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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5, Oct 2013

린 폭스
Llyn Foulkes

이상한 나라의 린 폭스

“음악은 내 기쁨이고, 그림은 내 공포다”-린 폭스. 1934년 워싱턴에서 태어난 린 폭스는 이제 팔순을 앞두고 있다. 다섯 살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사랑받기 위해 스타가 되길 원했던 폭스는 1959년 LA의 페러스(Ferus)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해 작가로 데뷔했다. 1961년 같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지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윌렘 드 쿠닝의 영향을 받은 추상 표현주의 회화로 작업의 포문을 열었다. 1959년 뉴뮤지엄 전시에 작품 [메릿 파크웨이(Merritt Parkway)]를 소개하고 1962년 파사데나(Pasadena)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질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폭스는 1967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이름을 올리며 뉴욕진출에 성공했다.
● 이나연 미국통신원 ● 사진 Kent Fine Art LLC, Hammer Museum 제공

'The Rape of the Angels' 1991 Mixed mediums 152.4×26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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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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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고, 1973년부터는 ‘고무밴드(The Rubber Band)’라는 그룹을 결성해 현재까지 음악가로서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 폭스. 각종악기를 결합한 괴상한 악기를 연주하던 그는 1979년부터 완결된 버전으로 ‘기계’라고 이름붙인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작업 활동은 왕성해서 1977년엔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받았고, 1978년에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20여 년 간의 작업세계를 정리하는 형식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1992년 <헬터 스켈터: 90년대 LA예술(Helter Skelter: L.A. Art in the 1990s)>전에 참여했다. 이제는 상업화랑인 하우저앤워스(Hauser&Wirth)의 동업자가 된 전 LA현대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폴 지멜(Paul Schimmel)이 기획했던 이 전시에는 마이크 켈리, 폴 매카시, 크리스 버든, 찰스 레이 등 16명의 작가들이 다소 파격적인 이미지들을 선보였다. 폭스의 첫 번째 회고전은 1995년 라구나(Laguna)미술관에서 시작됐고, 이 전시는 신시내티, 오클랜드, 팜 스프링 등을 순회했다. 2011년 드디어 베니스비엔날레 진입에 성공한 폭스는 2012년 카셀 도큐멘타 13에까지 진출했다.

지난 6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뉴욕 뉴뮤지엄에서 개최된 린 폭스의 회고전은 학장시절의 만화작품까지 커버하면서 60년 세월을 정리했다. 그런데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작업에 바치며 건실하게 경력을 쌓아온 린 폭스라는 작가의 이름은 사실 친숙하지 않다. 그런 까닭에 글 초반, 그에 대해 소개가 길었다. 폭스의 작품들은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에서도 딱히 고가에 거래된 것도 아니고, 큰 이슈를 만들며 주목받은 적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뉴욕 회고전을 계기로 전세는 역전될 것 같다. LA 해머미술관의 알리 수보트닉(Ali Subotnick)이 기획해 작년 겨울 처음 선보였던 이 회고전은, 널찍한 LA공간과 달리 뉴뮤지엄으로 옮겨져 오면서 좁은 공간에 압축적으로 작품들을 우겨넣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수많은 미술관계자와 컬렉터에게 작품이 노출되는 뉴욕의 특수를 만끽했다. 100여점이 훌쩍 넘는 작품들이 빽빽하게 전시되며 폭스의 작업 변천사를 시대별로 충실히 따른 전시는 뜻밖의 변주를 완성한 것이다.
   


<Deliverance> 2007 Oil acrylic, luan, carpet, 
clothing, cotton, water putty, wood, glass eyes, 
hair, and photograph on wood frame panel 
186×244×6cm Private collection 
Photo by Randel Urbauer



<난 어디로 잘못 갔던 거지?(Where Did I Go Wrong?)>(1991)은 페인팅과 콜라주 형식이 결합된 작품으로 폭스 작업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헤드라인이 선명이 찍힌 신문을 든 슈퍼맨(Clark Kent)이 말주머니에 “Where Did I Go Wrong?”라는 문장이 들어있다. 작가 자신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몇 년 전에 태어나, 군에 징집되기도 했던 터라 전쟁에 대한 공포는 피부로 와 닿는 생생한 기억이다. 1950년 후반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으로 근무하며 유럽의 귀한 문화유산들이 삽시간에 파괴되는 현장을 봤다. 전쟁의 기억은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에 큰 주제가 된다. 타르 찌꺼기, 태운 신문지, 그을린 나무, 죽은 동물, 낡고 상한 오브제들이 주요한 표현재료다. 이 재료들은 작가의 생활과도 밀접하다.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그의 괴벽 중 하나는 이상한 것들-동물 뼈, 엽서, 해골, 사적인 사진들, 십자가, 장난감 총, 새집, 버려진 회화 등-을 주워 모아 집안에 나열해 놓는 것. 그리고 새 집으로 이사 갈 때마다 거의 똑같은 배열로 그 잡동사니들을 복원시킨다는 것.  

