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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3, Aug 2013

제라드 랑시낭
Gerard Rancinan

제라드 랑시낭이 설계한 Unique Generation

20세기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라드 랑시낭의 가상 세계는 시험관에서 수정한 생명체처럼 번식해, 관념을 잠식한다. 그가 완성한 세계에서의 재난은 게임처럼 느껴지고, 섹스와 애무는 가학적 행위와 같다. 세트와 인물, 모든 것이 진짜인 배경을 대입시키며 이 인공의 환경을 독특한 시대적 환상으로 변형시키는 제라드 랑시낭. 2008년, 파리 드라우트(Drouot) 옥션에서 약 7만 유로(약 1억원)에 낙찰된 작품 [환상의 뗏목(The Raft of illusions)]은 그의 이념을 대변하는데,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e Gericault)의 [메두사의 뗏목(Raft of the Medusa)]을 차용한 작품에 작가는 과거와 미래를 나란히 배치하고, 인간성을 초월해 점차 물질에 가까워지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는 19세기 선박 침몰 사건을 극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한 회화에 현대사회의 여러 아이콘을 대체시켰다. 뗏목의 돛은 화려한 실크스카프로 만들어졌고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옷엔 명품로고가 선명하다. ‘Hollywood’라는 글자를 향해 구조의 손을 흔드는 이들. 이 극적인 상황에서는 어떤 과격하고 에로틱한 상상도 일어날 법하다. 그가 연출한 화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남성과 여성, 다양한 인종의 차이점은 사라지고 이데올로기, 역사, 도덕의 종말만이 서서히 드러난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오페라갤러리 제공

'Batman Family(Boys)' Argentic print mounted on plexiglass in black wood chassis exposed 6cm 70 3/4×104 inch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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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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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사진가 제라드 랑시낭은 공상과학이나 게임 그리고 비디오 같은 가공된 장면을 세련되게 완성한다. 실제로 그린 그림과 소품들로 영역을 확장하고 가설에 대한 질문을 과장되게 드러내면서 전쟁과 아름다움을 읊고 폭력을 탐구하는 그는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지역에서 태어났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그의 나이 18세 때 아버지는 자신이 일하던 신문사의 암실보조로 취직시켰고, 3년 만에 그는 사진기자가 됐다. 지역신문 「쉬드-우에스트(Sud-Ouest)」에서 훈련받은 이후 사진 에이전시 시그마(Sygma)에 소속된 랑시낭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정치, 스포츠, 패션계 현장의 다양한 이슈를 카메라에 담았다. 탁월한 심미안과 순발력을 인정받아 월드프레스포토(WPP) 등 다양한 보도 사진상을 거머쥐며 사진기자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1980년대 후반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The Maids of Honor(Las Meninas)> 
Argentic print mounted on plexiglass in black wood 
chassis exposed 6cm 180×234cm 2009  



그가 프리랜서로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는 <왕국 없는 왕들(Kings with no kingdoms)>로 일선에서 물러난 정치인들을 촬영한 초상사진이었다. 이후 각광받는 예술가 발튀스와 로만 오팔카를 비롯해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영화배우 모니카 벨루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등 예술, 패션, 미디어, 정치, 종교 등의 아이콘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특정한 체형, 이를테면 왜소증이나 고도비만의 인물들 또한 모델로 삼았다. 눈에 보이는 모습 이외에 저마다 지닌 다양한 내러티브에 집중한 그의 사진은 세계적인 매체의 러브콜을 받으며 여러 지면과 표지를 장식했다. 서서히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게 된 그의 작업은 옥션으로 영역을 넓혀나갔고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는 공포인 동시에 욕구의 만족인 폭력을 다루는데, 영화와 미술, 그리고 TV 등 다양한 매체에서 무력의 속성을 감추고 교묘한 형태로 위장돼 나타나는 폭력을 컬트적 화법으로 구사하는 것에 탁월하다. 2012년 그는, 7년 여 간의 제작기간을 들여 세 개의 시리즈로 구성된 ‘현대인 3부작’(Trilogy of the Moderns)을 완성했다. 그의 예술행보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 되는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유명한 회화작품을 차용해 사회가 갖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풍자적이고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변형(Metamorphoses)’과 문화와 역사, 종교와 같은 인간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를 자신만의 시각적 해석으로 표현한 ‘가설(Hypothesis)’ 그리고 베트맨, 미키마우스 등 유명 캐릭터 가면을 쓴 인물들로 연출한 ‘아름다운 세상(Wonderful World)’로 구성된다.



