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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2, Jul 2013

왕루옌
Wang Luyan

Diagramming Allegory

중국현대예술에 있어, 개념예술가 리더 중 한명인 왕루옌의 전시가 2013년 3월 24일부터 6월 23일까지 베이징 파크뷰그린 전시장(ParkviewGreen Exhibition Hall)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일대기상 주요작품뿐 아니라 방대한 신작 (설치, 회화, 드로잉, 조각)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그는 사실 국내에서 2008년 부산비엔날레와 2010년 토탈미술에서 소개되었던 바 있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작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왕루옌은 중국현대미술에서 중요한 흐름을 이끌어 낸 ‘성성화회’의 일원으로, 1979년과 1980년 두 개의 역사적인 전시를 조직했으며, 이후 ‘85미술운동’에서 다수의 예술가들과 함께 선구적인 그룹을 이끌었다. 왕루옌은 ‘85미술운동’ 가운데 문자를 전달 공간의 매개로 삼았던 예술가 그룹의 리더로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중국현대미술에서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촉각예술’과 ‘분석예술’ 개념을 통해 ‘신각도(新刻度)’ 소그룹을 이끌면서 시각예술에 있어서의 일련의 존재론적 연구를 한 작가이다. 그가 이 그룹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문자의 개념적 무의미성을 강조하며, 이성을 인간의 정서로 끌어들여 자유로운 삶의 체험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왕루옌은 일반대중과 융합하는 예술을 멀리하고, 예술 그 자체를 매체로서 연구하며, 광대한 개념과 물질에 대한 이해를 축적하게 되었다.
● 김미령 독립큐레이터, 예술학자 ● 사진 작가 제공

'The Walkers D12-01' Mirror finished Stainless Steel H200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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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 독립큐레이터, 예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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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듯이, 1990년대 초는 중국 예술체제에 결정적 변화가 생긴 시기였다. 문화혁명시기와 달리, 정부의 통제는 미미했고 국제적 예술기구와 외국의 미술시장이 소개된 때였다. 왕루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치적 팝’과 ‘냉소적 사실주의’ 군에 속해있는 작가들과 달리 정식적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다. (초기의 85운동사조를 이끌었던 작가들 중 다수는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이 시기에 그는 “예술시장에 열광”하는 파에 결합 혹은 비판하지 않고, 짱페이리(Zhang Peili), 꾸더씬(Gu Dexin) 등과 함께 오직 자신만의 시각언어를 찾는데 골몰했다. 당시 그는 앞서 언급한 ‘신각도’란 소그룹을 결성하였다. 그들은 기계적이고 정량적인 수리명제연구를 통해 보편적 규칙을 만들어 직접적으로 그 느낌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이를 도표화 했다. 왕루옌은 그가 만들어 놓은 촉각예술의 공간에서는 이해 못할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나 일반인이 획득하는 것은 그저 최대의 자유와 여유이며, 이 무한대의 공간을 통해 예술가와 관중은 자유의 왕국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의 개념을 통해 인류역사에 행해졌던 모순적 상황, 즉 폭력적 권력과 권위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관중과 자신을 해방시키려고 했다.



 <W Symmetry Watch D11-06> 
Acrylic on canvas 300×400cm 2011



이러한 그의 초기 주요활동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이번 전시주제인 ‘Diagramming Allegory’의 의미를 십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시제목을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우의적이며, 함의적인 내용을 도표화 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표와 알레고리? 이 상반된 개념을 한 화폭에서 담아내는 왕루옌의 작품세계는 태생부터가 쌍방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귀납적인 특성을 가진 도표(다이어그램)를 시각언어로 택하고, 인간사에 있어 다양한 정치, 사회, 종교, 문화사 등의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일상의 오브제를 사용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처음 왕루옌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차가운 기계적인 인상을 많이 받을 것이다. 이는 아마도 그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오브제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가 표현의 소재로 삼고 있는 극히 일상적인 오브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모두가 차가운 기계적인 속성이 강한 측량도구나 공구 혹은 무기와 같은 강한 이미지를 가진 오브제이다. 예를 들면 자, 컨퍼스, 나사와 못, 톱니바퀴, 속이 다 드러나 손목시계, 주사기, 총, 탱크 등이다. 사실 이러한 일상 생활의 오브제를 선택하는 것은 전위예술가 들의 특징이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꾸더씬이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고 없어지는 날고기, 과일, 플라스틱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친숙한 소재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인 언어로 생명과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형상과 문제를 탐구하도록 유도하였다면, 왕루옌은 그와는 정 반대의 속성을 가진 쉽게 변하지 않는 논리와 규칙을 가진 즉 금속성이 강하며 쌍방간의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 주변의 도구를 사용하여, 사회의 규칙과 정의, 윤리성에 대한 가치기준에 대하여 생각해볼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Saw and Soft Body-No.3> 
Gouache on sheathing paper 
275×300cm 1993  



