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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7, Dec 2013

공공미술 2.0 : 누가 공공미술을 구원할 것인가

Who's gonna save public art

지난 10월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예술진흥기금이 2016년 고갈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계 수치상의 예상이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기존에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을 여타 국비로 진행해야 한다. 선택적 기금제에 의해 모인 ‘공공미술 진흥기금’ 또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일부. 그렇다면 걱정이 두 배가 되는 건 아닐까. 당초 예상과 달리 적게 누적된 공공미술 진흥기금으로 진행하던 공공미술 시범사업, 교육과 홍보, 아카이브들의 안위가 걱정이다. 관주도의 공공미술이 거의 전부라 볼 수 있는 한국 공공미술은 분명 전에 없던 시련을 겪게 될 수도 있다. 2014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공공미술 시범사업 ‘공공미술 2.0’이 한창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그간 ‘커뮤니티아트’, ‘소외지역 및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자원 개발’ 등으로 설명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정치적 정당성을 표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기존 공공미술을 특정하던 목적에서 한 발 벗어나, ‘2.0’이 말하듯 발전적 성향을 띄어야 할까.
● 기획·진행 안대웅 기자 ● 글 이정헌 객원기자

Andreas Siekmann 'Trickle down Der offentliche Raum im Zeitalter seiner Privatisierung' Skulptur Projekte Munster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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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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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무거운 문예위와 공공미술 2.0


건축물미술작품제도 선택적 기금제에 따라 누적된 공공미술 진흥기금(문화예술진흥기금). 쉽게 말하자면, 건축주가 건물을 세울 때 의무적으로 작품 설치에 써야할 돈을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으로 납부해 이 돈을 운용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진행하는 공공미술 시범사업 등에 쓰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첫 번째로 진행된 ‘도시공원 예술로’에 이어 2014년 말까지 ‘공공미술 2.0’이 선보일 예정이다. 문예기금이 고갈될 거란 불안과 함께 지난달 지적했듯 공공미술 진흥기금이 예상과 달리 턱없이 적게 모였다. 체계적인 한국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계획을 수립한다는 애초 목표와 기대도 불과 3년 만에 점차 수그러드는 시점에서 내년 시범사업은 꽤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예진흥기금의 집행되는 추세대로 라면, 이르면 2015년이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기금이 사라지므로, 애초 선택적 기금제가 설정했던 긍정적 기대효과를 일찍 나타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공공미술 2.0 사업은, 광역, 기초 자치단체, 광역 기초문화재단, 광역 기초자치단체 소속 미술관을 대상으로 기존 공공미술 작품 활용, 활성화 프로그램(투어,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등)과 지역공동체 중심의 커뮤니티아트 프로그램을 펼친다. 사업 방향성은 “기존 공공미술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공미술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설치 위주의 공공미술 사업을 다변화하고자”한다. 말 그대로 기존 중앙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보여주기 식’, ‘흔적 남기기 식’ 사업을 벌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심의에 지원한 22개처가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후 2차 심의위원에는 유석연(위원장,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광준(바람부는연구소 대표), 이재준(새동네연구소 대표), 박아창식(대안공간 문화살롱 공, 그룹스폰치 대표), 홍보라(갤러리팩토리 대표) 등 5명이 선임됐는데, 6월부터 7월까지 2차 심의를 거쳐 1차 심의에서 선정된 9개 사업 중 4개 지원 사업을 조건부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사업은,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 성장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시 도봉구 ‘텃밭 인 컬처 : 문화적 현상으로의 텃밭 가꾸기’, 안양문화예술재단 ‘진화하는 공공미술 : 지식의 공유와 경험의 확장’, 인천시 연수구 ‘즐거운 나의집 ArtPartment’까지 총 4곳이다. 이들은 2회에 걸친 공개 워크숍을 통해 보완절충 되었다. 심의위원단은 “공공미술 2.0 사업의 취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할 필요성과 기획의 내용적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위원회 만장일치로 결정”했으며, “전반적으로 대상지역 현황 및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개념을 도출하고 현실성을 부여, 작품 및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완성도가 요구되었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Tomas Saraceno <poetic cosmos of the breath> 
photo by nicholas tse; courtesy of 
M+,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authority



