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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4, Sep 2013

김신욱
Kim Shin Wook

PUBLIC ART NEW HERO 2013
시선의 해부학

현재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신욱은, 2013년 한 해에만 ‘브리티쉬 인스티튜션 어워드(British Institution Awards)’ 수상을 비롯해 여러 미술상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장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6년 졸업 이후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8년 동안, 무려 세 번의 단계를 거쳐 진화한 이른바 ‘카멜레온류’ 작가다. 이것은 어쩌면 그의 긴 ‘가방끈’과 관련이 있다. 한국 사진계에서 신성으로 주목을 받다 돌연 영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골드스미스에서 순수미술(art practice)로 전공을 바꾸더니, 다시 왕립 미술원 사진과 석사과정에 진학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용적, 형식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자기의 변증법이랄까, 에고 트립(ego trip)이랄까. 김신욱의 ‘카멜레온성’은 변화의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를 강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잃을 것 많지 않은) 신진작가의 특권이자 미덕이니까.
● 안대웅 기자 ● 사진 서지연

'Lyndhurst' 2012 Digital C print 105×1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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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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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신욱 작업의 형식적 변화상과 함께 그곳에서 흔들리고 있는 작가의 ‘시각 체제’을 추적한다. 먼저 시간 순으로 작업의 형식 변화를 살펴보면 이렇다. 김신욱을 맨 처음 세상에 알린 작업은 바로 ‘한국의 민물고기’(2005-) 시리즈. 이 작업은 민물고기의 관상학적 유형을 총 40여 점의 대형 사진으로 완성한 것이다. 계원예대 시절, 지도교수였던 오형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듯해 보이는 이 작품은, ‘민물고기 덕후’라는 기이한 취미를 유형학 사진의 방법론으로 전유한 것으로 보인다. ‘민물고기’ 시리즈는 이후 2007년 어떤 심경의 변화를 거쳤는지, ‘어해도’ 시리즈로 한 차례 새로운 옷을 입게 된다.(이 시리즈는 2007년 샘플 프린트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2012년 목스페이스 개인전을 통해 알려진다.) ‘어해도’ 시리즈는 어항 속의 물고기를 촬영한 후, 제목 그대로 ‘어해도(물고기와 게가 있는 그림)’의 형식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차용을 통해 편집 구성한 작품이다. 유형학적 즉물주의에서 오히려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으로 이행한 것을 봤을 때 매체 실험을 감행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민물고기 시리즈의 종착역은 <Fishing>(2010)인데, 민물고기를 잡았다가 놓아주는 과정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영상 작품이다.



<New Forest> 2012 
archival pigment print 110×170cm



김신욱은 (의사)유형학적 사진-포스트모더니즘 사진-비디오의 전개과정을 거쳐 민물고기 시리즈를 일단락 짓는다. 그다음 시리즈인 ‘야경(Night watch)’(2010)는 유럽의 국경 지역을 다니며 그곳의 밤풍경을 기록한 사진으로, 골드스미스 시절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관심 있고 자신도 있었던 분야인 민물고기를 버리고 경계라는 장소로 관심이 옮아간 데는 아무래도 유학 시절의 새로운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빛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조명과 장노출에 의지해 국경 지역 숲의 광경을 묘사하는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인 작업 ‘운반자(The Massenger)’(2013-)로 발전한다. <운반자>는 집 앞의 풀을 다른 나라의 국경에 옮겨 심는 것을 시작으로 각기 다른 국경의 풀을 옮겨 심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영상 작품과, 작가가 운전기사로서 분해 손님을 공항에서 픽업해 집으로 실어다 주는 실황을 도큐먼트한 영상 시리즈가 있다.

