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Issue 76, Jan 2013

민성홍
Min Sung Hong

익숙함에 대한 취향

누구 말마따나 작가를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실패하는 이”라고 규정한다면, 민성홍은 천생 작가 중의 작가다. 물론 그가 실패만 거듭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작업 방식에 늘 새로운 도전을 펼치며 스스로 안온하거나 익숙한 상태를 철저히 경계한다. 달리 말하면 그는 작품의 ‘고정된 스타일’을 걷어치우고 새로운 실험에 몰두해 있다. 온갖 재료와 매체를 넘나들며 늘 변화를 추구하는 민성홍. 그가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면, 이 자체가 또 하나의 스타일이 되는 것인가? 마치 그의 삶처럼 다양한 소재와 제작방식을 구사하는 작가를 만나봤다.
● 이정헌 기자 ● 사진 서지연

'Festival in the Island' 캔버스에 유채, 나무와 세라믹 170×192cm 2008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이정헌 기자

Tags

민성홍에겐 너른 작업실이 있다. 그곳은 마치 그럴싸한 전시공간처럼, 혹은 사무실처럼 보인다. 제각기 다른 유형의 작품들이 벽면과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정돈된 아이디어 스케치가 널려 있다. 그 광경은 마치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작가들의 기획전으로 착각될 정도. 그는 이 괜찮은 작업실을 약 1년간 사용했는데, 곧 다른 장소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익숙해져서.” 미국에서 활동하다 2010년 한국에 들어왔으니 두 해 정도 된 셈이다. 그는 이 사이에 두 번이나 작업실을 옮겼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때는 어땠는지 물었더니, “캘리포니아, 아이오와, 샌프란시스코, LA로 다녔고, 작업실을 몇 차례 옮겼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할 정도로 그는 한 곳에 머무르는 걸 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작품 또한 그의 사고방식과 닮아있었다.



<Overlapped Sensibility(soap, bubble)  
사진 위에 화이트잉크 50×74.5cm 2012



민성홍의 작품은 사진, 사진콜라주, 조각, 설치, 회화 등 장르도 다양하고 기법도 각기 다르다. 스스로 “스타일 없이 작업하고 싶다”거나 “기법이 익숙해지면 ‘기교’가 되는데, 나는 그걸 꺼린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정주, 안주하는 것을 마뜩찮게 여긴다. 지난 11월 갤러리마노에서 열린 민성홍의 개인전 <Compression>은, 불과 작년 갤러리아트가에서 개최한 개인전 <the ISLAND>의 출품작과 다르고, 같은 전시에서도 여러 성향을 보여준다. 평생 한 가지 매체로, 한 가지 소재를 다루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민성홍처럼 늘 변화를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어떤 방식이 더 옳은가에 대한 질문은 덧없는 것. 이렇게 다변화한 작품을 보여주는 까닭에 대해 물었다.



<Overlapped Sensibility(lamp, tape)
 사진에 투명테이프 60×84cm 2012  



1998년, 그러니까 대학 졸업 무렵, 민성홍은 ‘바깥미술회’ 활동을 시작했다. 자연미술가들과 어울리며 시작한 활동은 회화를 전공한 작가에게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반대로 학교에서는 사진과 설치를 사용해 ‘시간성’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다층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 졸업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로 유학길에 오른 작가는 확실하지 않았던 작업의 큰 주제를 잡아간다. 당시 낯선 환경 안에 놓인 민성홍은, 자신과 환경 사이의 관계, 또 이 관계를 형성할 때 나타나는 인식과정, 인식과정으로 인해 나타나는 순간 감정을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이 일련의 주제들은 다시 말해 ‘나는 어째서 이러한 상황에 놓였고, 또 어째서 이러한 상태인가’를 말하고자 함이다.

2006년 작인 <17 Minutes 52 Seconds in 490 Square Feet>에서부터 주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낱장의 사진 용지 위의 숯가루를 쏟고 작가가 직접 입으로 불기를 반복한 이 작품은, 수십 장이 한 작품이 되어 전시장을 뒤덮는다. 평론가 리 올먼(Leah Ollman)은 “민성홍은 방 크기의 호흡의 흔적을 만들어낸다. 신체의 흡입과 배출을 종이 위에 패턴으로 전환했으며, 그의 방법론은 생리학적 존재를 인식 시킨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가가 마주한 공간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셈이다. <The Island in Frame>(2011) 시리즈는 각기 다른 형태와 색깔을 지닌 10cm의 세라믹 조각물이다. 사진과 퍼포먼스를 사용했던 전작과 달리 이 시리즈는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닌 재료로 갈아탄다.




<Overlapped Sensibility(U-HAUL Box, photos)> 
캔버스에 사진콜라주, 드로잉 2012



그러나 작가의 상황과 인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뵌다. 미국에서 선보였던 전시들이 하나의 재료, 공통된 양상을 띠었다면, 올해 11월에 개최한 <Compression>전에 출품한 <Overlapped Sensibility>(2012) 시리즈는 사진,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기법을 다룬다. 하지만 작가가 마주한 사물과 감성적 동화를 이루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점은 역시 같다. 이를테면, <Overlapped Sensibility(Lamp, Tape)>는 어두운 공간에서 시야가 확보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작업이다. 낯선 곳에서 눈을 떠 차츰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을 프린트된 사진 위에 테이프를 뜯어 붙이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밖에도 주변 사물에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편집, 연출하는 작업도 있다. 이사 때마다 애용했던 종이상자를 찢어 콜라주 기법으로 만든 <Overlapped Sensibility(U-HAUL Box, Photos)> 등의 작품은, 사물에 의미 붙이고 감성적 동화되기를 시도한다.



<The Island> 
사진용지 위에 숯가루, 나무 가변설치 2011  



“새로운 방식을 찾는 이유는 성격상 ‘정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민성홍은 숯가루, 퍼포먼스, 사진, 회화, 세라믹, 조각은 물론, 최근에는 영상과 사운드아트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업실을 옮겨다니고, 늘 수많은 오브제를 다루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에도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익숙함’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 듯하다. 삶과 작품이 다른 작가는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주하지 않고 늘 움직이며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그는 삶과 작품이 동일해 보인다.



민성홍



민성홍은 1972년생으로 추계예술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샌프란시스코 디에고리베라갤러리(Diego Rivera Gallery)에서 <The Island : Garden>전(2002)을 시작으로 뉴욕 E3갤러리, LA의 사비나리갤러리(Sabina Lee Gallery), 등지에서 총 9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는 2년 전 국내에 들어와 갤러리마노와 갤러리아트가에서 두 차례, 전시를 개최했다. 2003년 전 ‘Murphy & Codogan Fellowship the Fine Arts'를 수상했고, 몬타나 작가 거주 프로그램(2004)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