‘양립 성장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굳이 따지자면 ‘커뮤니티아트’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기존 사업 및 대상지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새로운 개념의 실현가능성을 기대하도록 했다”는 게 심의평이다. 광주시 남구에 위치한 양림동은 거주지역으로 일제시대 때 선교사들과 여학교, 병원 등이 개설되며 “서양촌”이라 불린 곳으로, 선교기념비, 선교사묘원 등 기독교 선교 문화와 지방민속문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이른바 ‘마을조성사업’ 차원에서 이 동네의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9년부터 30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꾸준히 힘쓰는 중이다. 근대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전 양림동은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했던 곳이기에, 이 두 가치가 상생하며 낳은 문화와 건축물 등이 상징처럼 남아 있다. 무려 “전국 최고 향토자원”로 지정됐을 정도로 많다. ‘사업지’가 갖는 지정학적 특성보다 조금이라도 독특한 역사와 거기서 파생된 대상들이 기획자나 작가에게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 되는 건 사실. 여기에 ‘커뮤니티’라는 말을 붙이면 더할 나위 없다.

커뮤니티센터를 짓고 ‘업 사이클 사업’과 같은 주민과 외부인 모두에게 포용적이며 개방적인 마을환경을 만드는 사업이 ‘성장’이 가능한 곳인지는 궁금하다. 이미 이 프로젝트의 대상지인 사직공원 인근은 미디어아트 및 각종 ‘아트’로 덮여 있는 데다 공사가 끊이지 않아 자연환경이 훼손됐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고, 어비슨 기념관, 오기원 기념관, 이장우 가옥, 선교사 묘역은 올레길처럼 변해 있으며, 리모델링 공모, 도시민박 정도가 인기다. 이런 마당에 ‘우리마을 바로알기’ 정도의 평범한 프로그램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유교와 서양문물이 만나 상쇄된 지역이 만든 지역 문화에, 다시 ‘관광산업’으로 상쇄된 커뮤니티(지역공동체) 문화 돌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국비와 지방비, 기업 투자금 등이 들어가 이미 307억원이라는 예산을 가지고 진행된 이 사업지에 다시금 1억원의 문예기금이 들어가야 하는 데 대한 당위성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Florentijn Hofman <Rubber Duck> 2007



서울시 도봉구의 ‘텃밭 인 컬쳐 : 문화적 현상으로의 텃밭 가꾸기’는 작품 설치와 워크숍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다. “자원 순환 및 이웃과의 관계 등 시의적절한 주제에 예술이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은 이 프로젝트는, ‘배추 잎 제작’ 작업을 해온 한석현 작가와 인테리어나 피켓 퍼포먼스를 해온 유병서가 제안했다. 서울에 도시텃밭 가꾸기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가장 넓은 부지를 지닌 도봉구 일대 텃밭은 주말이면 사람 반 흙 반이다. 이에 텃밭을 중심으로 장터나 작물 재배 정보를 나누는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먼저 기존의 텃밭 또는 생태 프로젝트와의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자연스레 탄생한 공동체에 설치 혹은 페인팅과 같은 예술행위가 끼어들었을 때, 그것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유병서와 한석현의 경우, 2007년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육교를 통째로 핑크색으로 칠한 바 있다. 당시 그 행위는, 지역민이나 서울시, 혹은 동대문구의 요청에 따른 게 아니라 전적으로 그들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다.

교통사고 등의 위험을 감수하며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이목은 끌었으되 범법행위에 가깝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원상복구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와 결과물을 공공미술이라 주장했지만, 공공공간에서 거리시설물(혹은 공공건축물)을 매개했다 하여 공공미술이 되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이들은 당시 육교 인근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역주민으로서 그 육교의 심미적 변화를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민주적’ 과정이 결여됐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한편, 그렇기에, 가장 관심이 가는 사업이다. 기존 ‘밭아트’는 다른 차별성을 ‘무식하게’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앞선다. 또 한편으론 공공장소,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1년 남짓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혹시나 불과 3일 사이에 원상복구 된 육교처럼 요구가 터무니없는 욕망으로만 비춰지진 않을지 걱정스럽다.



