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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3, Aug 2013

김민선
Kim Min Sun

PUBLIC ART NEW HERO 2013
재료적 혼종, 집념의 기착지

옷핀이나 금속방울로 촘촘히 채워진 프로펠러, 작은 진주알로 표면이 장식된 거대한 단추, 플라스틱 케이블로 감긴 거대한 치약, 조그만 고무흡착기들이 뭉쳐 형성한 운동화 끈…. 직관적으로 설명한 김민선의 작업이다. 일상에서 지극히 사소한 단추, 치약, 운동화 끈 등 사물이 크게 변형돼 우리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표면은 또 다른 일상의 사물들로 채워져 있어 보편적이지 않은, 낯선 질감을 풍긴다. 분명히 형태는 익숙한데, 크기와 질감이 이상한 상황. 관람객들은 익숙함과 낯설음이라는 이중적 구조 안에서 대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그들의 감각을 활성화시킨다.
● 문선아 기자 ● 사진 서지연

'Shoelace' 혼합재료 120×180(H)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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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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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습관처럼 살아간다.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공부 혹은 일을 하다… 다시 잠이 든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사한 나날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 와중에 사건이나 사물들은 사소하면 사소할수록, 우리에게 인식되지 못한 채 잊혀간다. 그것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일상을 인식할 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상이 없을 땐 셔츠의 단추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다가 셔츠의 단추가 풀려 튕겨져 나가면 단추를 달면서 비로소 그 크기와 질감을 확인한다. 김민선은 여기에 착안한다. 그는 일상을 재발견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일상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는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 우리의 익숙한 감각에 딴지를 건다.



Button#3 혼합재료 Ø140cm×30cm 2012  



김민선은 사람들이 무심코 여기는 사물들을 골라 크기를 확대시킨다. 그러고 전혀 다른 사물들로 그 표면을 빼곡히 채워 원래의 질감을 변화시킨다. 공들이는 수작업을 요구하지만 아이디어의 면에서는 명확한 변형을 하는 과정은 사람들의 무뎌진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은 사람들의 ‘전형’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예컨대 단추나 체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적정한 크기와 질감을 기대하고 떠올린다. 아마도 그것이 기능과 쓰임에 맞게 최적화된 크기와 질감일 것인데, 김민선은 간단하게 그 기대치를 뒤엎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익숙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크기와 질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감을 재설정하여 다시 발동시키도록 한다.

마치 떨어진 단추를 달면서 처음으로 그것의 크기와 질감을 느끼듯, 관람객들은 바뀐 일상적 사물의 크기와 질감을 새롭게 인식한다. 동시에, 경험해왔지만 잊어왔던 사물의 본래 크기와 질감에 대해서도 상기할 기회를 갖는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잊고 있던 일상을 재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 일상이 ‘기능을 잃어버린’ 일상이라는 점에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물은 ‘그 자체로서’가 아닌 ‘~로써’ 존재한다. 그 존재 자체의 의미보다 도구로서의 기능이 우선시 되고, 그 기능을 잃어버릴 때는 그 가치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민선은 도구에 최적화된 크기와 질감을 박탈시킴으로써, 사물을 ‘그 자체로서’ 있을 수 있게 한다. 사물들은 더 이상 어떤 이음매가 되어주는 단추, 체인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있으면서 심미적 경험의 대상이 된다.



Chain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3



이 새로운 심미적 경험과 인식은 또 다시 사적(私的)이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사물이나 사건을 인지한다. 따라서 그 공간에서의 경험은 개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타고 다른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특정한 공간, 시간과 결부된 사건이나 사물의 기억이 관람객의 경험을 전시 공간을 넘어선 다른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따라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것은 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기 다른 경험을 체현한다는 이질감이며, 동시에 그 차이로서 자신의 경험을 다시 오롯하게 인지하게 된다. 자신의 사적 경험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일상이 나만이 지금 겪을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을 긍정하게 된다.



Tooth Paste 혼합재료
190×170×140(H)cm 2009



다시 작업방식으로 돌아가 보자. 주지하다시피, 김민선은 작은 소품들을 연이어 붙이는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패턴을 만들고 질감을 표현한다. 이 과정은 반복되는 일상의 형태와 정확히 겹쳐진다. 반복하는 작업 과정은 반복되는 일상의 또 다른 재현의 다름 아니다. 그러나 작가에게 순간순간은 소중한 것이다. 즉, 일상은 사실 무의미하거나 지루한 과정이 아니라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며, 일상을 이루는 어떠한 것도 가치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 의식하지도 못하는 것들 모두가 우리의 삶을 채워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것들이 모여 퇴적되는 삶이야말로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한다.



Propeller#2 혼합재료 Ø37cm 2012 



“세상에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니체의 세례라도 받은 듯, 내내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 한 그는,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한동안 주제는 유지하되, 매체에 다양성을 주며 위트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큰 작업에 호기심을 느끼는 까닭에 작업의 스케일은 유지하고 싶단다. 반복되는 일상 속,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음. 거대함과 다른 질감으로 낯선 조각을 만들어내는 그가 재발견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소중한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이다.  



김민선



2013 퍼블릭아트 선정작가로 뽑힌 김민선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다. 제5회 뉴디스코스(New Discourse) 작가공모 우수상에 선정된 바 있으며, 사이아트 갤러리와 토포하우스 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 밖에 광주신세계갤러리, 포항시립미술관, 스페이스 15번지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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