구체적으로 그의 작품의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 제1전시장에 설치된 붉은색 띠와 검은 색 띠로 표현된 <표적>과, 그것을 마주하고 있는 총 모양의 거대한 조각 <W Fire at Both Ends Automatic handgun D13-01>에서도 그의 일관된 관심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인간이 총을 쏠 때, 혹은 어떠한 목표점을 향하여 달려갈 때, 우리는 자신 앞의 표적을 향하여 고도의 집중력으로 그 표적을 조준하여 맞추려 한다거나 목표물을 쟁취하려고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고도 경쟁사회에서는 주변의 상황을 돌아볼 짬도 없이 인간을 목표점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여러 가지 자멸적인 사건과 사고를 만나게 된다. 지극히 일반적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사건 사고가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부분을 왕루옌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주고자 한다. 작품 명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왕루옌의 총은 자동적으로 쌍방에게 발사되는 총이다. 즉 발사되는 동시에 발사자 역시 희생자가 되게 되어 있는 장치의 총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정치적 문제발생은 사실 인간의 일방적인 사고방식과 규율에 대한 맹목적인 기준과 잣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작가 왕루옌은 이 ‘쌍방자멸 총’을 통해서 시사점을 던져주고자 한 것이다. 그 외의 그의 작품에서 자주 출현하고 있는 오브제인 시계 일명 중동시계, 글로벌시계, 6자회담 시계, 911 시계는 톱니바퀴처럼 엮여서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민감한 국제 정세를 표현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모두 손목시계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정세나 사건들은 어느 나라의 관점으로 혹은 어느 개개인들의 관점과 기준에 의해서 사건, 혹은 현상태의 판세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작가 왕루옌이 손목시계를 사용한 것은 아마도 필연적이었을 것이었을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혼자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즉 앞 바퀴와 뒷 바퀴의 상호보조와 도움으로 이 시간과 역사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W Triangle 10mm/cm & 12mm/cm>
 Steel stainless steel
 20×800×400cm 2007



<W Fire at Both Ends Automatic handgun D13-01> 
stainless steel  290×440×75cm 2013



왕루옌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늘어 놓자면 끝도 없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한 작품만 더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의 주사기 시리즈는 현사회의 자본의 논리와 판단과 기준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작품이다. 외형상 주사기에는 별 큰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서 주사기 제작되었는지는 주사기의 눈금과 피의 양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즉 많이 주는 듯 하지만, 사실은 준 만큼 주는 주사기, 주는 척 하지만 사실은 모두 착취하는 주사기, 80을 주어야 하는데 5만큼 덜 주는 주사기인 것이다. 작가는 앞서 설명한 이러한 오브제의 재창조를 통하여 현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한다. 왕루옌 작품을 볼 때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음을 알린다. 작품에서 작가가 선택한 대상물의 눈금과 숫자 그리고 출입구 쪽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왜 그가 측량 가능한 도구를 주로 사용했는지를 지속적으로 곱씹어 보길 바란다.



왕루옌



작가 왕루옌은 56년 북경 출생으로 <성성화회 1회전>(1979)을 통해 처음 미술활동을 시작한 이후, 꾸더씬, 첸샤오핀 등과 함께 1988년부터 탈제도권적 단체 ‘신도량협회’을 결성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중국적 팝’의 기수 중 하나로 불리는 작가는 <아라리오베이징>(2007, 북경), <허샹닝미술관>(2007, OCT현대미술터미널, 심천, 중국), <조이아트>(2008, 북경), <토탈미술관>(2010,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중국전위예술가전-비상구-신각도그룹작품1>(1991, 후쿠오카), <제2차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트리엔날레> (1996), <광쩌우트리엔날레>(2002), <제6회 상하이비엔날레> (2006), <부산비엔날레>(2008), <사물상태-중국, 벨기에 현대미술교류전>(2010, 중국미술관, 북경)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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