그의 작업은 민물고기, 야경, 운반자, 이렇게 적어도 세 번의 변화로 분류되며 이것이 바로 김신욱을 ‘카멜레온’에 비유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충동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시 ‘사진가의 눈’을 중심으로 작업을 살펴볼 그 과정은 마틴 제이의 논문 「모더니티의 시각 체제들」에 상당히 빚지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다음은 작가 스테이트먼트. “세 살이 되던 해 저는 기관지 절제 수술을 받게 되었고 (중략) 저희 부모님은 제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큰 금붕어 어항과 가습기를 설치하셨습니다. (중략) 저는 본능적으로 물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중략) 물고기를 잡곤 했었습니다.  항상 물속에 사는 물고기를 직접 보고 싶었고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사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이 경험과 과정이 쌓이면서 저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민물고기의 습성과 생활환경을 채집, 분류,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Grass messenger> 2013 HD비디오 6분



드러나 있다시피, 민물고기 시리즈에서 “채집, 분류, 기록”은 그의 중요한 방법론이며,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시리즈를 정통파 유형학적 사진으로 보이게 하는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나는 앞선 나의 말을 번복해보려고 한다. 그의 사진은 유형학적 사진이 될 수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형학이 최종 목표로 하는 어떤 ‘지식 체계의 구축’, 그것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양(quantity)적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로 중단됐기 때문에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이런 곤란 속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내가 생각했을 때 물고기에 대한 장식적 요소, 혹은 ‘감각적 수사’(이영준)다. 과장된 라이팅 탓에 물고기의 형태와 질감이 필요 이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표현된 색상 또한 자연의 색보다는 과장된 인공적 색, 다시 말해서 조작된 색이다. 그러니까 사물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데 있어,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경험주의적 개입을 통해 ‘내가 본 리얼리티’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유형학적 방법론 속의 장식적 이미지는 마치 마틴 제이가 언급한 바 있는 모더니티 안의 다원적 시각체제, 즉, 데카르트 원근법주의와, 북유럽 미술의 경험주의적 ‘묘사성’이 한 작업 속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은 두 시각 중 우위보다는, 작품에서 시선이 다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각의 다원성은 ‘어해도’시리즈에서 회화와 사진의 분열증적 공존으로 한층 증폭되더니, <fishing>에서는 (작가 스스로가 출연하기까지 하며) 괴이한 수행적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The messenger> 2013 HD비디오 3분10초



이런 시각적 다원성은 다음 시리즈 ‘야경(Night Watch)’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작품에 비해 제목은 ‘Rhinefield Ornamental Dr’, ‘Lyndhurst’ 등 각기 다른 지명 이름을 지시하고 있으며, 모두 국경의 숲을 찍은 것이다. 큰 틀에서 방법론을 봤을 때 대상의 유형화, 즉 데카르트적 충동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의 현실 초과적 이미지는 제이가 설명하는 또 다른 시각성, ‘바로크적 시각의 광기’를 떠올리게 한다. 제이는 바로크 회화에서 나타나는 과잉적 이미지를 두고 “재현 불가능한 것의 재현이며,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멜랑콜리하며, 그런 점에서 숭고에 가깝다”고 하며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와 다른 시각성으로서의 '시각의 광기'를 설명한다. 빛을 비춘 곳에서 드러나는 대상이, 전체를 감춘 부분일 뿐이며 오히려 그것이 압도적인 어떤 것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바로크적 충동을 느낄 수 있다.




 왼쪽 <복어> 2012 옻지에 인화
오른쪽 <두 메기> 2012 옻지에 인화 50×88cm



그러니까 김신욱의 작업은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와 그것의 극복’이란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이는 최초의 지도 교수였던 오형근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필연적인 과정일지 모른다. 김신욱은 이런 복잡한 시각성 속에서 모종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리고 그는 그 단초를 찾은 듯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운반자>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 작업에 출연하며, 무언가를 수행(perform)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시선의 복잡한 교차는 작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저자성’을 없애고 있으며, 한편으로 드러나는 신체성은 한때 그가 천착했던 ‘시각 패권주의’를 극복해내고 있다. <운반자> 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다. 어떻게 완성이 될지 자못 기대된다.  



김신욱



2013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김신욱은 계원예술대학교와 골드스미스를 거쳐 현재 영국왕립예술원에서 사진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2012년 목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그 외 <RA Summer Exhibition>(2013), <7th International Arte Laguna Prize Finalists Exhibition>(2013), <70 ARTISTS 7 DAYS>(2012), <Undergraduate exhibition>(2012), <ACROSS THE BORDER>(2006)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Award of Merit(2012), 14회 사진비평상(2013), The British Institution Awards(2013)을 수상했고, 그 외 'NordArt2013 Finalist' 등 다수의 예술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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