<Family Watching TV> 
Argentic print mounted on plexiglass 
in black wood chassis exposed 6cm 
180×240cm 2011



그 중 <Our soldiers save our values>를 보자. ‘아름다운 세상’ 시리즈 중 하나인 작품엔 미키마우스 가면을 쓴 군인들이 등장한다. 완전무장한 그들은 말 그대로 ‘우리의 가치’를 구하고자 진격 중인데, 그들의 발밑엔 다종다양한 물질들이 쌓여 있다. 햄버거 패키지, 찌그러진 콜라 캔, 하드가 유실된 Mac 본체 등 그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는 것이란 그야말로 현대인이 쫓는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시리즈 <Family Watching TV>도 마찬가지다. 미키마우스 마스크를 쓰고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인물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몸집의 소유자들이다. 얼굴을 가린 그들은 보장받은 익명을 십분 이용하려는 듯, 햄버거와 생크림을 움켜쥐고 있다. 심지어 아이를 품은 여인은 빨간 라벨이 돋보이는 콜라를 젖병 대신 들고 있다. 그들의 뒤편엔 그들을 체벌하려는 듯 뒷짐 쥔 군인이 액자에 갇혀있고, 돼지 삼형제 두상은 그들을 힐난하듯 웃고 있다.        



<The Raft of Illusions(Radeau des Illusions)> 
Argentic print mounted on plexiglass 
in black wood chassis exposed 7cm 
160×235cm 2008



공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의 주제는 의상, 무대, 소품 그리고 화면의 분위기를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등장인물에 정치적인 컨텍스트를 명확하게 묘사함으로써 스토리를 탄탄하게 다진다. 이런 일련의 장면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상황을 해석하고 각 인물들의 관계를 설정하게 만드는데, 작가는 마치 자신이 꿈꾸는 절대 해방지구를 작품을 통해 구축하는 듯하다. 미디어와 자본, 신기술 등으로 현실은 점차 발전하지만 제라드 랑시낭은 우리가 발담은 세상이란 <Our soldiers save our values>나 <Family Watching TV>처럼 연출되고 자극적인,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피력한다. 그의 작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카타르시스를 실감케 한다. 그것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문명 안에서 선과 악의 차이는 무엇인지, 성공과 실패, 옳고 그른 것의 명확한 구분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날선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Yan Pei Ming in grey, red, white- Triptych variant II> 
Argentic print mounted on plexiglass 
100×300cm 2007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에 열중해 있음을 밝힌 그는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다양한 아이콘들로 채워진 신작들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전시에 이어 현재 슬로바키아의 다뉴브(Danubiana) 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상파울로, 상하이, LA 등 세계 각국의 도시를 순회할 이번 월드투어의 마지막 전시는 서울에 위치한 오페라갤러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라니, 제라드 랑시낭의 세계를 직접 확인해볼 절호의 기회다.  



제라드 랑시낭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시대의 목격자이자 증인’이라 설명하는 제라드 랑시낭은 1953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사진 에이전시 시그마(Sygma)에 소속돼 보도사진가로 실력을 다지던 그는 1980년대 후반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뉴스, 신문, 잡지, 도시, 거리 등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변화에서 영감을 받으며 이것을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일에 몰두해 있다. 2010년 Opera Gallery 제네바에서의 첫 개인전 <Rancinan Origines>를 시작으로 2012년 이탈리아 밀라노 Triennale di Milano Design Museum에서의 <Trilogy of the Moderns>까지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 프랑스 파리 Escape Cardin의 <URBAN JUNGLE>, 2008년 파리 Mezzanine du palais de Tokyo의 <The Potographer>, 2012년 영국 런던 Future Tense Gallery의 <Wonderful World>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세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는 현재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천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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