이후에 작가가 천착한 주제는 여행자용 기념엽서에서 영감을 얻은 바위가 가득한 서부 풍경이었다. 사람의 살이나 낡은 데님과 유사한 정교한 질감을 내며 독특한 입체감이 있는 회화를 제작했는데, 특히 바위의 질감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바위를 표현하고 싶었으니 바위가 들어있는 풍경을 그릴 수 밖에. 게다가 작가는 바위의 표면에서 인간의 피부를 연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위 시리즈는 꽤 큰 성공을 거뒀지만, 작업이 정형화 되는 것을 원치 않던 작가는 홀연히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피가 흐르는 머리에 얼굴을 가리는 콜라주 방식을 결합한 작품들이 70년대 초반에 주를 이룬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현재까지도 하고 있는 작업이다. <3루수는 누구지?(Who’s on Third?)>(1971-73)가 최초로 제작된 피 흐르는 머리 형상이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미국엔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따라서 베트남 전쟁에 반하는 작가 나름의 시위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리즈들은 이제 작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Portrait in a Flat> 1977 Mixed mediums 
147.3×82.6cm Private Collection 
Photo by Randel Urbauer



한 작가의 작업이 너무 다채롭다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업기간이 길다는 것과 스스로 안주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 등을 인정하며 변화양상을 좇는다면 대략 이렇다. 폭스의 작품엔 미키마우스가 자주 등장한다. 70년대 후반에 당시 디즈니 스튜디오의 수석 애니메이터로 있던 장인으로부터 1934년부터 내려져 온 미키마우스 클럽 핸드북을 받은 그는 그 교조적인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 이를 표현해 경각심을 일으킬 필요를 느낀 작가는 말 잘 듣고 예의바른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지침서에 복종케 만드는, 음모(?)에 반하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할리우드산(Made in Hollywood)>(1983)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난 예술이 특별한 건 줄 알았어(미키와 나)>(1995)는 노골적으로 표현돼 다소 섬뜩하다. 미키마우스가 작가의 뇌 속에 들어가 귀에 뭔가를 속닥인다. 디즈니같은 대형회사가 캐릭터의 입을 빌어 시민들을 세뇌시킨다는 내용이 직접화법으로 표현됐다.

독특한 입체감과 질감 때문에 실제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게 폭스 작품의 특징이지만, 그 중에서도 꼭 실제로 봐야할 작품은 가로 312, 세로 213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 <팝(Pop)>(1985-90)이다. 그림에서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입체감을 강조한 타블로 시리즈를 제작하기 위한 전초전 같은 작품으로 아직은 평면에 가까운 화면이지만 깊이감과 질감에 대한 연구를 면밀히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로 지은 아늑해 보이는 집 안에 중년이 된 작가의 초상은 수퍼맨의 옷을 셔츠 속에 숨긴 채 소파에 앉아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다. 아마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사건현장을 보고, 당장 셔츠를 찢어버린 뒤에 출동하려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초영웅의 존재를 모르는 아이 한 명은 아버지에게 놀아 달라 재촉하는 듯 팔꿈치를 지긋이 잡고 있고, 좀 더 큰 아들은 헤드폰을 끼고 악보를 보며 음악을 듣는 중이다. 이 아들이 듣고 있는 음악이 다시 관객의 귀에 들리는 사운드트랙일 텐데, 노래는 폭스가 직접 부르고 아들들이 코러스를 넣은 <한 때 거기엔 쥐가 있었네(Once upon a time there was a mouse)>다. 이 작품이 다시 <헬터 스켈터>전에 소개된 바 있는 작품이고 이 전시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으니, 이래저래 작가에게 가장 효자노릇을 한 건 그림 속 아들들이 아니라 이 그림 자체인 셈.



<The Corporate Kiss> 2001 Oil acrylic and 
mixed mediums 80×66.7×5.1cm 
The San Jose Museum of Art Gift of the 
Lipman Family Foundation in honor of 
the San Jose Museum of Art’s 35th Anniversary
(2003.03)


<Dali and Me> 2006 Mixed mediums
 83.8×66cm Hammer Museum Los Angeles 
Purchase Photo by Randel Urbauer



하이라이트는 하나 더 있다. <잃어버린 국경(The Lost Frontier)>(1997-2005)이란 작품인데, 조감도로 울퉁불퉁한 돌산을 표현하고, 멀리로는 희미하게 고속도로와 대도시를 그려놓았다. 미키 마우스가 가정부 복장을 하고 총을 들어 보초를 서고, 돌 중턱에 미라가 된 동물이 배를 드러내고 말라 비틀어 죽어있다. 텔레비젼 등의 산업 쓰레기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한 남자가 뒤 돌아서서 이 모습을 관망한다. 남자의 왼편엔 한 흑인 남자가 빈 바스켓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이것저것이 섞인 풍경은 다름 아닌 현대의 지옥도다.



<Portraits of Llyn Foulkes playing 
his Machine at the Hammer Museum Feb. 26 2013> 
Photo by Todd Cheney



작가 린 폭스는 1934년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어릴때부터 만화를 그리다 1959년 LA의 페러스(Ferus)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해 작가로 데뷔한 그는 1961년 같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59년 뉴뮤지엄 전시에 작품 <메릿 파크웨이(Merritt Parkway)>를 소개하고 1962년 파사데나(Pasadena)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그는 1967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이름을 올리며 뉴욕진출에 성공했다. 1977년 구겐하임 팰로우십 작가로 선정되고, 1978년에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20여 년 간의 작업세계를 정리하는 개인전을 연 작가는 1992년 <헬터 스켈터: 90년대 LA예술(Helter Skelter: L.A. Art in the 1990s)>전에 참여했다. 폭스의 첫 번째 회고전은 1995년 라구나(Laguna)미술관에서 시작됐고, 이 전시는 신시내티, 오클랜드, 팜 스프링 등을 순회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2012년 카셀 도큐멘타 13에 진출한 폭스는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뉴욕 뉴뮤지엄에서 회고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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