는 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간다면 재난과 팬데믹 시대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프닝에서 이우환 작가가 했던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예술이 세상을 직접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매개체”라 생각한다.


Q: 평화, 통일 등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전시가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지 말씀 부탁드린다.

A: 평화와 통일은 여전히 추상적이며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분쟁과 대결의 상징인 DMZ에서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전시를 하는 것, 관람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평화를 향한 길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는 부모님에게 전쟁 관련 기억을 ‘전승’ 받았지만, 이젠 이산가족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임흥순의 <고야>와 홍영인, 정소영의 작품처럼, 우리가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접경지대의 기억들을 공유하고 다음 세대들이 이러한 작품을 많이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시를 뒷받침하는 행정적인 지원이 지속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큐레토리얼 전문성과 행정적 체계가 서로 뒷받침하면서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수평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Uni마루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앞으로 꼭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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