Jim Dine <Pinocchio> in Boras/Sweden  



안양예술공원 인근에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말고 또 다른 공공미술이 또 한 차례 선보인다. ‘진화하는 공공미술 : 지식의 공유와 경험의 확장’은 워크숍 위주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견고한 프로그램을 짰다는 평을 들었다. 이 사업은 공공미술 2.0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진행형의 공공미술”로 진화를 예측가능하게 한다. 시의회로부터 예산 소모성 프로젝트라는 핀잔을 들어가며 예산전액삭감 문제를 일으킨 바 있던 APAP. 공공미술 2.0사업은, 문예기금과 지방비 매칭으로 이루어지는데, 지방비가 전체 사업예산의 50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 사업별로 1억원씩 들어가니, 적어도 5,000만원이 투입돼야 한다. 안양시는 2013년에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지개 다리 사업’과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등 문화예술분야 총 9개 프로젝트에서 국비 4억9,580만원을 지원 받는다. 국비사업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는 안양시민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까. ‘마을조성’에만 307억원을 들이는 광주시와 달리 좀 더 다채로운 공공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의 탄생을 바라보자. 또한 안양을 대표하는 APAP나 스톤앤워터가 보여줬던 공공미술과 어떻게 상응할지도 기대된다.

‘즐거운 나의 집 ArtPartment’는, CCS525(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 525), 인천대 조형예술대학, 사진작가 유광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인천시 연수구 ‘문화의 집’ 일대에서 환경조형물, 벽화 등의 작업에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연수구는 잘 알려진 대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으며, 이밖에도 원룸 형태의 주거가구 밀집도가 상당히 높다. 이러한  지역특성에 맞춰 주민참여프로그램 및 공공기관에 설치될 작품을 지역정체성에 걸맞게 기획했다. 눈길을 끄는 건, 연수구청의 사업담당자가 기획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근래 연수구는 청학동 벽화사업, 동춘역 지하차도 벽화사업 등을 진행하며 지역 ‘가꾸기’에 힘쓰고 있다. 이번 사업의 거점인 ‘문화의 집’ 경우는, 연수구가 인천시로부터 3년간 임대해 사용 중인데, 일시적 공간에 내부 수리와 미술관 조성 등에 18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 받기도 했다. 기획자가 사업담당 공무원인 만큼 긍정적인 부분 못지않게 ‘한시적’, ‘일시적’ 프로젝트로 그칠 우려도 있는 편이다.




Dominique Gonzalez-Foerster 
<Roman de Munster (Munster Roman)> 
Skulptur Projekte Munster 07  




누가 공공미술을 구원할 것인가

‘누가 공공미술을 구원할 것인가.’ 이 질문은 ‘누가 공공미술을 주도하는가’로 바꿔볼 수 있다. 지난달에도 이 질문을 한 바 있고, 그 이전에 빈번했다. 정답을 정하자면, 국가나 작가가 아닌 시민(주민)이 되어야 한다. 시민의 시민성 수준이 그 사회의 공공성을 확증한다. 공공미술이나 공공디자인 모두, 확증될 수 있는 시민들의 요구, 공동체 일원들의 합의된 요구가 전제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이 존재조건을 갖추지 않은 공공미술은, 없다. 공공미술은, 순수미술(fine art)의 여러 쟁점들에 반한 예술 장르다. 순수미술은 역사적으로 특정 계급이나 특정인물에 의해 장려되고, 존속되며, 보존되어 왔다. 그런 예술의 특성은 그 자체로 오류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와 어느 사회에서도 예술은 그 시대상을 담아내는 거울과 같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예술을 요구한다. 시민의 자의식은 커지고, 시민 스스로 탈계급적 성향을 지니게 됨으로서, 이제 공공연한 시민주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시대가 열리게 된 즈음 예술에 요구되고 있는 것 역시 새로운 시대상이며, 이에 가장 적확하게 반응한 건 역시 ‘공공미술’이다. 예술의 동기와 발견, 제작과 결과, 문화 향유까지 모두가 공공, 탈계급화 되고 공동체에 참여하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는 ‘요구’가 공공미술에는, 있다.

과정부터 마지막 결과물까지 차근히 살펴볼 일이지만, 국가중앙 ‘기관’에서 광역 지자체 ‘기관’으로 내려간 ‘공공의 미술’에 어떤 발전상이 보일지 의문이다. 해당 사업지 주민들의 합의된 요구가 곧 기관의 요구일 수는 없을 테다. 공공미술은 동기와 촉발, 대응, 해결, 결과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서부터 시민과 작가, 행정가가 수시로 그 주체의 위치를 바꾸어 나누어가진다. 기관원들의 의견이 해당 사업지의 요구를 들고 나왔는지, 그랬다면 기획자와 작가가 이를 공감했는지 살펴보자. 공공미술 2.0 사업이 남은 것을 지키려다 ‘잃을 것을 마련’하는 꼴이 되지 않길, 그래서 (생뚱맞지만) ‘3.0’까지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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